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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시 뛰자 경북’, 코로나 극복의 에너지 돼야

경북도가 전도민의 힘을 결집해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구인 ‘다시 뛰자 경북 범도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이 기구는 코로나 이후 침체된 분위기를 차단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 위한 범 경북도민 차원의 민관협력 기구다. 25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출범식을 가진 이 기구에는 이철우 도지사를 비롯 도내 경제계, 학계, 언론계, 기관 단체, 연구소 등 각 분야 대표 369명이 동참했다.위원회는 클린안심 청정경북, 경제살리기, 미래도약 등 3개 분과로 구성했다. 코로나19 극복과 일자리 창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단순 자문·심의 기능에서 벗어나 정책제안, 계획입안, 자체실행 등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민관협력기구와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밝혔다.출범식에 참석한 이 도지사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선 행정력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 기구를 통해 도민의 힘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관 주도로 추진해 왔던 정책을 민관이 머리를 맞대 협력 추진함으로써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고 시간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지금 경북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쳐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많은 지역이 소멸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경북 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포항과 구미의 산업기반도 날로 약화되는 형국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덮치면서 경제분야를 비롯 관광, 농수축산 등 전 분야에 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지난 1월 주민투표를 끝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문제가 아직 활로를 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민의 미래를 담보할 신공항 문제가 지역민의 통합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 대구경북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풀어가야 할 과제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변수 앞에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당장 시급한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새로운 생존법에 대한 착실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범도민추진위 출범을 계기로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지역사회에 희망과 활력을 주는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지사의 말처럼 300만 도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뛰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2020-05-26

소득 격차 심화, ‘코로나19’ 핑계만 댈 일 아니다

정부의 갖가지 부양정책에도 불구하고 하위계층의 근로소득은 줄고 고소득층은 되레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1분기(1∼3월)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저소득층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핑계가 아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소득 상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812만7천 원으로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전년동기 대비 2.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3천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3%나 줄었다. 하위 10%와 상위 10%의 소득 격차는 6배 이상으로 커졌다.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가계지출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94만5천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9% 줄었다. 가계의 씀씀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 크게 줄었다.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175만1천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8% 감소했다. 전체 소득 분위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한편 통계청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제지표 악화의 이유로 또다시 조사방식 변경을 끄집어냈다. 지난해부터 조사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에 2018년 이전과는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조사방식을 고의적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까지 내놨다.소득 격차를 언제까지나 혈세로 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빈곤층 소득 증대는 세금이 아닌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부 정책으로 기업들의 체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친시장 정책과 규제 혁파 등으로 민간의 투자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가 구상 중인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도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환경 조성부터 하는 게 맞다. 일자리는 재정이 아니라 기업이 창출한다는 기본원리를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핑계만 댈 일이 아니다.

2020-05-26

이태원發 지역감염 방역고삐 바짝 죄어야

서울 등 수도권에 이어 대구와 성주에서도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감염자가 나왔다. 또 구미에서는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가 또다시 코로나 감염의 긴장감에 빠져들고 있다.코로나19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끈질기게 이어지는 모습에 숨이 턱 막힐 정도다. 대구에는 달성군에 사는 10대 여성이 코인노래연습장에 다녀온 후 2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이 다녀온 노래연습장은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인 달서구 거주 10대 남성이 다녀간 곳으로 확인됐다고 한다.성주에 사는 60대 여성은 달서구에 사는 딸의 집을 방문했다가 노래연습장에 다녀온 외손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대구 마이스터고 3년생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그가 살던 구미에서는 그와 그의 형 그리고 그가 다녔던 교회 신자 등 현재까지 모두 8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마이스터고생 형제는 모두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이들은 서울 이태원 클럽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어 감염원을 사실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225명에 이른다. 그 중 60%정도가 클럽 환자와 접촉한 이른바 n차 감염자로 알려져 있다. 어제는 서울 중랑구에서 클럽발 6차 감염사례가 나왔다고 한다, 클럽발 감염자도 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경남, 전북 등으로 산발적이지만 전국적 분포 속에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천지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을 중심으로 야기된 코로나로 대혼란을 경험했던 대구와 경북은 n차 감염에 대비한 경계를 지금부터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 악몽 같았던 지난 3개월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27일부터 고2와 중3, 초등학생의 등교개학이 이어진다. 보건당국이 비상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지만 코로나 특성상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은 스스로 생활방역 수칙을 지키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다. 충분한 준비와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젊은층의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져야 한다. 생활방역체계 이후 감염자의 43%가 20대라 한다. 클럽, 노래방 등 밀폐된 공간이 감염의 주 무대란다. n차 감염 예방을 위해 모두가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2020-05-25

정치권 새 화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공감

정치권에서 아직 사법적 심판 중인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론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통합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데 이어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안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야멸차지만, 이 문제는 이제 수면 위로 떠올려 논의를 시작해야 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문 의장은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통합의 정치’를 당부했다. 그는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는 뜻, 타이밍을 놓칠수록 의미가 없게 된다”고 부연설명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사면 필요성을 시사하는 글을 남겼다. 주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마다 예외 없이 불행해지는 ‘대통령의 비극’이 이제는 끝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해나가는 일에 성큼 나서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그러나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사면론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사면이 권력자를 위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대 주장을 펼쳤고, 안민석 의원도 “아무런 반성 없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퍅한 거부논리를 펼쳤다.사면론을 처음 꺼낸 문희상 의장의 말은 총선에서 낙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인색한 인식을 버리고 ‘국민통합’을 대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충고로 읽힌다. 과거에 발목 잡혀 머물거나, 지난 허물을 들쑤셔 민심을 선동하는 장난질은 길면 길수록 미래를 잃게 만드는 패착이 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험악한 세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작하는 새로운 시대에 천박한 진영논리에 뿌리를 둔 터무니없는 분노와 원한은 서둘러 녹여낼 필요가 있다.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 그보다도 더 극적인 반전 계기는 없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화두는 이제 금기어가 돼선 안 된다.

2020-05-25

영남권 감염병전문병원, 당위성 높은 대구로

정부가 추진 중인 영남권 감염병전문병원 공모사업에 대구의 상급종합병원 4곳과 경남 2곳, 부산 1곳 등 모두 7개 병원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구에서 신청한 병원은 칠곡 경북대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으로 코로나19 위기상황 때 코로나 감염병을 전담으로 맡아 진료활동을 벌인 곳이다.감염병 전문병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신종감염병 및 고위험 감염병 등에 대한 전문치료 육성책이 필요해짐에 따라 국가방역체계 개혁차원에서 추진돼 왔던 사업이다. 현재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과 호남권의 조선대병원이 지정돼 있는 상태다.감염병의 연구와 치료, 예방은 물론 인력 양성까지 맡는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은 코로나 사태로 이젠 다급한 국가과제로 떠올랐다.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사업으로 정부가 영남권과 중부권에 서둘러 전문병원 설립하려는 것도 긴급성을 인정한 탓이다. 자체 예산이 많은 서울시는 이와 별개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추진키로 한다고 발표해 공공의료 강화를 통한 감염병 대응이 적극화되고 있는 마당이다.정부의 전문병원 공모에 따라 이제 영남권의 7개 병원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설립의 당위성을 놓고 보면 대구만한 곳은 없다. 위치적으로 영남권 중심에 있어 왕래가 손쉽다. 의료인력 양성이 풍부하다.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 치료의 학습적 효과가 뛰어난 곳이다. 코로나 사태 경험이 대구지역 감염병 치료의 경험적 의료수준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비록 전국 최다 확진자 발생으로 의료진의 고생이 컸지만 진단검사와 음압치료, 병실관리 등 많은 부분에서 진료 노하우가 쌓인 곳이 대구만한 곳이 없다. 대구시가 국비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대구에 생긴다면 음압병실 추가 지원 등 120억 원의 지방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당초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나서기로 한 경북도는 대구지역 유치에 힘을 보태기로 해 대구와 경북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신청에 나선 지역의 상급 병원들은 코로나 극복의 특화된 대구지역의 장점을 잘 부각시키면서 보건당국을 설득해 반드시 대구 유치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시와의 공조는 두말할 것도 없다.

2020-05-24

미·중 갈등 대응, ‘내부분열’만은 피해야 한다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심상치 않다.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타이완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국지적인 군사 충돌 우려마저 나오는 긴박한 상황이다. 두 강국의 충돌로 한국은 샌드위치가 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점증하고 있다. 코로나19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세계외교지형에 미·중 갈등까지 덮치고 있는 판이다. 피할 길 없는 외생변수 앞에서 내부분열이 격화되는 일은 절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며칠 전 트위터를 통해 “미친 사람(wacko)”이라는 말까지 동원하며 중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같은 날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홍콩 및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고강도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 말이나 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폼페이오 장관 등은 불난 틈에 강도질을 했다”며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는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 현상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G2의 위치에서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의 전략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고민스럽다”면서 미국을 따라갈 것인가, 중국을 따라갈 것인가 딜레마를 겪는 상황이라고 고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시시때때로 친중(親中) 성향을 드러낸 문재인 정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총선 대승의 원심력을 타고 여권 인사들이 강성 좌익 발언을 쏟아내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정부는 모든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대승적인 관점에서 초당적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2020-05-24

통합당 연찬회, ‘부활의 기적’ 매듭 찾아내길

미래통합당이 국회에서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를 열고 있다. 연찬회에 참석한 당선자 84명은 21일 첫날 당 혁신 방안에 대한 끝장토론에 이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을 포함한 당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제1야당의 추락한 위상이 ‘더 내려갈 곳도 없는 수준’으로 묘사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찬회가 ‘부활의 기적’을 일궈낼 매듭을 찾아내는 극적 반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특히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장을 찾은 주 원내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가 광주 시민들로부터 환대를 받은 일은 모처럼 흐뭇한 화제다. 1년 전 황교안 전 대표의 광주 방문 때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는 뉴스는 즐거운 소식이었다.당의 이미지를 바꿔내려고 애쓰는 주 원내대표 특유의 유연한 리더십은 일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정치 원로모임인 헌정회를 예방한 자리에서 그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통합”이라고 말해 새 지향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야당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그의 사명은 실로 막중하다.한 달째 묶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향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다. 주 원내대표와 김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만나 ‘내년 재·보궐선거까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저울추가 비대위를 띄우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선 이상의 중진 의원과의 차담회에서도 비대위 임기 ‘3월 말’ 안이 제시된 것으로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하기도 했다.주 원내대표가 이끄는 미래통합당이 암울한 현실을 딛고 재건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념좌표를 시대에 맞게 과감하게 수정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가 필요하다. 거기에 맞춰 국민 감동을 일궈낼 정책들을 샘처럼 솟구치게 할 풍부한 전문성과 창의력을 갖춘 정책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이번 연찬회가 제1야당의 부활을 학수고대하는 민심에 부응한 기념비적 전환점으로 기록되길 소망한다.

2020-05-21

대구시 직제개편 포스트 코로나 효율성 높여야

대구시가 20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현 보건복지국을 시민건강국과 복지국으로 분리하고, 경제 활력을 위한 미래공간개발본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 감염병 진단검사 기능을 강화하고자 보건환경연구원에 질병연구부도 신설했다고 한다. 대구시의 이번 조직개편은 전적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체제 변화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경제를 활력화하고 감염병으로부터 시민건강을 지키고자 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 지자체 중에서 처음으로 보건과 복지를 분리해 감염병 대응에 적극 나선 점은 바람직한 일이다.대구는 코로나19가 전국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전국 확진자의 62%를 차지했다. 신천지교회가 전파자가 된 특수한 상황은 있으나 코로나19로 대구시민이 겪어야했던 고통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다행히 높은 시민의식으로 세계가 인정한 코로나 극복의 모범도시가 됐다.그러나 대구시가 진짜로 극복해야 과제는 지금부터다. 대구시의 직제개편은 이런 과제를 풀어갈 행정 수단이다. 대구시가 코로나 사태를 전적으로 도맡아 수습할 수는 없지만 일선현장의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할 선도적 위치에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시의 조직개편은 효능면에서 제대로 기능이 발휘될 수 있게 끔 잘 운영되어야 한다.정부 차원에서도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대구시의 발 빠른 대응에 기대를 모아본다. 대구시는 대내외적으로 메디시티를 표방한 지 오래다. 국내 최고의 의료 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료도시를 꿈꾸고 있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였던 대구의 공공의료 경험은 값진 대가라 할만하다.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신종 바이러스 유행병에 대응할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을 준비 중이라 한다. 이번 기구개편을 계기로 대구시는 감염병전문병원의 대구유치에 적극 나서 대구가 명실공히 메디시티로서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구가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유례없는 고통을 당했지만 그 경험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구시의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조직개편과 맞물려 대구의료계도 지역의료산업 발전에 함께 힘을 모아가야 할 것이다.

2020-05-21

野, ‘윤미향 의혹’ 國調 추진…여당도 태도 바꿔야

미래통합당이 갈수록 논란이 깊어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비례대표·전 더불어시민당)에 관한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미래한국당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거듭 제기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된 갖가지 부조리 의혹은 이제 정밀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제 민주당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연을 잇달아 이끌어온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들은 끝이 없다. 언론과 야권의 촉각이 윤 당선인 개인의 재산취득 과정의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중이고, 이해하기 힘든 각종 의문이 터진 둑처럼 폭포가 되어 쏟아지는 상황이다. 웬만하면 몇억, 몇십억 단위의 불투명한 회계 문제가 도마에 올려질 정도로 의혹은 눈더미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와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 시설인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내부 고발까지 터져 나왔다. 사회복지법인 ‘나눔의집’에서 근무하는 김대월 학예실장 등 직원들의 “지난해 25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 돈은 6천400만 원뿐”이라는 폭로는 듣는 귀를 의심케 한다. 지난날 불투명한 정대협의 운영 부조리를 강력히 항의했던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정대협이 피해자 명단에서 이름을 빼버리는 횡포까지 저질렀다니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윤미향’ 논란은 운동가 중심의 불투명하고 부조리한 권력집단으로 변질된 모든 NGO(비정부기구) 단체의 모순을 바로잡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20일에도 윤미향 비례대표 당선인에 대한 각종 의혹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는 이리송한 말만 반복하고 있다. 윤 당선인 정리에 나설 경우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모습이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더 심각한 국면에 다다를 수 있음을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은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2020-05-20

전국 평균보다 높은 대구시민 코로나 우울증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으면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코로나19는 언제 어디서든 다시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다. 전염병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를 양산하고 전파력이 워낙 높아 조금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가 안겨준 사회적 파장에서 우리는 반면교사의 경험을 했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는 극복과정이 유난히 힘들었다. 지역혐오 발언까지 들어야 했던 시민의 심리적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타지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힘든 과정을 거치느라 시민들이 받은 스트레스는 유별나게 클 수밖에 없었다.이 같은 내용은 최근 경기연구원이 조사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정신건강 설문조사’에서 잘 나타나 있다. 이 조사는 지난 4월 전국 17개 시도 15세 이상 주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국민의 45.7%가 “불안감, 우울감 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특히 대구시민은 전국 평균보다 20% 포인트가 높은 65.3%가 불안감·우울감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또 대구시민의 30.6%는 “코로나19로 인해 수면장애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것도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 높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코로나 후유증은 일반화됐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은 자칫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17일 경남서는 코로나19 양성판정 후 완치된 6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발생했다.최근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대구는 아직 많은 사람이 여전히 이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가 겪은 코로나 극복과정의 상처가 너무 큰 탓이다.특히 20일부터 시작된 등교수업으로 학부모나 학생 모두가 또다시 불안한 마음으로 코로나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심리적 불안감은 상황변화에 따라 반복되는 현상을 보인다. 심리상담센터 운영으로 치료를 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운용도 필요하다. 하지만 당사자의 자기관리도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이나 훈련 등을 통해 무기력증을 털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사회 모두가 함께 코로나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0-05-20

근로기준법 개선법안 ‘폐기’ 수순… 위기탈출 요원

코로나 사태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영난에 봉착한 경영계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비롯한 근로기준법 개선법안들이 모두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끝 모를 샅바싸움 기류 속에 갇힌 여야 정치권은 주 52시간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마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산업계에는 이런 추세로는 가공할 경제위기 국면을 탈출하는 일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매출 상위 1천 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1%가 21대 국회의 우선 추진 과제로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을 꼽았다. 국회에서 빨리 통과되길 바라는 법안은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으로서 42.6%로 압도적이었다. 주 52시간이라는 강제규정이 몸에 맞지 않는 작은 옷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현장에서의 비명은 심각하다. 주문이 밀려도 오후 5시면 노동자들을 칼퇴근시켜야 하는 경영진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노동자들은 수입이 줄어 울상이다. 노동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은 보장해줬지만, ‘저녁 사 먹을 돈이 없어진 삶’이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최저임금법 보완 논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해 있는 개정안은 무려 82건이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이원화를, 통합당은 업종별·규모별 구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주 52시간제 보완 입법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느라 최저임금법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이래저래, 근로기준법 개선법안 심의 통과는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 형편이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은 21대 국회가 들어서도 하반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논의가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여야 정치인들이 산업현장의 애달픈 상황을 이렇게까지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양보와 타협, 그리고 연착륙 정신으로 하루빨리 접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정쟁의 옹고집 무한 드잡이에 국민만 연일 죽어난다.

2020-05-19

고3부터 등교수업, 학생 안전에 만전을

오늘부터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등교수업이 시작된다. 5차례 연기되면서 3달 가까이 늦어진 등교수업의 시작에 대해 학부모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다.대학진학과 학사 일정, 학습공백 등을 생각하면 마냥 등교수업을 늦출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염성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불안한 구석이 너무 많다는 것이 학부모의 걱정거리다.보건당국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가 적극적 진단검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다고 판단, 학교등교를 허용했다. 대구경북지역도 신규 확진자 발생이 많이 뜸해졌다. 이태원을 다녀왔던 900여 명의 대구경북민의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왔다.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안심할 수는 없는 전염병이다. 마치 불 끄고 난 뒤 잔 불이 남아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5월 들어 대구지역 신규 확진자 18명 가운데 15명이 무증상이었다는 사실은 더 놀라운 일이다.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전파자가 된다는 사실에 두려움마저 생긴다. 조그마한 방심만 있어도 확산될 수 있는 것이 전염병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올 가을 한차례 대유행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있어 추호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교육당국은 등교수업에 대비해 각종 안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학생배치를 수능시험 대형으로 넓히거나 과대학급의 격일제 내지 격주제 수업도 준비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2∼5부제 수업도 고려 중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보건안전을 위한 교육당국의 만반의 준비에도 걱정은 없을 수 없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자체가 서로 만나고 부대껴야 하는 집단생활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다소 안정세를 보인다고 하나 제2 제3의 이태원발 감염이 없을 거란 법은 없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각종 예방조치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각자가 생활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생활 속에서 안전에 지켜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오늘부터 시작되는 순차적 등교수업은 초긴장 상태에서 관리돼야 한다. 학교 안에서 방역이 성공적으로 관리된다면 코로나 극복의 길은 밝다. 학교당국과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겠다.

2020-05-19

평화 논리에 순치된 국방…이해는 가지만 한걱정

19일 육·해·공군 전력이 참여해 경북 울진 죽변 해상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합동 화력훈련이 다음 달로 연기됐다. ‘기상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서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근 GP총격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 군에 나타나는 현상은 정치 권력의 ‘평화’ 논리에 상당히 순치된 모습이다. 정권의 방향에 적응해야 하는 군의 처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못내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북한이 동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일으킨 상황을 가정한 이번 훈련은 육군의 다연장로켓(MLRS) 천무, 아파치헬기, 해군의 P-3 해상초계기, 공군의 FA-50 전투기 등이 동원돼 표적 확인 및 도발 원점 타격 등 내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사격훈련을 죽변 해안에서 하게 된 것은 군사분계선(MDL) 일대 사격훈련을 중지하도록 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것이다.군은 지난 13일 북한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사건 조사 결과 K-6 기관총의 공이(탄환 뇌관 격발장치) 파손 등 일부 미비점이 있었으나 전반적 대응 절차엔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최전방 부대의 주요 화기가 부서진 채 방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도 문제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군이 이번 사건을 ‘우발적 오발’로 속단해 의혹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사실이다. 군 안팎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회복시키려는 정부·여당의 ‘평화 구축’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발맞추려는 것은 양해할 만한 대목이긴 하다. 그러나 국방의 유연성이란 한계가 분명해야 한다. 국민의 안위를 확보하면서 영토를 굳건히 수호해야 할 엄중한 사명을 지닌 군이 전선에서 자꾸만 후퇴하고 굴종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사고’로 예단하고 어물어물 군사훈련마저 거듭 미루는 모습은 국민 불안을 부를 따름이다. ‘평화’ 논리에 취한 군대가 국방을 튼튼하게 하는 게 아니라 튼튼한 국방이 ‘평화’를 담보한다는 평범한 진리와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에 걱정만 쌓여간다.

2020-05-18

지방분권법 처리 다시 촉구한 시도지사協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18일 광주에서 만나‘21대 국회에 바라는 대한민국 시도지사 대국회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성명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할 지방자치분권의 강화가 주요 골자다.20대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지방지치 관련법안을 21대 국회에서는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달라는 시도지사협의회의 간곡한 요구가 담긴 내용이라 하겠다.문재인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법안과 정책을 잘 추진할 정부로 여겨졌으나 임기 3년을 넘긴 현재 실제로 이뤄놓은 성과는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은 말로만 그쳤다.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겠다는 것도 허구에 머물고 말았던 것이다.20대 국회에 상정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중앙·지방협력회의 법안, 자치 경찰법안 등 어느 하나도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법안 폐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 전국지방분권단체들이 지방분권 관련법안의 통과를 수도 없이 외쳤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지방과 중앙의 격차를 더 벌이는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와 과연 이 정부가 지방분권과 지역균형개발의 의지를 가졌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국토면적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에 사람을 불러 모으는 정책이 더 많이 쏟아졌다.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이 그러하고 SK 반도체 하이닉스 사업의 수도권 유치 결정이 그러했다. 더불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약속한 공공기관 추가이전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 2’는 밝힌 지 2년 가까이 됐으나 정부의 후속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반면에 지방은 청년의 유출과 저출산 고령화로 소멸 위기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지방의 미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도권 집중화 정책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부추기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들이 한뜻으로 촉구한 지방분권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는 지방의 존망을 가르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 여야 정치권의 진정 어린 관심이 절실하다. 늦을수록 지방의 미래도 없지만 국가의 미래도 암울해진다. 21대 국회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2020-05-18

영일만항 물동량 급감, 특단 대책 있어야

코로나19 장기화로 포항 영일만항의 물동량이 급감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4월 들어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6천840TEU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월과 3월의 물동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던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4월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일만항의 물동량 감소는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철강의 물동량 감소가 주 원인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판매 부진과 자동차에 소요되는 철강 수요의 감소가 겹쳐 영일만항 물동량 감소에 직접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현상이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거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 악화로 2분기 전망을 더 어둡게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시범운항에 들어갔던 영일만항 기점의 국제크루즈선 운항이 코로나로 인해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도 악재다. 포항시는 당초 올 하반기 모두 5회의 크루즈선 운항을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불투명해진 상태다. 크루즈선 운항과 관련한 예산도 모두 반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영일만신항은 포항 발전의 축이 되는 기간산업이다. 포항뿐 아니라 대구와 경북의 유일한 중심항으로 향후 역할이 기대되는 항만이다. 관광산업 진작효과도 크다. 지난해 12월 영일만을 연결하는 인입철도 개통으로 활기가 예상됐던 영일만항이 코로나로 인해 비상 상태에 접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시적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중국과 교류로 서해안 시대가 열리면서 서해안권 중심의 항만산업이 크게 활성화하듯이 현 정부의 북방정책이 본격화되면 영일만항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꿈꿔왔던 환동해 중심 도시 역할 중 영일만항만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2009년 컨테이너 4선석으로 어렵게 출발한 영일만항의 활력화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영일만신항 임직원 스스로가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야겠지만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별한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 해소에 포항시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영일만항은 이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체질개선의 노력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0-05-17

통합당, ‘영남 자민당’ 오명 벗어날 묘책 찾아야

미래통합당 청년 그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과거 당내 인사들의 ‘망언’ 논란에 대해 사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된 이후 통합당을 ‘영남 자민당’이라며 지역당으로 찌그러트리려는 공세 속에 이 같은 움직임은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미래통합당은 이제 축소지향, 배제의 정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정치지향점을 재정비하고 지지기반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비로소 앞길이 열릴 형편이다. 통합당의 4·15총선 패인을 분석하는 시각 중에는 ‘닥치고 통합’의 구닥다리 쇼에 빠져 탄핵 이후 부정적 이미지만 덕지덕지 붙은 수구꼴통 정치세력까지 모두 끌어안고 가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정작 민심이 갈구하는 중도실용 정신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 허물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천하람은 지난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내 고향은 대구”라면서 싸우다가 화랑 관창처럼 장렬히 전사한 대구 출신 청년 변호사다. 그가 받은 득표는 고작 4천58표(3%)로서 민주당 당선자 소병철의 7만8천480표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그러나 천하람의 도전은 결코 작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인 전원투표에서 받은 59표(70.2%)는 통합당 당선인 84명 중 절반이 넘는 영남권 당선인 56명(66.7%), 초선 당선인 40명(47.6%) 등 두 그룹의 표심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것이다. 주 원내대표를 향한 통합당 당선인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 향수에 중독된, 목소리 큰 극우 열성 지지층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무엇보다도 ‘영남당’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지름길이 호남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과감하게 바로잡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전국정당’으로 손색이 없는 포부와 역량을 지닌 당으로 재건축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관성도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신실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너진 호남조직부터 재건해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남 자민당’은 안된다.

2020-05-17

갈 길 막힌 통합신공항, 이러다 망칠라

우여곡절 끝에 신공항 후보지 선정에까지 이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목전에서 길을 잃었다. 주민투표로 최종 후보지를 의성비안·군위소보로 선정했지만 군위군이 단독 후보지인 군위우보만 신청하는 바람에 이 문제는 수개월째 답보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가 대구시와 경북도가 요구한 선정위원회 개최를 거부했다. 군위군이 전격적으로 소보지역을 신청않는한 당분간 교착상태는 불가피하다.국방부는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이 서면 질의한 신공항 이전지 결정에 대한 답변에서 “군위군수의 소보지역 유치 신청 없이 공동후보지를 이전부지로 선정하는 것은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로써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은 또다시 대구경북의 몫으로 돌아왔다.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키로 한 이전지 합의가 지역 이기주의에 막혀 진로를 잃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의 장래를 생각하면 답답한 노릇이다. 정치적 고립으로 가뜩이나 국책사업 유치가 힘들어진 지역의 입장에선 이러다 통합신공항 건설조차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반대로 최근 PK(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여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부울경 여당 당선자 7명과 부산지역 상공인이 잇따라 정세균 총리를 만나 김해신공항 검증 문제를 포함한 지역현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정치권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꺼내면서 가덕도신공항은 또다시 정치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지역의 최대 현안이다. 대구경북민의 장래 먹거리가 달린 절박한 사업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통합신공항의 기회를 놓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 사업이 지역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지역의 국회의원 당선자와 경제인은 최근 모임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최우선 과제로 뽑았다.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지역 정치권이 인식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어떤 사업보다 대의명분이 앞선 사업이다. 소이기주의적 생각이 사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정말로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수 있다. 국방부도 주민 간 합의를 이루면 선정위 개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사회의 총의를 모으는데 정치권이 앞장서야겠다.

2020-05-14

무차별적인 ‘친일파 딱지’ 붙이기 책동 위험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파장이 진영대결로 비화하면서 ‘친일-반일 프레임’을 올가미로 쓰려는 음모들이 난무하고 있다. 할머니의 폭로 목적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의 개선과,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의 진화 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런데, 의혹의 당사자인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과 정치권이 마구잡이로 비판 목소리에 ‘친일파’ 딱지를 붙이면서 민심을 분열시키고 있어서 안타깝다.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인 윤미향 전 이사장은 방송 등에 나와서 논란을 보수·친일 세력의 모략으로 몰아갔다. 그는 “6개월간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면서 “미래통합당과 친일언론, 친일학자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이 최후의 공세를 한다”며 “미래통합당과 친일언론, 친일학자들이 총동원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완전하게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연의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모든 사람이 ‘친일파’라고 하는 이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심각한 모순에 봉착한다. 문제를 처음 제기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라는 사실은 설명할 길이 없어지게 된다. 이용수 할머니가 어떻게 친일파가 되나. 물론 정의연의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세력이 이 기회를 악용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민심은 정의연의 그간 활동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정의연이 서둘러 회계자료를 만천하에 밝혀 투명성을 입증하면 대다수의 의혹은 해소된다. 나아가 수요집회도 미래를 개척해가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될 일이다. 세상 모든 문제를 천박한 진영논리에 대입하여 멱살잡이 소재로 추락시키는 이 몹쓸 노릇을 언제까지 지속할 참인가. ‘친일-반일 프레임’을 죽창 삼아 비판자들의 입을 봉쇄하려는 이런 행태야말로 청산이 시급한 적폐 아닌가. 정의연이 정직해지는 길만이 논란해소의 첩경이다.

2020-05-14

또 국방예산 잘라 추경예산 충당?… 이래도 되나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방예산을 추가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차 코로나 추경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사업 예산 등 방위력개선비가 감축된 가운데 예산이 추가로 삭감되면 군 전력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남침야욕과 핵 위협 그 어느 것도 해소된 것이 없는데, 국방비 삭감이라니 밑돌 빼서 윗돌 쌓는 어리석음은 아닌지 세세히 살필 일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3차 추경을 위해 7천억 원 안팎의 국방예산 삭감안을 국방부에 전달해 두 부처가 구체적인 규모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KFX)과 해상초계기 연부액 등이 조정 대상에 올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차 추경 편성 때 국방예산에서 1조4천700억 원가량을 삭감했다. 추가 삭감이 반영되면 2·3차 추경으로 깎이는 국방예산은 약 2조2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미 2차 추경으로 감액된 전력예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F-35A 스텔스기(3천억 원)와 해상작전헬기(2천억 원), 광개토-Ⅲ 이지스구축함(1천억 원), 정찰위성(169억 원) 매입 등 방위력개선 사업비가 삭감됐다. 유류비 감액분 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정부 예산 삭감분 전액(4조3천억 원)의 34%를 국방예산에서 충당했다.기재부의 안에 대해 국방부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고 한다. 국방 전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예산 추가감축 가용액은 2천억 원이 한계라는 입장이다. 세기적 펜데믹인 코로나19의 후폭풍을 막아내기 위해서 고심 중인 정부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국방’을 가벼이 여기는 예산 조정은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크다. 국민들은 ‘병들어 죽을까, 굶어 죽을까’의 위협에 더해 ‘핵폭탄에 맞아 죽을까’하는 걱정까지 떠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궁핍해도 석가래와 기둥을 뽑아다가 땔감으로 쓰자는 것은 결코 좋은 방책일 수 없다.

2020-05-13

처벌 없어도 마스크 쓰는 시민의식 필요

대구시가 13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위반자에 대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던 조항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논란이 빚어졌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실시하되 위반해도 벌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조정한 것이다.이와 관련 대구시는 계도 활동을 2주간 더 연장키로 하고 13일부터 도시철도 역사 등에서 홍보활동도 벌인다고 한다.대구시의 수정조치로 앞으로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강제 제재는 없다. 하지만 택시기사나 공공시설 운영자가 승객이나 방문자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그들이 불응하면 출입 제한 혹은 승차거부를 해도 무방하다.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생활습관을 정착시키는 일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마스크는 코로나19로부터 대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방역수단”이라며 “99.9%가 마스크를 쓰고 잘 지키더라도 0.1%가 지키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란 특수한 여건의 질병으로 시민 공동체 모두가 합심해 노력할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지난 4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감염 사고는 코로나19의 폭발적 전염성을 잘 보여준 사례다. 현재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접촉자 등 관련자 신원 파악에 보건당국은 초비상이다.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퍼져 나간 코로나19의 악몽이 재연될까 봐 전전긍긍이다.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로 비상 상태에 빠진 나라들은 마스크 착용에 적극적이었던 한국과 대만, 중국 등의 코로나 대응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의 부정적이었던 미국의 의학계도 마스크 착용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대구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제재를 둘러싼 논란보다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본질적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은 본인은 물론 지역사회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는 데 생각을 같이해야 한다. 지금부터야말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다.

2020-05-13

초중고 등교 또 연기, 학사 혼란 줄여야

13일로 예정됐던 고3의 등교수업이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잡혀있던 학년별 등교 일정이 일주일씩 재조정됐다.서울 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급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는데 대한 정부의 불가피한 대응 조치다.지난 6일 처음 발생한 이태원발 코로나는 닷새 만에 확진자가 1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지역분포도 서울, 경기, 충청, 부산, 제주 등 전국적이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어느 지역에서 돌발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20, 30대를 중심으로 이미 감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졌을 것이란 진단도 나오고 있다.자칫하면 학교라는 집단이 감염병 매개지가 될 수 있다. 학생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학생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학생의 안전을 위해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아니더라도 등교시기의 조정은 마땅하다.하지만 등교를 5차례나 미루면서 학교는 대혼란에 빠져있다. 대책이 필요하다. 고3 학생과 학부모가 갖는 당혹감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다음 달로 예정된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일정이 꼬였다. 수시모집에 꼭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에 채울 내용도 없다.일부 학생 사이에는 차라리 재수를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자괴감 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재수생과의 상대적 형평성도 문제다. 맞벌이 가정은 일정에 또 차질이 생겼다. 연월차를 사용해 겨우 버텨왔는데 또 연기라니 당혹스럽다.무엇보다 고3의 심리적 혼란이 걱정이다.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린 상황에서 학력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아 그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지금의 상황이 일주일 연기한다고 안전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등교수업은 또다시 미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학교 당국의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등교 후 학생의 안전을 위한 방역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방역과 학사일정 등 꼼꼼히 챙기고 살펴야 할 일이 산적하다. 등교수업은 않지만 과제는 더 쌓이는 꼴이다. 교사들도 준비과정으로 많이 지쳐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2020-05-12

통합당 ‘초재선 모임’이 경계해야 할 일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초재선 의원들이 삼삼오오 뭉치고 있다는 소식이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원내수석부대표에 재선의 김성원 의원, 원내대변인에 초선 최형두·배현진 의원 등 60~80년대생을 원내지도부에 임명한 것도 하나의 청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복수의 초재선 모임이 의욕만 앞세워서 따로 힘을 결집하다가 상황을 오판하거나 소탐대실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의 혁신적 이념좌표 재설정에 앞장서는 게 필요하다. 4·15총선 이후 통합당 내에는 김성원 의원이 주도하는 ‘삼정개혁’ 모임과 유의동 의원이 이끄는 ‘정책정당 스터디’, 서범수 당선자가 앞장선 ‘전국 초선’, ‘부산 초선’ 모임 등이 움직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오신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낙선자들의 ‘3040그룹’도 별도 모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에서 초재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우선 점유율에서부터 압도적이다. 지역구 84석 가운데 초선이 41석, 재선이 19석으로 초재선 비율이 70%를 넘는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포함하면 그 수와 비율은 훨씬 늘어난다. 비상대책위마저 비토하며 기득권에 연연하는 당내 중진들은 보수정치 재건축이라는 중차대한 책무를 맡을 능력도, 의지도 찾기 어렵다. 초재선의 선택이 미래통합당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다만 우후죽순 개혁을 표방한 모임들이 따로따로 세력화하거나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함몰된다면 오히려 당의 자중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세연 의원은 “특정 구성원의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초재선그룹이 서둘러 완수해야 할 사명은 맹렬한 자기반성을 통해 통합당을 철저한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지향 정책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이다. 중도 민심으로부터 온전히 외면당하는 현상부터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 신임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의 “뒤를 보기 위한 게 아닌 앞으로 가기 위해 있는 ‘자동차 백미러’ 같은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말 속에 곱씹어볼 소중한 의미가 있다. 초재선의 건강한 역할이 요긴한 시점이다.

2020-05-12

등교수업 앞에 닥친 이태원 쇼크 반드시 막아야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6일부터 시작된 생활방역체계 속에 곧바로 일어난 집단감염이라 더 뼈저리게 아프다. 4월 말 이후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을 틈타 느슨해진 방역의식이 화를 불렀다 하겠다.한자릿수 증가로 안정세를 보이던 신규 확진자도 이태원 클럽 사태 발생으로 10일에는 하루 54명으로 늘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태원 클럽 관련자라 한다.대구(18명)와 경북(14명)에서도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32명의 접촉자가 확인돼 보건당국이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아직 확진자는 없으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이태원 클럽 방문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1천여 명에 이른다고 하니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또다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각 지역단위에서 만반의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초기 대응을 잘못해 사태를 키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이태원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은 대구와 경북에도 많이 산재해 있다. 현장 실태를 빨리 확인하고 이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젊은이들이 찾는 클럽은 대부분 밀폐된 실내공간으로 밀접 접촉이 많아 집단감염의 우려가 큰 곳으로 미리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이태원발 코로나는 젊은이들의 방심이 화를 키웠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는 연령대는 70∼80대에 집중돼 있어 젊은이의 경각심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태원의 경우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30%나 된다고 한다. 젊은이가 조용한 전파자가 됐다는 뜻이다. 이태원 코로나를 계기로 좀 더 촘촘한 방역망 구축이 필요하다.오는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대구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고 1, 2학년과 중1,2학년은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대구형 등교를 준비하고 있다. 학습 공백을 메우는 등교수업은 사실상 일상의 복귀를 의미한다.학교와 보건당국의 빈틈없는 방역준비로 안전한 등교수업이 보장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겠다.이태원발 집단감염에 지역사회가 잘 대응해 피해를 최대한 억제해 모처럼 돌아온 일상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2020-05-11

이용수 할머니의 외침…‘증오 중단’선언에 주목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수요집회’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정면으로 비판해 파장을 낳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면서 “28년간 참석해온 수요집회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논란은 즉각적으로 정치권 등에서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의 외침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용수 할머니가 회견 도중 언급한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 대목은 ‘찡’한 감동을 부른다.이용수 할머니가 누구인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서 위안부 피해자 중에서도 상징성이 큰 분이시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할머니의 발언 중 “성금이 할머니들에게 쓰인 적은 없다”고 주장한 대목에만 집착한다. 수십 년 전 영수증까지 제시하며 할머니를 노망든 노인네 취급을 하려고 든다.정치권의 멱살잡이는 더 한심하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에게 불똥이 튈세라 역성을 들고 나서는 중이다.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의 공작이라는 음모설까지 퍼트리는 중이다. 2015년 당시 한일합의 인지 여부와 관련, 외교부 차관을 지냈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까지 끌어들여 확전을 꾀하고 있다.할머니가 던진 ‘증오보다는 화해’라는 화두는 지난 2007년 본인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위안부 피해 상황을 증언했던 때와 달리 이제 세계적으로 공론화된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린다. 곁에서 수십 년 분노와 증오를 부채질해온 윤미향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고 떠나자 할머니가 서운함과 함께 비로소 어떤 깨달음에 이른 것은 아닐까. 피해 당사자가 직접 언급한 ‘화해’의 가치를 짓뭉개서는 안 된다. 기자회견 날 이용수 할머니는 마스크 수백 장이 든 상자를 가져와 일본에 기부하겠다고 했다니 가슴이 더욱 뭉클하다.

2020-05-11

‘한국판 뉴딜’, 졸속 추진으로는 성공 못 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진키로 한 ‘한국판 뉴딜’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일자리를 지키고,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고, 디지털 경제로 전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한다는 처방은 잘못된 방향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정책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우선 해보자는 식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졸속 추진은 성공은커녕 엄청난 국고손실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비상경제 중대본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경제 디지털화 가속 및 비대면화 촉진 등에 중점을 둔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 경제혁신 가속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운을 뗀 ‘한국판 뉴딜’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뉴딜’은 본래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1930년대에 추진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과 확대재정 정책이다.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뉴딜’은 디지털 신산업을 핵심사업으로 놓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남북 경제협력 등을 3대 축으로 삼아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주도로만 추진되는 정책의 부작용이다.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친(親)시장적 정책 추진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의 핵심기조로 내세웠던 ‘혁신성장’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얘기다.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자유를 넓히는 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보강, 문제투성이인 친노동 일색의 노동정책과 끔찍한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 등 실패하고 있는 기존정책의 보완 수정 없이는 곤란할 것이라는 분석들도 새겨들어야 한다. 과거 정권들이 개념조차 모호한 이상한 정책구호들을 앞세워서 천문학적 수치의 국고만 축내고 만 전례들을 반면 교사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재빠르게 지원금이 쏟아질 업종을 찾고 편법을 궁리하며 정부의 눈먼 돈 빼먹을 궁리에만 빠진 사이비들의 흑심이 가능하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때다.

2020-05-10

마스크 착용 의무화, 본질 벗어난 논란은 안 돼

대구시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관련 행정명령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지난 5일 권영진 대구시장은 긴급 담화문을 통해 “정부의 코로나19 생활방역 정책에 보폭을 맞추되 대구 상황에 맞게 정부보다 강화된 방역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공공시설 이용 시에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일부 시민단체는 “행정명령은 지금까지 방역에 잘 협조한 시민에 대한 권위적 발상”이라며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런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비난의 빌미가 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이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는 마당에 대구가 유일하게 행정명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겠다고 하니 시민들의 불편한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구지역의 위중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강화된 방역체계 유지가 필요하다. 대구지역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의 63%가 발생한 곳이다. 사망자도 68%가 이 곳 사람이다. 이 곳에서 하루 최대 7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위중한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은 강화된 방역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대구시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의 93%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찬성했다. 또 대구시의 방역대책이 정부의 대책보다 강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도 절반 수준인 49.1%나 됐다. 시민의 다수가 마스크 착용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는 뜻이다.대구시가 행정명령권 발동을 거론하면서 더 고민하고 신중해야 했던 점이 부족했다. 그러나 행정명령권을 두고 벌이는 논란이 대구시 방역정책의 방향을 비난하는 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특히 마스크 착용 의도를 흐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된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일어난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사태는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웠다. 건전한 비판과 논란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논의는 공동체 안전을 위한 조치의 연장선에서 건전하게 논의돼야지 본질을 벗어난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 대응에 보여준 성숙한 대구시민정신을 끝까지 지켜가야 한다.

2020-05-10

정치논리의 나쁜 선례 남긴 방사광가속기

1조 원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에서 경북 포항이 탈락했다. 방사광가속기의 과학적 기반이 가장 탄탄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속기사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임에도 후보지 선정에는 제외됐다. 개탄스런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기부는 6일 대전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평가회를 열고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를 후보지로 정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그동안 정치권에서 나돌던 특정지역 낙점설이 현실화 된 거나 마찬가지다.전남 나주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방사광가속기의 나주 유치 발언으로 지목을 받았던 곳이어서 이번 후보지 결정은 결과적으로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고만 셈이다. 총 1조 원이 투자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초대형 국가프로젝트 사업이다. 과학기술 투자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목적이 있다. 기초와 원천연구 그리고 산업체 지원이라는 명분 위에 구축돼야 할 사업이다.그러나 이 사업은 과기부가 선거 전 서둘러 공고를 발표하면서부터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평가기준이 갑작스레 공고되고 평가지표 선정과정도 불투명했다. 또 위치나 접근성에 관한 평가요소가 많아 특정지역에 유리하도록 정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은 생산유발 효과 6조7천억 원, 13만7천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사업이다. 지자체라면 누구나 탐나는 사업이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공정성과 사업타당성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 정부는 원자력해체연구소 설립 과정에서도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인 경북을 외면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방사광가속기 사업의 경우도 포항만한 과학적 타당성을 가진 곳이 없다. 그럼에도 과기부는 입지선정 요건에서부터 포항을 배척하는 사유들을 집어 넣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진 안전성과 활성단층과의 거리 등이다. 포항의 인프라와 노하우, 연구 인력의 장점은 배제된 것이다.다목적 방사광가속기사업은 처음부터 과학이 아닌 정치가 좌우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과학이 필요한 곳에는 과학이 등장해야 사업의 성공률도 높아진다. 정부가 합목적성을 잃고 정치논리를 선택한다면 또다시 나쁜 선례로 남기게 될 것이다.

2020-05-07

통합당, 안철수 제안에서 재건축 힌트 발견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동을 시작했다. 그는 며칠 전 혁신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야권을 향해 ‘합동 총선평가회’를 제안했다. 안 대표의 제안은 지난 4·15총선을 ‘여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야당이 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인식의 산물이다. 그가 던진 “지금은 모든 것을 버리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면 재건축 과제를 떠안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안철수의 제안에서 힌트를 찾아내야 한다. 안 대표는 이어 KBS 라디오 ‘열린 토론’에 출연해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중도정치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보수라고 말한 적 없는 야권 인사”라고 규정하면서 “저는 생각이 변한 게 없는데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 야권으로 비판하면 진보라고 하고 지금 같은 구조에서 정부를 비판하면 보수라고 한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특히 “국회 정책의 관철을 위해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어떤 당과도 손을 잡는 게 국회의 작동원리”라고 설명했다. 즉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제안한 대안에 여당이 동의하면 여당과 손잡고 통과시키고 야당이 동의하면 야당과 손잡는 것”이라고 말해 사안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는 균형정치의 가치를 역설하기도 했다.안철수의 언행을 놓고 보수정치와의 연대나 연합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근시안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안철수가 던지는 ‘혁신 경쟁’이라는 화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혁신적으로 변화한 야권이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마음을 선도해 나갈 때만이 국민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념의 진화는 등한시하고 ‘닥치고 통합’의 억지 바람으로 집권당에 맞서고자 했던 총선 전선의 어리석은 패착을 제대로 반추해야 한다. 거여소야(巨與小野)로 귀결된 21대 총선 결과는 야권이 ‘중도실용’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가치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현실을 여실히 알려주었다. 명망가 중심이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머뭇거릴 이유란 추호도 없다.

2020-05-07

‘대구형 생활방역’ 시민불편 최소화해야

대구시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생활방역정책 발표에 맞춰 정부보다 한층 더 강화된 ‘시민참여형 상시방역 정책’을 별도로 발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특별담화 형식으로 발표된 시민참여형 방역체계에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다중이용 교통수단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시에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는 것을 포함해 공연장, 도서관, 체육시설 등의 휴관을 추가 연장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초중고의 등교수업과 관련 대구는 고3만 빼고 등교연기를 교육청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가 관심이다. 예식장 등 민간시설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행정명령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 대구시의 방침이지만 영업의 지장초래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대구시가 전국 도시와 다르게 생활방역 정책을 강화내지 연장한 것은 코로나19의 상황이 타 지역보다 더 위중하다는데 근거한다. 권 시장도 “대구는 더 엄중하니 조금만 더 참고 조심하자”는 말로 시민의 동참을 호소했다.그러나 시민의 반응은 다양하다. 힘들더라도 더 참고 견디자는데 동의하는 사람도 있으나 파산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 등은 반대 목소리를 낸다. 더 이상 인내 요구는 파산하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등교수업에 관해서도 학부모의 반응은 가지가지다. 맞벌이 부부들은 더욱 난감하다. 학생들의 학습공백을 더 미룰 수 없다는 반응과 안전을 위해 더 인내하자는 쪽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반응과 논란이 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 안전을 위한 대구형 생활방역체계가 논란에 따라 흔들릴 수 있으며 생활방역 유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대구는 전국 코로나19 확진자의 63%가 발생했으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가장 집중된 곳이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집단감염이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대구시의 대구형 생활방역체계가 필요한 이유다.그러나 코로나19로 80여 일을 참아왔던 시민의 일상복귀 열망도 만만치 않다. 행정명령보다는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적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대구시민은 코로나 이후 세계가 칭찬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대구형 생활방역은 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고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0-05-06

북한군 GP총격, 또 유야무야 넘어가나

북한의 김정은이 장기간 언론에서 사라진 일을 놓고 ‘건강·신변이상설’을 제기했던 북한 이탈주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두 사람이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북한군이 아군 GP에 조준사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고사포 사격을 가해왔는데 우리 군과 청와대는 한사코 ‘우발’이라고 우기고 있다. 특히 국민 안위를 책임진 군의 반응이 ‘정치적 수사(修辭)’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현상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탈북인 출신인 태영호(미래통합당)·지성호(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뉴스에서 사라진 김정은을 놓고 중환자가 됐거나 사망했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한 일은 큰 실수다. 북한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게 만드는 두 사람이 국회의원 당선자라는 신분 변화를 의식하지 못하고 ‘정치적 언어’가 아닌 ‘탈북자의 언어’만을 구사한 것이 화근이었다.김정은이 다시 나타나자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안보상 심각한 위해를 가했다’면서 두 당선자의 국방위나 정보위 활동 불가까지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버다. 더욱이 북한군이 아군 GP에 고사포 사격을 가해온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우발적’이라고 단정하여 앞질러 면죄부를 주는듯한 야릇한 행태와 대비되면서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무엇보다도 군 당국의 어물쩍한 태도는 심각한 문제다. 어떻게든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회복시키려는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일견 양해할 수 있는 대목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안위를 굳건히 지키고 영토를 수호해야 할 엄중한 사명을 지닌 군이 정파에 완전히 예속돼 ‘짖지도 못하는 혀 잘린 개’처럼 구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제대로 된 비판성명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북한의 도발을 ‘우발적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다. 총을 함부로 쏴놓고도 한마디 변명조차도 하지 않는 적군을 향해 백기부터 흔들어대는 이런 정부와 군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