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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지역 어촌계, 보조금 부당 수령 철저히 밝혀야

지방 보조금을 불법으로 수령한 혐의로 경북 포항지역 58개 어촌계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와 관련된 전·현직 어촌계장 60명이 경찰에 입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니 동해안 어촌마을이 시끌벅적할 듯하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포항지역 어촌계 다수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갯바위 닦기 사업에 지원되는 지방보조금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으로 3억원 가량을 부당하게 타 간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국가 보조금은 눈먼 돈이다”라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전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감독기관의 허술한 관리와 보조금 수령자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포항 해경에 적발된 58개 어촌계는 포항지역 전체 64개 어촌계의 90%에 해당한다. 대다수 어촌계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서로 눈을 감아 주고 불법적 행위에 가담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짙게 간다. 경찰은 이런 점에 착안, 보조금 지원을 관리하는 포항시와 수협에 대해서도 부당한 과정이 없는지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고 한다. 경찰은 선박출입항 시스템 정보와 갯바위 닦기 사업 실적서를 비교 분석하고 관계자의 자백을 통해 불법적 사실을 확인했다. 조업에 나간 어민이 작업에 참여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했는가 하면 일부는 작업시간을 실제보다 2∼3배가량 늘려 부당하게 보조금을 수령한 것 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어촌계별로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천여만원을 불법 수령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개별적으로는 크지 않은 금액일지 몰라도 국민의 혈세를 상습적으로 부당하게 수령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 철저한 수사로 진상부터 제대로 밝혀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는 것이 옳다.전국적으로 어업분야뿐 아니라 축산, 농업, 복지, 보건 등 보조금이 지원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크게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더 문제다. 현 정부 들어 공공근로 등 많은 분야에서 보조금 지원이 늘어났다. 엄격한 통제와 처벌로 사회적 각성과 함께 국민의 혈세가 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0-01-16

혁통위, ‘가치재정립’ 바늘귀부터 꿰는 게 순서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비롯해 보수 진영의 정당·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혁통위는 14일 첫 공식 위원회를 열고 통합절차에 관한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혁통위가 성공하려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늘귀를 묶어서는 바느질을 못 한다’는 경구를 명심해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묻지 마 통합’ ‘닥치고 통합’은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혁통위 박형준 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보수에게 왜 국민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일까, 믿음을 주지 않는 걸까. 그 답은 우리 안에 있다. 보수가 보수답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제시할 통합신당의 상은 과거 낡은 모습을 버리고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혁통위를 바라보는 민심은 아직도 반신반의다. 진보정치세력들은 연일 비관적인 전망을 펼치며 여론전에 돌입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혁통위를 통해 통합은 될 수 있지만, 혁신은 안 된다”고 비아냥댔다. 유 이사장은 “혁신한다면 대개 이념·정책·인물·당의 운영 제도·문화 혁신 등을 할 수 있지만, 혁통위에는 혁신 이야기가 없다”고 꼬집었다.언론들도 회의 석상 등에서 나온 이런저런 엇박자 발언들을 거론하며 혁통위의 출범에 즈음한 불안한 요소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런 불안정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통위의 6대 원칙이 충실히 반영된 새로운 가치를 담은 통합의 이념, 신당 창당의 정신을 총정리해 세우는 ‘가치재정립’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깃발이 뭔지 뚜렷하게 보여주지도 않고서 어떻게 민심을 흡인해낼 수 있나.‘보수와 중도 제 세력 간 통합’ 위주의 숫자통합에 치중하면 필경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되고 만다. 시대정신을 담은 감동적인 혁신 ‘가치재정립’을 통해 민심을 사는 작업이 동반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과정에서 시대적 공감능력이 없는 구태세력들은 정리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돌아오는 안철수가 말하는 정치공학적 통합이 아닌 ‘국가 혁신을 위한 인식의 대전환’구상과도 근접할 수 있다. 물과 기름까지도 무작정 섞고 보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닌 가치중심적 통합만이 ‘대통합’의 기적을 일궈낼 것이다.

2020-01-15

실패한 국토균형개발정책 다시 시작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전국 17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까지 지방분권을 위한 정부의 후속조치로 지역에서 달라졌다고 느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작년 연말 기준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단체의 거주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1980년도 수도권의 인구비율이 전체의 35.5%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누가 봐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문 대통령은 주 초 가진 신년기자 회견에서 수도권 인구의 비수도권 인구 초과를 처음 언급하며 “지방이 고사한다는 말이 단순한 비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문제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올릴 것 등 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임기의 절반을 넘어서 국토균형발전의 문제가 새삼 동력을 가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재작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차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 또한 현재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주제 토론에서 파악된 수도권의 추가 이전공공기관 대상은 모두 210개에 달했다. 특별법에 명시된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지방이전 대상’이라는 규정에도 이들 기관들은 저마다 수도권에서 둥지를 틀 생각만 한다.국토 면적의 겨우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은 사람이 넘쳐 비좁아 터져나갈 판인데 국토면적의 82%인 비수도권은 사람이 없어 존망의 위기에 서 있다.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로 인구가 줄고 생산력이 떨어지며 개발수요마저 감소, 도시마다 낙후 일색이다. 지방소멸의 위협이 갈수록 심각하다. 그동안 국가의 국토균형개발정책은 말뿐이었다. 국가시책에서 늘 후순위 자리였다. 그 결과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의 역전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이제라도 지방을 살릴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국토 전체가 공멸하는 위기를 맞을지 알 수가 없다.

2020-01-15

CES 대구경북 공동관 운영이 상생경제 모습이다

“미래를 보려면 CES에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 CES는 세계 최고의 혁신기술 경연장이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는 세계 160개국 4천4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참가업체들은 저마다 혁신기술을 선보이며 기술 격변기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전시회 참가했던 사람들은 흡사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390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1만명이 참관하는 등 세계 첨단 기술개발에 대한 한국기업의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우버사와 협업해 선보인 실물크기의 플라잉카와 5G 기반의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력 등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아 한국이 IT 선진국임을 과시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47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참가해 선전을 했다는 소식이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원 아래 대구경북업체의 공동관 운영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통한 성과도 많았다 한다. 대구업체 25곳이 전시회 기간 동안 164만 달러 상당의 현지 계약을 체결했고, 경북의 22곳은 350만 달러의 계약 성과를 냈다.대구소프트웨어 기업 우리소프트가 선보인 인지재활진단용 3D게임 ‘뉴로월드’와 비접촉자전거용 충전발전기를 만든 위드어스가 CES 혁신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특히 권영진 대구시장과 경북도 전우현 경북도 경제부지사 등 일행은 현지에서 지역 기업의 활동을 직접 도와 호평을 받았다. 현지에서 대구경북 상생협력 간담회까지 개최, 대구와 경북의 경제 상생 분위기를 이어갔다.대구경북업체들은 기술력은 있으나 중소기업이라는 취약성으로 그동안 해외 마케팅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점을 대구시와 경북도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힘이 된다. 대구경북 통합론 속에 CES에서의 두 기관 간 상생경제 협력은 기업간 교류로 이어지는 물꼬가 될 수 있다. 이번 CES 참가를 계기로 대구와 경북의 상생경제의 폭이 더 넓혀져야 한다. 서울 대전 등 전국의 8개 자치단체가 CES 현장을 찾아 4차 산업시대의 생존전략을 모색했다고 한다. 대구경북 상생협력의 힘이 더 필요한 때다.

2020-01-14

아쉬운 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국민에 ‘희망’ 못 줘

문재인 대통령의 14일 신년기자회견은 형식은 무난했으되 국민에 뚜렷한 희망을 주지는 못한 이벤트였다. 특히 청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해온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한 배경에 대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입장만을 두둔한 앵무새 답변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를 비롯한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듣고 싶어했던 반성과 다짐이 빠진 대목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문 대통령 회견을 평가하는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확실한 변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다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서 “담대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진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검찰개혁, 국민통합 등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폭 넓은 대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차라리 청와대 참모들을 모아두고 주입식 교육을 하든가, 친문 팬클럽행사를 여는 게 나을 뻔 했다”면서 “‘자화자찬’, ‘현실도피’, ‘남 탓 일관’이란 평가를 받았던 대통령 신년사의 복사판”이라고 혹평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반성은 없고, 망상만 있는 대통령의 ‘신념(信念) 기자회견’이 아닐 수 없다. 가관이다”라고 비판했다. 새로운보수당 권성주 대변인은 “이벤트사 청와대가 기획하고 몽상가 대통령이 앵커가 된 대국민 가짜뉴스 주입이었다”고 비판했다.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꼭 밝혀야 했던 부분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으로 대표되는 전반기 경제정책과 탈원전 등으로 인한 경제실패에 대한 자성과 대안 제시였다.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측면이 커지고 있다”는 종래의 화법을 반복해 똑같은 레코드판을 틀어놓은 것 같은 답답함을 남겼다. 심지어는 경제난과 관련해 언론 탓, 야당 탓을 하는 대목은 실망스러웠다. 겨우 연례행사로 하는 회견 쇼를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중구난방 물어보는 정도의 소통으로는 선진 민주국가를 입증할 수는 없다. 수시로 기자들 앞에 나서서 허심탄회하게 국정 현황을 밝히는 대통령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2020-01-14

대구·경북 노령화,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대구와 경북의 노령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늙어만 가는 우리 지역을 마냥 두고만 바라볼 것인지 답답하다. 통계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젊은이가 떠나는 노령화 도시라는 자조만 하고 있을 것인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대구와 경북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122만7천94명으로 집계됐다. 대구 56만1천258명, 경북 77만1천746명이다. 대구경북 전체 인구 510만3천867명(대구 243만8천31명, 경북 266만5천836명)의 24% 수준이다. 전국 평균 22.8%보다 높았다. 만나는 사람 4명 중 1명이 노인인구인 셈이다. 평균 연령도 대구는 42.9세, 경북은 45.6세로 전국 평균 연령 42.6세보다 모두 높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으로 대다수 지방이 비슷한 인구분포를 보이고 있다지만 이 문제를 이젠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만 없다. 지금처럼 노인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 대구는 인구 240만명선도 곧 무너질 게 뻔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새겨 지방은 지방대로 중앙은 중앙대로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인 인구 증가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더불어 젊은이의 지방도시 이탈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를 붙잡을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방은 생산성 추락은 물론이요 모든 도시가 활력 없는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머잖아 내 고향이 소멸하는 현상을 직접 목격하는 불행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행안부 조사에서 그나마 평균 연령이 낮은 세종시와 울산, 대전 등은 공직자와 산업인력 비중이 비교적 높은 곳이다. 젊은이를 불러들일 지방정부 단위의 대책 마련이 급하다.중앙정부의 역할은 더 막중하다. 지난해 연말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역 인구가 비수도권 14개 광역단체 인구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국가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수도권 비대화가 초래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감내해서는 안 된다.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고 수도권괴 비수도권이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 지방은 인구문제에 관한한 비상상태다.

2020-01-13

선거연령 18세 하향… 부작용 차단에 만전을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해 실시하는 총선을 3개월 앞두고 교육현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높다. 중앙선관위도 “국회의원 선거를 90여일 앞두고 입법 공백으로 인해 입후보 예정자와 유권자의 혼란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정치권에 입법 보완 논의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국민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은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도입된 선거연령 하향이 혼란을 빚지 않도록 부작용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만 19세가 돼야 선거권을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였다는 측면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은 불가피한 변화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우리도 만 18세 청소년들도 선거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 유권자가 56만 명 가량 늘어나고, 이 가운데 10% 정도는 당장 4·15 총선에 참여할 수 있다.만 18세의 연령대 대다수 학생들은 입시교육에 매몰돼 있다. 올바른 정치적 판단력을 갖기에는 정보도 태부족하고 사고력도 여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마땅한 교육기회도 있지 않았다. 더욱이 일선 학교에는 정치편향으로 곧잘 문제를 일으키는 전교조 교사들이 수두룩하다. 그동안 교사의 정치편향적 발언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란도 이어졌다.선관위는 ‘초·중등학교에서 예비후보자 명함 배부 금지 여부’, ‘초·중등학교에서 연설 금지 여부’, ‘초·중등학교에서 의정보고회 개최 금지 여부’, ‘공무원의 지위 이용 선거운동 금지 조항 등에 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 등에 대해 입법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이제부터라도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정치·사회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 현안, 정치 이슈에 대해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토론하고,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주장의 옳고 그름, 공약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교육현장이 죽기살기식 이념 논쟁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장치가 철저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서둘러 해야 한다.

2020-01-13

포항, 배터리 산업 선도도시로 우뚝 서야

지난주 포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와 포항시, GS건설이 배터리 리사이클링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GS건설은 투자협약에 따라 2022년까지 1천억원을 투자해 영일만 4산업단지에 12만㎡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이 공장이 완성되면 연간 4천500t의 니켈과 코발트, 리튬, 망간 등의 유가금속을 생산하게 된다. 또 일차적으로 300명 규모 일자리도 새롭게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포항시는 지난해 7월 영일만 산업단지와 블루밸리 산업단지 등 2개 지역이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이후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의 투자 결정이 있은 데 이어 이번에는 GS건설이 배터리 공장을 설립키로 함으로써 이른바 배터리업계 빅3 기업의 유치가 이뤄지는 호재를 만났다. 전국 14개 규제자유특구 중 가장 규모가 큰 투지가 이뤄져 포항은 이제 배터리 분야의 전국 1번지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철강도시로 성장해 온 포항의 또다른 변신이라 풀이되는 대목이다. 배터리 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불린다. 매년 40% 이상 성장세를 보이는 장치산업이다. 장차는 반도체 산업을 능가할 것이라고도 한다.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산업이 대세로 등장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 개발이 향후 메이커의 생존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수요 폭증과 함께 배터리 산업의 성장은 필연적 코스다. 업계가 올해를 배터리 산업의 성장 원년으로 보고 있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포항은 지난해 포스코 그룹이 이차전지 소재 연구센터를 문 열면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포항은 소재(양극재·음극재)-배터리-리사이클로 이어지는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제대로 완성하게 된다. 명실공히 배터리 선도도시로서 면모를 모두 갖춘다는 뜻이다. 지진 발생 후 포항시는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철강산업 부진이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꼴이다. 이때 배터리 산업의 지역 정착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모처럼 돌아온 호기를 살리는데 총력을 쏟아 포항이 전국 최고의 배터리 선도도시로 우뚝 서게 해야 할 것이다.

2020-01-12

4월 총선관리, ‘기울어진 운동장’ 불안 씻어내야

4월 총선을 저만큼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의원-국무위원 겸직 인사가 무려 12명에 달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권부의 핵심인 청와대 출신 70여 명이 무더기로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장악한 내각과 청와대에 줄을 댄 인사들이 떼로 총선에 나서면 그 선거가 온전하겠느냐는 걱정인 것이다. 공정선거를 해치지 않을 분명한 대책이 요구된다.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의원직을 가진 장관(국무위원)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6명으로 선거관리 중책을 맡은 법무부(추미애), 행정안전부(진영), 18세에 선거권이 부여된 상황에서 교육부(유은혜) 등에 포진하고 있다”면서 “이 정권이 진정 선거 중립 의지가 있다면 모두 의원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벌써부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근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과 함께 자기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을 두 차례나 방문해 선거 중립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문재인 청와대 참모진이 21대 총선에 대거 출사표를 던진 것도 공정선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석비서관급부터 비서관, 행정관까지 ‘문재인 청와대’ 꼬리표를 단 출마자가 줄잡아 70여 명에 달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21대 총선 선거대책본부가 되고 말 것이라는 공세까지 펼쳐지는 상황이다.공정선거에 대한 의구심의 뿌리에는 작금에 노정된 지난 2018년 울산선거 부정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의혹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청와대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을 움직여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의 측근인 현 송철호 시장의 당선을 위해서 청와대가 공약자료를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판이다. 여당 소속 정치인 겸직 장관이 12명이나 되고, 청와대 출신들이 출마 러시를 이루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 퍼지는 ‘불공정’ 걱정은 당연하다. 정부 차원에서 우려를 씻어낼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마땅할 것이다.

2020-01-12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로 포항경제 활로 찾아야

이강덕 포항시장이 신년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영일만 횡단대교는 포항의 숙원이자 포항시가 지향하는 환동해 중심도시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갖춰야 할 필수적 인프라다. 이 사업은 2008년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최초 거론됐으며 그것이 벌써 10년의 세월을 넘겼다. 2009년 예비타당성 조사에 겨우 포함되면서 정부의 검토사업으로 올라갔다가 또다시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수도 없이 겪었다. 지난해는 정부가 발표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에서 탈락하면서 이 사업은 아직까지 10년 넘게 표류 상태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남해안고속도로가 완공된 지 수 십년이 지난 것에 비교하면 동해안고속도로에 포함된 영일만대교 사업은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도 심한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동해안고속도로의 포항∼영덕구간 공사가 2023년이면 완공될 예정으로 있다. 이 도로와의 연결점이 되는 영일만대교가 확정되지 않으면 동해안고속도로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단절된 동해안고속도로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할 사업이다. 포항시가 국가사업에 포함시켜 달라는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의 당위성은 대략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포항에서 대륙으로 연결되는 아시아고속도로의 출발점으로서 반드시 있어야 할 인프라인 점. 그리고 북방교역을 위한 물류이동 수단으로 기능도 당연히 기대된다. 또 영일만 횡단대교는 동해안 관광산업을 촉진할 수 있는 촉매제로서 큰 장점이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은 침체에 빠진 포항의 경제를 진작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영일만대교 건설은 포항지진특별법의 의도를 살리고 현실화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사업이다. 또 영일만대교를 포함한 동해안고속도로 건설이 이뤄진다면 국가간선도로의 U자형 고속도로망이 완성돼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올해 포항시는 지속 발전 가능한 포항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배터리산업을 진흥시켜 새로운 경제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영일만대교 건설이 확정된다면 포항의 경제는 금상첨화 꼴이 된다. 올해는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을 국가사업에 포함시키는데 모두가 전력 투구해야 할 것이다.

2020-01-09

윤석열 사단 초토화…‘검찰개혁’ 역행 우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전격적인 검찰 고위급 인사가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주저함이 없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모조리 잘라낸 이번 인사는 형식과 내용 모두가 전례 없는 파격이라는 점에서 논란거리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이라는 ‘검찰개혁 제1원칙’을 파괴한 이번 인사는 명분도 정당성도 미미하다. 국익을 위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지 청와대와 법무부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검사장급 이상 32명에 대한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의 참모들 모두가 전보 발령돼 ‘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지방으로 전보됐다.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 정권이 노골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은 셈이다.정치적인 상황에서 이번 인사 단행은 충분히 예고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인사 작업을 주도한 책임자들이 일제히 검찰의 수사 대상이고, 인사 결정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논란거리를 남겼다.추 장관은 과거 장관들과 달리 윤 총장의 인사 의견을 듣기 위한 별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 특히 검찰인사위원회 시작 30분 전까지 법무부로 오라고 호출하는 등 치졸한 행태를 보인 점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시행돼 지켜오던 전통과 관련 검찰법까지 무시한 것을 보면 ‘현 정권 수사 무력화’라는 목표가 발등에 떨어진 화급한 불이라는 여권의 인식을 반증한다.윤 총장은 추 장관의 검찰 인사 뒤 대검 간부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나도 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적폐청산 때 피의자 신분의 전직 장군과 검사·변호사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수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번 사태가 훗날에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성장통이었다고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2020-01-09

통합신공항 결과 승복으로 유종의 미 거둬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후보지 선정을 위한 투표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지 유치에 나선 군위군(군위 우보)과 의성군(의성비안, 군위 소보)의 관심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이라는 점에서 대구경북민 모두가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지역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 과열된 현지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냉정하고 차분한 심정으로 끝까지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간부회의에서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 이후 지역 간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주민투표가 끝난 뒤 지역갈등이 야기돼 도민화합을 해치고 신공항건설 사업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경북도는 “중립적 입장에서 투표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역 최대 현안의 완성을 위한 공직사회의 빈틈없는 준비와 최선을 요구한 것이다.오는 21일 실시되는 통합신공항 후보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는 사업의 중요성도 크지만 지역민의 민주적 자치 역량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된다. 10조원이 넘는 공항이전 사업이 가져올 미래적 가치에 대해 지역사회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수용하는지 여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당군민 뿐 아니라 경북도와 대구시 등의 대응력도 함께 평가를 받게 된다. 통합 신공항 최종 후보지 결정은 숙의형 시민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해 이전부지 선정 기준을 만드는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 지역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민주적 방법에 의해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대구시 신청사 건립부지 선정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결론을 내려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랜 시간을 끌어 왔던 통합신공항 후보지 결정도 유종의 미를 함께 거두도록 노력을 하여야 한다. 특히 민주적 과정을 거쳐 내린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된 주민 의식이 필요하다. 후보지에 탈락되더라도 지역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는 용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지방자치 정신에 부응하는 성숙한 시민의 모습인 것이다.

2020-01-08

황교안, ‘용단’의 리더십 입증할 시점이다

‘보수대통합’을 추구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고민이 깊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이른바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려던 황 대표는 당내 친박계의 반발에 막혀 주춤거리고 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조건이 가장 커다란 돌부리다. 황 대표에게 버릴 것과 챙길 것을 분명하게 가려내야 할 결단의 시간이 닥치고 있다. 유승민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새집을 짓자’로 요약된다. 황 대표가 이 조건을 수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당내 친박계가 황 대표에게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탄핵’을 찬성한 유승민을 비롯한 새로운보수당 정치인들에 대해서 물불의 거부감을 갖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강성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황 대표에게 연락해 “유승민 의원에게 안방을 다 내줬다간 광장에 나온 사람들이 다 짐 싸서 돌아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3원칙을 수용한다는 뜻은 명확하지만 시기나 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당내의 복잡한 분위기를 전했다.황교안 대표는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대표와 가진 35분간 비공개 회동에서 “당내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있어 의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 대표는 회동 후 새보수당 의원들에게 “황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공동대표 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더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당 밖에 통추위를 구성한 뒤 ‘보수재건 3원칙’을 공개 천명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접점을 찾진 못했다.이제 공은 확실하게 황교안에게 넘어가 있다. ‘보수재건 3원칙’은 굳이 유승민의 통합조건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동안 황교안은 두 마리 토끼에 다 미련이 있어서 우물쭈물하는 ‘우유부단’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틀림없다. 지금은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버릴 줄 아는 용기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심의 소재를 깊이 헤아린 황교안의 용단이 필요하다.

2020-01-08

쪼개기 건축의 편법 영업, 처벌이 약하다

포항시내 일부 대형마트가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건물을 쪼개 건축하고, 영업해 온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행정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해당 업체에 대해 계고장 발부 등 행정조치에 나섰으나 정작 이들 업체는 당국 조치조차 무시, 배짱 영업을 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으로서 준법정신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도덕적 의무감조차 보이지 않은 몰염치한 행위라 할 수 있다.포항시 남·북구청에 따르면 포항시내 흥해읍 등 세 곳의 대형마트들이 모두 건물을 나란히 지은 뒤 관할행정 관청으로부터는 별개 건물인 양 승인받고 통로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불법적 영업을 해 왔다고 한다. 건물을 따로 짓고 통로에서 영업을 함으로써 사실상 한 건물로 사용할 수 있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는 건축면적이 1천㎡를 넘으면 소방안전시설 및 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돼 주변의 빈축을 사고 있다. 포항시내 대형마트 3곳이 이 같은 방법으로 건축허가가 난 것도 수상한 일이지만 만약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철저한 실태조사 및 행정조치가 있어야 한다.최근 행정당국이 본지 보도가 나간 후 통로시설 등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마트는 여전히 통로에서 불법영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마트는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쪼개기 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지적됐던 안전 불감증은 이런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전에 당국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를 사후약방문식으로 끝냈던 사례들을 그동안 우리는 자주 목격했었다. 당국의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 대형마트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영업시설이다. 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지키는 것은 필수다. 당국이 눈감아 줄 일도 아니다. 해당 업체는 지금이라도 확대 영업을 하려면 정상적으로 증축 신고를 하고 소방시설 등을 추가 비치하여야 한다. 철저한 법규준수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

2020-01-07

대통령 신년사, ‘자성’ 없는 자화자찬 아쉬워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신년사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실정에 대한 ‘자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평소처럼 일부 유리한 통계만을 앞세워 경제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화법은 현실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했다. 특히 통수권자로서, 진영논리에 갇혀 갈가리 찢어진 민심을 쓰다듬을 통합·협치의 의지가 보이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남북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추진할 남북 협력과제로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이 도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또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연간 노동시간이 2천 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다”고 자랑해 비현실적인 경제정책으로 피폐의 늪에 빠진 다수 국민의 심사를 후벼팠다.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청와대 비서실이 온통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어 있고,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통령 본인까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이 일언반구도 없다는 사실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론 분열의 핵으로 작용하면서 제1야당을 철저하게 패싱하는 변칙정치가 횡행하는 정치환경에 대한 처방도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 또한 참담하다.문 대통령의 “올 한 해, ‘확실한 변화’로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공수처법’을 거론하며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주장이 현존하는 권력 모두에 공정하게 적용되는 인식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민을 위하는 겸손한 ‘고백’을 바탕으로 참신한 ‘희망’을 길어 올리지 못한 대통령의 신년사에 유감을 표한다.

2020-01-07

가계·자영업자 빚 2천조 돌파…정부 해법 뭔가

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빚 합계가 사상 처음으로 2천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가계신용(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등)과 자영업자 대출을 합한 금액이 석 달 전보다 1.5%(28조8천억 원) 늘어 2011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굳이 통계치를 보지 않더라도 골목골목에 폐업하거나 기진맥진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불을 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오늘날 경제 난국의 원인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허점에서 찾는다. 특히 자영업 생태계가 초토화한 원인으로 과도한 최저임금 상승을 지목한다. 사회안전망 제도가 미비한 한국에서 자영업 창업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구조다. 그런 특성을 무시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추진하는 바람에 자영업이 붕괴하며 중산층도 축소·약화했다는 지적인 것이다.시거든 떫지나 말랬다고, 정부가 자꾸만 유리한 통계만 들먹거리면서 ‘경제가 괜찮다’고 우기는 대목에선 국민적 분노가 폭발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복지정책 확대가 빈부 격차를 줄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소득 격차가 줄어든 것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고소득층 소득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을 대뜸 알게 된다. 소득분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4대 보험 가입률 증가 등을 들며 ‘노동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도 형편없는 궤변이다. 폭증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 억지춘향이로 4대 보험에 가입하는 일로 늘어난 가입자 통계를 그렇게 야릇하게 써먹고 있으니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작년 9월 현재 기업대출 부문에 들어가는 자영업자 대출은 438조7천억 원으로 3.0%(12조8천억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기업대출 부문의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670조6천억 원으로 2.5%(16조3천억 원)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총액 증가율은 가계신용 증가액(1.0%)을 크게 웃돈다. 지금이라도 면밀한 분석과 함께 기존 대책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 생태계 붕괴를 막을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2020-01-06

TK 재경학사 없어도 인재양성 한뜻 모아야

대구시와 경북도가 서울에서 공부하는 지역출신 대학생을 위해 계획했던 기숙사 건립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한다. 대구시의 미온적 움직임과 기숙사 건립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출신의 대학생을 위한 재경학사 건립은 이미 10년 전부터 논의돼 왔던 지역 현안사업이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고 애향심 고취를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지역의 여론도 든든한 편이었다. 특히 이 사업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으로 추진할 상생사업으로는 제격이다. 상생효과도 기대되는 분야다.그러나 경북도내 학생의 대구 유학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대구시가 은근슬쩍 빠져나감으로써 공동사업 추진이 그동안 지지부진해 왔다. 2018년에는 경북도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뜻도 밝혔으나 사업 타당성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옴으로써 또다시 사업추진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이 사업은 장가화되거나 아니면 사실상 무산된 거나 다름없어 보인다.호남지역을 비롯 전국의 지자체 다수가 서울 학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아쉬운 점도 있다. 광주·전남, 전북, 강원 등 전국 8개 지자체는 서울학사 운영을 통해 지역인재의 학습의욕을 고취하고 애향심도 전파하고 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인재육성의 성과도 얻고 있다고 한다.자치시대를 앞두고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역 우수인재의 역외 유출을 막는 측면에서 보면 꼭 재경학사 건립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또 재경학사 건립으로 지역출신 학생 다수를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효과면에서도 다소 문제는 있다.하지만 재경학사 건립의 취지를 살리는 방법은 별도 검토되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학사건립이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인재육성 정책을 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치면 더 효율적 인재육성 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타 시도와의 형평성도 고려되는 것이 옳다. 지역출신 인재에 대한 투자는 대구경북민의 관심이자 애정이다. 대구·경북의 발전과 상생이라는 대의명분 아래서 문제를 푸는 새로운 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2020-01-06

윤석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덫에 빠지나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 조기인사가 태풍의 핵으로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추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일단 부인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바야흐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덫 앞에 서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 ‘적폐 수사’라는 명분으로 최고의 칼잡이 기술을 행사했던 윤 총장의 처지를 놓고 걱정하는 민심이 늘고 있다. 추 장관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탈(脫)검찰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시중에는 ‘검찰개혁’이라는 용어와 ‘민주적 통제’라는 용어의 의미를 놓고 갖가지 논란들이 나돈다. 검찰개혁의 으뜸 과제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검찰’이라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지금 검찰을 적폐로 볼 수는 없지 않으냐는 반론도 있다.‘민주적 통제’라는 말에 대해서도 법무부가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검찰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민주적’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이견이 있다. 그 어떤 개혁도 기관 조직 스스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혹여, 정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이 수십 년 전에 겪었던 가혹한 수사기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복적 행태일 수도 있다는 의심도 있다.문 대통령이 신년 합동인사회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따라 권한을 다 하겠다”고 한 말이 주목거리다. 추 장관의 건의 방식으로 윤석열 총장의 수족들을 ‘영전’이라는 포장술을 동원해 정리함으로써 검찰총장을 무력화(無力化)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난다면, 민심은 또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도 관심거리다.작금 이 나라 사법행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급변이 ‘검찰개혁’이 아니라, 불순한 ‘검찰 장악’으로 매듭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정권 초기 ‘권력의 사냥개’였던 검찰이 지금은 적폐의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 기이하다. 대한민국 검찰이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결정적인 시험이 시작됐다.

2020-01-05

대구공항 이용객 증가, 지속적인 활성화 조치 필요

지난해 대구공항 이용객 수가 전년에 이어 또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공항 이용객 수는 국내선 209만명, 국제선 257만명 등 모두 466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06만명보다 13%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국제선은 지난해보다 48.6%나 증가해 대구공항의 국제화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한일 간 무역분쟁으로 일본 여행객이 줄면서 모처럼 맞은 대구공항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했으나 다행히 목표 이상의 실적을 올려 고무적이다.지난해는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 빚어지자 일부 저비용항공사가가 수익성을 이유로 대구공항 노선을 대거 철수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그러나 대구시가 국제노선 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을 벌여 이를 커버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성과라 할만하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대구공항을 이용한 일본 관광객은 90만 명 선으로 전년보다 10만명 이상 줄었다. 반면에 베트남과 대만 등의 수요를 불러들임으로써 전체적으로는 공항 이용률을 증가시킨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대구공항은 2004년 KTX 개통으로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들어 한때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대구국제공항 활성화 조례 제정과 저가항공사 유치, 동남아 노선 개발 등 대구시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2014년에는 해외 노선만 21개 도시에 달하기도 했다. 대구공항이 군 공항과 함께 쓰는 민군공항임에도 이처럼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저가항공사 유치 등 공항 활성화를 위한 대구시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배치나 한일관계 등 불리한 여건에도 지속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대구경북 500만 주민의 하늘길로서 입지가 공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이 21일 입지가 결정되면 이제 본궤도에 오른다. 완공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공항 활성화를 그때까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구공항에 대한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이다. 이용객을 위한 각종 서비스에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대구공항의 활성화를 잘 키워가는 것이 신공항 건설의 동력이 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20-01-05

2020년 대구경북 상생 원년의 길로

대구와 경북의 상생·협력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2020년 신년 해맞이 행사를 포항 호미곶에서 함께 했다. 매년 자치단체별로 치러지던 신년 해맞이 행사가 올해는 두 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한 것이다. 호미곶 행사를 끝낸 두 단체장은 이어서 대구 앞산 충혼탑을 방문, 대구지역 구청장 등 80여 간부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참배도 함께 올렸다. 단순히 신년 해맞이 행사의 공동 의미를 넘어 두 단체장이 보여준 신년 행보는 올해 대구경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지난해 12월 이 지사는 대구경북 통합론을 공식, 제안했다. 그것도 두 차례 걸친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통합단체장을 뽑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대구 경북이 통합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칠 만큼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그래서 두 단체장의 신년 행보는 통합이라는 결과보다는 지금은 상생과 협력이라는 과정에 더 무게를 둔 걸음으로 보아야 한다. 대구와 경북이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상호 협력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대구경북의 발전을 견인하자는 뜻이다. 특히 입지 결정을 앞두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은 두 단체의 통합 상생론에 큰 모티브를 제공했다. 통합 신공항의 성공은 대구와 경북이 함께 세계로 뻗어나가는 동력이 된다는 인식이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고집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이 지사는 대구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영일만항을 두고도 대구를 내륙도시로 본다는 생각부터 바꾸자고 했다. 대구와 경북이 힘을 모으면 두 지역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가진 경쟁력 있는 국제적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대구경북 관광의 해다. 대구와 경북이 상생과 협력을 통해 지역의 관광산업을 진작할 좋은 기회다. 두 광역단체가 손을 맞잡고 열심히 달리면 올해는 대구경북이 상생을 기조로 새로운 전성시대를 여는 원년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두 기관은 상생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 왔다. 절반이 넘는 시도민도 행정통합에 동의한다고 한다. 두 단체장의 노력이 대구·경북의 통합의 밑거름이 되는 해가 되길 기원한다.

2020-01-02

보수통합, ‘가치재정립’에서부터 풀어야 성공

지난 연말 ‘다수의 힘’을 뼈아프게 경험한 보수정치인들이 새해 벽두에서부터 ‘통합’ 의지를 피력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이 새해 첫날 보수대통합 추진 의지를 각각 밝혀 관심이 쏠린다. 오는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민심 쟁취를 위한 대회전을 벼르고 있다. 아무리 통합이 급해도 제대로 된 ‘가치연대’, ‘가치통합’이 아니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정치집단의 통합 내지는 연대는 철저하게 ‘가치’ 중심으로 추구돼야 한다는 원칙은 바른미래당의 사나운 내부분열 현상에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2년 전에 결혼을 잘못해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은 절절한 깨달음의 산물로 들린다. 손학규의 ‘중도’와 유승민의 ‘중도’ 사이의 거리가 멀고도 멀다는 사실이 뒤늦게 입증된 셈이다.그렇다면 지금 시점에 ‘통합’을 말하는 황교안의 ‘보수’와 유승민의 ‘보수’의 거리는 어떨까. 예감컨대 두 사람이 말하는 ‘보수’ 역시 쉽사리 통합을 말해서는 안 될 만큼 먼 거리에 있지 않을까 싶다. 황교안은 자기가 설계하는 이른바 ‘보수 빅 텐트’ 안에 유승민이 얌전하게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유승민은 통합의 원칙으로 밝힌 ‘가치혁신’ 설계에 동의하지 않는 한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신념인 듯하다.해외에 있던 안철수가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새로운 변수도 발생했다. 안철수의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가 중도보수 정치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은 무시하기 어렵다.현 상황에서 ‘보수대통합’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황교안의 용단과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수구꼴통’ 이미지가 청산되지 않는 한 통합은 공염불이다. 아니, 어설프게 통합 쇼를 벌였다가는 더 큰 분란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보수통합’의 성패는 여전히 중도 민심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성토만으로 확보할 정치 공간은 좁디좁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재정립’을 통한 비전 공유가 먼저다. 산술적 더하기 게임에 머무는 어설픈 껍데기 통합은 ‘보수 폭망’의 지름길일 따름이다.

2020-01-02

靑, ‘불구속’을 ‘무죄’로 인식하는 오류 시정해야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국가적 중대사들이 변곡점을 형성하고 있다. 극심한 논란을 빚은 선거법과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강행 통과됐다. 나라를 분열시킨 ‘조국 사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불구속 기소과정을 거치고 있고, 이른바 ‘하명 수사’ 의혹의 키맨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어느새 불법에 연루된 권력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놓고 인식의 오류가 만연하는 야릇한 분열증이 일상화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청와대와 여권은 또다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정무적 결정에 따라 통상 업무를 수행했음을 여러 번 밝혔다”며 의기양양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도 “검찰권의 남용과 무리한 수사를 감안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고 논평했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조 전 장관을 불구속으로 기소하자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칠언절구를 썼다. ‘태산이 울고 흔들렸는데 쥐새끼 한 마리 나왔다’는 비아냥이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고 검찰을 겨냥하기도 했다.조국 전 장관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게 아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결정문 전문에는 ‘범죄혐의가 소명됐다’고 분명히 적혀 있고, 판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발표문에는 ‘죄질이 좋지 않다’는 대목마저 있다. 불구속 기소이기는 해도 무려 11개의 혐의가 적시돼 있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신이 나서 검찰을 물어뜯으며 희희낙락하는 것인가. 청와대가 이러고서야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법치’를 말할 것인가. 국민을 또다시 패 갈라 싸우게나 만들 따름인 이 같은 후안무치는 근절돼야 한다. 청와대의 어이없는 반응에 ‘미쳤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일갈이 눈에 띈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가 나라를 망친다.

2020-01-01

포항시 올해는 안전도시로 거듭나자

포항지진특별법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2년 1개월 만이다. 비록 늦었지만 포항시와 포항시민 모두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이제야 지진 피해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모두가 한시름 놓고 있는 분위기다.새해에 시행될 포항지진특별법의 본질은 두 가지가 주요 목적이다. 포항지진 진상조사와 피해 구제다. 그동안 포항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이 호소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차원의 실제적 지원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특별법을 근거로 해 피해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정부가 지원하게 된다. 또 포항시 경제 활성화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도 법령으로 정해져 침체에 빠진 포항시 경제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알다시피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포항시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주었다. 건물 붕괴와 같은 물리적 피해는 물론이요, 시민이 받아야 할 정신적 고통과 도시 이미지 손상 등 무형의 손실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특히 지진도시라는 오명을 덮어쓰면서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며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급격히 감소해 도시 경쟁력이 크게 추락한 상태다. 이번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런 제반의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포항시는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로 준비에 나서야 한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 문제를 포함, 포항시민이 받은 지진피해를 보듬어주는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특별법이 만능이 아닌 만큼 주민의 의견을 잘 수렴해 특별법 시행령 제정에 옳게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특별법으로 인한 피해구제의 효율성을 올리는 것도 포항시의 준비와 노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개별보상과 함께 포항의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올해는 포항시가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역경제가 잘 돌아가고 관광객으로 도시가 활기가 넘치는 등 신바람 나는 포항의 모습을 보여야 특별법 통과를 간절히 바랐던 시민의 뜻이 제대로 성취되는 것이다.

2020-01-01

경제단체장들의 ‘눈물 신년사’ 외면 말아야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2020년을 맞는 신년사에서 일제히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장들은 한목소리로 현재의 우리 경제를 ‘위기’로 진단했다. 특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인터뷰에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이 상시화했는데 되풀이되지 않게 사회가 막아야 한다”며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단체장들의 간곡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낡은 규제,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길을 터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국가 최우선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밝혔다.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제 우리 수출은 기존의 성장모델만으로는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없으며 성장의 패러다임을 물량에서 품질·부가가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엄중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소기업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신년인터뷰가 눈에 띈다. 그는 출입기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구조적 장벽 때문에 성장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진단하고 “모든 법·제도, 기득권 장벽을 다 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 전체로 보면 변화가 크지 않다”면서 국회의 입법 미비,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과 민간 규제, 신(新)산업과 기존 기득권 집단 간 갈등 등을 그 이유로 짚었다.실물경제를 주도하는 경제인들과 경제전문가들이 경제를 망치고 있는 요인으로 ‘정치의 과도한 개입’을 으뜸으로 손꼽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 총수들이 제발 건드리지만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새해에는, 추락하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과도한 규제 먹구름을 혁명적으로 걷어내는 감동적 조치가 단행되기를 고대한다. 경제회생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숙제가 아니다.

2019-12-30

대구 건축물미술작품 셀프심사, 제도 보완해야

대구시가 운영하는 건축물미술작품 심사제도가 심의위원의 작품 출품을 허용하는 등 제도상 맹점 때문에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심의위원의 불참을 전제로 심의위원 작품의 출품을 허용한다지만 사실상 셀프 심사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다. 최근 우리사회가 공정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하면 제도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문제다.현재 대구시는 건축물미술작품 심의위원으로 전문가와 일반시민 등 50여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심의 때마다 10명 안팎의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되 해당 심의위원에 포함되지 않은 심의위원의 작품 출품은 허용한다고 한다. 서울·경기 등에서는 심의위원의 작품 출품이 금지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심사의 공정성뿐 아니라 미술품 설치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설치되거나 비슷한 소재와 모양의 미술장식품이 등장, 신선감을 떨어뜨리는 등 도심 미관을 살리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건축물미술작품 설치가 의무화된 1995년 이후 전국적으로 1만 6천여 건의 작품이 설치됐으나 대구의 경우 작품성으로 건축물이 돋보이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미술장식품이 조성되고 나서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 문체위 소속 이상헌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조성된 미술작품 1천982개 가운데 40%가 특정 작가에 집중적으로 수혜가 간 것으로 드러났다.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장식품은 미술문화 장려와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수준 높은 미술품을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적 사업의 일환이다. 최근 부산시는 공청회까지 열고 대형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작품의 선정 및 심의의 투명성 높이기에 나섰다고 한다. 대구시도 대형건축물 미술작품이 대구시 이미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깨닫고 제도 운영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또 설치 미술품의 사후 관리는 물론 타 도시보다 높은 수준의 미술품이 설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12-30

‘돌연변이 공수처’ 설치는 검찰 개혁 아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안 처리문제로 지지고 볶아온 여야 정치권이 마지막 격돌을 앞두고 있다. ‘4+1 협의체’는 막판에 ‘지역구 유지’라는 꾐수를 동원해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이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치른 공수처법안의 강행처리 수순이다. 독소 조항들을 슬쩍 끼워 넣은 공수처법은 아무리 보아도 ‘검찰 개혁’과는 거리가 먼데, 단지 ‘대통령의 뜻’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연동제 받아주고, 공수처법 밀어주는 공공연한 바꿔먹기 거래로 뭉친 ‘4+1 협의체’라는 전무후무한 정치권의 짬짜미가 마지막 활극을 모색하고 있다. 누더기 선거법 강행처리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만능 칼’ 공수처법은 보통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니다. 더욱이 막판 어수선한 틈을 타고 스리슬쩍 끼워 넣은 야릇한 조항들은 기가 막힌다. 도대체 이런 야바위놀음이 어디에 있나.주승용 국회부의장에 이어 ‘4+1’ 협의체에 포함된 바른미래당 당권파 소속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공수처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0일로 예정된 공수처 법안 본회의 표결에서 판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 공천권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반대 의사를 품었어도 대열이탈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여당은 공수처장 선임의 독립성이 확보됐다고 우기는 건 거짓말이다. 결과적으로 여당 추천 1명, 야당 추천 1명으로 후보가 올라가게 돼 있다.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할 것인지는 불문가지 아닌가.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수두룩 수사 검사로 들어갈 수 있게 해놓은 것도 모자라서, 검찰이 공직자 수사 정보를 초기부터 무조건 공수처에 보고하도록 끼워 넣은 대목은 더 문제다. 대검찰청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변종 검찰’로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음모가 역력한데, 여당 정치인들이 이런 ‘돌연변이 공수처’를 ‘검찰 개혁’이라고 욱대기는 모습은 참으로 역겹다. 검찰 개혁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정치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무소불위의 새로운 검찰을 또 만드는 게 어찌 답이 될 수 있다고 우기는가 이 말이다.

2019-12-29

대구경북통합 쉬운 것부터 준비하자

대구와 경북을 통합하자는 의견이 공론화장에 올랐다. 대구경북은 원래 한 뿌리고 지방도시가 안고 있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미래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 논리 근거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23일 아시아포럼에 이어 26일 송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거듭했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대구경북 통합을 주장해와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광역단체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사실상 공론화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 큰 이슈다. 향후 추진 상황에 따라 지역은 물론 중앙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이 지사는 “권영진 대구시장도 통합에 동의한다”며 통합론에 대해 양 단체장 간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도 밝혔다. 대경연구원에 통합로드맵을 의뢰할 것이며 2021년까지 통합을 마무리해 2022년 지방선거에 통합단체장을 뽑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지사의 대구경북통합 제안 배경에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감이 내재돼 있다. 대구와 경북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있는데 대한 대응책으로 통합이 적절한 돌파구라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불과 20여년 만에 청년인구만 70만명이 빠져 나갔다. 포항제철과 구미공단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지에서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젊은이가 빠져나간 이곳은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지방소멸이란 위기가 닥쳐와 있다는 것이다.거대한 수도권 집중에 대응키 위한 대구경북 통합론은 지역의 존망이 달린 중대한 문제며 방향으로서도 적합하다. 대구와 경북의 소모적 경쟁을 지양하고 통합으로 가야한다는 데는 이미 많은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세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준비부터 있어야 한다. 경북과 대구는 이미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우선은 쉽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통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통합신공항과 포항 영일만항 등 대구경북이 시너지를 낼 호재는 얼마든지 많다. 신중하고 치밀한 준비와 지역민의 여론을 이끌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통합이 대구경북이 살 수 있는 길임을 확인시켜주어야 성공도 가능해진다.

2019-12-29

월성1호기 영구정지…‘정치공작’ 논란 규명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월성1호기 영구정지안을 표결에 부쳐 승인한 일을 놓고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 검토 보고서를 정반대로 왜곡해 월성 원전 1호기를 강제 폐쇄하려고 몰고 간다는 주장이 논란의 핵심이다. 과거 평균 가동률만큼만 돌려도 4년 동안 1천억 원 이상의 이득이 있는데 대통령의 ‘탈원전’ 오기에 부응하느라고 억지로 폐쇄한다는 비판이다. 제기되고 있는 논란은 낱낱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원안위는 지난 24일 112회 회의를 열어 ‘월성1호기 운영변경허가안(영구정지)’을 표결을 통해 의결했다. 7명의 참석 위원 중 이병령 위원만 표결에 반대했다. 7명의 위원 중 정부 및 민주당 추천 위원 5명이 영구정지에 합심했다.월성1호기 영구폐쇄는 정부가 경제성 검토 보고서를 정반대로 왜곡해 결정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수원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삼덕회계법인의 ‘월성1호기 운영정책 검토를 위한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에는 이용률 60%를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보고 224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인위적으로 2017년 원전이용률 40.6%를 적용했다.문제는 감사원이 국회의 요구에 따라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실지감사를 벌이는 등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월성1호기 검사를 진행,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결과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원안위 사무처는 이를 무시하고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안전성’을 보는 영구정지를 안건으로 심의할 수 있다”는 일방적 주장만 거듭하고 있다.한수원 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노동조합연대(원노연)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원노연 관계자는 “원안위 결정은 감사원 감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고도의 정치공작”이라며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무시하고 감사원 감사의 공정성을 파괴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월성1호기 영구폐쇄를 둘러싼 석연찮은 논란은 시시비비가 명쾌하게 가려져야 할 것이다. 어설픈 이념에 파묻혀 우리 원전산업이 초토화 직전이다.

2019-12-26

2천300만 원 건네고도 적다는 키다리아저씨

대구경북 사랑의 온도탑이 경기 불황을 반영하듯 뜨뜻미지근한 가운데서도 대구의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공동모금회를 찾았다. 매년 이맘때면 대구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걸려오던 키다리아저씨의 전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울렸다.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한 제과점에서 만난 얼굴 없는 천사인 60대 부부는 “올해는 가족의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하다보니 금액이 적다”며 2천300여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모금회 직원에게 건넸다. “올해도 경기가 어려워 기부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월 1천만원씩 저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았다”며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나눔의 기쁨에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다. 2012년 1월 1억2천300만원을 시작으로 기부에 나섰던 이 부부는 매년 1억원 이상을 대구시 공동모금회에 기탁해 지금까지 기탁 금액만 9억8천여만원에 달한다. 모금회 직원의 권유에도 끝까지 자기 이름과 신분을 밝히지 않고 성금만 전달해 왔다. 지역사회는 그를 키다리아저씨라 불렀다. 8년동안 이어온 키다리아저씨의 이웃사랑으로 지역사회는 연말만 되면 잔잔한 파문이 일 정도이다. 한해를 되돌아보는 연말이어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키다리아저씨의 성금 전달은 올해처럼 썰렁한 연말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구기에는 더없이 좋은 미담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서는 40대 부부가 자녀와 함께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일시나마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한 시기에 키다리아저씨와 같은 이웃사랑은 우리사회의 큰 힘이 된다.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북도와 대구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경기불황으로 사랑의 온도탑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라 한다. 경북은 나눔온도가 55℃며, 대구는 39℃에 그치고 있다. 경기침체로 올해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키다리아저씨의 기부는 위축된 기부문화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기부를 나눔으로 실천하는 그의 신념에 감사한다.

2019-12-26

공수처법 국회통과 초읽기… 민주주의가 위태롭다

범여권 ‘4+1 협의체’가 주도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누더기를 넘어서 걸레가 됐다는 선거법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종 상정된 공수처법안은 그동안의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독소조항이 수두룩한 법안으로 오히려 최종 개악이 됐다는 평가다. 염려했던 대로 현재의 검찰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대통령에게 위험천만한 무소불위의 칼을 들려주는 쪽으로 귀결됐다.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이런 형편없는 법안에 동의해준 짬짜미 군소정당들의 인식 수준과 저의가 심히 의심된다. 선거법안만 하더라도 당초의 취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직 어느 정당에 유리한가만 헤아려 샅바 싸움만 계속하던 ‘4+1협의체’는 결국 ‘지역구 현행유지’라는 본회의 통과 안전장치만 붙인 야릇한 개정안으로 변칙을 빚어냈다.패스트트랙 갈등을 악화시켜온 범여권 ‘4+1협의체’의 꼼수는 막판 필리버스터(filibuster) 국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의사 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합법적인 수단’이라는 의미를 지닌 필리버스터마저 ‘무제한 토론’이라는 우리 용어를 빌미로 여당 의원들이 수두룩 나서서 찬성 발언을 하는 희한한 풍경을 연출했다.문제는 핵폭탄이 된 ‘공수처법’이다. ‘처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조항이 들어 있던 권은희 안은 사라졌다. 처장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이 추천에 동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여야가 미는 후보가 각각 1명씩 포함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추가됐다. 공수처장 밑의 검사와 수사관도 수사 경력이 필요 없어 민변 출신 변호사들의 대거 진입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수사 대상 7천200명 가운데 5천 명이 판검사라는 것을 생각하면 ‘공수처’는 소름 끼치는 대통령의 게슈타포가 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지금 국회에서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완전히 파괴할지도 모를 이런 괴물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4+1협의체’ 이 사람들 정말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