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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거법안 본회의 부의 초읽기…정치타협 절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야 간 충돌 격화가 우려된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에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어서 이 갈등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에 찬성하는 야당들은 개정 선거법이 군소정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앞서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자체를 ‘장기집권 음모’로 해석하는 상황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엿새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 있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여당이 신속처리안건을 그대로 두고 선거법 및 검찰개혁법 협상을 하자는 것은 협박”이라면서 “현재 지난 총선 때보다 2배나 많은 34개 정당이 등록돼 있다고 하는데, 정당 난립·국회 분열·정치권 혼란이라는 연비제 폐해가 벌써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달 17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때까지는 사법개혁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연비제는 소수정당이 집권당의 2중대·3중대 성격을 띠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당이 주장하는 ‘장기집권 음모설’을 아주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역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법안으로는 검찰권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의 특급 사냥개 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제대로 설명이 안 되는 연비제나 악용 여지가 다분한 공수처법안 모두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서로 바꿔먹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국익으로 포장된 소아병적인 당리당략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정치행태가 개탄스럽다. 대승적인 차원의 정치타협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의를 좀 더 정직하게 반영할 개정법안을 놓고 여야가 합의에 도달할 슬기로운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2019-11-25

통합신공항, 미래를 위한 선택만 남았다

우여곡절을 겪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선정을 위한 방식이 결정됐다. 통합공항 이전부지 선정기준 수립을 위한 숙의형 시민의견조사위원회는 2박3일간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를 거친 결과 ‘이전후보지 관점(공동후보지 분리)+투표참여율’이 후보지 선정의 최종안으로 선택됐다고 발표했다. 이전 후보지 관점은 공동후보지인 의성 비안과 군위 소보를 분리하는 방안이다. 즉 군위군민은 투표용지 2장으로 단독후보지(군위 우보)와 공동후보지(의성 비안, 군위 소보)에 각각 찬반 투표를, 의성군민은 투표 1장으로 공동후보지에 대한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주민투표 찬성률 50%와 투표참여율 50%를 합산해 군위 우보지역의 찬성률이 높으면 단독후보지로 결정되고, 군위 소보 또는 의성 비안지역이 높으면 공동후보지로 선정하게 된다.통합신공항 후보지 결정은 그동안 선정 방식과 기준을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 등이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갑론을박했다. 그러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군위군민과 의성군민 만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민투표 방식과 기준을 결정했다. 약간의 갈등도 물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로 공정한 숙의 절차과정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양 지역에서 100명씩 참여한 시민참여단은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역사적 일에 동참한다는 의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후평이다. 주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이 낳은 결과였다. 이제 내년 1월 21일이면 주민투표를 통해 후보지가 최종 결정난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우리지역의 100년 미래가 걸려있는 사업이다. 하루속히 내부적인 갈등을 털고 이젠 새로운 미래를 향한 출발점에 서야 한다.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고 대구와 경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로 모두 흔들림 없이 매진해 나가야 한다.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면 우리 지역은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뿐아니라 경북 남부권의 광역 대도시권 형성도 가능해진다. 엄청난 변화와 경제적 파급력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지역 미래를 위한 선택에 이제 지혜를 모을 때가 온 것이다.

2019-11-25

中 어선 오징어 싹쓸이 우리 어민 물러설 곳 없다

울릉도를 비롯 동해안 항포구에는 오징어 성수기를 맞고도 두 달째 오징어 어선들이 조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잡이에 나서봤자 기름값만 날리고 허탕을 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오징어잡이 해역을 낀 울릉도에는 오징어 성어기에도 조업에 나서지 못한 어민들이 오징어 위판장 벽면에 중국 어선의 오징어 싹쓸이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정부 대책만 촉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이 남하하는 오징어 길목인 북한 수역에서 그물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울릉도 등 동해안까지 내려올 오징어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중국 어선은 2004년 북한과 북한측 동해 수역 입어 계약을 체결한 후 줄곧 중국 어선을 늘려 당시 140여 척에 불과하던 중국 어선이 지금은 2천 척을 넘는다고 한다. 특히 중국 어선은 저인망 쌍끌이 조업으로 동해안 오징어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것. 울릉도에서는 매년 1만톤씩 잡히던 오징어가 이제 450톤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민들은 오징어 흉어가 아닌 재난이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오징어로 먹고살던 주민의 생계가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하다.동해안 지역이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오징어 값도 폭등해 소비자도 손해 보기는 마찬가지다.어민들은 2004년부터 15년 동안 줄기차게 북한 어장을 선점하자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방치해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결의안 2397호를 이행하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어업은 국제사회에서도 문제가 된지 오래다. 동해안 어자원 보호뿐 아니라 동해안 어민의 생계를 위해서도 정부의 강력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때마침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가 발족하고 강석호·김성찬 의원이 공동 주최한 중국어선 불법어업 관련 정책토론회도 지난주 국회에서 열렸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실상과 문제점도 많이 성토됐다. 어민 뿐만 아니라 위기에 봉착한 수산업의 활력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이 급하다. 우리 어민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 설 데가 없음을 정부가 분명 알아야 한다.

2019-11-24

지소미아 봉합… ‘속 빈 강정’ 한국외교의 민낯

청와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6시간여 앞두고 ‘조건부 연기’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수출규제 해제를 논의하는 국장급 대화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종전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국은 얻은 것도 없이 뽑았던 칼을 칼집에 다시 넣게 된 양상이다. ‘대법원판결’이라며 ‘3권분립’을 핑계로 방치하면서 반일(反日) 정서에 정치 선동 장난질이나 쳤던 정부의 무능 외교가 초췌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의 결정 배경에 대해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 의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화로 풀어가고자 하지만 해결되지 않으면 WTO 제소 절차 등이 언제든지 재가동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일본 측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아사히신문은 24일 한일 지소미아 종료 정지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의 “(일본의) 강경한 대한국 정책이 효과를 봤다”고 한 발언을 게재했다.한일 갈등의 진원지인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부터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이 판결의 파장과 휘발성을 좀 더 깊이 헤아렸다면 국익을 생각해서 조금은 슬기로운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정치적 목적으로 ‘한일 청구권협정’을 일방적으로 무효라고 강변하는 진보정권의 논법은 더 큰 문제다. 나라를 진실로 걱정하는 일부 진보 인사들은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된 치욕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민간이든 정부든, 제발 일본에다 대고 쪽팔리게 돈 달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들을 당장 도울 수 있도록 배상금은 우리 정부와 민간기금으로 감당하면서,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일본의 행태에 대한 심판은 국제여론과 역사에 맡기자는 이야기다. ‘속 빈 강정’에다가 제 발등이나 연신 찍어대는 외교·안보력에 대한 일대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9-11-24

어려울수록 사랑의 온도탑에 온기를 불어 넣자

희망 2020 나눔 캠페인 출범식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작됐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대구 동성로와 경북도청 앞뜰에서 각급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를 가졌다. 대구시는 올해 목표액을 전년과 같은 100억2천만원으로, 경북도는 잔년보다 2% 늘어난 154억6천만원으로 잡았다.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모금된 돈은 불우한 이웃과 빈곤의 대물림과 같은 불안전한 사회구조를 개선하는 데 쓰이게 된다. 2000년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해마다 소외된 많은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과 삶의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지난해는 경기 불황의 그늘이 넓게 퍼지면서 사랑의 온도탑의 상승 속도가 유난히 더디었다. 목표액 달성이 힘들 것처럼 보였으나 끝내는 지역민의 관심에 힘입어 목표액을 달성했다. 올 연말도 계속된 불황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사랑의 온도탑이 얼마나 잘 올라갈지가 걱정이다. 사랑의 온도탑은 대구는 성금이 1억원, 경북은 1억5천460만원이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지난해 12월에는 대구의 키다리아저씨의 아름다운 기부가 어김없이 이어져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를 만난 그는 1억2천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노력했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기부는 아름다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법인이 경제사정이 어려우면 기부도 그만큼 어렵다. 시민사회가 나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것도 기부가 자신과 이웃을 위한 사랑의 행동임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어려울수록 이웃을 위한 사랑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통 큰 기부도 중요하지만 시회 공동체가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분위기 조성이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은 기부에 대한 거부감으로 60% 이상이 자선단체에 대한 불신에 있다고 한다. 기부한 돈의 쓰임이 투명하게 관리되는 시스템 구축으로 기부문화가 더 성숙해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이웃사랑을 위한 사랑의 온도탑을 올리는데 지역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한층 발휘되기를 희망한다.

2019-11-21

황교안, 사생결단할 더 큰 숙제는 ‘한국당 쇄신’

제1야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이 정치권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황 대표는 20일 오후부터 청와대 앞 분수광장과 국회 본청 앞을 오가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당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황 대표가 정말 사생결단해야 할 과제는 한국당의 ‘환골탈태 쇄신’이다. 지금 혁신의 기적을 만들어 민심에 바짝 다가가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은 끝내 구제 불능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황 대표의 단식을 놓고 입에 담지 못할 저질 희롱을 섞어 폄하하는 뭇 정치인들의 태도는 야박하기 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초보의 조바심”이라고 깎아내렸고,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에게 쏟아지던 합리적 비판마저 황 대표의 단식으로 관심이 흩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곡기를 끊지 말고 정치를 끊기를 바란다”고 비아냥댔고, 민주평화당은 “뜬금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까지 나서서 “해방 이후 최초로 일본을 위해 단식” 운운하고 비꼬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치인이, 그것도 제1야당 대표가 뜻한 바 있어서 극한투쟁을 선언할 때는 최소한 예의는 갖추면서 진의를 살피는 것이 정도일 텐데, 왜 그렇게 사사건건 그악한 진영대결의 포로놀음인가.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의 진의가 어떻게 승화되어 나타날지 아직은 잘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엄동설한에 제1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은 뭔가 이 나라 정치의 비상식적 현주소를 반영한다. 특히 집권 여당의 거듭된 실정에도 야당의 견제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심각하다.지금 황 대표가 목숨을 걸어야 할 으뜸 과제는 한국당의 ‘거듭남’이다. 실패한 정권세력 ‘친박’의 구각(舊殼)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부터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고름이 살 되는 법 없다’는 옛말은 절대 그르지 않다. 굳이 친박이 아니더라도 실패한 정권에 책임이 있는 세력들은 용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 시대는 젊고 개혁적인 새로운 신예 보수정치를 부르고 있다. 황 대표가 소아(小我)를 버리고 죽고 살기의 결기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2019-11-21

한계와 가능성 모두 보여준 ‘대통령과의 대화’

문재인 대통령의 생방송 ‘국민이 묻는다-대통령과의 대화’는 소통의 가능성은 보였으되 수준은 아직 크게 미흡하다는 점을 입증한 행사였다.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은 결코 ‘이벤트’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대화 ‘쇼’는 되는데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기자들과의 상시적인 소통은 왜 차단하는지 의문은 더욱 깊어진 셈이다.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와 ‘타락’이라는 단어로 매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주일에 2∼3번씩은 기자들과 만난다.‘대통령과의 대화’는 300명의 일반 방청객이 각본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대통령의 자화자찬 태도부터 거슬렸다. 특히 “임기 절반 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기반을 닦았고 지금 드디어 싹이 돋아나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평은 어이가 없었다.경제와 외교·안보 현안, 야당과의 협치·소통에 관한 질문이 없었으니 더욱 답답했다. 청와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타운홀 미팅’이라는 방식은 전문성이 없는 다중을 향해 노회한 전문가가 악용하기에 유리하다는 맹점이 있는 대화방식이다.기자들이야말로 국민의 한복판에 서 있는 최고의 민심 전문가들이다. 제대로 된, 정말 자신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기자들로부터 준비된 질문과 답변, 반론과 재답변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받으면서 동시에 민심의 소재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일부의 표현처럼 ‘도떼기시장’처럼 만들어진 대화 쇼 현장에서 핵심이 빠진 중구난방 질문에 ‘공수처 설치’ 등 자신에게 필요한 주제를 골라잡아 장황하게 설득하는 자리였다는 혹평은 어찌할 참인가.역대 대통령들이 어찌했는지를 구구절절 통계수치로 나열하면서 현재의 ‘불통’을 합리화하는 태도야말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왕에 ‘소통’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할 양이면 기자들과의 각본 없는 대화부터 수시로 나서는 게 옳다. 참다운 ‘소통’은 실천하지 않고 ‘쇼(Show)통’만 획책하는 지도자가 참마음을 인정받을 길이란 없다. 한계를 넘어 진정성을 입증하는 신실한 대통령이 보고싶다.

2019-11-20

철도노조 총파업, 하필이면 수험 철인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부터 파업이 이뤄지면 KTX와 광역전철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 운행이 최대 70%나 감축된다. 정부의 대체인력 투입이나 고속버스 등을 활용한 대체수단이 나온다 해도 여객과 물류운송의 큰 차질은 불가피하다. 특히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의 중요 이동수단이 묶이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하필이면 수험철에 파업을 하느냐는 불평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로 논술과 면접을 보러가야 하는 수험생들은 행여 빚어질 교통 차질이 시험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안절부절이다. 실제로 준법 투쟁이 있었던 지난 15일과 16일 전국 역 창구에서는 최소 20분에서 최대 2시간 정도 열차가 지연된 바 있다. 당시 경희대, 단국대, 동국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진행되던 수시모집 논술전형을 위해 역을 찾았던 수험생들이 갑작스런 준법 투쟁에 발이 묶여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던 것이다. 이제 오는 23일과 24일에는 중앙대, 세종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에서 수시모집 논술전형이 실시될 예정으로 있다.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열차 이동에 따른 불편을 우려, 벌써부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고교 3년을 결산하고 대학의 진로를 결정하는 입시 시점에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학생들의 진로가 행여 흐트러진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다. 철도 노조는 적어도 수험철만은 파업을 철회하는 염치를 보여야 한다.잘 알려진 대로 코레일의 경영 상태는 최악의 수준이다. 2018년 현재 부채가 15조 5천억원에 이르고, 적자 규모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2018년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으나 감사원 감사에서는 적자로 판명났다. 이런 재정적 상황에서 철도노조는 인력 4천600명 증원, 임금 4% 인상, KTX와 SRT(수서고속철도)의 통합 등을 파업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파업 자체가 명분도 없을뿐더러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코레일의 자기혁신이 먼저라는 것이다. 50%를 겨우 넘긴 파업 지지율에서도 내부 명분이 낮음을 보여주었다.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수험생의 불안감을 씻어 줄 대책이 급하다. 철도 파업으로 수험생이 피해를 입었단 말은 나와선 절대 안 된다.

2019-11-20

포스코 워라밸문화 널리 확산돼야

포스코가 지난 18일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는 ‘8 to 5’근무제가 의외의 호평을 받고있어 화제다. 지난 9월 포스코 노사가 임단협을 통해 근무시간을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에서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으로 변경함으로써 시행할 수 있게 된 탄력근무제가 포스코에 새로운 직장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1시간 이른 출퇴근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기업 시민’을 강조하며 임직원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최정우 현 포스코 회장의 경영방침이 반영된 결과여서 향후 이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매주 금요일 하루 ‘8 to 5’근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 직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조만간 대상직원이나 시행일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스코 직원들이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일찍 퇴근하게 됨에 따라 해당직원들의 여가시간 활용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일고 있다. 영어, 제2외국어 등 평소 공부하고 싶은 학원을 등록하는 직원에서부터 헬스장을 등록해 체력단련에 매진하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포항시 평생학습원 여성문화관이 포스코 8 to 5 근무제 시행에 맞춰 개강한 직장인을 위한 저녁특강에 수강생들이 대거 몰린 것 역시 당연한 나비효과로 풀이된다. 여가시간이 1시간 늘어났을 뿐이지만 직원들의 자기실현욕구를 자극하는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포항지역에 워라밸문화가 확산되는 계기를 맞고있다는 평가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Work-life balance의 준말로,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워라밸은 연봉에 상관없이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거나, 잦은 야근 등으로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가 철강도시로 성장하고, 자리매김해온 포항지역 근로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워라밸 문화 확산이 포항지역 근로자들의 삶속에 위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9-11-19

뱁새들의 재앙 ‘주52시간제’… 정책설계 다시 해야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도의 시행을 처벌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식을 통해서 사실상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만 허용하던 특별연장근로 요건을 업무량 급증과 같은 경영상 사유로 확대할 방침이다. 황새만 보고 만들어낸 ‘주52시간제’는 시작부터 무리였다. 가뜩이나 깊은 불황 속에서 중소기업 뱁새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이런 정책은 어리석은 패착이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201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제도는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가 차등 적용해 2021년 7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해 사실상 적용을 미뤘다.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며 감행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성공한 다른 나라와 달리 장기불황 속에 시작했다는 치명적인 불합리를 안고 있다. 그러잖아도 어려운 상황에 이 두 개의 비수는 자영업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국가 경제와 가정경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오던 자영업의 파탄은 최악의 재앙으로 꼽힌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임금 근로자(자영업자)는 679만9천 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천 명이 줄어들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1년 사이 11만6천 명이나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일 없이 그냥 쉬고 있는 인구는 역대 최다인 217만3천 명으로 1년 사이 34만9천 명이나 늘어났다.“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가장 어려운 계층이 노동자도 자본가도 아닌 자영업자”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부는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황새만 보고 만든 정책 때문에 부지기수의 뱁새들이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뛰다가 죽어 나자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찔끔찔끔 언발에 오줌 누듯이 고치고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근본부터 다시 따져서 새롭게 설계해야 마땅하다.

2019-11-19

한국 정치, ‘창조적 파괴’ 허리케인 몰려오나

17일 여야 정치권에 의미 있는 두 개의 자살폭탄이 터졌다. 자유한국당 내 최연소 3선인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와 ‘한국당 해체’를 주창했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선언을 내놓았다. 이들의 용단이 좀처럼 감동적인 혁신 기운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의 허리케인을 불러올 것인지에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선언문에서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좀비’라고 지칭하며 당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다. 이어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썼다. 해석은 분분하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2년 뒤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위한 베팅으로 보는 풀이가 있다. 임 전 실장의 후퇴에 대해서도 현역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끝내 ‘지역구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하면서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어쨌든 지금 정치권은 ‘창조적 파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전면적인 정책실패와 신뢰상실로 위기에 몰려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정권의 치명적인 실정에도 불구하고 대안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을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을 일신하기 위해서는 한바탕 뒤집어놓을 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저 어항 속의 썩은 물은 그냥 두고 애꿎은 ‘붕어 갈이’만 하자는 미봉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는 1913년 저서인 ‘전쟁과 자본주의’에서 ‘반복적인 파괴와 재편’을 주장했다. 시대는 바야흐로 세상을 뒤집을 광폭의 ‘정계개편’을 부르고 있다.

2019-11-18

사용후 핵연료 정책 주먹구구식 벗어나야

지지부진하던 월성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추가건립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경주지역실행기구의 출범을 앞두는 등 청신호가 켜졌다니 지역민들과 함께 환영의 뜻을 표한다.월성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과 관련,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월성본부는 월성원전 2∼4호기를 계속 운영하려면 사용 후 핵연료가 포화상태가 되기 전에 저장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히고 해당 사업을 추진해왔다. 월성본부는 2016년 4월에 원안위에 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운영변경 인허가를 신청하고, 안전성평가 질문에 대한 답변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원안위가 운영변경인허가 신청에 대한 안전성평가·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의 심사를 3년 8개월째 마무리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보다못한 정부는 올해 5월 말 정부 추천 전문가들로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고, 재검토위원회는 원전이 있는 지역에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해 주민 의견을 물어서 임시저장시설 건설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문제는 올해 안으로 맥스터 추가 건설을 확정짓더라도 착공하려면 정부정책 확정,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 경주시의 공작물 축조신고 통과가 필요한 만큼 포화 전까지 준공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칫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어 원전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마저 우려된다. 핵발전 후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연료로서 수명이 다하더라도 여전히 강한 독성 방사능과 붕괴열을 뿜는다. 그래서 현재 핵발전소에서는 다 쓴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서 6년(중수로) 내지 10년(경수로)을 임시저장한 뒤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최종처분장으로 보내게 된다. 습·건식 저장시설 보관 없이 처리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니 어쩔 것인가. 핵발전소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 정책이 이처럼 임박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세워져선 곤란하다. 다행히 오는 21일 지역실행기구가 가까스로 출범한다니 경주지역 시설건립과 관련한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지어지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현재 가동중인 국내 원전도 대부분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부족하다니 관련 대책도 시급히 세워야 할 것이다.

2019-11-18

금강산… ‘도끼’ 들이대는데 ‘선문답’만 내놓는 정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시설을 싹 쓸어내라’고 지시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남측에 시설 철거를 요구한 북한이 마침내 ‘일방철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서 청와대는 또다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지혜를 함께 짜내기를 희망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멀쩡한 남의 재산을 도끼 들고 나서서 부수겠다는데, 웬 ‘선문답’인가 싶다. 국제법에 안 맞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북한의 망발에 언제까지 굴종의 모습만 보일 참인가.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끝내 ‘판’을 깨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남북 간 실무회담’이나 ‘남측 공동점검단’ 방북 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일단 대면접촉부터 성사시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의 대화 요구에 코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최후통첩을 보내온 것이다.금강산관광은 지난 1989년 1월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하여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1998년 6월 23일 본계약 체결이 발표됐다. 한때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면 중단됐다.민간인 피살 사건 이래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요구가 나온 이후 모색하겠다던 청와대의‘창의적 해법’이란‘개별 관광을 허용해서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조잡한 아이디어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아무리 남북대화 모멘텀을 살려보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해도 정부의 저자세는 국민 자존심을 너무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동해안으로 넘어온 어부들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도 않고 극비리에 도살장에 개 끌어다 주듯 허둥지둥 북한에 넘겼다.50년 사용권을 보장한 기업시설을 일방적으로 부수겠다는데도, 제발 대화 좀 해달라고 애걸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이 정상적인 협상의 규칙 아닌가. 정부의 대북 관리는 지금 한참 잘못 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2019-11-17

신라왕경 특별법, 역사도시 경주 위상 찾는 계기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의 마지막 절차인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지만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 방식에 미뤄볼 때 연내 법 제정 가능성은 크다. 2017년 5월 발의한 이 법은 법사위 통과까지 순탄치가 않았다. 지유한국당 김석기 경주 의원 등 18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했음에도 정권교체, 일부 여당의원과 정부부처의 반대로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2년여나 계류됐다.신라왕경 특별법은 현재 경주지역에서 추진 중인 신라왕궁 핵심유적 복원과 정비사업을 연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법률이다.경북도, 경주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사업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드문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적과 보전을 뒷받침할 중요한 기준이 되는 법이기도 하다. 2년여 만에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만시지탄의 감은 있다.세계적 역시문화도시인 경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유감도 있다.그러나 비록 늦었지만 특별법의 법사위 통과를 환영한다. 이재부터는 신라왕궁 특별법의 통과를 계기로 천년고도 경주의 위상을 찾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법을 근거로 순차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신라왕경 등의 사업이 추진된다면 경주는 역사도시로서, 관광문화도시로서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주의 미래를 밝히는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시작된 신라왕궁 복원사업은 2025년까지 총 9천450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직간접적인 고용 효과에도 긍정적 효력을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특별히 이번 법안의 제정은 신라왕경 복원사업과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사업이 정권교체 등 외부적 요소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반월성 위에 신라천년의 왕궁을 복원하자는 경주시민의 오랜 숙원을 담은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제 눈앞에 있다. 이번 법 제정이 세계적인 문화도시인 경주의 위상을 끌어 올리고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9-11-17

빈손으로 끝난 대구 집창촌 경찰유착 의혹 수사

지난 5월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업주 등 관계자들이 향응과 접대를 받은 경찰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진정 사건은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그동안 자갈마당 종사자와 경찰 간 유착 의혹 소문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으나 실제로 이와 관련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가 보낸 진정서에는 전현직 경찰 10명에 대한 개별 비리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다. 경찰도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가 늑장을 부리고 장기화되면서 관련 경찰의 증거인멸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이 사건과 관련 13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는 적이 실망스럽다.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였으나 결과는 집창촌 업주와 유착된 경찰은 없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경찰은 이 사건 관련 11명의 전현직 경찰관 중 현직 경찰관 3명을 입건했으나 2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진정서 내용과는 다른 별건으로 기소했다.비리를 제보한 자갈마당 종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금품을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하니 경찰의 수사가 의심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특히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비리를 알린 업소 관계자는 난감해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국정감사 일정이 현장시찰로 바뀌면서 일부 의원들이 자갈마당 경찰유착 사건 등 현안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여성단체도 이번 결과에 대해 부실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6개월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봐주기 수사, 제식구 감사기 수사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했다.경찰이 집창촌 경찰유착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도 의구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분리를 논의하는 예민한 시점에서 경찰이 치부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문도 보인다. 아직 많은 사람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신뢰를 보내지 못한다. 특히 업소와의 경찰 유착에 대해선 불신의 벽이 높다. 경찰 수사의 한계란 지적도 한다. 이번 집창촌 수사 결과가 경찰의 수사력을 평가받는데 득인지 손해인지는 경찰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2019-11-14

트럼프에게 ‘자체 핵무장’ 의지 분명히 밝힐 때다

단지 정치적 이유로 나타난 한미 동맹의 균열 여파가 아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놓고 무려 5배가 넘는 돈을 우리에게 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트럼프에게 정직하게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먼저 주한미군이 돈 받고 다른 나라 지켜주는 용병(傭兵)인지 아닌지를 물어야 하고, 나아가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만약에 그가 터무니없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요구하면서도 우리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한다면 그는 스스로 균형감이라곤 전혀 없는 형편없는 골목대장이자 천박한 장사꾼에 지나지 않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자급의 꿈을 이룬 미국은 이제 세계질서 유지에 관심이 없다. 미국의 동맹은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며칠 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ICBM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한미군은 10∼20년 안에 철수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그는 “한국 기술로 핵무기 하나 뚝딱 만든다. 못 할 건 없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종합하면 이렇다. 미국은 이제 자기 나라의 재정으로 남의 나라를 지켜줄 의사가 없다. 북핵에 대해 미국은 ‘ICBM’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북핵 위협은 오로지 대한민국만의 존망(存亡) 문제가 됐다. 이 시점에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말하지 못한다면 북한에 무릎을 꿇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핵무장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불러올 국제제재로 북한처럼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한식에 죽을지 청명에 죽을지 모르는’ 기구한 삶은 괜찮다는 말인가. 우리의 핵보유국 추진에 대한 중국이나 일본의 반응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을 천년만년 대신 지켜줄 다른 나라는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핵무장’ 말고 다른 길은 없다.

2019-11-14

한국당 정책 비전, 民意 한복판에서 유연하게

자유한국당의 ‘정책 정당’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기조가 단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일시적인 보여주기 행보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지 집권 여당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민심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정책을 꾸준히 고안해내되 여당의 특정 정책이 옳다면 과감히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야 비로소 성공이 담보될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동안 민부론(民富論), 민평론(民平論)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에는 교육정책을 담은 민교론(民敎論)을 제시했다. 민교론에는 ‘기초학력 보장체계 강화’, ‘고졸 희망시대 실현’, ‘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 적극 양성’, ‘교육현장의 공정과 정의 확립’, ‘대학입시제도 정시 확대·수시 전형 단순화’, ‘사교육비 경감제 실행’ 등이 담겨 있다.스치듯 지나가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가 만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황 대표에게 “책 두 권(민부론·민평론)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극적인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말 한마디로 그간의 ‘일방적 통치’‘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희석하는 효과를 거뒀다. 대통령의 제스처에는 대단한 정략이 숨어 있다.발표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비판이 합당하고, 여론의 지지가 미약하다면 과감하게 수정·보완 내지는 폐기처분을 결단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정책도 지고지순할 수는 없다는 진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로 달라지는 마구잡이식 정책 급회전으로 인해 심각한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당리당략에 매달려 하고한 날 힘자랑에 멱살잡이만 거듭하는 우리 정치풍토를 개혁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상대 당의 옳은 정책에 대해서 흔쾌히 수용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선진 민주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라 안팎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민심을 골고루 아우르는 훌륭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2019-11-13

경북의 인구 감소, 정부 차원의 대책이 먼저다

경북지역의 인구가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군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북 예천군과 경산시, 영천시 등이 인구가 늘어난 지역이다. 예천군은 경북에서 유일하게 인구 5천명, 1%대 이상 인구 증가율을 보인 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약 1만명의 인구가 새롭게 유입됐다. 경북도청 이전 등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인구유입 효과가 가장 큰 이유다. 교육도시 경산시도 2009년 23만명이던 인구가 지난 10월 25만명으로 집계됐다. 대도시 인접의 효과도 있으나 산업단지 조성 등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가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11만명 달성을 목표로 나선 영천시는 맞춤형 정책으로 인구가 늘어났다. 지난해 범시민 기업투자유치위원회를 만들어 10개사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하지만 경북지역은 23개 시군 중 경산, 영천, 예천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군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의하면 경북지역은 80%가 인구감소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소멸지구로 분류됐다. 의성군은 전국 소멸위험 1위 지역이다. 지금 경북도에는 인구 대책보다 더 급한 정책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도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5천800여억원을 책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그러나 농촌지역은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인구가 는다는 보장은 없다. 출산할 수 있는 직장이나 정주여건의 개선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조건들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나 약발은 없었다. 근본적 처방이 있어야 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등의 지역유치 실패도 이러한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가 근본적 이유다.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이달 중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된 젊은 인구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인구 정책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의 수도권 규제 등 지방소멸을 막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지역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인구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치열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을 살리고 국가 경제도 살리는 것이다.

2019-11-13

9조 원 자치 예산, 경제 활력화·효율성 집중해야

대구시와 경북도의 내년도 예산 규모가 처음으로 9조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가보조금 등이 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사상 처음으로 9조원대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대구시는 9조2천345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9천29억원(10.8%)이 늘었다. 경북도는 9조6천355억원으로 2018년보다 9천899억원(11.4%)이 증가했다. 두 자치단체가 모두가 1조원 가까운 예산이 늘어난 셈이다. 두 자치단체의 예산 증가율은 정부 재정 증가율 9.3%보다 높다.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내년도 예산 증가는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가 주 원인이다. 경북도의 내년도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3조2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의 39%다. 예산은 늘었다고 하나 정부의 복지분야 예산에 따른 지자체 부담도 상대적으로 늘어 자치단체마다 예산 운용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경기 등 경제여건 악화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데 반해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로 예산 편성에 애로가 어느 때 보다 컸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는 2021 세계가스 총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과 서대구고속철도역 건설 등 긴급한 현안사업에 대한 투자가 예산 편성의 부담이 됐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전체 예산의 복지분야 예산비중이 높아 성과부진 사업에 대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했다 한다.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9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나 예산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면에서 보면 살림살이가 쉽지 않다.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데 착안해야 한다. 경제 활력에 집중하고 완급을 따져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경북도는 저출생 극복과 일자리 창출, 관광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예산을 중점 배정했다.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5천821억원이 투입되는 저출생 극복분야에서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출산문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제 지방의회로 넘어간 예산은 지방의회가 책임감을 갖고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건전하고 실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감시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2019-11-12

北 주민 ‘깜깜이 북송’, 진실 밝혀 의혹 해소해야

아무래도 참담한 일이 또 벌어진 것 같다.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다는 탈북 흉악범 2명을 판문점에서 강제 추방 형식으로 북송(北送)했다는 당초 정부 설명부터 수상했다. 본인들이 북송을 원했었다더니, 실은 그들이 북송 직전까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일파만파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 모두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이렇다. 15미터짜리 작은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을 16명이나 살해했다고 전해진 북한 주민 2명을 정부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북송했다. 이 결정은 소관 부처인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자체 의견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권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강제북송된 어민들의 범죄 사실을 해군의 감청을 통해서 미리 알았고, 저들이 심문 중 자백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측이 탈북 어민들을 잔혹한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에 돌려보내라고 요구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던 중앙합동조사본부마저 북송 전날 저녁에야 이들의 추방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하니 참으로 해괴한 노릇이다. 타고 온 배마저 곧바로 씻어서 돌려보낸 이런 허둥지둥 초특급 북송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야릇한 행태다. 적어도 자유민주국가이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권·법치국가라면 긴급피난자를 이런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청와대의 처사는 굶주림을 피해 탈북하여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새터민들에게는 물론,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다.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제 북송 만행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야만적 행태와 도대체 뭐가 다른가. 따가운 국제여론이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잘잘못을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판문점에 도착하여 북한군을 보자마자 저승사자를 만난 듯 절망하여 털썩 주저앉은 20대 북한 어민의 참혹한 실루엣이 민심을 강타하고 있다.

2019-11-12

文정권 후반기, 진정한 ‘소통·협치’ 실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회동을 가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앞서 춘추관에서 브리핑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했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일상적으로 펼쳐져야 할 행보가 무슨 특별행사 치르듯 전개된다는 사실은 씁쓸한 일이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권은 지금부터라도 ‘소통과 협치’의 정신을 살려내어 신실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 답례 형식으로 성사된 청와대 회동에서는 패스트트랙 안건, 북·미 비핵화 협상, 한·일 갈등, 탄력근로제 확대 등 다양한 국정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미래당 대표가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야당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탕평과 포용, 회동 정례화 등을 주문했다.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이 현 정부 들어 처음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 실장 등이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대해 “대전환의 시기”라며 자찬한 것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목이다. 그러나 성과를 강조하며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 생방송 ‘타운홀(town hall) 방식’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를 계기로 불통의 고질병을 확실히 개선하게 되길 기대한다.문재인 정권의 임기 전반기 행태를 보면 잘못 놓인 포석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의 체감경기는 더할 나위 없도록 피폐해졌다. 시종일관 거듭하고 있는 ‘포퓰리즘’ 행태부터 싹 걷어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책 책임자들의 ‘하는 척’하기만 하는 쇼부터 모두 중지하고, 진정한 소통과 협치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분열의 암운부터 남김없이 제거해야 한다. 오만과 독선의 굳은살을 서둘러 녹여내지 않는 한 새로운 대한민국, 성공한 정권은 공염불일 따름이다.

2019-11-11

지진이 나도 특별법 하나 못 만드는 나라인가

이달 15일이면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된다. 2년이란 긴세월이 흘렀으나 포항시민은 여전히 지진의 피해자다.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임시대피소에는 아직도 수많은 주민이 텐트 속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본지 취재에 의하면 이재민들은 화재 위험성 때문에 날씨가 차가워졌음에도 전기사용을 못해 손난로 2개에 의지한 채 오들오들 떨며 새우잠을 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제 악에 받쳐 “정부는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끝까지 싸워서 이겨낼 거라고 했다. 2년의 세월을 보낸 이재민의 마음에는 분노와 원망만 쌓여갈 뿐이라 한다.포항지진이 국책사업을 벌이던 연구기관에 의한 인재였음이 확인됐음에도 정부는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 한번 없었다. 특별법 제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본다. 국내 지진 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 검찰이 나서 한국자원지질연구원 등 관련 단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책임이 돌아 올까봐 돌아서 있는 정부의 태도가 더 밉다. 여야 정치권은 특별법을 국회 상정했으나 특별법 내용을 두고 서로가 조금의 양보도 없다. 서로 남 탓만 하고 하세월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산자위 및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특별법은 자연스럽게 폐기된다. 포항시민의 고통도 그만큼 연장될 것이다.포항은 2년 전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명피해 118명, 이재민 2천여명, 시설피해 5만6천여건, 피해 추정액 3천323억원(한국은행 포항본부 집계)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포항에 살던 주민들의 타도시 이탈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감소하며 포항 경제는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별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여야 정치권이 풀지 않는다면 피해주민은 세 번째 겨울을 또다시 임시대피소에서 맞아야 한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공감을 한다면 끝장 토론이라도 벌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지진이란 큰 재난에 처한 주민대책에 적극 나서 국가가 국민의 아픔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국가를 신뢰할 것이다. 특별법도 하나 만들지 못한다면 누가 나라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

2019-11-11

또다시 공론화 과정 없는 외고, 자사고 등의 폐지

백년지대계란 당장에 필요한 방법보다 백년을 내다보고 오랫동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부른다. 교육정책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희망찬 미래를 열어주어야 하며, 국가의 장래도 그들의 손에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쳐야 할 결정이라는 뜻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으로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대구와 경북을 포함, 전국적으로 75개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 2025년부터는 없어진다.교육당국의 급작스런 발표에 해당학교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이 당혹스러워 한다. 당장 폐교 준비를 해야 하는 학교들의 반발은 만만찮다. 고교평준화 폐해를 보완해오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다소나마 보호했던 기존의 정책을 공론화라는 과정 없이 교육당국의 발표로 시행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천명한 지 16일 만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를 발표한 것은 교육정책이 정치적 이익에 휘둘린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교육은 평등성만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고교평준화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으나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자사고 등을 폐지한다고 공교육이 살아나고 교육 평준화가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고 등의 폐지로 학업의 하양 평준화, 사교육 시장 확대, 지역 간 학력격차 확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중요한 4차 산업시대를 앞두고 수월성 교육을 포기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정권에 따라 매년 교육정책이 달라진다면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바뀌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부의 교육철학이 중심을 잡고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이념과 다르면 국민의 여론을 듣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국민의 60%가 넘는 반대에도 탈원전을 고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실패하고 후유증은 국민의 몫이었다. 백년지계란 교육정책이 또다시 정치적 이익이 휘둘리면 포퓰리즘이 된다. 다양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국민의 욕구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19-11-10

‘혁신 비전’ 없는 보수대통합은 必敗 카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 빅텐트’ 구상을 읊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회 구성을 제안한다”며 보수통합 공론화를 선언했다. 황 대표의 통합 구상이 대체 어떤 모습인지 그 설계도의 얼개를 정확하게 가늠키는 어렵다. 그러나 그 실체가 ‘혁신 비전’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닥치고 통합’이라면 어느 모로 판단해보아도 ‘꼬마 한국당’으로나 귀결되는 필패(必敗) 카드일 수밖에 없다는 예견이 앞선다.황 대표가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시민단체 등 범보수권을 향해 내놓은 통합 제안의 조건 중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간판 교체’ 부분이다. 그는 ‘제3지대 대통합’과 관련해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간판을 달 수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런 부분도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황 대표의 발언 이후, 여러 논란이 있지만 가장 큰 변곡점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다. 이 문제는 누가 뭐래도 보수통합 과정에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라인의 가장 까다로운 허들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던진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화두는 그래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매듭은 피해 갈 수 있는 관문이 아니다. 떨어져 나갈 정치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보수통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모든 환경을 무시하고 오직 ‘반문연대(反文連帶)’나 ’수구꼴통’의 논리만으로 깃발을 드는 것은 호박에 줄 그어서 ‘수박’이라고 우기는 저질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야권분열과 ‘꼬마 한국당’의 등장이라는 초라한 결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 허리에 매서는 바느질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개혁’의 싹수가 증명되지 않는 보수에 지지를 모아줄 국민은 없다.‘총선은 회고적 투표’라는 속설에 취해 ‘정권심판’이라는 단순 프레임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헛발질이다. 이미 ‘탄핵의 강’을 앞장서 건넌 민심은 강 저편에서 미래를 정밀 평가하는 투표를 채비하고 있다. 과거 연장을 위한 현재의 통합은 결코 매력적인 선택을 견인하지 못한다.

2019-11-10

빈곤 가족 집단자살 빈발…‘비상벨’은 작동하나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6일에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또다시 일거리가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조경사가 어린 아들 2명과 함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이 그토록 외쳐대던 사회안전망 ‘비상벨’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작동이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건가. 지난 7월 말 탈북민 여성 한모 씨와 여섯 살배기 아들 김모 군이 서울 관악구 소재 임대아파트에서 아사한 채 발견된 사건의 안타까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탈북민 모자의 희생은 그들이 북녘의 굶주림을 피해 사선을 넘어온 목숨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많았다. 3만 3천여 탈북민에 대한 소홀해진 관심을 대변하는 사건이기도 했다.지난해 4분기 가구당 명목 소득에 관한 통계에서 소득 상위 20%는 전년대비 소득이 10.4%가 늘어난 반면 하위층 20%는 무려 17.7%가 줄었다. 없는 사람들이 점점 낭떠러지에 이르는 각박한 현실을 반영한다.억지스럽긴 해도, 복지예산 150조를 전 국민이 똑같이 나누더라도 전 가구에 돌아가야 하는 몫은 월 50만 원이라는 추계는 허술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경고로는 충분하다. 문제는 생활고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국민을 국가사회가 조기 발견해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촘촘하게 구축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니, 그들이 누를 수 있는 비상벨이라도 제대로 마련돼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밀린 집세와 공과금으로 현금 70만 원과 함께 ‘정말 죄송합니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긴 2014년 송파 3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건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복지 사각지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앵무새 발언을 내쏟고는 법안 개정 등 민생에는 시늉이나 보이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양식이 없어서 독약을 먹거나 연탄가스를 피우는 가족이 잇따른다는 말인가. 정치권·정부 당국과 공무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2019-11-07

경북 동해안을 혁신원자력 거점으로 육성하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원전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원전시설이 많은 경북지역은 더욱 그렇다. 원자력 안전 분야의 권위자인 서울대 황일순 명예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원전은 안정성이 증명된 설비로 미래 원자력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작고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인 원자력 시대가 반드시 온다”고 예측도 했다.경주에서 열린 ‘2019 경북 원자력 포럼’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행사였다.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날 포럼에서 “합리적인 원자력 산업의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북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이 모여 있는 집적지로서 원전산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과 함께 할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경북 도내는 울진 경주 등에 소재한 원전과 한수원, 원전 관련 기업과 산업이 밀집해 있다. 탈원전과 관련, 전환기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북에 원전해체연구소의 일부가 경주에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원전산업의 지역별 분포와 효용성으로 보아 경북 동해안이 해체연구소의 적합지인데도 일부가 온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원전산업의 본거지라는 생각을 갖고 원전해체연구소 등 지역의 원전산업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원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과 상관없이 세계는 원전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꾸준히 이어간다고 한다. 특히 원자력 선진국은 원전의 소형화, 모듈화, 내진동성 등 다양한 목적에 적합한 혁신적 개념의 원자력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세계적 흐름에 따라 경북은 원전의 혁신적 개념 도입에 더욱 적극 나서 국내 원전의 거점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이날 발표에서 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혁신원자력 기술연구원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원자력연구원은 소형원자로를 주로 연구 개발하는 기관이다. 경북 동해안이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거점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의 신발상이 필요한 당연한 생각이다. 원전은 경북 동해안의 미래 에너지산업이라는 인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11-07

靑, 이런 수준의 참모진으론 ‘국정쇄신’ 못한다

최근 국회에서 드러난 청와대 참모진의 오만하거나 무능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정국의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권이 엉망으로 꼬인 난국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서 국정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통·무능에다가 방자하기까지 한 이런 수준의 참모진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실정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당장 인적 쇄신부터 단행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며칠 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이 정의용 안보실장을 상대로 안보 불안문제를 제기하며 질책하자, 뒷자리에 앉아있던 강기정 정무수석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며 나 의원과 설전을 주고받았다.또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묻는 한국당 송언석 의원의 질의에 이호승 경제수석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참모들의 조력을 구했다. 송 의원이 “기초적인 답변도 못 하는데 어떻게 경제를 맡길 수 있냐”며 호통을 이어갔으나 이 장면을 보는 국민이 더 답답했을 것이다.국정감사장에서 펼쳐진 야당의 정치공세와 질문이 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피감기관인 청와대의 답변방식이나 대응 태도는 더 적절하지 않았다. 강기정의 언행은 정무수석의 본분을 완전히 망각한 횡포 수준의 망발이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즉답하지 못하는 이호승 경제수석의 모습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실망거리다. 피폐한 경제 현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고도 남을 허망한 장면이었다. 저런 수준의 참모들을 데리고 나랏일을 하니 문재인 정권이 뭐가 제대로 될까 보냐는 조롱 섞인 민심이 뒤숭숭하다.진짜 문제는 그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하고도 청와대가 제대로 된 반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민주국가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곧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기 언행을 앞세워 자기점수만 따려는 참모들이나 무능한 비서들부터 모조리 갈아치워야 한다. “문 대통령이 야당 복은 있어도, 참모 복은 없다”는 박지원 의원의 촌평이 새삼 떠오른다. 불통과 오만과 무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청와대의 행태에 국민의 근심이 깊다.

2019-11-06

경북 의사 수 전국 꼴찌, 언제 면하나

헬기 승무원을 포함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헬기 추락 사고의 이면에는 울릉도의 부실한 응급 공공의료 체제의 문제점이 숨겨져 있다. 동해안 연안 어업전진기지인 울릉도 일원에서는 겨울철 성어기로 접어들면 선원들의 안전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만 인근인 울릉도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 그들에 대한 의료구호 활동은 사실상 어렵다. 병력 대체인력인 공중보건의가 있다고 하나 주민과 응급환자 등을 일일이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중앙 119구조본부나 경북소방본부의 헬기 요청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럴 경우 이번 헬기 추락사고와 같은 불행한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도농 복합지역이다. 산간 오지지역도 많다. 그러나 경북지역의 의료수준은 언제나 전국 최하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경북의 의사 수는 10만명 당 135.2명이다. 전국에서 세종시(86명) 다음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수도권에 인접한 세종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꼴찌다. 서울(300.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단 울릉도뿐 아니라 경북 도내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촌지역의 미충족 의료율은 대도시보다 3∼4% 정도가 높다. 미충족 의료율이란 최근 1년 동안 본인이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농촌의 취약한 의료 환경을 대변해 주는 수치다.인구 대비 의사 수가 많은 서울은 상대적으로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의사 수가 적은 농촌지역은 갈 병원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등 도농 간 의료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따진다면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보건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도 서두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을 자처하지만 OECD국가 중에서 활동 의사 수는 아직은 하위 수준이다.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의사 수 확대 등 오지의료 체제에 대한 개선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

2019-11-06

여야, 총선채비… 법안·예산안 부실심의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기획단 인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박맹우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총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극한 정쟁 속에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과제는 물론, 밀린 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를 얼렁뚱땅 벼락치기로 졸속 처리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내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이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민주당 총선기획단 명단에 들어간 금태섭 의원 이름이 눈에 띈다. 지난 ‘조국 대란’ 과정에서 곧은 소리를 펼쳐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금 의원이 포함된 일을 놓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의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며 극찬하고 나섰다.최고위원을 지낸 충청권 재선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남권과 강남 3구의 3선 이상 의원들의 용퇴’를 들고나온 것도 주목거리다. 여의도 정치권은 바야흐로 내년 총선 말고 다른 일에는 관심이 떠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포항지진 특별법’ 같은 절박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될 것인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새해 예산안 심의가 성실하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더불어민주당은 513조5천억 원이라는 초유의 ‘슈퍼 예산’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폭적인 삭감을 공언하고 있다. 정쟁 요소들이 뒤범벅된 상황에서 부실 졸속심의가 심히 우려된다.모름지기 국회가 감당해야 할 책무 중에서 법안과 예산안의 빈틈없는 심의 의결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실정(失政)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혈세를 쏟아부어 권력을 지탱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는 철저히 견제돼야 한다. 야당 정치인들 역시 총선을 의식한 각자도생의 심사로 본분을 망각한 채 허투루 처신해서는 안 된다. 정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뇌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과연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한 나날이다.

2019-11-05

올해도 포항 과메기 명성 이어져야

포항시가 주최하고 본사가 주관한 ‘2019 구룡포 과메기 서울 홍보 및 체험행사’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서울 현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과메기, 스타 간식되다’는 주제로 열린 포항 과메기의 서울 나들이 행사는 연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겨울철 대표식품으로서 과메기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포항 과메기는 이제 빠질 수 없는 포항시의 브랜드가 됐다. 포항하면 과메기 할 만큼 브랜드 가치를 가지면서 지역경제에 주는 이익도 대단하다.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는 포항 과메기의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매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과메기 철이 시작되나 올해는 원료인 꽁치의 어획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과메기 시즌 초반부터 원료난에 허덕이는 상인들은 원료 부족으로 장사를 망칠까 벌써부터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예년에 비해 과메기의 크기도 작아 양질의 과메기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가격도 작년보다 올라 과메기 원료 확보를 두고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구룡포 과메기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꽁치의 어획량은 1만여t이었지만 올해는 3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한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북태평양 연안에서 조업을 하면서 작은 고기까지 모조리 싹쓸이해 잡아가면서 꽁치의 개체 수가 줄어든 탓으로 보고 있다. 꽁치의 먹이인 플랑크톤의 수도 줄면서 꽁치의 성장환경이 나빠져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어민들은 종합적인 문제를 검토해 포항시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과메기는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식품이다.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의 예방에도 좋다. 특히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바닷가 바람에 건조시킨 동해안 지방의 겨울철 별미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식품이다. 지금은 포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겨울철 경북 동해안의 경제를 받쳐주는 효과도 크다. 당국은 당장이라도 수급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포항 과메기의 명성을 지키는데 행정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9-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