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일까

포스코 교육재단 임원을 지낸 이광수(74)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꽃이 나 좋으라고 피었겠나’(놀북·사진)가 나왔다. 담담하면서도 애잔한 서정을 4부 72편을 담고 있다.대도시 대기업 임원의 삶을 거쳐 늦게 시작한 시가 이제는 오롯이 삶의 전부가 됐다고 말하는 이 시인은 “시 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아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시를 통해 이해하는 과정을 내 나름대로 드러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또 “정년퇴직 후 자연의 여러 존재와 함께 살면서 몸으로 직접 얻은 삶의 보람과 이치를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말한다.그의 시적 자장은 자연과 함께 유유자적 살아가는 초인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영천 산속 별마을에서 발원한 서정의 이미지는 포스코로 대표되는 청춘의 시간을 지나 깊은 산속 일상의 삶에서 접하는 자연물들과의 유유자적 또는 자유자재한 삶에 이르러 시적 사유와 삶의 깨달음을 풀어놓는다.추천사를 쓴 이종암 시인은 “경북 영천시 화북면의 깊은 산속 마을에서 산과 나무와 하늘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품성을 닮아가며 얻은 깨달음을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노래한 것이 이광수 3시집 ‘꽃이 나 좋으라고 피었나’ 속의 시편들”이라면서 “인생 노후에 얻은 삶의 보람과 이치들을 담담하고 느긋하게, 때론 유쾌하기까지 한 수채화들로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1부의 ‘금낭화’는 이광수 시인의 현재 삶을 선명히 보여주는 작품이다.‘이른 봄/땅을 밀치고 올라온다/여리고 여린 것이/몸을 있는 대로 비틀면서/세상 구경을 해보겠다고/꽃 피워보겠다고/내가/금낭화라고.’ 이광수 시인 3부의 ‘지는 것은 붉다’와 ‘고별’은 유한한 존재의 소멸이 품은 장엄함과 눈부심을 단도직입의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우리네 인생 노후의 삶, ‘할 일을 끝낸/뒷모습은/얼마나 자랑스러운지/지는 것들은 붉어서 말이 없다”-은 분명 자랑스럽고 빛나는 삶이어야만 한다. 시인은 일반인이 잘 보지 못하는 세계와 존재의 이면을 바라보는 관찰자이며, 대책 없는 사랑의 맹신자라는 측면에서 이 시인은 탁월한 견자(見者)와 사랑의 맹신자가 되고 있다.이광수 시인은 포스코를 정년퇴직한 후 영천 기룡산 북쪽 산비탈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면서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이번엔 그가 오로지 ‘전업 시인’으로서 몰두한 창작의 결과다.이 시인은 “첫 시집 ‘제일 시원한 바람’이 나의 순정을 끌어내는 데 그쳤고 두 번째 시집 ‘산골 집값’은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삶을 통해 감동을 주고자 했다”며 “그냥 시가 좋아 시를 쓰고 때가 되면 시집으로 엮어낸다. 살다 간 나의 흔적을 남기는 만큼 오랜 여운이 남는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이광수 시인은 대구 출신으로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와 포스텍, 포스코교육재단에 근무하다가 퇴직 후 2009년부터 영천 별빛촌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10-04

당신의 나이를 되돌리는 ‘비법’ 소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노화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신간 ‘노화의 정복’(까치)은 아일랜드 트리니티칼리지 노인학 교수인 저자 로즈 앤 케니가 젊음과 늙음을 숫자로 따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묶은 책이다. 노화 종단 연구를 지휘해온 저자는 장수의 비밀과 노화 방지를 위한 중요 키워드를 제시한다.우리가 미신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실천에 나선다면, 충분히 ‘노화의 저주’에서 벗어나 인생의 마지막 한 바퀴를 가치 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노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수명이 7.5년이나 더 길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1장에서는 자신을 젊다고 느끼는지, 늙었다고 느끼는지가 실제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노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경우에는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다른 몇 가지 뇌 검사에서 수행 능력이 낮게 나왔다. 전반적인 건강, 약물 투여, 기분, 생활환경, 기타 요인들을 감안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즉 인식은 신체와 정신의 노화 속도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다.2장에서는 세계적인 장수 마을인 블루존 지역을 찾아가서 건강하게 100세를 사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활방식과 행동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3장은 노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정에 대해 소개한다. 우정은 인간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다양한 종에 걸쳐 공통의 진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개코원숭이, 돌고래, 쥐처럼 사교성 있는 여러 종에서 더욱 긴 수명과 관련돼 있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인간의 사회적 접촉과 교류의 강도가 스트레스, 심장질환,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정은 뇌를 자극해 인지력을 향상시키고, 혈관질환을 감소시켜 치매 위험도 줄여준다.4장은 웃음의 놀라운 노화 방지 효과를 소개한다. 웃음이 담당하는 상호작용의 역할이 타인과의 유대감 형성에 중요하며, 이런 유대감이 생존의 핵심이면서 동시에 노화에서의 역할을 비롯해 생리적, 심리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5장은 숙면의 가치를 설파한다. 수면 시간 동안에는 뇌세포 사이의 공간이 뇌척수액으로 채워지는데, 이 액체가 낮 동안 축적된 독소들을 씻어준다.6장에서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 대처법에 대해 다룬다. 저자는 휴식, 스트레스 해소, 긴장 풀기 방법으로 하루에 한 번 혹은 그 이상 휴대전화와 다른 인터넷 통신을 끄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여러 세대의 가족과 친구가 ‘함께 식사를 하는 것’ 또한 모든 블루존의 표준적인 관행으로서, 100세 장수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8장은 냉수욕을 소개한다. 냉수 노출은 감정, 집중력, 기억력을 조절하는 주요 뇌 영역에서도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우리의 각성도, 기억력, 사물에 대한 흥미, 기분, 통증에 대한 몸의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9장에서는 건강한 식단을 찾아간다. 우리의 몸에 노화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스위치가 있음을 암시하는 증거가 연구 결과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이 스위치는 고정돼 있지 않고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시간을 연장하는 동시에 말년에 나타나는 골치 아픈 질병을 뒤로 미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식생활과 체중은 여러 가지 스위치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으며, 세포 노화의 요소들을 켜거나 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라는 자주 인용되는 2천년 전 히포크라테스의 경구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 출발점으로 블루존 100세 장수인들의 식단을 제시하고, 단식을 하면 좋은 이유와 효과적으로 단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21

한반도 안보전략 대전환의 시기, 중도·초당적 핵자강론 제안

우리는 오랫동안 ‘비핵·평화’ 정책을 추구하며 북한을 압박해 왔지만 끝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북한은 사실상 세계 아홉 번째 핵보유국이고, 핵탄두와 미사일의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반도 안보 환경의 달라진 모습이다.‘왜 우리는 핵보유국이 되어야 하는가’(메디치미디어)의 저자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는 세계 10위권의 산업화된 민주국가인 우리나라가 북핵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숙고와 큰 결단과 함께 학계와 산업계의 새로운 길 모색을 제안한다.저자는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으로 오랫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며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해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북한이 ‘시험용 수소탄’을 실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북한의 핵무기가 생존용이나 협상용 차원을 넘어서서 한국의 안보와 국가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여러 전문가와 논의하고 많은 자료를 검토한 후 이제는 한국이 ‘독자 핵무장(핵자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우리는 오랫동안 ‘비핵·평화’ 정책을 추구하며 북한을 압박해왔지만 끝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북한은 사실상 세계 아홉 번째 핵보유국이고, 현재 80~90여 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국군과 사회는 북한의 핵 공격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한반도 안보 환경의 달라진 모습이고 우리는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이 책에서 저자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제는 더 이상 이뤄질 수 없음을 명시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남북 핵 균형을 통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지속 가능하며 안정적인 남북협력의 토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책의 1부에서는 한국이 왜 핵자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북한 비핵화의 실패 원인과 장애 요인들은 무엇이며,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한국의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지, 미국의 확장억제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지 등에 관해 분석한다.2부에서는 핵자강 추진을 위한 대내외적 조건과 체크리스트를 고찰하고, 한국의 자체 핵 개발 역량을 분석하며, 남북 핵 균형과 핵 감축을 위한 4단계 접근법 및 국제사회 설득 방안 등을 제시한다.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하는 담론과 논리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문답 형식을 통해 구체적으로 지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21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와 ‘꽃의 시인’ 원경 스님 만남

‘빛의 화가’, ‘백색의 화가’로 평가받는 김인중 신부(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와 서울 낙원동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북한산 심곡암 주지 ‘꽃의 시인’ 원경 스님이 함께 시화집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파람북)을 펴냈다.김인중 신부는 원경 스님의 시 세계에 깊이 공감했고 원경 스님은 김인중 신부의 구도자적 삶에 존경과 섬김으로 그림 곁에서 마음의 시를 썼다.김인중 신부는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일찍이 국전과 민전을 휩쓸었으나 돌연 유럽으로 건너가 사제의 길을 걸었으며, 유럽에서는 사제였음에도 화가로서 이름이 알려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표적인 고딕 양식 건축물인 프랑스의 샤르트르 대성당을 비롯해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된 성당과 일반 건물은 전 세계 45곳에 이른다. 프랑스혁명 이후 어떠한 전시회도 열리지 않았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품을 거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책에 수록하고 있는 원경 스님의 시편들은 대부분 김인중 신부의 작품을 대하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영감을 포착해 쓴 것들이다. 팔순이 넘도록 고독과 고난의 수행을 이어온 수행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한다. 화장세계(華藏世界)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이기에 종교의 구분 따위는 한갓 실오라기에 지나지 않는다.“신록이 담긴 화폭 속에서/ 기도하는 소망의 꿈이 푸르러/ 삶의 의욕과 열정을 안겨주기에//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어라”(‘푸른 꿈’ 부분)김인중 신부는 원경 스님의 시에 대해 “경직된 남성들 사회에서 꽃이 화두에 오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으니 스님은 ‘꽃의 대부’라고 생각하며, 그것만으로도 단순하고 깊은 시봉으로 여겨진다”고 했다.김인중 신부는 이 책의 출간에 대해 “스님의 시와 본인의 그림은 ‘아름다움’ 하나에 뜻을 함께하였으니 종교 간에 초탈의 세계를 통해 저세상의 아름다움을 미리 맛보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21

‘길’을 따라 펼쳐지는 경주의 역사·인문학

‘경주인문지리총람, 경주의 옛길’경주의 종합인문지리지인 ‘경주인문지리총람, 경주의 옛길’이 나왔다. 경주문화원은 최근 1천 쪽 분량의 ‘경주인문지리총람, 경주의 옛길’을 발간했다. ‘경주인문지리총람, 경주의 옛길’은 경주의 지문(地文)을 담고 있다. 고대부터 특히 조선시대·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른 지금까지 옛길과 새로 난 길을 따라가며 주변 마을의 이야기와 변화를 짚어보고 있다. 일종의 ‘경주의 근·현대사’다.경주문화원은 지난해 1월 7명의 집필진을 구성해 경주 영역 곳곳을 다니며 경주의 산천과 지문, 선대 경주인의 자취를 기록했다. 또한 ‘황리단길’, ‘경주 환락가의 어제와 오늘’ 등 외부에 의뢰한 6개의 소(小)주제 원고도 담았다. 모두 사서(史書)·시사(市史) 등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삼되, 그 성격과 맥락의 결은 다르다.‘경주인문지리총람’ 총론에서는 ‘옛길’의 바탕인 ‘조선시대 도로정책과 경주의 역참’을 살핀다.경주 관련 조선의 6대로(六大路), 조선 통신사가 다닌 사행로(使行路), 역로(驛路), 장수도(長水道) 소속 경주의 역참의 성격 등을 김정호 이전 신경준이 쓴 ‘도로고(道路考)’를 통해 밝힌다. 현 경주지역 국도의 근간이 되는 ‘일제의 신작로 정책과 경주의 신작로’ 등을 일본의 도서관에서 찾아낸 ‘朝鮮の 道路’와 1905년 일본인 토목기사가 신작로 개설을 위해 ‘경주-포항’, ‘경주-영천’ 간 조선시대 옛길을 조사한 ‘조사보고서’와 그 경비를 경주군이 조정에 청구한 ‘황성신문’ 등의 자료들을 발굴해 지역에 처음 소개한다.이를 바탕으로, 경주읍성 중심으로 9개 방면의 옛길을 더듬는 한편, 광복 후 특히 1968년을 기점으로 50여 년간 변화해 온 경주의 근현대 길, 시가지 공간변화와 마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주시가지의 공간변화는 근본적으로 1970년대 초반,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에 따른 것이고, 울산의 공업과 포항의 철강산업 지형도에 따른 것이다. ‘천마총 발굴, 보문관광단지 조성, 경주시가지 버스터미널 이동, 시장 이동과 신설, 학교 신설’ 등이 그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8·90년대를 거쳐 2천년대 들기까지 ‘고속철도 개통’과 ‘전철화’와 건포산업도로 등 각종 신설 도로개설은 경주시 곳곳에 산업공단지역, 신주거지역을 낳았다. 일제가 조선을 삼키기 위해 1906년부터 전국을 측량해 1912년부터 제작한 근대 지도 중 ‘경주’ 지도를 비롯해 ‘모량’·‘조양’·‘안강’·‘언양’·‘아화’ 지도와 경주 외곽의 각 지역 지도를 바탕 삼아, 신작로 방향, 마을들의 이름과 위치 등 경주의 산천을 살폈다. 지도 속에는 조선시대 큰길, 동네길, 샛길, 산길, 고갯마루 등이 나타나 있다.1914년 일제가 경주지역을 조사한 ‘지지조서(地志調書)로 동네 옛 이름과 인구수를 확인했으며, 왕릉과 하천 등을 자세히 그린 ‘지적도’를 통해 110년 전의 경주 지형도를 살폈다.각종 사서(史書)와 시사(市史)와 다르게 지역과 관련된 각종 신문자료들을 발굴해 지역 변화의 맥락을 짚었으며, 각 노선과 마을의 주요 대상들이 담긴 2천여 장의 사진을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집필진들은 “‘역사를 품은 도시, 미래를 담는 경주’가 되기 위해 현 경주와 경주인이 할 일은 무엇이고, 언제부터인지를 독자 제현께서 ‘경주인문지리총람, 경주의 옛길’ 속에서 그 길을 찾아낼 수 있다면 집필진은 그간의 노고를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19

대구대 김성해 교수, ‘벌거벗은 한미동맹’ 발간

벌거벗은 한미동맹 책 표지 사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신냉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가 큰 가운데, 한미동맹 70주년을 재조명한 책이 발간돼 주목받고 있다.  대구대 김성해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벌거벗은 한미동맹 – 미국과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이유(개마고원)’란 제목의 책을 최근 발간했다. 이 책은 그간 한미동맹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해 왔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미국과 헤어져야 할 이유는 물론 한미동맹 때문인 부작용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이 아닌 중립화라는 대안도 함께 제시되어 있다.  해방 직후부터 2023년 현재를 관통하는 이 책에는 동맹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것, 미국을 수호천사로 생각하는 게 우상숭배에 가깝다는 것, 한국은 미국의 ‘반공 십자군’으로 길러졌다는 것, 또 미국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관료, 정치인, 지식인과 언론인 탓에 한국은 동맹이라는 가두리 양식장에 갇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김성해 교수는 “한미동맹은 일종의 처방전이다. 70년간 같은 약을 복용했지만, 결과는 핵전쟁 공포다”라면서 “동맹이라는 처방이 잘못된 진단에 근거를 두었으며, 동맹 덕분에 기저질환이 깊어지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 “전쟁 직후와 달리 한국은 이미 선진국에 들어섰으며 미국이라는 부모를 떠나야 제대로 된 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09-18

은퇴 후 여생을 고민하는 6070들에게

“나이 ‘일흔’이지만 세월 흐르는 대로 그냥 둥둥 떠내려가기 싫었다. 큰돈 들이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때론, 나의 ‘아직 덜 삭은 끼’를 조금씩 발휘하면서 혼자 좋아서 싱글벙글 웃어가며 하루하루 재미있어할 일. 게다가 술술 잘 풀려나가서 일이 점점 넘치더라도 지치지 않고 즐겨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기 시작했다. 대구 앞산에 시집만 파는 책방 ‘산아래 詩’를 차렸다.”지난 4월 대구시 남구 앞산 카페거리에 ‘시집만을 파는 서점’을 연 이동림씨가 펴낸 ‘일흔에 쓴 창업일기’(산아래 詩) 중 한 부분이다. 작가는 대구경북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탄탄한 홍보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던 중견기업인이었다. 올해 초 회사경영에서 물러난 작가가 개업한 서점은 전국 시인들이 서가에 쌓아둔 시집을 대신 팔아주는 이색적인 곳이다.작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일, 관계, 욕구, 기회 같은 게 이 나이엔 더이상 오지 않을 거라고 고개 숙여버리면 이 자리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참 편한 자세로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쉽고 편하게 남들 흉내 내면서 살자면 나도 이제 다 내려놓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는 순간부터 나는 ‘진짜 노인’으로 늙어 갈 수밖에 없으리라. 이게 싫다”라고 했다.책 내용을 보면, 흔한 창업스토리가 아니다.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점포계약, 사업자등록, 비품구입, 오픈 전에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까지 일기체로 읽기 쉽게 담겨있어, 은퇴 후 뭔가 해보려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창업을 아무나 하나’(15p)에서는 “책방을 하고 싶다니까 자식들 말고는 다 말렸다”고 했고, ‘이게 현실’(26p)에서는 “돈을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우선 점포를 얻을 보증금과 다달이 나갈 월세. 월세는 아무래도 6개월치 정도는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요즘은 이런 일로 새로 산 계산기를 자주 두드린다”고 했다. ‘더 좋은 작품 써야겠어요’ (113p)에서는 “시인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책장에 가서 자기 시집부터 찾는다. 자기시집인데 처음 보듯 책장을 넘겨 가며 새삼스럽다는 듯 환하게 웃는다. 더 좋은 작품을 써야겠다는 시인도 있다”고 있다.작가는 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이제 겨울 강변에서 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때처럼 혼자 이곳 책방에 들어와서 詩의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고 했다. 다양한 갈등을 겪으며 창업을 한 이후 이제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은퇴하고 나서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고민하는 6070세대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만화책 보듯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07

고객이 찾아오는 브랜드, 비결이 뭘까

“앞서가는 브랜드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다만 고객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뿐!”세상에는 수천수만 개의 브랜드가 존재한다.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 닐슨미디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는 50만 개 이상의 브랜드가 존재한다. 이처럼 수많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브랜드는 몇 개나 될까? 이러한 정글 속에서 브랜드가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나아가 자기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려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애플, 구글, 아마존, 디즈니, 테슬라, 메타 등 상위 1%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기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초격차 리딩 브랜드로 우뚝 섰을까?‘고객이 찾아오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현대지성)는 ‘고-투(Go-to)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한다.‘고-투 브랜드’란, (1)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초격차 리딩 브랜드, (2) 고객이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브랜드, (3) 수많은 인재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직접 나서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는 브랜드의 비결은 바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흔히 많은 기업이 판매할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대부분 자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객이나 소비자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놓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다주는 ‘완전한 해결책’이다. 테슬라는 지구 환경을 위하는 고객의 착한 마음뿐 아니라 세련된 예술적 감각을 충족시키는 전략으로 기존에 없던 디자인의 전기차를 내놓았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산업의 허점을 발견하고 여행자가 지역 주민처럼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에 집중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판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로부터 출발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당시 너무 복잡하고, 사용하기 힘들고, 번거로웠던 소비자 기술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함’을 모토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만한 최초의 전화기를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이처럼 ‘고-투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상품’이 아닌 오랫동안 향유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투 브랜드’는 더 이상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기 때문이다.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년 이상 경영 전략가로 활동한 저자 테레사 M. 리나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독창적인 브랜드 전략 모델을 연구·개발했고, 이를 애플, 아마존, 구글, 나이키, 디즈니, 시스코 등 수백 곳의 기업에 적용해 탁월한 효용성을 입증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투 브랜딩’ 전략을 발사-점화-항해-가속 4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핵심 전략을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적용할 수 있는 실천 과제도 함께 제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07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에 대한 19가지 근원적 질문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흉악범죄들의 법 판결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의구심을 품어보았을 것이다.‘과연 법원의 판결은 공정한가? ‘범인의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가?’ 혹은 반대로 ‘다른 사건들에 비해 범인의 형량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등등 때로 우리는 사건 이후 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내리는가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보며 때로 그 기준이 너무 모호하게 느껴져 회의감을 느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억울할 수 있는 법 판결’이 타인이 아닌 당장 나에게 들이닥친 문제라면 어떠할까? 법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은 모순적인 판결로부터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항변할 수 있을까? 법치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며 응당 그 규칙에 따라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법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법이 사회 속에서 작동하며 기능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한스미디어)의 저자 폴커 키츠는 심리학과 법학 전공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 책에서 19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법치국가가 어떻게 법의 기준을 설계해갔는지 추적한다. 19가지 사례는 모두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평화적 연좌 농성은 위법일까?’ ‘국가는 테러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에게도 존엄성은 있는가?’처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주제뿐만 아니라 잊힐 권리, 여성 할당제, 동물보호,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교육권, 동성결혼, 안락사 등 토론이 필요한 주제까지 그 범위가 넓고 깊다. 각 챕터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해 당사자가 법에 의심을 품게 된 이유, 고민의 범위,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 모두를 상세히 담고 있다.책에 담긴 19가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법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며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법 판결이 어떻게 탄생되는지도 지켜볼 수 있다. 종국에는 법치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법 사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의 법은 당신과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몇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싸운 결과물”이라며, 법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결국 ‘우리’에게 있음을 강조한다.이 책은 독일 현지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서독이 타임지라 불리는 주간지 슈피겔, 벨트,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독일 국영방송국인 ZDF 등 많은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다.2017년 국내 출간했고 이번에 개정판을 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07

이대환 ‘붉은 고래’ 20년 만에 독자 만나

지난 2004년 전 3권으로 출간돼 주목을 받았던 포항 출신 이대환 작가(65)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가 20년 만에 다시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문학전문 인터넷 매체 ‘문학뉴스’가 새로 마련한 ‘다시 읽는 문제작’에서 ‘붉은 고래’를 5일부터 매주 화요일, 금요일 주 2회 연재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현재 절판 상태로 놓아둔 ‘붉은 고래’를 연재가 끝나는 2025년 여름쯤에 ‘굵직한 단권’으로 복간할 계획이며 이번 기회에 군데군데 손질할 생각도 하고 있다.장편소설 ‘붉은 고래’의 주요 인물은 포항 출신의 허씨 삼형제다. 맏이는 재일 조총련 간부, 중간은 남한 정권의 권력자, 막내는 남한에서 성장해 일본의 큰형을 만나고 북한에 들어갔다가 남파된 후 십수 년 옥살이를 하고 나온다.소설의 첫 장면은 공민권을 회복한 막내(허경욱)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작은형의 아들(허시우)과 조우한 모습이다. 이후 둘이서 한 달을 바쳐 유럽 대륙을 거의 한 바퀴 돌게 되며, 여행길에서 삼촌은 틈틈이 조카에게 가족사(삼형제의 인생)를 들려준다. 여정의 종착은 모월 모일 모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이다. 기필코 만나야 하는 사람이 기다리는데, 그는 북한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맏형의 아들이다.허경욱이 이야기하는 가족사가 소설의 날줄을 이루고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일제 말기부터 20세기 말에 이르는 포항·일본·북한이고, 소설의 씨줄은 허경욱과 허시우의 유럽 여정으로 20세기 말의 유럽 여러 지역과 사람살이의 풍경이 예리한 시선에 포착된다.소설책 ‘붉은 고래’의 맨 앞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따로 적혀 있었다.‘넘어설 경계도, 지켜설 경계도 없는 자유로운 바다에서 맘껏 호흡하며 찬란하게 유영할 그날을 위해’작가는 이번 연재를 시작하며 쓸쓸한 심경을 털어놓았다.“과연 자유로운 유영의 그날은 미래의 어느 고개 너머에 널브러져 잠자고 있는가? 언젠가 눈을 뜨고 먼지를 털며 일어나 오긴 오겠는가? 이런 소망이 벌써 스무 해쯤 묵었다. 세월 참 빠르다. 인생은 더 빠르다. 빠른 것은 전진의 자취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민족 현실, 남북 관계는 나쁜 궤적을 그려놓았다. 그것을 ‘번복의 반복’이라 불러도 되겠다. 그러는 가운데 21세기 들어 한국 소설은 분단 현실을 줄곧 유기해오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붉은 고래’는 지금 여기로 불려 나와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이대환 작가 한편, 이대환 작가는 최근 명수필 ‘보리’의 작가 한흑구의 삶과 문학을 새로운 형식의 평전으로 쓰는 작업에 매달려 있다. 장대한 오페라에서 아리아만 따로 빼내 정연한 시계열의 질서를 부여하는 형식이다. 부제는 ‘Han’s Aria 한흑구 아리아’, 제목은 ‘모란봉에 모란꽃이 피면 평양에 가겠네’다.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의기를 세워서 포항시가 한흑구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니, 비록 오래 지각을 했어도 너무 당연한 그 좋은 일에 대해 후학으로서 우리나라 독서계와 포항시민에게 선생의 진면모를 제대로 알리려는 작업”이라고 밝혔다.작가의 작업 진도에서 오늘 현재 한흑구 선생은 “권력·명성·돈이 보장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솔가해 12시간짜리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와서 영일만 수평선으로 막 해가 솟아오른 시각에 포항역 광장으로 나섰다”고 한다. 한 편의 아리아 같은 글이 100편쯤 이어지는 ‘모란봉에 모란꽃이 피면 평양에 가겠네’는 언론 매체의 매일 1회 연재를 거쳐 새해맞이 무렵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9-04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 자립의 길을 묻다

에너지전환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핵에너지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과제로 떠올랐다. 에너지전환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더불어 중앙집중 방식에서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을 포함한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당연히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책변화와 함께 에너지정책의 추진 주체인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돼야만 에너지전환은 성공이 가능하다.녹색도시, 저탄소 도시 건설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위현복(62) (사)한국혁신연구원장이 최근 칼럼 모음집 ‘위현복의 인간, 기후, 에너지’(삼정기획인쇄·사진)를 펴냈다.저자는 지난 2년여간 경북매일 전문가 시사 칼럼인 ‘시사포커스’에 연재한 ‘에너지 효율화와 RE100 달성’ 주제 칼럼들을 신문 지면 사진과 함께 책으로 엮었다. 시사포커스는 본지가 창간 30주년을 맞이하던 2021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자세 등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야심 차게 기획한 콘텐츠다. 이번 칼럼 모음집에는 2021년 8월부터 시작해 지난 21일까지 저자가 쓴 30여 편의 칼럼이 실렸다.세계 주요 국가들이 저마다 그린 뉴딜 정책을 내놓으며 에너지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가 고갈됐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처럼 화석 연료를 계속 썼다가는 인류가 멸종할 수 있다는 전 지구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은 인류를 더 높은 차원의 문명사회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저자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탄소배출을 제로 상태(탄소중립)로 만들고, 에너지 자립을 실현할지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다. 그는 우리 모두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RE100을 실천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탄소중립’, ‘ESG 경영’, ‘탄소 국경세’로 명명되는 거대한 에너지전환 시대가 거대한 파도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 국민 모두가 구경꾼처럼 무덤덤한 것에 대해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가도 기업도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된 기후변화 대응·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선입견과 감상적 판단을 떠나 냉철히 세계적인 추세와 현실을 직시해 도전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고 기업과 국가경쟁력 향상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은 20대 대학 시절부터 사회혁신과 경제발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1989년 여론조사회사 (주)리서치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5년부터는 지속적인 개발이 가능한 도시개발을 위한 (사)한국혁신연구원을 설립해 녹색도시, 저탄소 도시 건설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30

대경대 김건표 교수, 한국연극의 현장과 인물을 기록한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펴내

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국내 대표적인 연극연출가와 행정가, 평론가, 극작가,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아낸 ‘한국연극의 승부사들(부제: 김건표가 만난 대한민국 연극인 50人)’을 지난 28일 출간했다. 사진 도서출판 연극과 인간이 출간한 ‘한국연극의 승부사들’은 연극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들인 배우, 작가, 연극연출가, 연극평론가, 행정가와 제작 기획자들의 전문성과 삶과 인생의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이순재, 명계남, 김병춘, 故 강태기, 남동진, 신현종, 김미숙, 지춘성, 전국향, 김귀선 등 연극무대의 대표적인 배우들이 생생한 이야기에 배우와 연극 전공자들에게 유익한 연기표현 방법과 무대에서의 배우의 역할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연기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출과 행정가로는 심재찬, 오세곤, 기국서, 유홍영, 한태숙, 조광화, 김광보, 송형종, 박장렬, 윤시중, 최용훈, 이승철, 안경모, 최원석, 전인철, 정범철 등이 연극연출과 무대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난해 여석기 평론가상을 수상한 김기란 평론가가 유일하게 평론가로 참가했으며 대구공연의 승부사로 알려진 김종성 대표(고도예술기획)를 통해 몇 해 전 불황의 공연계에서 뮤지컬 명성황후를 유치해 성공으로 이끌었던 이야기도 있다.  김건표 교수는 기억에 남은 배우로는 이순재 선생과 (고)강태기 배우를 꼽았다.  이순재 선생에 대해 김 교수는 “이미 공연한 작품을 재공연하면서도 팔순의 나이에 대본에 볼펜을 칠하며 맡은 배역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노력이 신인배우처럼 느껴졌고 암기력을 잃지 않고자 미국 역대 대통령 이름을 습관처럼 외우시는 모습, 국회의원을 하셨는데도 평생 배우로 살아오신 원칙과 배우 인생철학을 잃지 않으려는 소탈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강태기 배우는 “수백 회를 한 공연에도 숙소로 돌아와 대본을 펼치고 대사를 읽을 때마다 역할이 새롭게 느껴져서 맡은 배역을 매 순간 표현하고자 매 순간 공부를 했다고 말하던 기억이 새롭다”고 밝혔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08-30

김유신은 어떻게 신라의 영웅이 됐나

‘한국=선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국내외적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과 6·25 전쟁을 겪으며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꾸준한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역량 강화로 한국은 어느덧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나라가 성장한 만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얽혀 있는 복잡한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늘었다. 비교적 적은 인구와 경제 규모라는 제약을 가진 한국이 앞으로도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소장 역사학자인 황윤 작가는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소동)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신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한국이 놓여있는 혼란한 국제 정세가 여러 세력이 외교, 군사, 문화, 경제를 동원해 서로 견제하고, 동맹을 맺고, 대립했던 7세기 삼국시대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고구려, 백제에 비해 약소국이었던 신라가 어떻게 삼국통일을 이룩하고 당나라와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지 신라를 대표하는 인물인 김유신을 통해 알아본다. 김유신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신라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왜 천 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살펴본다.더불어 혼란의 시대에 차별받는 가문의 자제로 태어난 김유신이 기회와 민심을 얻을 수 있었던 방식을 알아보며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져야 하는 덕목과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이 책은 신라에서 차별받던 가야계 가문에서 문(文)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태어난 김유신이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와 압박을 일탈로 피하는 것이 아닌 정면으로 이겨내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타고 있던 말의 목을 베고 결국 무(武)를 상징하는 신라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독자는 차별적인 조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차근히 성장해나가는 김유신의 모습에서 인내와 도전 의식, 강인한 기개를 엿볼 수 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끝내 성공으로 발전시키는 김유신의 전략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신라가 멸망한 뒤에도 김유신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인정받았다. 근대에 들어 신라와 김유신이 외세의 힘을 빌려 민족을 억압한 세력이라 비판하는 견해가 생겨났지만,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생긴 오해에 가깝다. 김유신은 김춘추를 도와 정치적 변화를 앞장서 이끌었으며 내부 분열을 통합해 신분과 지역 차별로 고여 있던 신라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골품제로 신분을 구분하는 신라에서 혈통의 반이 가야계였던 김유신은 어깨에 짊어진 가문의 존립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인생을 책임지기 위해 그 모든 무게를 정면으로 버텨낸다. 필요하다면 악당 역할마저 자처해 임무를 완수해 내는데, 저자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영웅은 바로 김유신처럼 인내와 노력 끝에 올라간 자수성가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김유신에 관한 설화 등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이어지는 것은 그가 단순히 한때 신라를 지배한 권력자나 여러 전투를 승리로 이끈 무장이어서가 아니라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배경을 지닌 위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저자는 특히 김유신이 역경을 헤쳐나가며 보여준 통합과 리더십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오늘날 우리가 신라와 김유신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2013년 독립출판으로 나온 책을 전면 개정해 새롭게 내놓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24

“바로 지금 행동하세요” 희망의 사도가 전하는 끝나지 않은 메시지

“희망은 무엇입니까? 선생님은 희망을 어떻게 정의하시죠?”“희망은 우리가 역경에 맞서 계속 나아가게 해 주는 힘입니다. 희망은 살아남은 것들의 특징이고 생존의 본질이에요.”-‘희망의 책’ 본문에서‘희망의 책’(사이언스북스)은 30년 넘게 동물과 인간, 환경의 권리를 위해 전 세계에서 활약해 온 제인 구달(90) 박사의 최신 인터뷰집이다.1934년 4월 3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본머스에서 자란 제인 구달은 ‘최초로 야생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행동학자다. 23살이던 1957년 케냐 방문 중에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를 처음 만난 이후 1960년 탄자니아 곰베 지역에서 야생 상태의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1965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제인 구달은 ‘희망의 책’에서 시간이 지나면 침팬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없었다면 다 포기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침팬지와 환경에 대한 염려는 그가 곰베를 떠나게 된 이유였다. 제인 구달은 아프리카 전역의 침팬지들에 대한 위협을 깨닫고, 1986년 6개국 현장을 방문한 이후 비단 침팬지뿐만 아니라 인간과 환경 전반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고자 전 세계를 다니기 시작했다.그녀가 1977년 침팬지를 비롯한 야생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제인 구달 연구소는 현재 세계 28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전 세계적인 풀뿌리 환경운동 모임인 뿌리와 새싹(Roots Shoots)은 1991년에 “모든 사람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적인 철학에 따라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한국 내 뿌리와 새싹 소모임 운영 관리와 지원 업무는 2013년 설립된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총괄하고 있다.“무엇보다도 유달리 내가 자주 받는 질문은 아마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솔직히 우리가 사는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까?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 나는 진심을 다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우리가 그간 지구에 끼친 해악을 치유하기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의 창문이 아직은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창문은 닫히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자연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행동에 옮겨야 한다. 바로 지금,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제인 구달이 책의 공저자이자 기획자인 더글러스 에이브럼스는 전작 ‘기쁨의 발견’에서 달라이 라마,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를 만나 나눈 대화를 담아낸 바 있다.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희망이 사라진 듯한 이 시대, 희망의 메신저 제인 구달과의 만남은 곧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절실한 것이 됐다.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희망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두 사람이 생각하는 희망의 진정한 의미를 떠올리며 어떻게 희망을 지켜나갈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2부 ‘희망에 대한 제인의 네 가지 이유’는 희망의 네 가지 주요 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인 구달은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젊음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을 희망의 이유로 꼽는다. 3부 ‘희망은 끊임없이 갱신된다’는 제인 구달의 여정이 처음 시작된 시절에서 출발해 다음번 모험에 대한 기대로, 희망으로 마무리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24

영혼의 안식처·용기의 원천 세계적 명사들의 정원 생활

인간은 자연에서 모든 치유의 힘을 얻었으며 인류의 문화, 정치, 역사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명사들에게 생명력을 제공해 왔다. 신간 ‘인생정원’(스노우폭스북스)은 환경설계에 거장으로 주목 받는 서울대 성종상 교수가 세계적 지표로 평가받는 업적을 이룬 명사들이 집의 형태 속에 함께 공존해 온 정원(마당, 텃밭)에서 어떻게 그 힘을 얻었는가를 다룬다.저자는 지난 15년 동안 책에 소개된 각 명사들의 실제 정원을 두루 찾아가 현재 또는 과거의 정취를 사진으로 담았다. 태어나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결국 현세대가 기억하고 기릴 만한 발자취를 남긴 그들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정보를 담아 역사와 인생 희로애락의 발자취를 맞대 독자의 읽는 정보의 폭을 넓힌 책이다.집을 먹고 자는 곳을 넘어 한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그 안에 깃든 내면의 힘이 융합되고 창조되는 공간으로 확대해 보는 저자의 시선에서 획일화된 주거문화 속에 거주하는 개인의 사고를 더 넓은 범위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평생 쉴 곳을 찾아 헤맨 헤르만 헤세가 정착의 꿈을 만끽했던 가이엔호펜 농가를 들여다보며 그 영혼의 안식을 위로하고, 신생국 미국 건설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이 이상적 국가의 표본으로 들어내고자 했던 버지니아 대학교의 아카데미컬 빌리지를 통해 그 정신적 통찰을 고찰할 수 있다.용기와 의지로 2차 세계대전 속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 남은 처칠과 그 용기의 원천이 돼준 처칠의 유명한 정원인 차트웰에서 평화의 귀중함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비운의 왕자로 기억되지만 그 풍류와 문화적 혼이 탁월했던 안평대군의 집 수성궁과 무게정사에서 그의 예술인다운 삶 역시 조망할 수 있다.그 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이야기꺼리들을 통해 지적 정보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을 기대하도록 고안된 책이다. 책은 조선과 해외 12명의 명사들의 정원과 삶, 그리고 생을 빗대 볼 수 있는,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300여 장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저자는 책의 서문에 “특별히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유명인사들, 영향력 있는 명사들의 정원 생활을 엿봄으로써 삶에서 정원이 갖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며 “그들의 삶에서 정원의 의미, 가치와 역할을 엿보며 우리 자신의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24

최라라 시인의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

포항 출판사 도서출판 득수는 최근 최라라 시인의 첫 번째 산문집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사진을 출간했다. 책은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 △잔치국수나 먹으러 갈까 △고립예찬 △사랑은 죽지 않았다 네 파트로 나뉘어 55편의 따스하고 편안한 이야기로 독자의 눈길을 잡아끈다.책을 쓴 최라라 시인은 “누구에게 상처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그 상처에 아파하며 주저 앉지만 또 어떤 이는 그 상처를 치유하며 더 나은 삶으로 나가기도 한다. ‘당신에게도 꼭 그런 사람이 있기를’을 읽으며 독자들이 삶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는 “나에게 희망이나 꿈같은 것들은 아직 나에게 오지 않은 것이다. 내가 만나지 않으려고 자리를 떠나 버린 후에야 나에게 당도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직 희망적이다”라는 작가의 말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더했다.최라라 작가는 2011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시집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 공동산문집 ‘당신의 가장 중심’을 썼으며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계명대대학원 간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포항대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22

“자연과 함께하는 노년의 삶이 행복이죠”

“황혼에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즐거움과 행복의 바로미터입니다. 나무를 보호하고 숲을 산책하면서 산을 오르내리는 일상의 생활은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을 충실하게 합니다.”최근 수헌 장은재 전원생활 수필 3집 ‘황혼의 Beautiful’(바른디자인)과 ‘노거수 물음에 답하다’(바른디자인)를 펴낸 수필가 장은재(69) 씨.누구나 한 번쯤 마당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이미 지어진 집에 들어가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지은 집에서, 문밖을 나오면 건물이 아닌 자연의 산야가 눈 앞에 펼쳐지는 집에서 사는 삶은 모두에게 로망일 것이다.13년째 영덕군 창수면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지난 수년간에 걸쳐 준비해온 전원행 과정과 그동안의 전원생활 속 소확행의 체험들을 소개한 수필집을 펴낸 장 수필가를 지난 14일 만났다.-책 제목이 ‘황혼의 Beautiful’이다. 제목의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지금까지 살아보니 노년의 삶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황혼의 Beautiful’이라고 했다.-전원생활 수필집 ‘황혼의 Beautiful’ 외 2권의 책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황혼의 삶은 격정적이지 않으면서 무료하지 않고, 무료하지 않으면서도 할 일이 있어야 한다. ‘황혼의 Beautiful’은 전원생활 중 경험한 에피소드와 지난 추억을, ‘꿈과 함께 자연과 함께’는 자연에서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사계 산책’에는 사계절의 경험과 사색을 담았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동안 펴낸 8권의 저서 중 ‘명산과 문화유산 체험’, ‘노거수 생태와 문화’ 등의 저서는 문화관광부 우수 학술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소개해 준다면.△‘명산과 문화유산 체험’은 경북 명산 80개와 주변의 문화유산을 소개한 책이다. 경북은 천혜의 자연 보고이며, 우리 문화의 모든 것이 담긴 ‘문화의 곳간’이라 할만하다. ‘노거수 생태와 문화’는 노거수의 다양성과 서식처의 생태 환경, 마을 주민과의 관계를 분석하고, 각 개체의 데이터베이스도 부록에 수록했다.-최근에 ‘노거수 물음에 답하다’라는 수필집이 나왔는데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나무와 숲, 산, 자연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노거수는 지구의 생명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 사는 생명체다. 숲은 산림이 원형이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고 있는 집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자연은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현재의 전원주택에서 살게 된 계기와 집 짓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면.△퇴직하면 조용한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리라 마음먹었다. 집 지을 때 현장에 가보지도 못했으나 좋은 건축가를 만났고, 집을 잘 지어 주어서 영화 촬영 장소가 되기도 했다. 집 짓는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집 지었다고 하니 모두가 잘 믿지 않더라.-전원주택에 살면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정원과 숲을 산책하면서 자연과 함께하면서 글을 쓰면서 지냈다. 정원과 텃밭은 일거리가 있으므로 무료함을 잊을 수 있다. 건강 관리와 힐링에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명상과 문화유산체험단을 소개해 준다면.△‘경북 명산과 문화유산 체험’ 책을 발간하면서 도움을 주신 분들과 자연스럽게 친하게 되었다. 경북의 명산과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홍보하는 산사랑 단체다. 1998년도에 설립하여 지금까지 자연 사랑 운동을 하고 있다.-전원에서의 제2 인생이 행복한지. 일과는 어떻게 이뤄지나.△새벽 새소리를 들으면서 정원을 산책하면 어제보다 좀 더 자란 텃밭의 채소와 나무들을 보게 된다. 계절마다 뿜어나오는 나무와 꽃의 향기를 맡고 아침 붉은 노을과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보면서 산다.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쓴다.-수많은 시골 중 영덕군 창수면에 자리를 잡았는데 장 수필가에게 영덕군 창수면은 어떤 곳인가.△영덕은 맑고 푸른 동해바다 해안을 걷는 블루로드가 있고, 금빛 모래밭의 해수욕장이 많다. 늘 신선한 바람과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낙동정맥 자락을 감고 도는 아름다운 계곡과 울창한 숲은 산소를 뿜어낸다. 휴양과 힐링은 물론, 살기 좋은 고장이다.-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한국산림문학회 회원으로서 평범하지만, 재미와 감동, 정보를 담은 산림과 노거수에 관한 수필을 쓰고 싶다. 그리고 ‘선월정 장촌마을의 후예들’이라는 제목으로 저의 제실과 관련된 조상의 삶과 가계의 문헌 등을 조사해 문중 자손들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15

인간은 왜 산에 오르는가… 육체와 영혼의 치유 과정

“우리는 천상의 영역으로까지 우리의 영혼을 열기 위해 산을 오릅니다. 산은 존재의 또 다른 영역입니다.”- ‘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본문 중에서베스트셀러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로 뜨거운 희망의 언어를 전한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신간 ‘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와이즈맵)으로 돌아왔다.프랑스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철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이미 밀란 쿤데라, 페터 비에리 등과 어깨를 견주는 살아 있는 지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 번역돼 사랑받고 있으며,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비롯해 르노도상, 몽테뉴상, 뒤메닐상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이 작품성을 뒷받침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날카로운 사상가인 그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배경이 있다면, 그것은 브뤼크네르가 어린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산악지대를 떠나지 않은 ‘산사람’이라는 것이다. “오직 산만이 내게 육신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라고 말하는 그는 산을 “우리 자신을 우리 너머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영혼의 공간으로 여긴다.출간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은 이번 책은 그의 철학이 태동한 본고장이자 그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인 ‘산’에서 쓰였다. 산을 ‘암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책’이라 말하는 브뤼크네르는 산과 우리 인생이 매우 닮아 있으며, 그 비탈마다 깨달음의 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단언한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산에서 체험한 일화와 함께 등반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삶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철학, 문학, 예술, 역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통찰력으로 빛나는 그의 사유는 산에서 만난 흙과 미물에서부터 생의 의미와 고뇌에 이르기까지 폭넓고도 거침없이 전개된다.그는 “근육을 통해 깨닫고”, “몸의 고달픔을 기쁨으로 바꾸는” 산행의 마법을 인생에 적용하는 법을 알려준다.총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정상으로 향하는 비탈진 여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사상이 태동하고 무르익은 공간인 ‘산’은 광활한 철학의 무대가 돼 다양한 인생의 주제들을 초대한다. ‘인간은 왜 산에 오르는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시작되는 책은 등산의 과정에 느낄 수 있는 육체와 영혼의 치유는 물론, 삶 전반에 걸친 문제들로 시야를 확장한다. 자연을 향한 인간의 도전의지와 두려움,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 한 개인이 나이듦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이르기까지 산속의 모든 것이 생각의 재료가 된다.세상에 같은 모습의 산은 없고, 매 산행은 다른 감정을 일으킨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산의 풍경이 변하듯, 등반가가 지나고 있는 인생의 단계에 따라서도 산은 다른 울림을 전해준다. 노련하고 열정이 넘치는 등반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발자취는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며 끝없이 흔들리지만 결국 정상을 향한다. 그런 그의 희망찬 언어와 삶을 녹여낸 ‘인생의 비탈에서 흔들리지 않도록’은 다가올 날들에 대해 불안과 기대를 모두 갖고 있는 이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줄 것이다.“나중에 다시 시작하더라도 일단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울퉁불퉁한 길을 걷다 보면 금방 절뚝거리게 되지요.”/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10

‘리더십 게임’짐 에드워즈 지음·인문

30여 년간 비즈니스 관련 언론계에 종사하며 10여 개의 미디어 기업을 거쳐 온 짐 에드워즈의 신간 ‘리더십 게임’(푸른숲)이 출간됐다.저자는 작은 무명의 블로그로 시작해 전 세계에 약 600명의 저널리스트를 두고, 총 9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세계적인 비즈니스 매거진으로 성장한 ‘인사이더’전 편집장으로서 저자가 경험하고 관찰하고 터득한 조직 관리의 기술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아냈다.저자는 리더십이 지나치게 과장된 개념이라고 말한다. 보통 리더라고 하면 장군, 설교가, 사회운동가처럼 카리스마 넘치고 언변이 좋은 인물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퍼포먼스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같이 “가보자고!”를 외치는 상사를 팀원들은 반기지 않는다는 것. 좋은 관리자, 유능한 팀장이 되기 위해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저자가 전하는 리더십 매뉴얼 28가지 원칙만 있다면 누구나 좋은 상사가 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저자가 전하는 리더십 매뉴얼 몇 가지를 소개한다.팀원이 높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다. 팀장이 업무 처리에 걸리는 시간을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잡을수록 팀원들이 느끼는 번 아웃은 심각해진다. 팀원들에게 업무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사소한 일을 목록에서 없애라고 확실히 못 박아둘 필요가 있다. 인정과 칭찬을 아끼지 마라. 모든 일에 고맙다고 말해라. 유능한 사람을 팀원으로 채용하라. 큰 그림을 팀원에게 공유해라.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8-10

왜 좋은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는 걸까?

사람을 구하기 위해 15만원을 포기할 수 있는가? 아마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 대학생들에게 돈을 가질 것인지, 기부해서 사람을 살릴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자 57%만이 기부를 선택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꽤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 왜? 그저 귀찮아서? 변하는 것이 없으니까? 사람은 원래 답이 없는 존재이니까?독일 본(Bonn)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이자 독일 최고의 행동경제학자로 꼽히는 아르민 팔크는 자신의 저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왜 어려운가’(김영사)에서 우리 마음과 행동의 모순이 생겨나는 이유를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우리는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면서도 마트에서는 가장 싼 달걀을 집어 든다. 왜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을까?이 책은 우리가 생각한 대로 착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를 크게 6가지로 정리한다. 행동경제학의 렌즈로 바라본 인간 본성의 비밀이 밝혀진다.△손해를 보면서까지 좋은 일을 해야 할까? - 비용이 우리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우리는 희생이 따르더라도 선한 일을 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실제 선택의 순간이 오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도 아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의 대학생들에게 100유로(약 15만원)를 받을 것인지, 기부해서 사람을 구할 것인지 물은 결과 절반 조금 넘는 학생들만이 기부를 택했다. 250유로까지 돈을 올리자 이 비율은 29%까지 떨어졌다.△이 정도면 착하게 보이지 않나? - 인정 욕구가 어떻게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가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강한 나머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상황이 오면 종종 ‘회피 전략’을 사용한다. 못 본 척 지나친 뒤 몰랐다고 하는 식이다.‘도덕적 회계’도 흔하다. 쉬운 작은 선행으로 나쁜 행동을 만회하는 것이다.△좋은 일을 한다고 행복해질까? - 감정은 우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인간은 감정적인 존재다. 선 밖의 사람에게는 베풀지 않고, 행복하면 더 베푼다. 그렇다면 선한 행동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팔크 교수의 실험 결과,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350유로를 쓸지, 목숨을 구하지 않고 100유로를 가질지 무작위로 선택했을 때 단기적으로는 사람을 살린 사람이 행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했다고 한다. 우리가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지 않을까? - 다른 사람의 태도가 나의 태도를 결정한다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호혜주의는 인간의 기본 행동 원리다. 상대방의 비용, 신뢰, 태도가 나의 비용, 신뢰, 태도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휼렛패커드의 창업자 데이비드 패커드는 제너럴일렉트릭에서 일하던 시절 회사가 창고를 엄중히 지켰더니, 직원들이 “가져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도둑질”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휼렛패커드를 시작할 당시 부품 창고를 항상 열어놓았다. 신뢰를 얻은 직원들은 도둑질하는 대신 부품을 자유롭게 가져가서 연구했고, 이는 더 큰 성과로 이어졌다.△굳이 내가 옳은 일을 해야 하나? - 책임이 분산될수록 도덕성은 희박해진다총살 명령은 항상 여러 명이 집행한다. 누구도 상대의 죽음에 온전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기에 더 쉽게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팔크 교수는 이를 ‘중심축’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신이 중심이 되지 않는 상황일수록 도덕적 행동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다는 것이다.△어차피 ‘좋은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 - 물려받은 성향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더 선하게 행동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이타주의 성향은 몇만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이다. 예를 들어, 가축 사육을 주로 하던 민족의 후예들은 농경 민족의 후예들에 비해 오늘날까지도 싸움과 갈등에 더 쉽게 휘말리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저자는 후천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10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 어릴 때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쭉 더 친사회적인 경향을 보였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3-08-10

철학과 예술, 시대와 문화 ‘꽃의 여왕’ 장미의 모든 것

가장 널리 알려진 꽃이자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명명되는 장미.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선물로, 오일과 향수로, 화초로, 예술적 영감을 주는 대상으로, 문화적 상징으로 인류와 함께 해왔다.미술사학자인 사이먼 몰리 전 단국대 교수가 쓴 ‘장미의 문화사’(안그라픽스)는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를 단지 아름답기만 한 식물이 아닌 인류에게 예술적, 종교적 영감을 제공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문학, 회화, 종교, 식물학, 정신분석학 등의 철학과 예술, 시대와 문화를 넘나들며 장미를 주제로 지식의 향연을 펼친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장미 인문학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장미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꽃 가운데 ‘평화와 진리와 애정의 무한한 속삭임’을 전하는 매개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꽃이다. 저자는 장미에 부여된 ‘꽃의 여왕’이라는 한정된 인식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장미가 인류에 남긴 철학적이고 예술적이며 인문학적인 의미를 찾아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저자의 시선이 닿는 영역은 너무나 광범위해서 신화부터 종교, 정신분석학, 심리학, 문학, 회화, 식물학, 가드닝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문화, 더 나아가 산업 분야에 스며들어 있는 장미의 흔적을 찾아 풍성한 장미사를 엮어낸다. 유일신을 숭배하는 기독교에서 이교도의 상징으로 배척되던 장미가 어떻게 기독교의 신성함 안으로 유입됐는지, 장미가 가진 특유의 물질성이 왜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의 은유가 됐는지, 각 시대별 화가들은 장미를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의미로 구현해 내고 있는지, 소설과 시에서 장미는 어떤 시어와 메시지가 됐는지 작가와 작품들을 통해 실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물론 이 책은 꽃이자 식물인 장미를 조명하는 데에도 게으르지 않다. 수많은 장미의 종류와 이름을 소개하고, 장미 애호가와 육종가들이 장미를 대중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교배의 측면에서, 산업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장미가 비즈니스화되면서 환경문제나 생태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장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조명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장미를 바라보게 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27

세계적 위기 속 과학이 가야할 길은

‘과학 따르기’가 인류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있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진보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행성의 미래도 과학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연구실 밖의 일이며, 폭넓은 공적 논의를 거쳐야만 한다.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사상가이자 현명한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공적인 목소리를 내온 영국의 우주학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마틴 리스(81)는 신간 ‘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서해문집)에서 과학의 놀라운 발전이 오늘날 절박한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전 세계의 과학자, 정책 입안자,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든 시민이 과학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모든 과학자가 ‘공공’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촉구한다. 그래야만 과학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마틴 리스는 평생에 걸친 과학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은 그저 과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공적 공간의 일부가 돼야 하고 그렇게 된다면 과학은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1장에서는 오늘날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과학이 맞닥뜨린 거대한 글로벌 과제들을 살펴본다. 즉 과학에서 커다란 변혁을 겪고 있는 ‘기후와 환경’, ‘생물 의학’, ‘컴퓨터와 머신러닝’ 영역이다. 물론 일부 기술은 지나치게 빨리 발전한 나머지 우리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실수나 오류에 따른 기술 오용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위험과 이익 사이에는 언제나 균형점이 있다. 따라서 대중의 우려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불균형한 인식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2장에서는 과학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설명한다. 과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전달돼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고, 현대 세계 그리고 미래 세계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본다. 또한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응용한 결과가 전문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시민과 정치인들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비윤리적이거나 위험하게 적용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3장에서는 과학자들이 일하는 기관과 연구소 등 과학 공동체의 세계를 다룬다. 인류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이 점점 더 국제적인 협력과 대응을 요구하게 되면서, 국제기구와 아카데미의 역할은 강화될 필요가 있는 가운데 과학은 말 그대로 글로벌한 문화이며, 전문가들과 여러 대학·아카데미 사이의 국제적인 접촉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4장에서는 과학과 교육의 문제를 살펴본다. 과학자가 되는 것은 하나의 직업을 선택한 결과다. 이때 충분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과학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충분한 인센티브를 비롯해 적절한 교육과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과학을 어떻게 적용할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은 평생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교육은 특권을 가진 소수에 국한되지 않고 포괄적이고 유연해야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27

영국은 왜 그토록 빅토리아 여왕을 사랑할까

영국 빅토리아(1819~1901)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최전성기 때 64년간 여왕 자리를 지킨 군주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엘리자베스 여왕 이전까지 가장 긴 기간 동안 왕좌를 유지한 그녀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만들었다. 남편 앨버트 공과의 금슬도 좋아 무려 9명의 자녀를 뒀고, 아들딸이 유럽 각국 왕가 귀족과 결혼해 자손을 퍼뜨리면서 훗날 ‘유럽의 할머니’라고 불리게 된다.신간 ‘여왕이 사랑한 사람들’(글항아리)은 영국의 한 시대를 대변하는 불굴의 아이콘 빅토리아(1819~1901) 여왕을 리턴 스트레이치가 펴낸 책이다.리턴 스트레이치는 전기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거장으로서 찬양 일색의 전기를 거부하고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역사적 인물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해냈다. 그가 부활시킨 여왕은 거대한 영연방을 호령하던 군주,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 그 자체였던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적 대변혁의 중심에 있었으나 그 자신은 매우 보수적이었고, 여제라는 칭호까지 얻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존경받았으면서도 사실은 권력이 매우 빈약했으며, 왕좌에 앉아 근엄한 표정을 짓기보다는 시시때때로 종종거리고 감정을 폭발시켰다. 또한 여성 참정권이라는 굉장히 혁명적인 화두가 떠오른 시대의 ‘여성’ 군주였으나 여성들의 새로운 목소리를 혐오했고 스스로 평생 여인이길 자처했다.그렇다면 빅토리아 여왕을 여왕이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 스트레이치는 이를 밝히기 위해 여왕과 여왕이 열렬히 사랑하고 혹은 지독히 증오했던 일곱 명의 인물을 불러낸다. 여왕의 어머니 켄트 공작부인, 가정교사 레첸, 남편 앨버트 공, 그리고 정치적 동반자 혹은 숙적이었던 멜버른, 파머스턴, 글래드스턴, 베컨즈필드 경이다. 이들이 공적으로, 또 사적으로 여왕과 맺은 은밀하고 절절한 관계가 역사, 정치, 로맨스의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지고, 이들은 결국 빅토리아 자신과 함께 영국 국민이 사랑해 마지않은 ‘빅토리아 여왕’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빅토리아 시대’라고 불리게 된 시대를 일구어내는 데 이른다.하지만 빅토리아가 단순히 만들어진 여왕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스트레이치는 한편에서 빅토리아 여왕의 ‘진실성’을 조명한다. 어린 시절 유별날 정도로 정직한 아이였던 빅토리아는 죽을 때까지 그 진실성을 간직했으며,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가족과 정치인,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런 면에서 빅토리아는 아주 보기 어려운 정치인, 나아가 드문 미덕을 지닌 인간이었다. 빅토리아의 사랑도, 증오도, 애달픔도, 그리고 군주로서의 자부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집까지도 모두에게 낱낱이 드러났으며, 이는 재위 기간 몇 번이나 위기와 갈등을 불러왔으면서도 결국 대중이 그녀에게 공감하고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했다. 스트레이치의 가감 없는 서술로 여왕의 우스꽝스러운 면모와 한계점, 즉 툭 튀어나온 입과 거기에 고인 아집, 군주답지 않게 촐싹거리는 걸음걸이와 지나치게 감정적인 태도, 뛰어나지 않은 지적 능력과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 등이 나열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글 속에서 우리는 영국이 왜 그렇게 빅토리아 여왕을 사랑하고 존경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여왕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여왕을 사랑하게끔 만드는 이야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27

인간 우월함이란 허위 버려야

“구석기말 인류는 고작 400만 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약 80억에 이른다. 인간은 의기양양하다. 이렇게 번영한 건 인간의 지적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실패는 여행비둘기처럼 갑자기 온다. 인류의 유전자는 서로 아주 비슷비슷해지고 있다. 유전자가 동일한 쌍둥이는 대개 동일한 질병에 걸리고 동일한 이유로 죽는다. 쌍둥이가 되어 가는 인류는 여행비둘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진화인류학자인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신간 ‘인간의 자리’(바다출판사)에서 인간의 우월함이라는 허위를 버려야 인류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공존 없는 독존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인간의 자리는 자연의 사다리 꼭대기에 있지 않고 동물의 왕국 어딘가에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기존의 진화론에 의문을 던진다. 짝짓기를 예로 들어, 일부 진화론자는 수컷이 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는 한 사람과 백년해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진화한 인간 본성은 하나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는 인간 본성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능으로 진화한 전략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저자는 사랑, 양육, 우애, 동성애, 협동, 자원 저장, 이동성, 영양 섭취, 노화와 죽음, 공격성, 건강과 혐오 등 보편 행동에 담긴 인간의 특정 전략과 그것이 진화한 생태적 맥락을 보여준다. 그 이야기들은 이제껏 나온 그 어떤 진화론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가득하다.“사랑은 장기적 보상이다, 입양은 인간화된 탁란이다, 출산은 투자이고 자식은 보험이다, 평화로운 사회라는 건 서로의 거리가 멀 때나 가능하다, 동성애가 첫 번째 사랑이다, 우리는 먹으려고 산다, 역마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현대 사회에서 더 불행하다, 저축은 강박증이다, 덕과 이타성은 희생이 아니라 체외 자원 저장이다, 노화와 죽음은 살기 위한 것이다, 혐오는 면역 기능이다” 등등.저자는 다종다양한 동물 이야기를 인간 이야기와 교차하며 이런 도발적인 인간 행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동물도 결혼하고 이혼하며 새끼를 키우거나 버리고 노래하고 협력하며 재산을 모으고 늙고 병든다. 우리가 인간적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동물도 갖고 있다. 동물의 특성을 동물이 진화한 환경에서 갖게 된 전략으로 파악하는 만큼 인간의 특성 역시 그렇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저자는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특성이 아니라 ‘전략’으로서의 인간 행동을 다루면서 인간 중심인 편견을 버리도록 유도한다. 인간 본성을 아는 것은 그 본성을 되도록 모두에게 그리고 유리하게 바꾸도록 유도하는 통찰을 얻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인간의 전략적 본성을 아는 것은 우리의 행복과 직결된다. 배신과 질투가 유리한 전략인 사회는 고통스럽다. 비친족 입양에 따른 아동학대와 영아살해가 만연한 사회는 끔찍하다. 서로를 공격하고 외부인을 배척하는 사회는 고립되어 절멸한다.” /윤희정기자

2023-07-13

현대의 사랑과 성, 결혼의 민낯 펼쳐내

장편소설 ‘비밀정원’으로 제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던 박혜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차밍스쿨’(아시아)이 출간됐다. 예비 신부들을 위한 기숙 학교라는 가상의 공간 ‘차밍스쿨’을 내세워 현대의 성과 사랑, 결혼관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펼쳐낸다.차밍스쿨에 입교한 일곱 사람, 유지원, 윤세라, 김보람, 김윤영, 허미리, 임슬기, 소시은은 저마다의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차밍스쿨에 괜찮은 신붓감이 있는지를 탐색해줬으면 좋겠다는 중매쟁이에게 고용돼 온 아르바이트생, 적극적으로 차밍스쿨의 설립 취지에 감화돼 부모를 설득해 입교한 사람,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등쌀에 시달리다 들어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고 싶은 소설의 소재를 찾으려고 들어온 작가지망생도 있다. 다양한 개성과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게 되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하고, 저마다의 삶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면을 맞게 된다.‘차밍스쿨’은 결혼을 앞둔 이들만이 아니라 결혼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한다. 입교생들은 규정상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수업을 듣는다. 어머니들은 그 수업을 통해 자녀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받아들이는가 하면 억지로 이어온 자신의 결혼생활도 돌아보게 된다. /윤희정기자

2023-07-13

윤회와 고뇌의 순환이 끝나는 ‘적멸’의 세상

“고요는/고요를 더하고/더께를 이룬/고요는/형상이 없다//없음이,/보이지 않음이/소박함이/숨어 있을 치열함이/감동을 주는 곳/…/백흥암 극락전 마당에 빛과 그림자가 내려앉았다/아!/절집 건물로 둘러싸인/작은 마당/아무것도 없는데/탄성이 절로 나온다//왜일까/알 수 없는 아득함/뛰는 가슴/단아한 아름다움….”-곽성일 시 ‘아! 백흥암’ 부분30여 년간 신문기자로 활동 중인 경북일보 편집부국장 곽성일사진 씨가 최근 시집 ‘지금이 적멸이다’(더봄)를 펴냈다.‘지금이 적멸이다’는 30년 넘게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활동해온 곽성일 시인의 첫 단독시집이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60여 편의 시를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엮었다.곽 시인은 2017년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장을 지낸 정민호 시인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지금은 적멸이다’에는 긴 호흡의 글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산문시 형식이라고 하기에 어색한 느낌의 긴 산문 형식의 글도 더러 있다. 그런 글들은 짧은 수필에 가깝기도 하다.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이야기를 서로 끌어주는 시화 형태의 글이 혼재된 점도 기존 시집의 형식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조금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이 시집에서는 현실 세계의 가장 일상적인 삶의 장면들을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주변의, 먼 곳의, 때로는 상상 속의 자연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자연을 통해 관조하며 성찰한다.여국현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신문기자라는 조금은 특별한 직업의 그를 스쳐 간 많은 일은 그에게 어떤 흔적과 그림자를 남겼을까 궁금했다”며 “그의 글에서는 그와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하는 이 세상이 아니라 그 너머 그가 꿈꾸는 세상이 그려져 있었다”고 했다.여 시인은 “곽 시인이 꿈꾸는 세상은 자연과의 합일을 넘어 모든 존재의 경계가 사라지고 ‘모두가 하나되는’ 세상, 윤회와 고뇌의 순환이 끝나는 ‘적멸(寂滅)’의 세상인 듯하다”고 평했다.곽 시인은 “신문기자 30년, 건조한 기사 문장의 도피처로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시집은 그 결과물”이라며 “즉흥적으로 시집을 내기가 두렵기도 하다. 눈앞의 세상을 인식할 때부터 가졌던 부끄러움이 지금도 여전하다. 그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 용기를 내본다”고 소감을 밝혔다.한편 곽성일 시인은 포항 청하 출신으로 건국대 정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경북일보에서 행정사회부 부국장으로 취재기자 겸 데스크를 맡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13

유홍준 교수 ‘답사기’ 시리즈 30주년 기념판

신간 ‘아는 만큼 보인다 : 한 권으로 읽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는 우리 국토의 명작과 명소를 명문으로 전해온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30주년 기념판이다. 5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국내 최장수 베스트셀러 ‘답사기’ 시리즈에서 한국미의 정수이자 K-컬처의 원류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 14편을 가려 뽑아 한 권에 담았다.유홍준 교수는 우리 문화유산을 향해 ‘사랑하면 알게 된다’의 철학을 설파해왔고, 한국미의 원류를 말하며 언제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의 미학을 강조했다. 이번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자연풍광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진 국토예찬을 담은 제1부 ‘사랑하면 알게 된다’와 한국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 명작을 해설한 제2부 ‘검이불루 화이불치’로 구성해 우리 문화의 당당한 자신감이 어디서 발원했는지 독자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집필한 글들의 에센스를 모아 오늘날의 독자들이 한국미와 한국문화 고유의 특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국토의 어느 곳을 가든 풍부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만나게 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줄 가장 충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저자는 영암 도갑사에서 시작해 안동 병산서원, 청풍 한벽루, 한라산 영실, 영주 부석사, 경주 불국사, 서울 종묘와 창덕궁 등 대표적 문화유산을 살펴본다. /윤희정기자

2023-07-13

‘민족시인’ 이상화의 작품세계 새롭게 조망한다

‘이상화 문학전집’ 표지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전 국립국어원장)가 최근 ‘이상화 문학전집’(박이정)을 출간했다.2년 전인 2021년에 펴낸 ‘두 발을 못 뻗는 이 땅이 애달파’는 이상화문학 평론이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화의 문학 자료와 기록을 총집결한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이상화 문학전집’은 저자의 오랜 연구와 노력 끝에 나온 책으로서 이상화 연구자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총 3부와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1부는 이상화 시전집으로 기발표된 이상화의 시에다가 이번에 추가로 발굴된 4편의 시가 포함돼 있다. 2부는 이상화 산문전집으로 1장은 문학 평론, 2장은 창작 소설, 3장은 번역 소설, 4장은 수필 및 기타 산문, 5장은 새로 발굴한 이상화 편지와 문서, 3부는 이상화 시를 바라보는 눈으로 구성돼 있다.이번에 이상화의 시 작품 4편을, 번역소설 1편, 수필 1편과 편짓글 24편을 새로 발굴해 실었다.1927년 제2회 ㅇ과회(영과회)전시회에서 이육사와 함께 ‘없는 이의 손’, ‘아씨와 복숭아’, ‘예지’라는 작품을 전시했는데 앞의 두 작품은 제목만 발굴해 실었으며, 이상화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함께 ‘나의 침실로’라는 작품을 5연으로 간추린 작품을 삼천리 제7권 제1호(1935년 1월호)에 발표한 작품을 이번에 발굴한 것은 매우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상화 시인 스스로 마음에 차지 않았던 작품을 정갈하게 다듬어 다시 잡지에 발표한 것으로 그의 시 작품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이번에 출간된 ‘이상화 문학전집’이 앞서 발간한 책들과 다른 점은 그간의 책들에는 없었던 이상화의 시 4편과 번역소설 및 새로 발굴한 이상화 편지와 문서들을 엮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다소 왜곡됐던 이상화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그동안 이상화 시인에 대한 평가를 크게 둘로 나눠보면, 첫째는 ‘민족시인 이상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저항 시인으로 존경하는 시인’이라는 것이다.둘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술과 여자들을 끼고 있는 한량의 이미지다. 그러나 두번째의 평가는 전혀 정당한 평가가 아니다. ‘나의 침실로’는 유미적 퇴폐주의적인 작품이 아니라 성모 마리아를 통해 식민지 조국의 빼앗긴 대지에 봄이 오기를, 사랑하는 임이 이 밤이 다하기 전에 내 품으로 오기를 기원한 작품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다. 빼앗긴 들과 성모 마리아의 하늘을 통해 조국광복을 기원한 작품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첫 번째의 이상화를 대한민국 대표 저항 시인으로 우상화하는 것보다 두 번째의 한량의 이미지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저자 이상규 교수는 두 번째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경을 오랫동안 연구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할애했다.또한 이번의 ‘이상화 문학전집’에서는 서울역사박물관에 잠자고 있는 다량의 이상화의 편지를 발굴해 소개했다. 이상화의 일본 행적과 1927년 이후 그의 족적을 읽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상화 연구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대부분의 편지가 숙부인 소남 이일우에게 돈을 부쳐달라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는 점에 저자는 주목한다.그동안 이상화 시인의 생가에 대해서는 어떤 책에도 거론이 없었는데, 이 책에는 이상화 시인의 생가를 표기함에 라일락뜨락의 사진과 함께 올바른 지번의 표기가 돼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2002년 1년 동안 이상화고택보존운동을 통해 시민의 모금으로 이상화고택의 보존을 이끈 이상규 교수는 “당시 고택보존운동에 참여한 분들의 이름과 선언문을 통판에 실어 고택에 영구 보존함으로서 국채보상운동의 시원지로서 그리고 시민문화운동으로서의 대구시민들의 자긍심을 살려나가고 싶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11

“결혼하는 딸들에게 축복과 사랑의 마음 담아”

포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차성환 수필가가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들의 축사를 모은 ‘딸아, 행복했으면 좋겠다’(도서출판 득수)를 펴냈다. 결혼하는 딸들에 대한 축복과 사랑의 마음을 담은 40편의 축사들을 모아 정리했다.차성환 수필가는 “딸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들의 제일 큰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라는 기획의 말을 통해 책을 엮어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딸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웃음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마음 △나는 이렇게 신부 아버지가 되었다 △부록 등 모두 5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다. 딸을 시집보냈던 아버지들의 글을 모아 정리해 그들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서 써 내려가고 있다.차 수필가는 이번 책에 대해 “딸보다 먼저 삶을 살아왔던 아버지와 딸을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계속해서 이어주고 그들이 살아야 할 바람직한 삶의 방향까지 제시해 주는 한 권의 잠언록이 되길 바란다”며 “비록 한 권의 책이지만 앞으로 자식들의 결혼을 함께 하게 되는 부모들이 써야 할 축사에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차성환 수필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포스코퓨처엠 홍보 부서에서 근무했다. 다양한 문학공모전 등에서 수상했으며 현재는 포항에서 다양한 글쓰기 모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산문 앤솔로지를 통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한편 ‘딸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오는 27일 포항의 문학 사랑방인 ‘책방 수북’에서 북 콘서트‘언니네 책 다방’을 통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04

한흑구의 ‘수필문학’ 반세기 만의 재회

포항 출판사 득수에서 최근 복간한 한흑구 수필집 ‘동해산문’(왼쪽)과 ‘인생산문’ 표지. /도서출판 득수 제공 한국 수필문학의 고전인 한흑구 수필집이 50여 년 만에 복간됐다.일지사에서 발간한 한흑구 수필집 ‘동해산문’(1971)과 ‘인생산문’(1974)을 포항 출판사 도서출판 득수에서 최근 문단에서 있는 한흑구 문학에 대한 조명, 포항시 차원의 한흑구 문학관 건립, 한흑구 문학의 온전한 복원 등을 위해 때맞춰 두 권의 수필집으로 복간하게 된 것이다.한흑구(1909∼1979)는 ‘나무’, ‘보리’, ‘노목을 우러러보며’ 등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작품으로 한국 수필문학의 독특한 경지를 연 문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의 수필집은 오래전에 절판됐고, 그에 대한 문학적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 문학사에서 사실상 ‘잊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일제강점기부터 미국과 평양, 서울에서 다양한 장르에 걸쳐 활발한 창작 활동을 했던 그가 1948년 포항에 정착한 후로 1979년 작고할 때까지 ‘은둔의 사색가’로 살았기 때문이다.‘동해산문’과 ‘인생산문’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그 첫 번째가 83편의 주옥같은 수필이다. 한흑구의 수필은 자연 속에서 성스러움을 찾고 사명을 깨달았으며, 이러한 자세는 그의 작품 속에 일관되게 투영된다. 그는 “모든 예술은 진선미 가운데 미를 찾는 것”이라고 믿었고, 그런 맥락에서 “참된 것이 아름다운 것이요, 아름다운 것이 참된 것”이라는 존 키츠(John Keats)의 문학관을 신봉했다. 한흑구 생전 모습. 두 번째는 당대 문인 이효석, 유치환, 조지훈, 서정주, 김광주와의 인연 그리고 음악가 안익태와의 미국 시절 이야기다. 중국에서 돌아온 김광주와 미국에서 돌아온 한흑구는 서울에서 만나 직장 생활을 함께하며 거의 매일 술을 마신 술벗이었다. 한흑구와 유치환과의 인연은 평양과 서울을 거쳐 부산 피난 시절, 그리고 포항까지 이어졌다. 부산 피난 시절 한흑구는 동광동에서 조지훈을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됐다. 한흑구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템플대학교 신문학과에 다니고 있을 때 만난 안익태와의 인연도 각별하다. 안익태는 한흑구가 음악의 도시 필라델피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한흑구의 뒷바라지 속에 음악가가 될 수 있었다. 그 밖에 김동환, 이효석, 서정주 등과의 애틋한 인연도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서술돼 있다.마지막으로 한흑구의 수필론이다. 그는 ‘수필론’, ‘수필의 형식과 정신’에서는 수필에 관한 수준 높은 담론을 펼쳐낸다. 한흑구는 수필이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수필론과 이에 바탕한 수필을 통해 한흑구는 수필이 한국 문학의 한 장르로 정착하는 데 기여했다.한흑구 수필집 복간본은 일지사 판(版)을 저본(底本)으로 삼았으며,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에 따랐다. 또한 비학산(飛鶴山)을 비악산(飛岳山)으로 오기(誤記-‘숲과 못가의 새 소리’, ‘인생산문’)한 것 등 일부 오류는 바로잡았으며, 지금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문인, 단체, 지명에 대해서는 180개의 각주를 달아 한흑구의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