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법원이 잘못된 집회 허가를 했다”며 “신고 내용과 다르게 (대규모) 집회가 진행될 거라는 판단은 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법원이) 놓친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통합당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자 “법원이 집회를 허가해 경찰이 광복절 집회를 막을 기회를 빼앗아버렸다”며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원욱 의원의 노골적인 판사 비난이나 정 총리의 삼권분립 원칙을 넘나드는 위험한 발언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원욱 의원은 소위 집회를 허가한 판사의 이름을 딴 일명 ‘박형순법’이라는 법안까지 제출했다. 이원욱의 법안은 기존 집시법의 금지요건에 ‘감염병 확산’이라는 요건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법조인들은 향후 정권의 입맛대로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확인하고 있다.
집권 이후 성공적인 정책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핑곗거리를 찾아내는 데는 귀재다. 매사 안 되는 건 다 전 정권 탓이고 부동산시장 불안정도 국민 탓, 코로나 감염병 재확산도 8·15 광화문 대정부 시위를 원흉으로 몰아가는 데 혈안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기본 책무인 방역마저도 ‘남 탓’ 의식에 절어 삼권분립의 기반마저 허물며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려대는 용렬한 모습이다. 다양한 찬반 민심을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인재와 정책을 쓰는 데 있어서 편협한 이념코드에 묶이지 않는 탕평과 실용의 정치는 언제나 가능할까. 여야를 불문하고 모조리 ‘내로남불’의 수렁에 빠진 이 한심한 ‘핑계 공화국’은 언제쯤이나 끝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