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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3부터 등교수업, 학생 안전에 만전을

오늘부터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등교수업이 시작된다. 5차례 연기되면서 3달 가까이 늦어진 등교수업의 시작에 대해 학부모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다.대학진학과 학사 일정, 학습공백 등을 생각하면 마냥 등교수업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염성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불안한 구석이 너무 많다는 것이 학부모의 걱정거리다.보건당국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적극적 진단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다고 판단, 학교등교를 허용했다. 대구경북지역도 신규 확진자 발생이 많이 뜸해졌다. 이태원을 다녀왔던 900여 명의 대구경북민의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안심할 수는 없는 전염병이다. 마치 불 끄고 난 뒤 잔 불이 남아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5월 들어 대구지역 신규 확진자 18명 가운데 15명이 무증상이었다는 사실은 더 놀라운 일이다.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전파자가 된다는 사실에 두려움마저 생긴다. 조그마한 방심만 있어도 확산될 수 있는 것이 전염병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올 가을 한차례 대유행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있어 추호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교육당국은 등교수업에 대비해 각종 안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학생배치를 수능시험 대형으로 넓히거나 과대학급의 격일제 내지 격주제 수업도 준비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2∼5부제 수업도 고려 중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보건안전을 위한 교육당국의 만반의 준비에도 걱정은 없을 수 없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자체가 서로 만나고 부대껴야 하는 집단생활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다소 안정세를 보인다고 하나 제2 제3의 이태원발 감염이 없을 거란 법은 없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각종 예방조치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각자가 생활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생활 속에서 안전에 지켜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오늘부터 시작되는 순차적 등교수업은 초긴장 상태에서 관리돼야 한다. 학교 안에서 방역이 성공적으로 관리된다면 코로나 극복의 길은 밝다. 학교당국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겠다.

2020-05-19

평화 논리에 순치된 국방…이해는 가지만 한걱정

19일 육·해·공군 전력이 참여해 경북 울진 죽변 해상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합동 화력훈련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 ‘기상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서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GP총격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군에 나타나는 현상은 정치 권력의 ‘평화’ 논리에 상당히 순치된 모습이다. 정권의 방향에 적응해야 하는 군의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못내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북한이 동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일으킨 상황을 가정한 이번 훈련은 육군의 다연장로켓(MLRS) 천무, 아파치헬기, 해군의 P-3 해상초계기, 공군의 FA-50 전투기 등이 동원돼 표적 확인 및 도발 원점 타격 등 내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사격훈련을 죽변 해안에서 하게 된 것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사격훈련을 중지하도록 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것이다.군은 지난 13일 북한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사건 조사 결과 K-6 기관총의 공이(탄환 뇌관 격발장치) 파손 등 일부 미비점이 있었으나 전반적 대응 절차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최전방 부대의 주요 화기가 부서진 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도 문제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군이 이번 사건을 ‘우발적 오발’로 속단해 의혹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군 안팎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회복시키려는 정부·여당의 ‘평화 구축’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발맞추려는 것은 양해할 만한 대목이긴 하다. 그러나 국방의 유연성이란 한계가 분명해야 한다. 국민의 안위를 확보하면서 영토를 굳건히 수호해야 할 엄중한 사명을 지닌 군이 전선에서 자꾸만 후퇴하고 굴종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사고’로 예단하고 어물어물 군사훈련마저 거듭 미루는 모습은 국민 불안을 부를 따름이다. ‘평화’ 논리에 취한 군대가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게 아니라 튼튼한 국방이 ‘평화’를 담보한다는 평범한 진리와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에 걱정만 쌓여간다.

2020-05-18

지방분권법 처리 다시 촉구한 시도지사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18일 광주에서 만나‘21대 국회에 바라는 대한민국 시도지사 대국회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성명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할 지방자치분권의 강화가 주요 골자다.20대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지방지치 관련법안을 21대 국회에서는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달라는 시도지사협의회의 간곡한 요구가 담긴 내용이라 하겠다.문재인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법안과 정책을 잘 추진할 정부로 여겨졌으나 임기 3년을 넘긴 현재 실제로 이뤄놓은 성과는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은 말로만 그쳤다.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겠다는 것도 허구에 머물고 말았던 것이다.20대 국회에 상정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중앙·지방협력회의 법안, 자치 경찰법안 등 어느 하나도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법안 폐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지방분권단체들이 지방분권 관련법안의 통과를 수도 없이 외쳤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지방과 중앙의 격차를 더 벌이는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와 과연 이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개발의 의지를 가졌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토면적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에 사람을 불러 모으는 정책이 더 많이 쏟아졌다.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이 그러하고 SK 반도체 하이닉스 사업의 수도권 유치 결정이 그러했다. 더불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약속한 공공기관 추가이전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 2’는 밝힌 지 2년 가까이 됐으나 정부의 후속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반면에 지방은 청년의 유출과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지방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정책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들이 한뜻으로 촉구한 지방분권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는 지방의 존망을 가르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 여야 정치권의 진정 어린 관심이 절실하다. 늦을수록 지방의 미래도 없지만 국가의 미래도 암울해진다. 21대 국회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2020-05-18

영일만항 물동량 급감, 특단 대책 있어야

코로나19 장기화로 포항 영일만항의 물동량이 급감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4월 들어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6천840TEU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월과 3월의 물동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던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4월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일만항의 물동량 감소는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철강의 물동량 감소가 주 원인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판매 부진과 자동차에 소요되는 철강 수요의 감소가 겹쳐 영일만항 물동량 감소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현상이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거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 악화로 2분기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시범운항에 들어갔던 영일만항 기점의 국제크루즈선 운항이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도 악재다. 포항시는 당초 올 하반기 모두 5회의 크루즈선 운항을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불투명해진 상태다. 크루즈선 운항과 관련한 예산도 모두 반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영일만신항은 포항 발전의 축이 되는 기간산업이다. 포항뿐 아니라 대구와 경북의 유일한 중심항으로 향후 역할이 기대되는 항만이다. 관광산업 진작효과도 크다. 지난해 12월 영일만을 연결하는 인입철도 개통으로 활기가 예상됐던 영일만항이 코로나로 인해 비상 상태에 접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시적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중국과 교류로 서해안 시대가 열리면서 서해안권 중심의 항만산업이 크게 활성화하듯이 현 정부의 북방정책이 본격화되면 영일만항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꿈꿔왔던 환동해 중심 도시 역할 중 영일만항만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2009년 컨테이너 4선석으로 어렵게 출발한 영일만항의 활력화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영일만신항 임직원 스스로가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야겠지만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 해소에 포항시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영일만항은 이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체질개선의 노력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0-05-17

통합당, ‘영남 자민당’ 오명 벗어날 묘책 찾아야

미래통합당 청년 그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과거 당내 인사들의 ‘망언’ 논란에 대해 사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된 이후 통합당을 ‘영남 자민당’이라며 지역당으로 찌그러트리려는 공세 속에 이 같은 움직임은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래통합당은 이제 축소지향, 배제의 정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정치지향점을 재정비하고 지지기반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비로소 앞길이 열릴 형편이다. 통합당의 4·15총선 패인을 분석하는 시각 중에는 ‘닥치고 통합’의 구닥다리 쇼에 빠져 탄핵 이후 부정적 이미지만 덕지덕지 붙은 수구꼴통 정치세력까지 모두 끌어안고 가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정작 민심이 갈구하는 중도실용 정신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 허물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천하람은 지난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내 고향은 대구”라면서 싸우다가 화랑 관창처럼 장렬히 전사한 대구 출신 청년 변호사다. 그가 받은 득표는 고작 4천58표(3%)로서 민주당 당선자 소병철의 7만8천480표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그러나 천하람의 도전은 결코 작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인 전원투표에서 받은 59표(70.2%)는 통합당 당선인 84명 중 절반이 넘는 영남권 당선인 56명(66.7%), 초선 당선인 40명(47.6%) 등 두 그룹의 표심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것이다. 주 원내대표를 향한 통합당 당선인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 향수에 중독된, 목소리 큰 극우 열성 지지층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무엇보다도 ‘영남당’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지름길이 호남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과감하게 바로잡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전국정당’으로 손색이 없는 포부와 역량을 지닌 당으로 재건축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관성도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신실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너진 호남조직부터 재건해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남 자민당’은 안된다.

2020-05-17

갈 길 막힌 통합신공항, 이러다 망칠라

우여곡절 끝에 신공항 후보지 선정에까지 이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목전에서 길을 잃었다. 주민투표로 최종 후보지를 의성비안·군위소보로 선정했지만 군위군이 단독 후보지인 군위우보만 신청하는 바람에 이 문제는 수개월째 답보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대구시와 경북도가 요구한 선정위원회 개최를 거부했다. 군위군이 전격적으로 소보지역을 신청않는한 당분간 교착상태는 불가피하다.국방부는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이 서면 질의한 신공항 이전지 결정에 대한 답변에서 “군위군수의 소보지역 유치 신청 없이 공동후보지를 이전부지로 선정하는 것은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로써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은 또다시 대구경북의 몫으로 돌아왔다.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키로 한 이전지 합의가 지역 이기주의에 막혀 진로를 잃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장래를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다. 정치적 고립으로 가뜩이나 국책사업 유치가 힘들어진 지역의 입장에선 이러다 통합신공항 건설조차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반대로 최근 PK(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여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부울경 여당 당선자 7명과 부산지역 상공인이 잇따라 정세균 총리를 만나 김해신공항 검증 문제를 포함한 지역현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정치권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꺼내면서 가덕도신공항은 또다시 정치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지역의 최대 현안이다. 대구경북민의 장래 먹거리가 달린 절박한 사업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통합신공항의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 사업이 지역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지역의 국회의원 당선자와 경제인은 최근 모임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뽑았다.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인식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어떤 사업보다 대의명분이 앞선 사업이다. 소이기주의적 생각이 사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정말로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수 있다. 국방부도 주민 간 합의를 이루면 선정위 개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사회의 총의를 모으는데 정치권이 앞장서야겠다.

2020-05-14

무차별적인 ‘친일파 딱지’ 붙이기 책동 위험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파장이 진영대결로 비화하면서 ‘친일-반일 프레임’을 올가미로 쓰려는 음모들이 난무하고 있다. 할머니의 폭로 목적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의 개선과,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의 진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런데, 의혹의 당사자인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정치권이 마구잡이로 비판 목소리에 ‘친일파’ 딱지를 붙이면서 민심을 분열시키고 있어서 안타깝다.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인 윤미향 전 이사장은 방송 등에 나와서 논란을 보수·친일 세력의 모략으로 몰아갔다. 그는 “6개월간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면서 “미래통합당과 친일언론, 친일학자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최후의 공세를 한다”며 “미래통합당과 친일언론, 친일학자들이 총동원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완전하게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연의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모든 사람이 ‘친일파’라고 하는 이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심각한 모순에 봉착한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라는 사실은 설명할 길이 없어지게 된다. 이용수 할머니가 어떻게 친일파가 되나. 물론 정의연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세력이 이 기회를 악용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민심은 정의연의 그간 활동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정의연이 서둘러 회계자료를 만천하에 밝혀 투명성을 입증하면 대다수의 의혹은 해소된다. 나아가 수요집회도 미래를 개척해가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될 일이다. 세상 모든 문제를 천박한 진영논리에 대입하여 멱살잡이 소재로 추락시키는 이 몹쓸 노릇을 언제까지 지속할 참인가. ‘친일-반일 프레임’을 죽창 삼아 비판자들의 입을 봉쇄하려는 이런 행태야말로 청산이 시급한 적폐 아닌가. 정의연이 정직해지는 길만이 논란해소의 첩경이다.

2020-05-14

또 국방예산 잘라 추경예산 충당?… 이래도 되나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방예산을 추가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차 코로나 추경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사업 예산 등 방위력개선비가 감축된 가운데 예산이 추가로 삭감되면 군 전력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남침야욕과 핵 위협 그 어느 것도 해소된 것이 없는데, 국방비 삭감이라니 밑돌 빼서 윗돌 쌓는 어리석음은 아닌지 세세히 살필 일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3차 추경을 위해 7천억 원 안팎의 국방예산 삭감안을 국방부에 전달해 두 부처가 구체적인 규모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KFX)과 해상초계기 연부액 등이 조정 대상에 올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차 추경 편성 때 국방예산에서 1조4천700억 원가량을 삭감했다. 추가 삭감이 반영되면 2·3차 추경으로 깎이는 국방예산은 약 2조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미 2차 추경으로 감액된 전력예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F-35A 스텔스기(3천억 원)와 해상작전헬기(2천억 원), 광개토-Ⅲ 이지스구축함(1천억 원), 정찰위성(169억 원) 매입 등 방위력개선 사업비가 삭감됐다. 유류비 감액분 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정부 예산 삭감분 전액(4조3천억 원)의 34%를 국방예산에서 충당했다.기재부의 안에 대해 국방부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고 한다. 국방 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예산 추가감축 가용액은 2천억 원이 한계라는 입장이다. 세기적 펜데믹인 코로나19의 후폭풍을 막아내기 위해서 고심 중인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국방’을 가벼이 여기는 예산 조정은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크다. 국민들은 ‘병들어 죽을까, 굶어 죽을까’의 위협에 더해 ‘핵폭탄에 맞아 죽을까’하는 걱정까지 떠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궁핍해도 석가래와 기둥을 뽑아다가 땔감으로 쓰자는 것은 결코 좋은 방책일 수 없다.

2020-05-13

처벌 없어도 마스크 쓰는 시민의식 필요

대구시가 13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위반자에 대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던 조항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논란이 빚어졌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실시하되 위반해도 벌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조정한 것이다.이와 관련 대구시는 계도 활동을 2주간 더 연장키로 하고 13일부터 도시철도 역사 등에서 홍보활동도 벌인다고 한다.대구시의 수정조치로 앞으로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강제 제재는 없다. 하지만 택시기사나 공공시설 운영자가 승객이나 방문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그들이 불응하면 출입 제한 혹은 승차거부를 해도 무방하다.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생활습관을 정착시키는 일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마스크는 코로나19로부터 대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방역수단”이라며 “99.9%가 마스크를 쓰고 잘 지키더라도 0.1%가 지키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란 특수한 여건의 질병으로 시민 공동체 모두가 합심해 노력할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지난 4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감염 사고는 코로나19의 폭발적 전염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현재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접촉자 등 관련자 신원 파악에 보건당국은 초비상이다.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코로나19의 악몽이 재연될까 봐 전전긍긍이다.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로 비상 상태에 빠진 나라들은 마스크 착용에 적극적이었던 한국과 대만, 중국 등의 코로나 대응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의 부정적이었던 미국의 의학계도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대구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제재를 둘러싼 논란보다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은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데 생각을 같이해야 한다. 지금부터야말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다.

2020-05-13

초중고 등교 또 연기, 학사 혼란 줄여야

13일로 예정됐던 고3의 등교수업이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잡혀있던 학년별 등교 일정이 일주일씩 재조정됐다.서울 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급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는데 대한 정부의 불가피한 대응 조치다.지난 6일 처음 발생한 이태원발 코로나는 닷새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지역분포도 서울, 경기, 충청, 부산, 제주 등 전국적이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어느 지역에서 돌발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20, 30대를 중심으로 이미 감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졌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자칫하면 학교라는 집단이 감염병 매개지가 될 수 있다. 학생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학생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학생의 안전을 위해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아니더라도 등교시기의 조정은 마땅하다.하지만 등교를 5차례나 미루면서 학교는 대혼란에 빠져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고3 학생과 학부모가 갖는 당혹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다음 달로 예정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일정이 꼬였다. 수시모집에 꼭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에 채울 내용도 없다.일부 학생 사이에는 차라리 재수를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자괴감 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재수생과의 상대적 형평성도 문제다. 맞벌이 가정은 일정에 또 차질이 생겼다. 연월차를 사용해 겨우 버텨왔는데 또 연기라니 당혹스럽다.무엇보다 고3의 심리적 혼란이 걱정이다.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린 상황에서 학력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아 그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지금의 상황이 일주일 연기한다고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등교수업은 또다시 미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 당국의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등교 후 학생의 안전을 위한 방역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방역과 학사일정 등 꼼꼼히 챙기고 살펴야 할 일이 산적하다. 등교수업은 않지만 과제는 더 쌓이는 꼴이다. 교사들도 준비과정으로 많이 지쳐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2020-05-12

통합당 ‘초재선 모임’이 경계해야 할 일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초재선 의원들이 삼삼오오 뭉치고 있다는 소식이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원내수석부대표에 재선의 김성원 의원, 원내대변인에 초선 최형두·배현진 의원 등 60~80년대생을 원내지도부에 임명한 것도 하나의 청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복수의 초재선 모임이 의욕만 앞세워서 따로 힘을 결집하다가 상황을 오판하거나 소탐대실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의 혁신적 이념좌표 재설정에 앞장서는 게 필요하다. 4·15총선 이후 통합당 내에는 김성원 의원이 주도하는 ‘삼정개혁’ 모임과 유의동 의원이 이끄는 ‘정책정당 스터디’, 서범수 당선자가 앞장선 ‘전국 초선’, ‘부산 초선’ 모임 등이 움직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오신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낙선자들의 ‘3040그룹’도 별도 모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에서 초재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우선 점유율에서부터 압도적이다. 지역구 84석 가운데 초선이 41석, 재선이 19석으로 초재선 비율이 70%를 넘는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포함하면 그 수와 비율은 훨씬 늘어난다. 비상대책위마저 비토하며 기득권에 연연하는 당내 중진들은 보수정치 재건축이라는 중차대한 책무를 맡을 능력도, 의지도 찾기 어렵다. 초재선의 선택이 미래통합당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다만 우후죽순 개혁을 표방한 모임들이 따로따로 세력화하거나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함몰된다면 오히려 당의 자중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세연 의원은 “특정 구성원의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초재선그룹이 서둘러 완수해야 할 사명은 맹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통합당을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지향 정책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다. 중도 민심으로부터 온전히 외면당하는 현상부터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 신임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뒤를 보기 위한 게 아닌 앞으로 가기 위해 있는 ‘자동차 백미러’ 같은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말 속에 곱씹어볼 소중한 의미가 있다. 초재선의 건강한 역할이 요긴한 시점이다.

2020-05-12

등교수업 앞에 닥친 이태원 쇼크 반드시 막아야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6일부터 시작된 생활방역체계 속에 곧바로 일어난 집단감염이라 더 뼈저리게 아프다. 4월 말 이후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을 틈타 느슨해진 방역의식이 화를 불렀다 하겠다.한자릿수 증가로 안정세를 보이던 신규 확진자도 이태원 클럽 사태 발생으로 10일에는 하루 54명으로 늘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태원 클럽 관련자라 한다.대구(18명)와 경북(14명)에서도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32명의 접촉자가 확인돼 보건당국이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아직 확진자는 없으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이태원 클럽 방문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1천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또다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각 지역단위에서 만반의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초기 대응을 잘못해 사태를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태원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은 대구와 경북에도 많이 산재해 있다. 현장 실태를 빨리 확인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젊은이들이 찾는 클럽은 대부분 밀폐된 실내공간으로 밀접 접촉이 많아 집단감염의 우려가 큰 곳으로 미리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이태원발 코로나는 젊은이들의 방심이 화를 키웠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는 연령대는 70∼80대에 집중돼 있어 젊은이의 경각심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태원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30%나 된다고 한다. 젊은이가 조용한 전파자가 됐다는 뜻이다. 이태원 코로나를 계기로 좀 더 촘촘한 방역망 구축이 필요하다.오는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대구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고 1, 2학년과 중1,2학년은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대구형 등교를 준비하고 있다. 학습 공백을 메우는 등교수업은 사실상 일상의 복귀를 의미한다.학교와 보건당국의 빈틈없는 방역준비로 안전한 등교수업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겠다.이태원발 집단감염에 지역사회가 잘 대응해 피해를 최대한 억제해 모처럼 돌아온 일상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2020-05-11

이용수 할머니의 외침…‘증오 중단’선언에 주목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정면으로 비판해 파장을 낳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면서 “28년간 참석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논란은 즉각적으로 정치권 등에서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의 외침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회견 도중 언급한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 대목은 ‘찡’한 감동을 부른다.이용수 할머니가 누구인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서 위안부 피해자 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분이시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할머니의 발언 중 “성금이 할머니들에게 쓰인 적은 없다”고 주장한 대목에만 집착한다. 수십 년 전 영수증까지 제시하며 할머니를 노망든 노인네 취급을 하려고 든다.정치권의 멱살잡이는 더 한심하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에게 불똥이 튈세라 역성을 들고 나서는 중이다.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의 공작이라는 음모설까지 퍼트리는 중이다. 2015년 당시 한일합의 인지 여부와 관련, 외교부 차관을 지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까지 끌어들여 확전을 꾀하고 있다.할머니가 던진 ‘증오보다는 화해’라는 화두는 지난 2007년 본인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위안부 피해 상황을 증언했던 때와 달리 이제 세계적으로 공론화된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린다. 곁에서 수십 년 분노와 증오를 부채질해온 윤미향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고 떠나자 할머니가 서운함과 함께 비로소 어떤 깨달음에 이른 것은 아닐까. 피해 당사자가 직접 언급한 ‘화해’의 가치를 짓뭉개서는 안 된다. 기자회견 날 이용수 할머니는 마스크 수백 장이 든 상자를 가져와 일본에 기부하겠다고 했다니 가슴이 더욱 뭉클하다.

2020-05-11

‘한국판 뉴딜’, 졸속 추진으로는 성공 못 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키로 한 ‘한국판 뉴딜’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일자리를 지키고,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고, 디지털 경제로 전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처방은 잘못된 방향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정책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우선 해보자는 식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졸속 추진은 성공은커녕 엄청난 국고손실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비상경제 중대본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경제 디지털화 가속 및 비대면화 촉진 등에 중점을 둔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 경제혁신 가속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운을 뗀 ‘한국판 뉴딜’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뉴딜’은 본래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30년대에 추진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과 확대재정 정책이다.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뉴딜’은 디지털 신산업을 핵심사업으로 놓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남북 경제협력 등을 3대 축으로 삼아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주도로만 추진되는 정책의 부작용이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친(親)시장적 정책 추진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의 핵심기조로 내세웠던 ‘혁신성장’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얘기다.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자유를 넓히는 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보강, 문제투성이인 친노동 일색의 노동정책과 끔찍한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 등 실패하고 있는 기존정책의 보완 수정 없이는 곤란할 것이라는 분석들도 새겨들어야 한다. 과거 정권들이 개념조차 모호한 이상한 정책구호들을 앞세워서 천문학적 수치의 국고만 축내고 만 전례들을 반면 교사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재빠르게 지원금이 쏟아질 업종을 찾고 편법을 궁리하며 정부의 눈먼 돈 빼먹을 궁리에만 빠진 사이비들의 흑심이 가능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2020-05-10

마스크 착용 의무화, 본질 벗어난 논란은 안 돼

대구시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관련 행정명령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지난 5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긴급 담화문을 통해 “정부의 코로나19 생활방역 정책에 보폭을 맞추되 대구 상황에 맞게 정부보다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공공시설 이용 시에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일부 시민단체는 “행정명령은 지금까지 방역에 잘 협조한 시민에 대한 권위적 발상”이라며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런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비난의 빌미가 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이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는 마당에 대구가 유일하게 행정명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겠다고 하니 시민들의 불편한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구지역의 위중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강화된 방역체계 유지가 필요하다. 대구지역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의 63%가 발생한 곳이다. 사망자도 68%가 이 곳 사람이다. 이 곳에서 하루 최대 7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위중한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은 강화된 방역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대구시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의 93%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찬성했다. 또 대구시의 방역대책이 정부의 대책보다 강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도 절반 수준인 49.1%나 됐다. 시민의 다수가 마스크 착용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는 뜻이다.대구시가 행정명령권 발동을 거론하면서 더 고민하고 신중해야 했던 점이 부족했다. 그러나 행정명령권을 두고 벌이는 논란이 대구시 방역정책의 방향을 비난하는 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특히 마스크 착용 의도를 흐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된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일어난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사태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건전한 비판과 논란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논의는 공동체 안전을 위한 조치의 연장선에서 건전하게 논의돼야지 본질을 벗어난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 대응에 보여준 성숙한 대구시민정신을 끝까지 지켜가야 한다.

2020-05-10

정치논리의 나쁜 선례 남긴 방사광가속기

1조 원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서 경북 포항이 탈락했다. 방사광가속기의 과학적 기반이 가장 탄탄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속기사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임에도 후보지 선정에는 제외됐다. 개탄스런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기부는 6일 대전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평가회를 열고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를 후보지로 정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그동안 정치권에서 나돌던 특정지역 낙점설이 현실화 된 거나 마찬가지다.전남 나주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방사광가속기의 나주 유치 발언으로 지목을 받았던 곳이어서 이번 후보지 결정은 결과적으로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고만 셈이다. 총 1조 원이 투자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초대형 국가프로젝트 사업이다. 과학기술 투자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초와 원천연구 그리고 산업체 지원이라는 명분 위에 구축돼야 할 사업이다.그러나 이 사업은 과기부가 선거 전 서둘러 공고를 발표하면서부터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평가기준이 갑작스레 공고되고 평가지표 선정과정도 불투명했다. 또 위치나 접근성에 관한 평가요소가 많아 특정지역에 유리하도록 정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생산유발 효과 6조7천억 원, 13만7천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사업이다. 지자체라면 누구나 탐나는 사업이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공정성과 사업타당성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 정부는 원자력해체연구소 설립 과정에서도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인 경북을 외면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방사광가속기 사업의 경우도 포항만한 과학적 타당성을 가진 곳이 없다. 그럼에도 과기부는 입지선정 요건에서부터 포항을 배척하는 사유들을 집어 넣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진 안전성과 활성단층과의 거리 등이다. 포항의 인프라와 노하우, 연구 인력의 장점은 배제된 것이다.다목적 방사광가속기사업은 처음부터 과학이 아닌 정치가 좌우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이 필요한 곳에는 과학이 등장해야 사업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정부가 합목적성을 잃고 정치논리를 선택한다면 또다시 나쁜 선례로 남기게 될 것이다.

2020-05-07

통합당, 안철수 제안에서 재건축 힌트 발견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동을 시작했다. 그는 며칠 전 혁신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야권을 향해 ‘합동 총선평가회’를 제안했다. 안 대표의 제안은 지난 4·15총선을 ‘여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야당이 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가 던진 “지금은 모든 것을 버리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면 재건축 과제를 떠안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안철수의 제안에서 힌트를 찾아내야 한다. 안 대표는 이어 KBS 라디오 ‘열린 토론’에 출연해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중도정치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보수라고 말한 적 없는 야권 인사”라고 규정하면서 “저는 생각이 변한 게 없는데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 야권으로 비판하면 진보라고 하고 지금 같은 구조에서 정부를 비판하면 보수라고 한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특히 “국회 정책의 관철을 위해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어떤 당과도 손을 잡는 게 국회의 작동원리”라고 설명했다. 즉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제안한 대안에 여당이 동의하면 여당과 손잡고 통과시키고 야당이 동의하면 야당과 손잡는 것”이라고 말해 사안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는 균형정치의 가치를 역설하기도 했다.안철수의 언행을 놓고 보수정치와의 연대나 연합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근시안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안철수가 던지는 ‘혁신 경쟁’이라는 화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혁신적으로 변화한 야권이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마음을 선도해 나갈 때만이 국민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념의 진화는 등한시하고 ‘닥치고 통합’의 억지 바람으로 집권당에 맞서고자 했던 총선 전선의 어리석은 패착을 제대로 반추해야 한다. 거여소야(巨與小野)로 귀결된 21대 총선 결과는 야권이 ‘중도실용’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가치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현실을 여실히 알려주었다. 명망가 중심이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머뭇거릴 이유란 추호도 없다.

2020-05-07

‘대구형 생활방역’ 시민불편 최소화해야

대구시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생활방역정책 발표에 맞춰 정부보다 한층 더 강화된 ‘시민참여형 상시방역 정책’을 별도로 발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특별담화 형식으로 발표된 시민참여형 방역체계에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다중이용 교통수단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시에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는 것을 포함해 공연장, 도서관, 체육시설 등의 휴관을 추가 연장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초중고의 등교수업과 관련 대구는 고3만 빼고 등교연기를 교육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가 관심이다. 예식장 등 민간시설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행정명령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 대구시의 방침이지만 영업의 지장초래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대구시가 전국 도시와 다르게 생활방역 정책을 강화내지 연장한 것은 코로나19의 상황이 타 지역보다 더 위중하다는데 근거한다. 권 시장도 “대구는 더 엄중하니 조금만 더 참고 조심하자”는 말로 시민의 동참을 호소했다.그러나 시민의 반응은 다양하다. 힘들더라도 더 참고 견디자는데 동의하는 사람도 있으나 파산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 등은 반대 목소리를 낸다. 더 이상 인내 요구는 파산하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등교수업에 관해서도 학부모의 반응은 가지가지다. 맞벌이 부부들은 더욱 난감하다. 학생들의 학습공백을 더 미룰 수 없다는 반응과 안전을 위해 더 인내하자는 쪽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반응과 논란이 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 안전을 위한 대구형 생활방역체계가 논란에 따라 흔들릴 수 있으며 생활방역 유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대구는 전국 코로나19 확진자의 63%가 발생했으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가장 집중된 곳이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대구시의 대구형 생활방역체계가 필요한 이유다.그러나 코로나19로 80여 일을 참아왔던 시민의 일상복귀 열망도 만만치 않다. 행정명령보다는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대구시민은 코로나 이후 세계가 칭찬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대구형 생활방역은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고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0-05-06

북한군 GP총격, 또 유야무야 넘어가나

북한의 김정은이 장기간 언론에서 사라진 일을 놓고 ‘건강·신변이상설’을 제기했던 북한 이탈주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두 사람이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군이 아군 GP에 조준사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고사포 사격을 가해왔는데 우리 군과 청와대는 한사코 ‘우발’이라고 우기고 있다. 특히 국민 안위를 책임진 군의 반응이 ‘정치적 수사(修辭)’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현상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탈북인 출신인 태영호(미래통합당)·지성호(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뉴스에서 사라진 김정은을 놓고 중환자가 됐거나 사망했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한 일은 큰 실수다. 북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게 만드는 두 사람이 국회의원 당선자라는 신분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고 ‘정치적 언어’가 아닌 ‘탈북자의 언어’만을 구사한 것이 화근이었다.김정은이 다시 나타나자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안보상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면서 두 당선자의 국방위나 정보위 활동 불가까지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버다. 더욱이 북한군이 아군 GP에 고사포 사격을 가해온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우발적’이라고 단정하여 앞질러 면죄부를 주는듯한 야릇한 행태와 대비되면서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무엇보다도 군 당국의 어물쩍한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든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회복시키려는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일견 양해할 수 있는 대목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안위를 굳건히 지키고 영토를 수호해야 할 엄중한 사명을 지닌 군이 정파에 완전히 예속돼 ‘짖지도 못하는 혀 잘린 개’처럼 구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제대로 된 비판성명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다. 총을 함부로 쏴놓고도 한마디 변명조차도 하지 않는 적군을 향해 백기부터 흔들어대는 이런 정부와 군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020-05-06

생활방역 성공은 등교수업 안착에 있다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시작된다. 코로나로 지난 3월 예정이던 개학이 연기된 후 73일만이다.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2만여 유·초중고가 다음 주부터 순차적 등교 개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45일간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6일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맞춰 등교개학을 시작한 것이다. 입시일정이 빠듯한 고 3이 먼저 시작하고 내달부터는 전 학년 등교수업으로 정상화할 예정이라 한다.정부는 이에 앞서 6일부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방역 체제로 방역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했다. 아직 해외유입이나 산발적 국내 감염 사례가 일어나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비교적 방역전선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생활 속 방역체제로 전환된다고 우리사회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생활방역 패러다임으로 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그동안 코로나로 겪어야 했던 주민의 불편은 물론 경제타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있다. 위험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새로운 일상으로 전환은 우리가 극복할 불가피한 선택이다. 등교수업도 새로운 일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학생들의 학습공백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사회적 책무라는 것이다.정부가 황금연휴 이후 공백을 두고 등교를 결정한 것은 사태변화를 지켜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학교는 대규모 감염병 위험이 어느 집단보다 큰 곳이다. 학생이 조용한 전파자가 될 수 있다.지금부터 교육당국이 준비한 안전한 등교를 위한 조치가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의 바람직한 이행 여부가 등교수업의 승패는 물론이요 생활 방역체제의 정착에도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식사시간 외 마스크 착용, 학년 학급별 시차등교, 간편 급식, 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생활화되도록 학교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방역 모범국이었던 싱가포르가 등교 시행 후 확진자 급증으로 문을 닫았던 사례는 반면교사 삼을 일이다.지금도 다수의 학부모는 등교수업에 대해 꺼림칙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등교수업에 따른 만반의 준비와 실천은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데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2020-05-05

‘전국민고용보험’ 공론화… 정쟁 제물 삼지 말길

‘전국민고용보험제도’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다. 청와대가 던지고 기획재정부가 화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 제도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다가 가공할 코로나 불경기로 신음하고 있는 기업들이 제도를 소화할 여력이 남아있느냐가 문제다. 제아무리 가야 할 길이라도 갈 수 없으면 소용이 없다. 한낱 정쟁거리로 추락시켜 한심한 정치공방이나 벌이는 구태를 벌이지는 말아야 한다.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현재 고용보험 대상이 1천300만 명인데 나머지 약 1천500만 명에 이르는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이에 화답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곧 들이닥칠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밝혔다.코로나19로 인해 고용보험 가입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고용보험 제도 밖에 있어 실업급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자영업자, 건설 일용직,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등이다. 고용주가 없는 자영업자와 특수형태 근로자는 각각 405만 명과 220만 명에 이른다.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의 49.4%에 불과했다. 전체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45.6%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실업자가 실업급여를 못 받는 셈이다.관건은 역시 재원이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 측이 월 급여의 일정 비율로 절반씩 부담한다.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전국민고용보험’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은 부인할 이유가 없다. 그 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가기 위해선 정치권의 합심이 중요하다. 일체의 ‘정파적 관점’을 배제하고 신실한 자세로 대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마땅할 것이다. 달라진 세상에서 국민은 달라진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2020-05-05

脫원전으로 매출 7조 날려… ‘바보’ 정책 멈춰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2017년부터 2년간 원전산업의 누적 매출 감소가 무려 7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책은행들이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해서 “탈원전으로 실컷 목을 졸라놓고 뒤늦게 인공호흡 시키고 있느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산업여건으로도 타이밍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탈원전 ‘바보’ 정책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 용역 의뢰를 받아 작성한 ‘2018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7조4천500억 원이던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이 2017년 23조8천800억 원, 2018년엔 20조5천6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2019년)까지 포함해 15조 원 이상의 누적 매출 손실을 추산하는 주장마저 나온다.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원전 주(主)기기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이 부도 위기에 몰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력 공급망을 운영하는 한국전력도 1조2천700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11년 만에 최대 영업 손실을 냈다.두산중공업은 지난 2016년만 해도 매출 4조7천억 원, 영업이익 2천800억 원을 거둔 우량 기업이었는데 지난해엔 4천95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기기 사전 제작과 신형로(爐) 설비 투자 및 기술 개발 비용으로 7천200억 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중단이 결정타였다. 신규 원전 4기의 건설도 백지화해 향후 10년간 4조~5조 원의 예상 매출과 기대 수익도 사라졌다.국책은행들은 두산중공업에 이미 1조6천억 원을 지원했고 조만간 8천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유망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몬 정부가 뒤늦게 국고를 쏟아붓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행태다.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절대 위기에 직면한 지금 정부는 ‘탈원전’을 필두로 정상적일 때 무리하게 세웠다가 실패한 정책들을 하루빨리 재검토해야 한다. 나라 경제가 엉망으로 뒤엉킬 공산도 있는 마당에 더 이상 아집에 갇힐 일이 아니다.

2020-05-03

코로나에 빼앗긴 어린이날

5일은 제98회 어린이날이다.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방정환 선생님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돼 제정한 어린이날이다. 1923년 처음에는 5월 1일로 정했다가 1927년 5월부터는 첫째 주 월요일로 변경했고 해방 이후부터는 5월 5일로 정해 행사를 벌여왔다.어린이가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자는 어린이날에는 어린이에 대한 애호사상을 앙양하기 위한 기념식과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등이 각 지자체별로 매년 운영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두류야구장에서 대규모 축제행사가 열리고 포항에서는 환호해맞이공원에서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렸다.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특정 다수의 감염을 방지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어린이날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정부 지정 공휴일을 통해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마음껏 즐기고 놀아야 할 행사의 장이 올해는 줄줄이 취소된 것이다.코로나 사태로 두 달가량 집콕해 온 부모들은 어린이날 행사가 취소되고 바깥출입마저 주저되는 마당이어서 자녀와 함께 보내야 할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낼지 근심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또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려 온 어린이의 동심에 행여 상처가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한다.5월은 어린이날을 포함한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이 이어지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달이기도 하다. 비록 코로나19로 각종 축제가 취소되고 나들이가 조심스러운 점도 있으나 가정은 우리사회의 출발점이고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날을 맞아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등의 가정폭력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다시한번 모아야겠다.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쓰면서 어린이도 늙은이와 젊은이처럼 존경돼야 할 인격체로 인정했다. 그를 아동보호운동의 선구자로 부르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로 어린이날 행사가 대폭 줄었지만 어린이가 우리의 희망이며 미래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 방역체제 속에서도 어린이날이 뜻 깊게 보내지길 희망한다.

2020-05-03

황금연휴 시작, 방역고비 잘 넘겨야

부처님 오신날로부터 시작해 5월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최장 6일의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이 기간 동안 제주도에는 20만 명의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관측돼 제주도 방역 당국이 비상이다. 제주도를 오가는 항공노선은 이미 매진된 지 오래됐다고 한다.경주보문단지를 비롯 경북도내 리조트 등 휴양시설도 연휴기간 분위기는 비슷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래동안 외출을 자제했던 시민들이 연휴기간을 맞아 휴양 시설지를 찾아 나서면서 관광지마다 관광객으로 들썩이고 있다.리조트 시설은 일시지만 모처럼만에 예약률 100%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관광업계는 붐비는 관광객을 맞아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고 한다.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다.방역당국도 마찬가지다. 100여 일간 헌신한 의료진의 노력과 국민의 거리두기 동참이 일군 방역성과가 황금연휴로 일거에 무산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대구경북을 비롯 최근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자 신규 발생은 10명 안팎으로 안정세다. 정부 당국도 이번 연휴를 고비로 방역체제를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5월 중 중3과 고3 등 고학년의 등교개학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코로나19로 중단된 일상의 재개를 조심스레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번 황금연휴기간 동안 많은 인파의 이동이 예상되면서 코로나19의 재유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방역 당국의 말처럼 “은밀하고도 조용하게 폭발적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끝날 때까지 잠시도 안심해서는 안 될 일이다.이번 연휴기간이 잠잠했던 코로나19의 기폭제가 된다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힘들더라도 다시한번 방역의 고삐를 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직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할 시기다. 특히 황금연휴를 낀 5월은 코로나 방역의 분수령이 되는 시기다.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수칙을 생활화해 감염병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 코로나19의 재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에 따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극복의 모범이었던 대구경북민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2020-04-30

여당발 중구난방 ‘개헌론’ 봇물 … 지금 이럴 땐가

집권당 인사들의 ‘개헌론’이 우후죽순 불거지고 있다.‘대통령 중임제’에서 ‘책임총리제’, ‘자치 분권’, ‘토지공개념’ 등 휘발성 높은 개헌 화두들이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개헌’이 시대의 화두인 것은 맞다. 추진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에서부터 그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개헌 쟁점은 깊고도 넓다. 총선 쾌승의 흥분 끝에 마구 외쳐지는 ‘개헌론’들이 정쟁과 국민갈등을 폭발시킬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와 같은 이야기들에 대해 경계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5선고지에 오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단임제를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해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개헌은 앞으로 1년이 골든타임”이라며 부채질을 했다.개헌론 띄우기엔 민주당 당선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해식 당선인은 ‘자치분권 개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고, 이용선 당선인은 한술 더 떠서 ‘토지공개념 개헌’이라는 급진론까지 꺼내 들어 지난 2월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되살려냈다. 당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부겸 의원은 “전당대회(8월 예정) 과정에서 분명히 공론화될 것”이라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야권에서는 즉각적으로 극심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 개헌론을 불쑥 꺼내는 건 집권 연장을 위한 의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연임제’가 아닌 ‘중임제’라는 용어를 쓰는 현상을 의식해 “영구집권 음모의 역사가 얼핏 떠오른다”면서 총선 압승에 고무된 오만방자한 심리가 발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개헌에 대한 논의 자체가 ‘금기 사항’일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가늠조차 쉬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이 임박한 시점에 섣부른 ‘개헌론’으로 국민을 또 다른 패싸움 속으로 몰아넣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치지도자들의 자중자애가 절실한 시간이다.

2020-04-30

사교육 의존도 고공행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초·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 이상(74.8%)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사교육 참여시간은 주당 6.5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는 약 21조 원 규모로 전년도 19조5천억 원보다 1조5천억 원이 늘어나 7.8%의 증가를 보였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을 ‘가구 소득 증가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다. ‘공교육의 황폐화’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빗나간 정책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7일 발표한 ‘2020년 청소년 통계(2019년 기준)’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10명 중 8명(83.5%), 중학생은 10명 중 7명(71.4%), 고교생은 10명 중 6명(61.0%)이 사교육을 받았다. 초·중·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2016년 67.8%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참여시간도 2015년 5.7시간에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등학생의 절반(45.9%) 정도는 6시간에도 못 미치게 잠을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2019년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32만1천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0.4%가 증가해 2007년 조사가 시작된 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교육부는 사교육비 급등의 원인으로 ‘가계소득 증가, 자녀 수 감소, 복잡한 대입 전형방식, 지역사회의 다양한 방과 후 활동 증가와 방과후학교 참여율 감소, 자사고·특목고’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런 원인 분석은 명백히 잘못된 진단이고 통계 곡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교육 비율이 급증하는 것은 공교육이 붕괴되어 학교가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되고 있는 공교육의 하향평준화가 지난 3년간 폭발적인 사교육비 급등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시점이다. 공교육이 황폐화되고 사교육이 초·중·고 교육을 주도하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현실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공교육을 과감하게 혁신해야 할 것이다.

2020-04-28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포항 유치에 총력 쏟자

내달 6∼7일 선정평가와 현장 확인 및 최종평가를 앞둔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사업이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전으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어느 곳에 결정될지도 관심이지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선거 유세발언으로 이미 정치색이 가미된 마당이어서 정말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국비 8천억원과 지방비 2천억원 등 총 1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가프로젝트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은 경제적 효과가 큰 때문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방사광가속기 사업 유치가 6조7천억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으며 13만7천 명의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고 했다. 자치단체가 탐낼만한 사업이다.문제는 이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욕심만으로 결정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초대형 첨단과학사업의 효과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창출하느냐는 것과 사업의 국가적 승패를 잘 관리할 수 있느냐는 것 등이 부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목적의 실현성이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이 사업 유치전에 뛰어든 경북 포항과 전남 나주, 충북 오창, 강원 춘천 등 4개 자치단체는 저마다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충북은 입지를 장점으로 내세운다. 전국 어느 곳이든 2시간대 거리며 특히 수도권과 가깝다는 것이다. 강원은 국가균형발전과 입지를 이유로 유치 당위성을 주장한다. 전남은 국가균형발전과 연구개발 시설이 취약한 호남권에 대한 배려를 이유로 내세웠다. 지역마다 민간단체와 정치권을 앞세워 지역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호남권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시작했다고 한다.경북 포항은 전남 등 3개 지역의 유치 당위성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를 갖고 있다. 1995년부터 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해왔고 2017년부터는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경주에도 2016년부터 양성자 가속기를 운영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프라와 노하우가 축적된 곳이다. 포스텍과 대구 및 울산과기원 등 기존 인력외 충분한 연구인력 가동이 가능해 국가과학기술 발전과 국가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가장 유리한 입장이다. 방사광 사업의 본질적 목적에 가장 부합한 곳은 포항이 사실상 유일하다. 우리지역의 역량을 결집하는데 주저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2020-04-28

재난지원금 ‘기부 강요’ 분위기 조성 삼가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긴급재난지원금이 드디어 물꼬를 찾았다.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재정부담을 걱정하며 반대하던 기획재정부가 손을 든 결과다. 정부·여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되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해법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지원금’이라면서 ‘기부 독려’라는 정책 딱지를 붙이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국민 자존심을 건드리는 도발이기도 하다. 민심 강요는 삼가야 한다. 국회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본회의 처리 후 5월 지급 목표’에 따라 속도감 있게 추경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래통합당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식 등은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추경 처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기재부는 당초 재난지원금 예산을 9조7천억 원(2조1천억 원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잡고 7조6천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당정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 합의안을 만들면서 소요예산이 14조3천억 원으로 뛰었다. 늘어난 3조6천억 원은 국채발행으로, 1조 원은 세출조정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적자국채로 충당한 현세대의 빚은 미래세대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됐다.결정 과정에서 국가재정의 최후 보루인 기획재정부의 위상은 상당히 흠집이 났다. 특히 “공직사회는 잡음을 내지 말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입단속에 모든 공직사회에서 실적경쟁 조짐 등 사실상 반강제적 기부운동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부 불만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부금으로 돌려받겠다는 도덕적 부담을 주는 사족은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것은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자발적인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모든 계층을 망라하는 ‘기부금 갈등’까지 보태질 개연성이 높아져 걱정이다.

2020-04-27

코로나특별법 등 지역현안에 정치역량 보여라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민 지원을 위한 가칭 ‘코로나19 특별법’ 제정에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정부가 코로나 감염증이 집중 발생한 대구와 경북 경산·청도·봉화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현행법상 피해지원이 제한적이라 실제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재난안전기본법 등 현행 법체계는 민간의 영업 손실을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현행 법령으로 불가능한 코로나19 피해보상과 경제회생을 위해 특별법 제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19와 관련한 피해가 타지역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76%가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 국내 사망자의 90%가 이곳 사람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법체계가 문제라면 취지에 맞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지역에 대한 보상 길을 찾는 것이 옳다. 특히 이 문제는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의 몫이라 할 수 있다.대구시는 코로나 특별법 제정과 함께 영남권 감염병전문병원과 국가바이러스 및 감염병 연구소의 지역유치에 대해서도 당선인의 협조를 당부했다. 코로나 위기 극복과정에 보여준 지역민의 위대한 시민정신과 메디시티 대구의 인프라 등으로 유치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포항에서도 21대 당선인 등을 초청해 지역현안에 관한 간담회를 가졌다. 특히 유치전이 벌어지고 있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포항유치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지역의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가운데 여당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 국가사업의 유치 등 지역현안의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많이 나왔다. 지역경제가 힘들 거라는 염려도 쏟아졌다.하지만 야당의원이라고 현안 해결을 못할 것도 없다. 야당의원이 뜻을 같이해 뭉치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 그것이 바로 정치적 역량이다.대구경북은 그동안 국가사업의 소외지역처럼 여겨져 왔다. 21대 당선인은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야당의원을 선택한 지역민심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은 코로나 특별법 말고도 통합신공항과 상수원이전,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하다. 20대 국회와는 다른 정치적 역량이 21대 당선인에게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

2020-04-27

봄철 산불 더 이상 없게 총력 예방을

24일 안동에서 일어난 산불은 사흘간 이어지면서 임야 800여ha와 민가 등을 불태웠다. 소방관과 지자체 공무원, 군인 등 3천여 명이 산불진화에 동원됐고 소방차 120대, 소방헬기 등이 투입됐다. 또 인근주민 1천 여 명은 긴급 대피를 했다. 이날 산불은 강풍이 동반되면서 더 크게 번져 고속도로를 넘나들 것이 우려돼 중앙고속도로 일부 구간의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병산서원이 화마 위험에 들어서면서 문화재 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지난해 4월 4일과 5일 강원도 고성·속초와 강릉, 동해, 인제 일대를 덮친 산불은 단일 화재로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많은 소방차를 동원한 기록을 남겼다. 산림 1천700여ha와 주택 등 시설물 916곳이 전소되는 피해도 냈다. 2명이 숨지고 11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곳 5개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전격 지정됐다.안동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하루 전 23일 산림청은 산불재난국가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하는 조치를 했다. 그러나 안동에서는 이를 비웃듯 산불이 일어났다. 주말임에도 수천 명의 공무원 등이 동원돼 산불 진화에 애를 먹었다.봄철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자주 발생,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산림청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산림면적 피해의 45%가 4월에 발생한다. 봄철인 3∼5월에 피해가 거의 집중돼 있다.계절적 요인에 의해 산불 발생 위험이 높지만 발생 원인은 입산자의 부주의가 가장 많다. 그래서 산불은 예방 이상의 더 좋은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당국의 산불 계몽활동과 사전 감시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산림은 목재 등 경제적 소재로서 훌륭할 뿐 아니라 홍수나 산사태, 산지 경사면 붕괴예방 등의 국토보존 가치도 많다. 해방 후 벌거숭이 상태였던 우리의 민둥산을 지금처럼 울창한 산으로 가꿔놓은 그간의 노력을 산불로 태워 버릴 수는 없다.해마다 반복되는 봄철 산불을 좀 더 과학적으로 예방할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2005년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로 우리는 우리문화재인 낙산사를 잃은 기억이 있다. 산불 예방은 단순히 산림만 지키는 것이 아니고 국토를 보존하는 일이란 생각으로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