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AI 기반 운행 관리 장치가 설치된 택시가 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14일 오전 해당 택시에 탑승했다.
정년퇴직 이후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는 김모씨(63)의 차량이었다. 조수석 앞 유리에는 가로·세로 약 10㎝ 크기의 작은 기기가 부착돼 있었다. 김씨는 이 장치를 가리키며 “AI 기반 운행 관리 장치”라고 소개했다.
이 장치는 운전자의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운전을 감지하고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과속이나 급출발·급정거, 무리한 차선 변경 등이 포착되면 경고 알림이 전달되고 누적 점수는 배차와 운행 평가에 반영된다. 엔진과 배터리 상태 등 차량 이상을 미리 알려주거나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는 기능도 갖췄다.
김씨는 “과속이나 급가속 같은 게 감지되면 스마트폰으로 바로 알림이 온다”며 “운전 습관이 점수로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약 30분간 도심을 주행하는 동안 스마트폰 화면에는 ‘안전 운전 점수’가 표시됐다. 제한 속도에 근접하자 경고 알림이 울렸고 급가속을 하자 ‘과속 감지, 운행 점수 감점’이라는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김씨는 점수 화면을 힐끔 보더니 브레이크를 한 번 더 밟았다.
그는 “점수가 일정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배차를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며 “결국 천천히, 규정대로 운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상황도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역 택시 운전자는 2533명,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1411명에 이른다. 75세 이상 운전자도 171명이다. 포항 남·북부경찰서 집계 결과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최근 3년간 매년 500건 이상 발생했고 75세 이상 운전자 사고도 연평균 160건을 넘는다.
안전 관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날 AI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또 다른 택시 기사 정모씨(67)는 “손님들이 병원 예약이나 기차 시간 때문에 급하게 가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속이나 급한 차선 변경이 점수에 바로 반영되다 보니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곤란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옆에 있던 택시 기사 박모씨(64)도 “안전을 위해 AI가 도움을 주는 건 이해하지만, 가끔은 운전자도 승객도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도입과 함께 시민 인식 개선을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고령 운전자 관리 강화는 불가피하지만, 택시 기사에게 면허 제한은 곧 생계권 박탈로 이어질 수 있어 AI 도입과 보조 장치, 교육 강화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승객 역시 빠른 이동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제도가 정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