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공방으로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개최 조건을 계속 바꾸면서 TK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세운 조건 일부를 수용했지만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이 TK행정통합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게 야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의힘은 1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전격 철회하며 TK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여당에 재차 요구했다.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TK행정통합 특별법을 의결하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때문에 법사위를 열지 못한다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 없는 주장임을 알지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TK행정통합 특별법을 처리하기 위한 법사위 개최에 시간적 여유를 드리기로 결정했다”며 “민주당은 더는 궁색한 핑계를 대지 말고 즉시 법사위를 개최해 TK행정통합 특별법을 의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일부에서 ‘야당이 추진하는 필리버스터 때문에 법제사법위원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하자 전격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 여당이 TK행정통합 특별법을 미룰 명분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느닷없이 또다른 조건을 내세웠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 유관순열사기념관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자기들끼리 분열하고 내홍 벌이고 있는데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냐”며 “국민의힘 스스로 찬성이든 반대든 한 목소리로 당론을 결정하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총을 열고 TK행정통합 특별법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음에도 이날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 오히려 또 다른 조건을 하나 더 달았다. TK행정통합 특별법과 함께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에) 두 가지를 요구한다”며 “대국민 사과와 TK뿐 아니라 대전·충남 단일화 당론안을 제시하라”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통합안에 반대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은 TK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놓고 내부 이견을 드러내 자중지란에 빠졌고,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TK에서 국민의힘 책임론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TK행정통합을 통과시키지 않을 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적잖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TK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 TK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과 동시 통과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렵다”며 “정국 주도권을 쥔 민주당도 TK행정통합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TK홀대론’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