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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언론의 입 틀어막는 ‘민주주의’는 없다

등록일 2020-12-15 18:30 게재일 2020-12-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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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 우위를 앞세운 집권 여당의 폭주가 갈수록 태산이다. ‘공수처법’과 ‘기업규제 3법’에 이어 ‘국정원법’ 등 문제투성이인 법안들을 완력으로 밀어붙였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조 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당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민주주의’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수십 년 피땀으로 일궈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삽시간에 위태로워지고 있다.

‘필리버스터’란 국회(의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이다. 지난해 이 필리버스터에 느닷없이 끼어들어 해외토픽감을 만들었던 집권 여당이 올해는 아예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야당의 입을 틀어막은 채 입법폭주를 하고 있다. 더욱이 야당의 무제한 토론을 막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또다시 ‘코로나’ 핑계를 도깨비방망이처럼 써먹으며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있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올라온 국정원법 개정안과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결했다. 국회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을 또 활용한 것이다. 소속 의원들과 범여권을 총동원해 180석을 채웠다. 토론을 보장해야 할 무당적의 박병석 국회의장까지도 찬성투표에 끼어든 일은 참으로 낯부끄러운 기록이다.

작년 2월 이른바 ‘대구 경북 봉쇄’ 발언으로 대변인직에서 사퇴했던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이번에는 필리버스터 도중 추미애 장관에게 ‘법조 기자단 해체’를 권유했다. 국회 출입기자단 운영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출입기자 소통관을 왜 만들어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거침없는 과속질주는 이 나라 자유 민주주의를 위기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친위대를 창설하고, 권력층의 비리 부정을 파고드는 검찰총장을 쫓아내고, 국정원을 국가안보 조직이 아닌 초헌법적 민간사찰기구로 개악하는 일을 하면서 야당과 언론에 재갈까지 물리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아무리 바뀐 세상이라도, 이게 어떻게 자칭 ‘민주화 투사’들의 새로운 사명이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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