종교간의 거리가 근래에 와서 점점 좁혀진다. 가톨릭 로마 교황과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가 1천년 간의 반목을 깨고 최근 역사적 회동을 했다. 1054년 동방과 서방으로 갈라졌던 기독교가 이번에 처음 만났다. 지난 12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키릴 총대주교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만나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입니다” “이번 만남은 신의 뜻입니다”란 인사말을 나누었다. 등을 돌린 사이라 하더라도 `공동의 적`을 만나면 `동지`가 되기 마련이다. 근래 들어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IS 같은 극단주의 무장 살인집단이 생기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교회가 불타고 성상이 파괴되고, 목숨 건 난민행렬이 줄을 잇는 사태를 막기 위해 두 종파가 손을 맞잡은 것이다.
최근 한국종교협의회가 서울에서 만나 `창립 50주년 기념 종교평화헌장 제정 선포식`을 가졌다. 한국이슬람교, 대종교, 대한천리교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불교태고종, 유교, 대순진리회 등 10여개의 종단 지도자와 학자, 실무자 200여 명이 모였다. `평화헌장`은 “인종·민족·국가·종교 간에 서로 갈등하고 투쟁해왔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인류 한가족 사회`를 향해 전진하자”했다.
세계는 지금 자살폭탄 테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으며, 유럽 전역은 난민문제가 심한 갈등을 만들고, 매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자비·사랑·인의·평화를 표방하는 종교들이 이렇게 많은데, 지구촌은 왜 살인행진이란 재앙을 그치지 못하는가. 종교간 화합을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