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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류의 미래 바꿀 5가지 핵심기술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기업육성기관)인 파운더스 스페이스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호프먼은 저서 ‘파이브 포스’(까치)에서 수많은 스타트업과 과학자들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우리가 곧 맞이할 미래를 결정지을 근본적인 동력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호프 선장’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이 책에서 대량화된 연결성, 바이오 컨버전스, 인간 확장주의, 딥 오토메이션, 지능 폭발이라는 이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의 현재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살피고 있다.뇌에 임플란트를 이식하고 인터넷과 뇌를 연결해 서로 소통하며 지식을 확장할 수 있고, 유전자를 편집해 높은 지능과 긴 수명, 건강을 누릴 수 있다.또한 달에 기지를 건설해 화성에 정착지를 세울 수도 있고, 모든 노동 과정을 자동화함해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인간에게 우호적인 초지능을 개발할 수도 있다.저자는 인류의 미래가 이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 기술들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며, 한번 달라진 삶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05

“조선 후기, 불교 존숭한 ‘숭유존불’의 시대”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늘와) 4권을 펴냈다.‘한국미술사 강의’는 유 교수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우리나라 미술사 흐름을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쓴 개론서다. ‘한국미술사 강의4’는 선사·삼국·발해를 다룬 1권, 통일신라·고려의 2권과 조선시대 그림·글씨를 소개한 3권에 이은 책이다. 9년 만에 출간된 4권은 조선시대 건축과 불교미술, 능묘 조각, 민속미술이 주제다.이번 권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미술사의 체계에서 소외됐던 분야들을 대거 부각해 정식으로 서술했다는 점이다. 건축 파트에서는 서울의 종묘를 시작으로 조선의 다섯 궁궐과 한양도성 등 조선왕조의 핵심적인 건축물들을 다루는 것은 물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 관아도 집중 조명한다. 조선시대 불교미술은 그 양이 방대하고 수준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의 불교미술과 비교돼 혹은 여전히 신앙의 대상이기도 해 미술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건축, 회화, 조각, 공예로 나누고 각각 별개의 장으로 다뤄 독자들에게 심도 있게 소개한다. 조선시대 석물조각을 대표하는 장르로서 왕릉에 세워진 석인과 석수(石獸), 그 외 사대부 묘에 세워진 동자석 등 능묘조각을 다뤘으며 마지막으로 민속학의 영역에서만 주로 연구됐던 장승을 미술사적 관점에서 분석해 실었다.저자는 “조선은 숭유억불(崇儒抑佛·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함)의 나라라는 고정된 인식하에 당시 불교미술을 미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조선왕조 불교미술은 양식상으로 고려시대 불교미술과 다르고, 그 자체로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이어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불교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해 전국에 거대한 사찰을 짓고 많은 불상과 불화를 봉안했다”며 조선 후기는 불교를 존숭한 ‘숭유존불’(崇儒尊佛) 시대였다고 주장한다. /윤희정기자

2022-05-05

포항 서가숙 작가 다섯번째 동화집 발간

포항에서 활동 중인 중진 서가숙사진 작가가 다섯 번째 동화집 ‘오늘 내 기분은 맑음’(고래 책빵)을 펴냈다. 이 동화집엔 표제가 된 ‘오늘 내 기분은 맑음’을 포함해 ‘청개구리 수혁이’, ‘현우야, 쫌!’, ‘안녕하세요?’, ‘내 마음을 공개합니다’ 등 총 5편의 작품이 담겨있다. 학교에서 만나는 여러 모습의 어린이들과 교실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쉽고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뛰어난 창의력으로 미래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온 서 작가는 “학교생활에 친구글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매일 짜증내는 아이 등 주인공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상큼한 감동을 주는 부분도 있다”며 “조금만 서로 이해해주고 양보하고 도와준다면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된다. 친한 사이일수록 칭찬을 아끼지 말고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서가숙 작가는 포항에서 30년 넘게 동화와 시, 수필을 쓰며 문학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포항 형산문화제에서 시 장원과 수필 우수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백산전국여성백일장에서 시 장원·우수상, 종합문예지 ‘문예감성’ 동화 부문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동화 ‘도깨비들의 사람체험학습’, ‘학교를 끊을 거예요.’, ‘우리가 친구 맞니’를 비롯해 수필집 ‘행복해지는 법’, ‘숨은 행복 찾기’, 역사소설 ‘내 사랑 부용공주’, 성인동화 ‘복수의 화신 변학도’를 펴냈다. /윤희정기자

2022-05-03

‘인류와 지구에 대한 사랑…’ 틱낫한 스님이 남긴 메시지

존경받는 영적 스승이자 종교 지도자,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로 세계를 변화시키고 전 세계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틱낫한 스님의 유고작이 출간됐다.신간 ‘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센시오)는 80여 년 동안 선불교의 승려로 진정한 마음의 평화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그가 인류에게 남기는 마지막 이야기다. 그 어느 때보다 상처 입고 고통받고 있는 인류와 지구별에 대한 사랑과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마음수련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명상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건 또 무엇일까? 스님은 진정한 깨달음이란 우리의 육체가 아름다운 지구의 일부임에 눈을 뜨는 것이며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겪고 있는 고통에 눈을 뜨는 것이라고 설파했다.이 책은 개인과 세계, 지구 전체는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며, 명상 또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고통받는 모든 생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먼저 나 자신의 고통이 줄어야 다른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며 손을 내밀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부터 일깨워야만 다른 이들에게도 깨달음의 기회를 줄 수 있다.이렇듯 깨달음은 나 개인으로부터 시작되지만, 개인의 깨달음을 통해 집단적 변화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세상의 변화가 찾아온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경이로운 지구의 일부임을 깨달으며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다섯 가지 ‘마음다함(mindfulness)’의 수련법을 제시한다.명상과 마음다함의 자세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 가운데 스스로 이 순간에 존재함을 느끼고 마음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지구의 일부임을 깨달으며 불안과 두려움,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더불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이해와 연민, 유대의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꿔나갈 때 주변 사물의 진정한 본질을 바라볼 수 있고 우리가 처한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이번 유고작은 ‘아름다운 우리 행성을 위해 놓아야 할 것, 채워야 할 것’, ‘지구별을 치유하는 다섯 가지 수행의 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공동체를 위하여’등 모두 3부로 구성됐다. 틱낫한 스님의 오랜 제자이자 평생 협력자였던 찬콩 스님과 BBC 기자 출신으로 틱낫한 스님에게 계를 받았던 진헌 스님이 함께 엮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8

정신과 의사 랠프 루이스의 ‘연대하며 의미찾는 존재, 인간’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 랠프 루이스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인문‘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살아야 할까?’ 크나큰 불행이 아니라도, 무기력한 삶이 계속될 때, 우리는 스스로 묻는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깊이 파고들다 보면 누군가는 신의 뜻을 말하고 누군가는 답을 피해버린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정신의학과 조교수인 랠프 루이스는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바다출판사)에서 삶의 목적을 이해하려면 진화의 산물로 ‘우연히 탄생한 우리’라는 존재를 감각하고 숙고하자고 제안한다. 우리 인간은 궁극적으로 목적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책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과학의 눈으로 인지하는 법을 일러주며 세속적이면서도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인생관을 제시한다. 과학적 정보를 갖춘 세계적 휴머니스트의 세계관이야말로 가장 일관되게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강조한다.저자는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과학 눈(scientific literacy)로 인지하는 법을 안내하며, 우리를 좀더 세속적이고 인간적이게 만드는 새로운 인생관을 제시한다.과학과 인문학, 두 문화의 통합을 지향하는 저자는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임상 경험과 신경생물학, 철학을 통합해낸다.한 발은 의학과 신경과학에, 다른 한 발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담근 채 유사 이래 계속돼온 인간 조건의 굵직한 논쟁에 새로운 힘을 실어준다.책은 ‘인생에 목적이 있는가’, ‘목적 없는 자발적인 우주’, ‘우연히 생겨난 도덕성’, ‘종교의 자리는 있는가’ 등 4부로 구성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8

현대전쟁사, 승장과 패장을 가르는 것은?

‘위대한 장군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제너럴스’(플래닛미디어)는 지난 75여 년 동안 미 육군의 특출한 장군들이 제2차 세계대전, 6·25 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간전 등 전쟁터에서 벌인 전쟁의 지휘에 관한 이야기이다. 국가 지도자와 국민은 그들에게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죽이는 권한, 진급과 강등의 결정권,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책무를 부여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핵심인 군 조직을 육성하는 역할을 맡겼다. 강건한 군인과 강철 같은 군대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군인을 선발하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훈련이 필요하며, 전쟁 중 절체절명의 순간에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춘 장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현대 전쟁사에서 이러한 총체적 능력으로 위대한 군대를 만든 강력한 리더십과 군사적 통찰력으로 과감한 인사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춘 장군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위대한 장군이 됐으며 무엇을 결정했는가?‘위대한 장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전으로 이끈 장군들부터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이라크전, 아프간전에 이르기까지 장군 30여 명의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이 책의 저자 토머스 릭스는 워싱턴포스트(WP) 군사전문기자 출신으로 군 역사학자로 현재 미국 신안보재단 고문으로 있다.이라크 전쟁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저자는 전적지 답사를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장군의 기준에 관심을 갖고 배우며 과거와 현재의 미 육군의 문화와 장군의 자질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존스홉킨스대학의 국제전략 고위과정생들과 진행된 전적지 답사에서 그는 충격적인 일화를 들었다.그것은 이라크 전쟁 중 전투에서 패배한 장군보다 개인 소총을 분실한 병사에게 더 무거운 벌을 내렸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4년여에 걸쳐 장군 30여 명의 자료를 찾아 그들의 리더십과 군사적 통찰력을 조사하며, 어떤 장군은 위대한 승장이 되고 어떤 장군은 무능한 패장으로 수많은 젊은이의 목숨을 잃게 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며 해부했다.그가 70여 년이라는 기간을 따라 추적한 미 장군들에게서 얻은 통찰력은 장군의 리더십과 장군의 인사 정책이라는 두 개의 큰 기둥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두 큰 줄기를 따라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마셜과 베트남전 패전 이후 미 육군 개혁을 이끈 드퓨이와 쿠시먼에 조명을 맞추며 승장의 자질과 성과, 그들의 리더십을 조명한다.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지 마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조지 패튼, 더글러스 맥아더 등 외에도 매튜 리지웨이, 맥스웰 테일러,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 윌리엄 드퓨이, 윌리엄 레이 피어스, 콜린 파월, 노먼 슈워츠코프, 토미 프랭크스, 리카르도 산체스, 조지 케이시,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등의 이야기는 복잡계에 사는 현재의 우리에게 군대 지휘관뿐 아니라 사회 각계의 리더와 경영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성공과 실패를 실제로 감지하고 실행하는 환경에서 더 많은 장교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휘관들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더 적게,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와 또한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이 교육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어떻게 배워야 할지를 배울 필요가 있다.”-‘에필로그’ 중에서/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8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라” ‘좋은 어른’에게 듣는 인생 조언

인생을 살다 보면 문득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을 맞을 때가 있다. 그런 막막한 순간,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산 ‘좋은 어른’에게 조언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인플루엔셜)는 책상 위에 10년 뒤 달력을 놓고 사는 미래학자, TV를 거꾸로 놓고 보는 괴짜 교수, 한국 벤처 1세대의 아버지, 드라마 ‘카이스트’의 실제 모델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지만, 그 스스로는 ‘꿈을 키워주는 사람’이라 칭하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현실의 장벽 앞에 힘겨워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마련한 인생 문법이다.저자 이광형 총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시절 한국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대거 배출해 벤처 창업의 대부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후 인공지능과 바이오정보, 미래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미래를 향한 자신만의 꿈을 하나씩 실현해왔다.무수한 제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한편, 본인의 삶을 통해 꿈이 가진 힘을 증명해 온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밤하늘의 별은 모두 저만의 독특한 빛이 있다. 우리도 그렇다.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꿈을 찾아라. 나는 나만의 고유한 색을 찾을 때 가장 빛난다.”저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온 마음을 다해 뛰어들 때, 비로소 우리는 밤하늘의 별처럼 유일무이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12개의 주제로 인생철학을 풀어내며 젊은이는 물론 장년층에게도 유용한 지침을 제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노교수가 말하는 ‘물질의 시대’ 행복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에는 더 이상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이스털린 역설’의 주인공, 행복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97·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1974년 발표와 동시에 경제학의 방향을 바꾼 그의 이론은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이번에 출간된 ‘지적 행복론’(윌북)은 그 후에도 50년간 지속된 그의 연구를 쉽고 명쾌한 언어로 풀어 쓴 책이다. 최근 몇 년간 학교에서 진행한 행복경제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내면의 행복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그 해답을 촘촘하면서도 다정하게 들려준다.그의 관심은 언제나 개인과 행복, 부와 행복, 사회와 행복, 국가와 행복의 관계를 경제학의 언어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좀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질까?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더 행복할까? 어떤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문득문득 우리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평생 행복경제학에 투신해온 97세의 석학이 들려주는 촘촘하고도 다정한 대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직접 강의를 열고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다.복지 정책부터 환경오염, 종교, 자원봉사, 정치체제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들을 두루 살피고, 현실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면서 함께 ‘행복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책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경제학의 프레임 속에서 더욱더 구체성 있게 드러난다.“소득을 높이는 것과 다르게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윈-윈 상황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소득을 높이려고 한다면 준거 기준도 함께 높아지기에 어느 누구도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겁니다. 이에 반해 운동을 해서 건강을 증진하고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준거 기준이 변치 않는다면 모두가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겠지요.”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쳐 ‘행복혁명’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제시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산업혁명, 인구혁명에 이어 행복혁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얘기다. 개인은 건강과 가정생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국가는 복지 정책을 펼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세상을 향해 내놓는 진단이자 고언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에너지 패러다임 이끄는 국가 미래 ‘부와 힘’ 지형도 바꾼다

‘왜 지금 전 세계의 자본과 인력이 에너지에 몰려드는가?’19세기 석탄, 20세기 석유…. 인류, 산업, 투자의 역사가 뒤바뀐 결정적 순간 뒤에는 늘 에너지가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는 단순히 산업의 주요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적(기초요건적) 요소이자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숨은 권력’으로 존재해왔다.2050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의 움직임으로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대전환의 순간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탄소를 내뿜고 있고 점점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경제 활동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비즈니스북스)는 석유·가스 개발과 에너지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최고의 두 전문가가 펴낸 책으로, 앞으로 30년간 펼쳐질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며 달라질 미래 경제 패권 시나리오를 전망한다.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지낸 양수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와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최지웅 씨는 석유·가스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에서 바라본 석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분석한다.제1부는 석유의 탄생, 현재, 미래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고갈된다’고 경고해온 석유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통계에 따르면 남아 있는 석유의 양은 2020년 기준 약 50년분이다. 이 잔존량의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탈탄소의 시대, 이제 더 이상 석유 산업에 자본과 인력이 몰리지 않는다. 또 새롭게 개발될 수 있는 탐사 대상도 찾기 어려워졌다. 매년 감소 중인 석유 개발 투자가 일으킬 석유 수급의 불균형이 세계 패권 구조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설명한다.제2부에서는 ‘검은 황금’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에서는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와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를 다룬다. 고갈의 염려가 없고 탄소 배출이 없는 이 에너지원들의 현실과 가능성을 살펴보고 왜 아직 상용화가 쉽지 않은지, 특히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이유와 재생에너지 확대와 시장 선점에 성공한 다른 주요국들의 움직임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진다.제3부 탄소중립이 바꿀 미래의 패권 지도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요구되는 탄소중립의 올바른 경로와 그 과정에서 나타날 산업 구조의 변화를 살펴본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유럽 국가들이 취하는 탄소세 등의 행정적 방침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한국의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심도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전 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래의 부와 힘의 주인이 결정될 것이다. 과거 석유가 인류, 산업, 투자의 역사를 뒤바꿨듯 새로운 에너지원이 전혀 다른 세상,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열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강성위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출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한시로 옮겨 시를 이해하는 색다른 관점을 선보이는 ‘한시(漢詩)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푸른사상)가 출간됐다. 한문학자이며 한시인이기도 한 강성위 씨가 지은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김소월, 윤동주로부터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정호승, 안도현 등의 현역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 총 64편을 수록했다. 우리말로 된 시를 한시로 옮기고, 주석을 달아 시어와 구절을 이해하게 하고, 한역시를 다시 한글로 직역해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고,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이 담긴 한역 노트까지 곁들인 이 책은 한국시를 읽고 감상하는데 있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뜻깊은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는 저자의 자작시와 자작 한시가 실려 있다.한국 현대시를 한시로 옮기는 일은 두 언어 사이의 표현방식 차이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시를 창작하고 번역해온 저자의 경험, 그리고 한시와 현대시 양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맹문재 교수(안양대학교 국문학과)는 “한국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긴 작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학계나 시단에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강성위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학문이 깊으며, 이 세계를 끌어안는 자세가 진지하고도 넓다”고 평했다.푸른사상 출판사 측은 “이색적이고 의미있는 이 책의 출간으로 한시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근·현대에 이르는 한국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가 한시로 번역, 소개되면서 한국 현대시가 중국 등 동양문화권으로 전파할 수 있는 ‘한국시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한문학자이며 시인이기도 한 저자 강성위 씨는 한시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작은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대학 출강과 생활한시를 창작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30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비롯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감비약 처방전’ 등이 있다. 현재 월간 ‘우리詩’와 한경닷컴 ‘The Pen’에 ‘한시공방(漢詩工房)’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 중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0

트라우마 지우는 특수 청소부의 삶

“당신의 고통을 존중합니다.”죽은 쥐, 널브러진 파편, 두려움과 함께 사는 동물 조련사, 우발적인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둔 젊은 여성, 40년 동안 쌓아 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잠을 자는 70대 여성, 거실에서 조용히 피를 흘리며 죽어 간 버스 운전기사….‘트라우마 클리너’(열린책들)는 특수 청소 서비스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트라우마 생존자 샌드라 팽커스트의 삶과 내면을 다룬 에세이다. 호주의 논픽션 작가 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은 샌드라가 산 자와 죽은 자의 집에 질서를 찾아주는 과정과 지금껏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그녀의 특별한 삶을 담아냈다.작가는 4년 동안 샌드라를 따라 20여 곳의 현장을 방문하고 취재하며 그녀의 삶을 온전히 되살려냈다.트라우마 클리닝 혹은 특수 청소 일은 뭔가 음울하고 괴짜 취향의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직업만큼이나 전문성을 요한다. 무엇보다 샌드라는 탁월한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집에 스며들어 있는 악취를 없애고, 괴상한 포르노물과 사진과 편지를 버리고, 비누와 칫솔에 붙은 그들의 DNA까지 없애지만 사람을 지우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반려동물로 삼은 죽은 쥐를 내다 버릴까 예민해진 고객을 안심시키고, 40년 동안 치우지 않은 집의 주인과 수다를 떨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된 청구서를 정리한다. 침구, 텔레비전, 가구 등 물려받을 유족이 없어 남아 있는 물건은 따로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무료로 설치해 주기도 한다.냉대와 따돌림,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샌드라의 삶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면에서, 그리고 내면의 욕구를 인지하고 자기다운 삶을 찾아 나간다. 작가는 샌드라의 삶을 취재하며 활기찬 그녀의 모습 이면에, 힘든 일을 티 내지 않는 문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문제, 누군가에게 정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문제 등을 발견한다. 하지만 샌드라는 타고난 확신과 놀라운 회복력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 나갔다. 그녀는 침묵을 두려워하고 소음이 있어야 잠들 수 있지만, 그녀의 집에는 꽃이 가득하고 아늑한 소파와 향기 좋은 비누가 있다. 트라우마는 그녀의 기억 속을 배회하지만, 새로운 기억과 계획으로 삶을 채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작가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함께 지워 버린 샌드라의 삶을 복원하고 마음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봄으로써 샌드라와 독자 사이에 인간적 유대 관계를 맺어 준다. 작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지만, 취약성을 드러냄으로써 연민 넘치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샌드라의 활기찬 모습 이면에는 부모에게 학대받고 성소수자로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아픔이 있었다. 저자는 샌드라의 청소 현장과 그 자신이 갖가지 트라우마의 생존자인 샌드라의 인생역정을 번갈아 조명한 뒤 이렇게 말한다.“트라우마의 반대가 트라우마의 부재는 아니다. 트라우마의 반대는 질서와 균형이다. 그것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략) 빛이 가득 들어오는 그 집에서도 샌드라의 과거 최악의 기억들은 여전히 이 구석 저 구석을 배회한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이제 대부분 공간을 메우고 있는 좋은 기억과 새로운 계획, 살아온 삶과 살고 있는 삶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가 없다.”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2018년 빅토리아 문학상, 논픽션 부문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오스트레일리아 출판산업상ABIA ‘올해의 일반 논픽션 상’, 도비(Dobbie 문학상), NSW 프리미어 문학상 ‘더글러스 스튜어트 상’(공동 수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전기상, 영국 웰컴 문학상 등에서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가치관 변화,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금융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핵심으로도 불리지만, 탐욕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불평등을 심화해나가는 시스템이자 업계라는 사실이 거의 상식으로 통용된다.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전쟁과 식량 위기 등으로 세계가 막다른 길을 향해가고 있다는 전망이 인류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운 지금, 정치-경제-금융적 가치관의 실질적인 변화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세계 금융 핵심부에서 활동해 온 마크 카니는 ‘초가치’(윌북)에서 금융의 역사를 되짚으며 ‘공정한 금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마크 카니는 금융 시장에서 왜곡돼온 가치에 대한 인식을 짚고,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세계적 위기의 시대에 세계적 차원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금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긴급하고도 대담한 통찰과 제언을 내놓는다.세계 금융의 핵심부에서 활동해온 마크 카니는 2013년 비영국인 최초의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2020년까지 브렉시트 이후의 혼란을 성공적으로 수습한 유능한 경제 리더이자,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있었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는 과감한 판단과 정책적 결정으로 캐나다를 G7 가운데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시킨 강력한 리더십으로 찬사를 받은 주인공이다.그에 따르면 시장경제는 외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 가치에 균열이 생기면 시장경제도 흔들리게 된다. 그는 자본주의 속성상 시장 가치 영역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인간 가치를 위협한다고 본다.따라서 ‘부의 유토피아이자 인간성의 디스토피아’를 극복하려면 시장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우리는 시장이 제대로 잘 작동하도록 사회적 자본을 재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인과 기업은 시장 시스템을 위해서 연대감과 책임감을 회복해야 한다. 한층 더 폭넓게 말하면,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초(超)가치’를 지향함으로써 우리는 번영의 여러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다양한 커리어 6인, 일하는 진짜 ‘나’를 찾다

우리는 일을 한다. 생계를 위해서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어떤 것이 먼저이든 간에 어쨌든 우리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자꾸만 놓치는 물음이 있다. 바로 일하는 마음이다. 일의 성과를 인정받는 것만큼이나 일하는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이봄)은 일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진짜 나를 알아가는 삶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이 책은 다양한 일의 모습,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와 솔직한 마음들을 전한다.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회사원에서 프리랜서가 된 삽화가이자 에세이스트 임진아, 7년차 용접공이자 사회와 노동에 대한 글을 쓰는 천현우, 퇴사와 함께 쓴 책으로 주목을 받은 뒤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일을 하게 된 하완, 청소부, 작가, 강연가 등 다양한 일을 하는 ‘N잡러’ 김예지, 자연의 비밀을 품고 있는 작은 생물들을 연구하는 과학자 김준, MZ세대가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 ‘THE MUSEUM VISITOR’를 이끄는 박문수가 그 주인공이다.각자 활동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불안과 뿌듯함을 오가는 여섯 명의 일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긍정적인 마음 속에 일의 의미를 찾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아태평화교류협회 ‘평화친구’ 제6호 출간

아태평화교류협회(대표 안부수)가 지난 2020년 12월 독자들의 마음에 ‘평화 텃밭’이 되겠다는 취지로 창간한 계간지 ‘평화친구’ 제6호가 올해 봄호로 최근 출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생명과 다름없는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강력히 일깨우는 가운데 발간된 이번 호는 책을 여는 권두에 베트남전쟁 기간(1964∼1975)에 청춘의 십여 년을 전장에 바치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전후 베트남을 대표하는 작가가 돼 전쟁의 참상을 탁월하게 그려낸 바오닌(71)과 반레(1951∼2020)의 대화를 ‘평화친구의 영혼’ 코너에 실었다.이번 호 ‘평화친구’는 ‘간첩 누명을 극복하고 하나의 코리아를 향해 그 길 없는 길을 걸어간 평화운동가 구말모 선생’ 추모특집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구말모 약전(略傳), 안부수 대표의 추도사, 구말모의 이산편지, 재심 청구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한 소회,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 재일한국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 ‘동해의 슬픔’ 등으로 짜였다.이번 호로 6회째 맞은 안부수 대표의 기획연재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조국 봉환의 현장을 가다’는 일본 오사카 지역과 필리핀의 유골 발굴 현장을 다루고 있다.이밖에도 정태헌 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장의 평화 제언 ‘환경보존을 위한 남북 축산자원 교류협력 방안’, 1930년대 미국 유학의 심회를 담은 수필가 한흑구 선생의 시편, ‘내 안의 평화’를 위한 김용국 시인의 시와 산문 등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새봄을 맞은 독자들의 마음에 ‘평화 텃밭’을 가꿔줄 글들을 담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2-04-12

이경재, 여덟 번째 평론집 출간

국내 문단에서 독자적인 평론의 영역을 구축한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의 신작 평론집 ‘비평의 아포리아’(도서출판 강)가 출간됐다.이경재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문학과 사회와의 경계를 넘는 폭넓은 이해를 토대로 한국문학 연구를 이어왔다. 등단 이후 제14회 젊은 평론가상, 제29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등 작품 내적 논리를 충실하고도 꼼꼼하게 읽어내는 깊이 있는 비평으로 주목 받았다. 이번 평론집은 그 맥을 이어 출간된 여덟 번째 책이다.저자는 제1부부터 제4부까지 네 주제로 나눠 정보화 사회의 태동과 문학의 생존 가능성, 한국문학과 이데올로기의 관계, 한국문학의 세계화 전망 등에 관해 논한다.1부 ‘재현과 환기’는 ‘우리 시대 재현의 세 가지 빛깔’을 비롯해 ‘아주 가까운 것과 아주 먼 것’, ‘과거가 돌아오는 방식’ 등 모두 6편의 평론으로 꾸며졌다. 저자는 특히 우리 시대 한국문학의 재현을 둘러싼 여러 가지 난제들,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방안, 애도되지 않은 역사의 파국적 귀환, 말년성의 미학적 형상화 등을 주제로 문학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묻는다.2부 ‘한국문학의 수호성인들’에서는 ‘인간을 넘어 참된 존재로’ 등 7편의 평론을 담았다. 작가론에 해당하는 글들로 1950년대에 등단한 작가부터 2010년에 등단한 작가까지 총 일곱 명의 소설가(정연희, 전상국, 최윤, 하성란, 노정완, 해이수, 채영신)를 통해 지난 반세기 한국문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본다. 그들이 펼쳐간 존재에의 지향, 분단 상처의 극복, 타자에 대한 이해의 (불)가능성,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가족이라는 형식의 근원적 한계, 한국 현실의 저변에 대한 탐색, 삶의 심연이 지닌 폭력과 희망 등은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비평의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3부 ‘새로운 가능성의 근거’에서는 최근 한국소설이 가닿은 성취를 대변할 수 있는 7편의 소설들(‘철도원 삼대’, ‘악어’, ‘총구에 핀 꽃’, ‘희박한 마음’, ‘일곱 해의 마지막’, ‘휴가 중인 시체’, ‘탑의 시간’)을 자세하게 비평한다. 작품 하나의 해명에 시종하기보다는 한국소설의 중요한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고민을 아울러 드러낼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다. 노동소설의 21세기적 가능성, 제국과 제국주의의 관련성, 국가폭력의 역사적 문제성, 여성을 둘러싼 공포와 불안의 정체, 이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작가적 진정성, 죽음 충동의 문학적 형상화, 세련된 연애 서사의 존립 여부 등이 3부에 수록된 작품론들을 통해 탐구해본 핵심적 테마들이다.4부 ‘한국문학 비평의 맥락들’에서는 최근 한국문학이 낳은 비평들을 대상으로 한국비평의 맥락을 조망한다. 대상이 된 비평들은 통일을 지향하는 실천적 사유, 창발적 문학 탐구의 전범, 리얼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성찰, 역사·유물론적 문학 이론의 계보 등을 탐색한 것들이다.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김윤식의 ‘한일문학의 관련 양상’을 중심으로 한 ‘이어령과 김윤식에게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분단 극복의 간절한 서원과 실천-염무웅론’, ‘창발적 문학 탐구의 한 전범-방민호론’ 등 5편의 글이 실려 있다.저자는 “문학이라는 바다를 오랜 시간 바라본, 때로는 물안경 하나만 가지고 그 심연 속에 잠수해본 기록의 일부다. 여러 평론집을 내놓으면서 가져온 포기하지 않는 나름의 원칙 하나가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읽자’는 것이었다. 이번 평론집 또한 거기에 이르고자 한 분투의 산물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07

세 누이 시선으로 본 빈센트 반 고흐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빈센트 반 고흐라는 예술가의 통찰력과 예술성을 생생하고도 흥미롭게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반 고흐의 누이들’(만복당)에서는 빈센트의 세 여동생 안나와 리스, 빌레민의 목소리를 통해 때론 애틋하고, 때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갈등을 겪기도 했던 반 고흐 남매들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또한, 고흐라는 이름에 위대한 명성을 가져다준 빈센트의 삶과 예술은 물론,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 경제, 예술이 격동하는 순간을 포착할 실마리를 제공한다.네덜란드 사업가와 결혼하기 전 영국에서 가정교사로 일했던 첫째 누이 안나는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빈센트와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오빠 빈센트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둘째 누이 리스, 네덜란드 페미니즘 운동이 태동하던 시기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셋째 누이 빌레민. 이 세 여성의 시선을 좇아 가족의 일원으로, 또 예술가로서의 빈센트 반 고흐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빈센트와 테오는 19세기 말에 요절했고, 세 여동생은 20세기까지 살았지만 오빠의 작품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다만 시인이자 작가였던 둘째 여동생 리스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오빠의 그림을 팔아 생계를 꾸려야 했다. 여동생들은 빈센트의 작품이 사후 평가를 받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빈센트는 부모와 형제자매들에게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였던 신념”을 받았다고 저자 빌럼 얀 페를린던은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07

고립과 두려움…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낯선 사람’이 곧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낯선 이를 마주하면 몸을 움츠린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타인을 환영하기보다 의심하고, 안전을 위해 단절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립과 두려움을 넘어 연대와 신뢰감을 되살릴 수 없을까? ‘다름’ 앞에서 삶을 열어젖힐 때의 즐거움과 가능성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타인이라는 가능성’(아크로스)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문학과 철학, 인류학과 역사학을 가로지른 지적 탐사의 기록이다. 영국 출신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 윌 버킹엄은 이 책에서 타인을 맞이하고 받아들일 때의 위험과 가능성을 전방위로 탐구한다. 고대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 그려진 낯선 만남들을 살펴보고, 몽골 유목민의 이방인 맞이 예법이 복잡해진 이유를 해석하며, 풍성한 만찬과 선물에 담긴 인류학적 의미를 포착하고, 다문화 도시에서 인종과 국적이 다른 이들과 이웃하게 될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했다.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비이성적 감정일까. 저자는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오디세이아’나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을 정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 삶에 깊숙이 뿌리내려 이어져 왔다며 삶을 지키기 위해 불확실성과 거리를 두는 것은 합리적 행위라고 말한다.이 책은 낯섦이 불러일으키는 합당한 불안을 살피는 한편, 미지의 타자를 환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우리의 다종다양한 실천들을 탐구한다.낯선 사람을 맞이하는 방법과 관련해 나라마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몽골에서는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 오른발부터 디뎌야 하며, 외투의 소매는 손목까지 내리고 모자는 쓰고 있어야 한다. 고기를 대접받으면 적은 양을 입에 넣은 뒤 양이 많고 넉넉한 것처럼 과장하며 씹는 것이 관례다.물론 모든 낯선 만남이 늘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환대는 갈등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폭력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저자가 여행 중 머문 적 있는 불가리아의 한 마을에서는 주인의 대접을 사양하는 손님을 곤봉으로 때려 쫓아내는 관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고 한다. 주인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에서라는 것이다.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 ‘부서진 사월’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알바니아 북부의 예법 ‘카눈(Kanun)’에 따르면, 지위나 명예가 손상되면 반드시 피로 복수해야 한다. 이들 예법은 낯선 만남에 친절과 적대감, 환영과 폭력이 동시에 잠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하지만 저자는 낯선 만남에 도사린 위험보다 그로부터 얻게 되는 보상에 더 초점을 맞춘다. 낯선 이에 대한 불안감이 좀 더 열리고 관대한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이외에도 저자는 관계에 즐거움과 신뢰를 더해 공동의 미래를 여는 데 이바지하는 선물의 힘, 낯선 사람과 어울릴 때의 지침이 돼준 논어 속 예법들, 성 베네딕토와 이마누엘 칸트가 생각한 적절한 만찬의 규칙, 오늘날 남아 있는 작별과 배웅의 관습을 차례차례 탐구해나간다.저자는 무수한 사람들이 현재 앓고 있는 외로움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책의 집필 동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외로움, 즉 주변부에 위치할 때의 느낌은 위협에 대한 반응을 강화한다. 우리는 외로울 때 타인을 가장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을 불신할 때 가장 큰 외로움에 휩싸인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297~298쪽)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 “낯선 이와의 관계는 곧 미래와의 관계”(12쪽)를 인용하며 환대는 고독과 불신, 적대를 해소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히는 단초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31

“詩 한 편 쓰고 나면 그냥 살아졌다” 문영숙 첫 시집 출간

문영숙 작가가 생애 첫 시집 ‘당신의 북쪽’(애지)을 출간했다.2011년 ‘한국작가’로 문단에 데뷔한 문 작가는 ‘당신의 북쪽’을 통해 어긋난 세계의 흔적과 진실한 것들의 인기척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 세계의 불안과 갈등에서 비롯되는 통증이 시적 공간을 낳으며 감각과 사유로 확장되는 방식이다.그의 언어는 ‘달력을 넘겨도 계절이 바뀌지 않(태화동·실직)는 무력감’이라든지, ‘입안에 생긴 반점’처럼 쓰라리게 견뎌야 하는 삶의 구멍들을 온몸으로 교감한다. 또한,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놓치다) 시간의 자국들 혹은 ‘눈치 볼 것 없는 무명’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어루만진다.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냉철하면서도 온기를 찾아가는 시선이 이 시집의 미덕이다.2006년 안동에 살면서 시를 만났다는 문 작가는 “시 한 편을 쓰고 나면 그냥 살아졌다. 시는 내가 나한테 들려주는, 말로 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예기치 않은 복병들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삶의 편린들, 그것들과 싸우지 않고 화해하는 방식이 나의 시 쓰기 작업이었다”며 “2월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마음을 어느 쪽에 두느냐에 온도차가 생겨 나무는 꽃을 피우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지치고 힘든 누군가에게는 내가 쓴 시처럼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공감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문영숙 작가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2011년 ‘한국작가’로 등단했으며 2020년 이육사문학관 상주 작가로 근무하면서 샘문학 동인과 안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피현진기자phj@kbmaeil.com

2022-03-31

낯선 길 들어선 ‘글쟁이’ 전종건

신간 ‘낯선 길’(학이사)은 가톨릭신문사 기자와 영남일보 편집부 기자를 거쳐 수성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계에 몸담았던 고(故) 전종건 씨의 유고집이다. 전 씨의 작고 1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모아 정리해 둔 원고에 추모글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전 씨는 췌장암으로 인해 큰 수술을 받았지만 현대적인 의학 치료보다 자연치료를 결심하고는 청도 성모솔숲마을로 들어가 숲을 걷고 책을 읽으며 글을 썼다. 자신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내기 위해 원고를 정리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8일 선종했다.가톨릭 수사로 있다가 수도원을 뛰쳐나와 세속의 길을 걷게 됐다는 저자는 자신을 혼자 생각하고 실행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는 인물이다. 산골 토굴에 틀어박혀 읽고 쓰는 일에만 몰두하던 때와 아날로그 사운드에 푹 빠져 소리를 찾아 홍길동처럼 전국을 휘젓던 나날의 이야기, 시인과 성악가, 의사의 서재에서 그들과 나눈 대화를 담은 글에서는 저자의 문화예술적 소양을 엿볼 수 있다. 삶의 방향성이 현실에 있기보다는 문학적이거나 음악적이거나 철학적인 분위기에 놓여 있는 것 같은 사람, 사람에게 살갑진 않지만 티 내지 않고 한정 없는 마음을 내주는 친구, 인간의 내밀한 역사 엿보기를 끊임없이 갈구해 온 탐구자, 신앙인의 외식적인 행위가 아닌 신앙의 본질을 찾고자 몸부림치던 고뇌하는 수도사…. 그를 수식하는 많은 문장이 있지만, 정작 저자는 ‘글쟁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자신을 표현한다.총 4부로 나뉜 유고집에는 저자의 수필 24편과 추모글 5편이 수록돼 있다. 1부에서는 일상을, 2부에서는 저자의 취미였던 오디오와 관련된 수필을 모았다. 3부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단상과 예술인을 인터뷰한 글이 정리돼 있으며 추모글로 구성된 4부로 마무리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31

‘대구 개구리소년’ 미제사건 30년 추적

국내 최대 수사 인력이 동원됐으나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 소년 변사사건’의 사인을 비교·분석한 현직 기자의 추적기가 발간됐다.책은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가운데 하나인 이 사건이 발생한 지 꼭 31년 되는 3월 26일을 앞두고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아이들은 왜 산에 갔을까?’(부제 개구리 소년 변사사건 30년 추적기·사진)라는 제목의 책은 ‘책을 쓰면서’와 ‘책을 마무리하면서’를 포함해 모두 7부로 구성됐다. 저자인 김재산 국민일보 대구경북본부장은 대구경찰청을 출입하던 1991년 3월 26일, 사건 발생 당시부터 달서경찰서는 물론 아이들이 살던 마을과 학교, 와룡산 등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를 시작했다.김 본부장은 사건 발생 초기 경찰이 ‘집단 가출한 아이들은 앵벌이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서울에 대규모 형사들을 파견하자 실종 어린이 가족과 함께 동행취재를 하기도 했다. 또, 한 범죄심리학 박사가 다섯 아이 가운데 한 명인 김종식(당시 9세) 군 아버지 김철규 씨가 아이들을 살해한 뒤 사체를 집 주변에 묻었다고 주장해 경찰이 발굴작업을 진행할 때도 직접 현장을 지켜봤다.그는 아이들의 사인을 ‘저체온사’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퇴직 경찰관 김영규(사건 당시 대구경찰청 강력과장) 전 총경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것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그는 최근 5년 동안 이 사건과 관련된 전·현직 경찰관, 법의학자, 유족 등과 만나 인터뷰하면서 아이들의 사인이 ‘타살’인지, ‘저체온사’인지를 비교·분석했다. 김재산 국민일보 대구경북본부장. 그는 “명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서는 첨단기법을 동원한 경찰의 재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정년퇴직을 앞둔 저자는 “대중들에게 ‘살해 암매장 사건’으로 각인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누군가는 정리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냈다”며 “경찰의 재수사로 사건의 진실이 오롯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개구리 소년 변사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교 학생 다섯 명이 도롱뇽알과 탄피(탄두)를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지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마을 인근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논란 끝에 경북대 법의학팀이 사인을 타살로 발표했으나 범인 검거는 고사하고 범행 도구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2006년 3월 25일 자로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아이들을 찾기 위해 32만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23

포항문화 한획 그은 ‘인물’들 속으로

(재)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 사업단의 시민자치기구인 문화도시 포항 인문기획위원회가 미래자산화 사업의 일환으로 포항문화에 굴곡을 남긴 ‘인물’을 발굴·조명한 인문콘텐츠 개발서 ‘포항문화, 길을 연 사람들’을 발간했다. ‘포항문화, 길을 연 사람들’은 죽장면 입암서원에 얽힌 장현광과 박인로에 관한 이야기, 청하현감시절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 정선,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의 포항 장기면에 큰 영향을 끼친 다산 정약용, 동학의 선구자인 해월 최시형의 삶 등 우수한 우리지역의 인물자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글이 수록됐다.또한, 근현대 포항문화에 영향을 끼쳤으며 아직 기록화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에 대해서도 담고 있다.청포도 다방을 중심으로 ‘청포도 살롱시대’를 연 사진작가 박영달, 포항교육을 일으킨 평보 하태환 선생의 일대기, 지역문화진흥의 산증인인 신상률, 지난해 타계한 ‘포항방송계 1호 아나운서’ 방송인 아나운서 최규열, 환동해 중심지의 주요문화자산인 동해안별신굿의 명맥을 이어온 김용택의 일생까지 그동안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지역 소수적 관심인물들의 면면을 만나 볼 수 있다.포항문화재단 측은 “이 책이 지역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은 연결점이 되어 지역 예술가와 기획자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담은 문화콘텐츠로 창출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한편, 문화도시 포항 인문기획위원회는 삶과 인문성에 주목하는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꾀하고자 대학교수, 문화예술전문가 등 지역의 오피리언 리더로 구성돼 2019년부터 포항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자문기구로써 지역의 인문성 발굴과 가치 확산을 위해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03-22

시와 삶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를 따라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난다)는 최문자 시인(77)의 첫 산문집이다.최 시인은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사랑과 슬픔의 힘, 깊은 상처와 철저한 자기 응시로 이뤄진 시세계를 펼쳐보여 왔다.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사과 사이사이 새’ 등이 있으며 제3회 박두진 문학상, 제4회 신석초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시인은 자신이 “해가 지고 있는 저녁”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붉은 저녁”을 그는 “많은 기억을 품은 채 말없이 걸어가고” 있다. 산문집에서 그는 이 기억을 따라 그의 시와 삶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를 따라 내려간다.산문집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그때는 정말 뿌리를 부르게 된다’를 비롯해 총 53편의 글이 실렸다.“누구나 바라보고 싶은 대상이 있다. 거기에 닿고 싶어 하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다. 그러다 가끔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걸음은 멈춰지고 더는 갈 수 없을 때, ‘닿고 싶은 곳’은 ‘슬픈 쪽’으로 바뀐다. 그러면서도 쓰러지는 순간까지 그쪽을 오래 바라본다. 결국은 슬픈 쪽, 그쪽으로 쓰러진다.”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194~195쪽)/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7

역사적 혁명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동서양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인류 최대의 정복 군주 칭기즈칸은 금나라를 정복한 다음 다른 정복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을 모두 말살하려고 했다. 이때 그 곁의 참모가 “죽은 농민은 세금을 내지 못 한다”고 진언해 수많은 중국인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전 세계 모든 정복자의 주요 사업이다. 칭기즈칸의 이야기는 세금이 국가 권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영국의 금융 전문 작가인 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이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좌우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단언하는 책 ‘세금의 세계사’(한빛비즈)가 나왔다. 세금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시각을 지닌 저자는 한마디로 조세제도는 국가의 운명, 즉 국민의 번영과 빈곤, 자유와 억압, 만족감과 불만을 결정한다고 본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강조한다.인류 역사의 모든 중요한 사건에는 늘 세금이 얽혀 있다.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은 마리아와 요셉이 그곳에 세금 신고를 하러 갔기 때문이며, 세금을 내는 새로운 노동자계급이 출현한 것은 흑사병으로 중세의 봉건제도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된 것도 제1차 세계대전 중 여성들이 공장에 투입돼 그들이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부터 백악관까지 인류의 주요 건축물들 또한 세금이 없었다면 짓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만리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되기도 했지만 비단길을 따라 중국을 드나드는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전쟁, 재난, 재해 뒤의 재건 과정에도 세금이 항상 등장한다. 세금이 없었다면 인간은 달에 첫발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세금은 고대 수메르제국부터 권력의 근간이었고, 수많은 전쟁과 혁명의 단초였다. 프랑스에서는 소금 가격의 열 배를 물리는 소금세가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러시아혁명의 배경에도 황제가 소작농에게 부과한 세금이 있었다.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은 전쟁비용을 버는 동시에 선전·선동의 도구로 쓰였다. 미국은 1942년 소득세 과세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승리세(Victory Tax)라는 이름을 붙였다.나치 독일은 세금을 이용해 유대인을 재정적으로 말살하고 전쟁비용도 벌었다. 유대인은 20%의 부유세를 물고, 국내외 재산등록을 누락하면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나치가 전쟁에서 쓴 돈의 3분의 1은 압수한 유대인들 재산이었다.종교 또한 그러하다. 징벌 수준의 세금과 강제노동의 속박에서 벗어나 시나이반도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역사상 최초로 세금을 피해 탈출한 난민으로 기록되며, 십일조는 기독교의 역사와 함께한다. 이슬람교가 7~8세기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것도 이슬람의 세금 제도로 모두 설명된다. 죽음, 세금, 이슬람 중에서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이 외에도 영국 헌법의 시초인 마그나카르타가 탄생한 비화,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소득세,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차별적 조세정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무로 몰락한 영국 등등 이 책은 세금이 역사와 얽히고설키며 인류 문명과 늘 함께해왔음을 보여준다.저자 도미닉 프리스비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경제로 모든 것이 대전환하고 있는 지금, 세금 문제를 다시 전면에 부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한다. “세금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역사는 어리석고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를 반복하여 보여준다. 이제는 21세기에 맞게 새롭고 더 나은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조세개혁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7

자연·사물·자아에 대한 사유… 김기찬 첫 시집 출간

“내게 찔레꽃은/ 늘 고향의 안부 같은 것이다//민들레, 진달래도 그렇지만/특히 그 아릿한 향기는/문간방 고향 누나들의 분 냄새처럼/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것이다//….//뒤안길 홀로 훌쩍이던 누이의 흔적일 때도 있고/할아버지 상여 뒤따르는/열 두 살 내 흔적도 함께 묻어 있는 것이다”- 김기찬 시 ‘찔레꽃’ 부분서정성과 통찰력으로 자아와 사물을 따뜻하게 관조하는 김기찬 시인이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과 최근 작품을 묶어 ‘붙잡히지 않는 둥근 거울’(학이사)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출간했다.시집은 1부 꽃과 나무, 2부 사색, 3부 바다와 산, 4부 생활 주변, 5부 미래 세계 등 총 5부로 나눠 62편의 시에 자연과 사물, 자아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특히 “문간방 고향누나들의 분 냄새처럼/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찔레꽃’)” 꽃 시편들과 “바닷가 조약돌에는/태고부터 이어 온/자연의 리듬이 담겨 있다(‘조약돌’)”는 사색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큰 바위와 작은 자갈을 시냇물처럼 자연의 속도로 어루만지는 시어는 읽는 이를 편안하게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소통이 되는 시를 찾아보기 힘든, 생경한 언어의 시대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적 형상화와 더불어 여백과 통찰이 들어 있는 김기찬의 시는 본연의 서정시에 가장 근접한 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해설을 쓴 손진은 시인은 “김기찬 시인은 생래적 서정시인인 동시에 삶 속에 숨은 존재의 깊은 어스름은 물론 근원적인 시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인”이라는 평을 남겼다.2017년 동리목월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기찬 시인은 1940년 안강 출생으로 경북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7

20세기 대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일생

‘장기 19세기’를 다룬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와 ‘단기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로 명성을 떨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의 10주기를 앞두고 ‘에릭 홉스봄 평전’(책과함께)이 번역·출간됐다.홉스봄이 역사에 미친 영향과 역사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그의 저작은 50개 언어로 번역되고 수백만 부가 판매돼 여러 세대의 독자와 학자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줬다. 나아가 그는 공적 지식인이자 좌파의 영향력 있는 대변인이었다.저자인 저명한 역사가 리처드 J. 에번스는 이러한 홉스봄의 인생 역정을 꼼꼼하게 톺아보면서 그가 일평생 추구한 테마와 이념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진짜 모습, 즉 불안한 10대, 연인,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세히 묘사한다. 또 그가 공산당원으로 한평생 투신한 까닭과 역사가의 길을 선택한 계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 실적에도 모교인 케임브리지의 교수로 임용되지 못한 이유, 나아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어떠한 생각을 가졌으며 미래 사회를 어떻게 전망했는지 등 홉스봄 삶의 변곡점과 갈등,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홉스봄의 사적인 측면을 풍부하게 재구성해 그의 총체적 삶을 그려낸다.이 책은 홉스봄에 대한 기본 정보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은 홉스봄이 워낙에 파란만장한 삶을 오래 살아서이기도 하지만(95세까지 살았다), 이 책의 지은이인 리처드 J. 에번스의 필력과 구성력,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함 덕분이다.1917년 이집트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혈통의 영국 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초반에 고아가 된 홉스봄은 베를린에서 대공황의 위력과 정치권의 변덕스러운 대응을 목격했고, 공산당원이 돼 나치즘에 저항했다. 그로 인해 목숨이 위험해지자 런던으로 이주한 뒤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했다.그는 혁명기의 쿠바를 방문해 체 게바라의 통역사로 활약하기도 했고, 1980∼1990년대에 그의 저술은 영국 정계와 신노동당 운동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평생 마르크스주의에 충성하면서도 공산주의의 현실에 눈감지 않았고, 그 때문에 줄곧 영국 공산당의 의심을 샀다. 사후에 공개된 영국 정부의 홉스봄 관련 파일을 통해 그가 50년이 넘도록 정부의 감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가 평생 놓지 않은 마르크스주의는 독일 베를린에 살던 1930년대 초반 싹텄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대공황으로 총체적 붕괴가 임박한 듯했고, 나치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직전이었다. 좌파는 공산주의 운동으로 파시즘을 척결하려 했다. 가난에 시달리다가 일찍 부모를 잃은 홉스봄은 공산당에서 가족의 대체물을 찾았다고 저자는 말한다.홉스봄은 역사 분야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장르에서도 호소력 짙고 매력적인 작가였다. 그의 방대한 저술에는 단편, 시, 자연 묘사, 여행기, 정치적 소책자, 개인적 고백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그는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베를린부터 1936년 프랑스 인민전선 선거 이후 처음 열린 프랑스 혁명 기념식, 같은 해의 스페인 내전,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과 뒤이은 냉전, 그 이후까지 20세기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고 참여했다.홉스봄은 세상을 떠나기 전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적었다. “나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일종의 게릴라 역사가로, 이를테면 포격을 퍼붓는 문서고의 뒤편에 놓인 목표물을 향해 곧장 진격하기보다는 측면의 덤불에서 사상의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역사가로 묘사하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손 씻기·수술용 장갑… 인류 구한 의학 전설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한빛비즈)은 위대한 의학적 선구자들과 그들이 이뤄낸 위대한 발견을 소개하는 책이다. 코로나19의 지구촌 엄습에 따라 지금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손 씻기’를 최초로 주장한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부터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수술용 장갑’을 발명한 윌리엄 할스테드, 인류를 고통과 공포의 위협에서 해방시킨 제임스 심슨의 ‘기적의 마취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의 토대를 만든 다양한 발전과 진보를 이뤄낸 당시의 선구자들과 그들의 위대한 발견을 다룬다.의사이자 역사가인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는 1840년부터 1914년까지 인류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환상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소개한다. 덕분에 의학적·과학적 발견이 단지 그 분야에서 갖는 의의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다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다채로운 배경 설명과 풍부하게 활용된 인용문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흥미로운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한 독서에 빠져들게 한다.책은 ‘죽음의 손’, ‘등불을 든 여인’, ‘세기의 전환’, ‘폭발하는 진보의 새 발걸음’ 등 23개 장으로 구성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