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민주당 전대, 끝까지 ‘충성·외부총질’ 경쟁

등록일 2020-08-24 19:40 게재일 2020-08-25 19면
스크랩버튼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가 시종일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과 외부총질 막말 경연대회로 끝날 것 같다. 전당대회가 흥행할 환경이 희박하긴 하지만, 나라의 중대 위기와 피폐한 국민의 삶을 되살려낼 정책경쟁이 사라진 집권 여당의 전대는 아쉽다. 지금부터라도 무책임한 ‘남 탓’ 외부총질로 국민갈등을 덧내는 경쟁만은 삼가기를 당부한다.

당권 주자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22일 비대면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방역에 도전한 세력은 현행 법령이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부겸 전 의원은 전광훈 목사 등을 향해 “사실상 테러 집단”이라고 비판했고, 박주민 의원 측은 광화문 집회를 신고한 민경욱 전 통합당 의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원욱 의원의 도를 넘는 험구는 민주당 전대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합동연설회에서 그는 ‘부동산 투기세력과 윤석열 검찰총장, 바이러스 테러범을 부추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민주당이 싸워야 할 ‘외부적’으로 규정했다. 8·15 집회를 허가한 판사의 이름을 딴 ‘박형순 방지법’을 발의하는 비상식적 행동도 취했다.

후보들이 앞다투어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는 있다. 당권 경쟁에서 ‘이낙연 1강 구도’가 워낙 튼튼해 난공불락인 데다가 코로나·수해로 인해 합동연설회, TV토론까지 줄줄이 차질을 빚으면서 여론 주목도 자체가 줄었다. 결정적인 것은 당 대표 경선 유권자가 전국 대의원(45%)과 권리 당원(40%)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조응천 의원의 지적처럼 ‘관심’도 ‘논쟁’도 ‘비전’도 없는 여당의 3무(無) 전당대회는 아쉽다. 집권세력의 실정(失政) 책임을 모조리 외부에 전가하는 국론 분열 생산공장이 돼버린,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양산해낼 외눈박이 부실정치가 심히 걱정스럽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남을 향한) 비판을 뿜어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노병철의 요지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