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9층목탑, 새들이 날아들었다는 솔거의 `노송도`, 에밀레종보다 몇배나 큰 대종 등이 그때 없어졌다. 황룡사 복원 계획이 있지만, 원형 복원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생겼다는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주 동남산 옥룡암 옆에 있는 암벽에 9층목탑과 7층목탑이 음각돼 있어서 어렴풋이 짐작이나 할 뿐이다. 현대기술로도 9층목탑은 태풍에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영묘사는 선덕여왕과 인연이 깊은 곳인데, 그 위치만 겨우 짐작할 뿐이다.
요즘에는 이슬람극단주의 IS가 문화파괴로 악명을 떨친다. 옮겨갈 수 있는 것은 팔아서 무기를 사고, 건물은 폭파시킨다. 그들은 일체의 인물상을 `우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년전에는 아프간 간다라문화지역의 거대한 석상을 로켓포를 쏘아 부숴버리더니, 지금은 시리아의 팔미라 신전에 폭약을 잔뜩 쌓아놓고 터트려버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인류의 유산이다.
고고학자 알아사드(82)는 IS가 팔미라를 점령할때도 피난가지 않고 유물 숨기는 일을 계속했다. 그는 체포돼 “유물 있는 곳을 대라”는 심문에 굳게 입을 다물다가 모진 고문을 당한 후 참수됐고, 목 없는 시신은 신전 기둥에 매달렸다. 유네스코는 “IS는 2차세계대전 이래 가장 야만적으로 문화재를 파괴했다”고 비난하고 “IS가 파는 유물을 절대 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 판매대금이 그들의 군자금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공유할 문화유산을 파괴한 자는 반드시 멸망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반달족은 사라졌고, `정복자 몽고`는 지금 없다. IS도 곧 망할 것이다. 이것이 `문화재의 저주`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