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광주 방문 중 지난해 당내 일부 인사들이 5·18과 관련해 쏟아낸 온갖 망언들에 대해서 “엄정한 회초리를 못 들었다. 잘못된 언행에 대해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자신이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자신이 참여한 데 대해서도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국민에게는 용납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호남 민심은 김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쇼’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유언비어를 공공연히 퍼트리고, 5·18 유공자를 ‘세금을 축내는 괴물집단’으로 비하하는 등 극우세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세력이 통합당 내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최근 새 정강 초안에 ‘5월 정신’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 국회의원 4선 연임금지, 기초·광역의회 통폐합, 피선거권 연령 인하 등 기존의 이념과 거리가 있는 드라마틱한 경제·정치 혁신 어젠다들을 들고 나섰다. 이같은 극적 변화는 4월 총선 승리 이후 독선과 오만에 빠져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비교된다.
김종인 위원장이 맞닥트릴 가장 큰 시험대는 5월 관련 개정법안들일 것이다. 통합당이 조금만 다른 소리를 해도 “그것 봐라. 다 쇼였지 않냐”고 덤터기를 씌울 게 뻔하다. 당당한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통합당의 서진 전략은 옳은 방향이다. 큰 눈으로 과감하게 접근하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통합당이 열린 마음과 너른 아량으로 정치 지평을 더욱 넓혀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