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감독·젤렌스키 주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다 돼 가고 있다. 현재까지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다. 러·우 전쟁이 세계에 미친 악영향은 심대하다. 에너지 및 식량 위기 등으로 러시아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는 침략 세력인 러시아를 ‘절대 악(惡)’으로, 피해자인 우크라이나를 ‘절대 선(善)’으로 받아들인다.국제관계학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사계절)에서 러·우 전쟁을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그릴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러·우 전쟁의 원인, 경과 그리고 이 전쟁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통해 전쟁의 해법을 탐구한다.저자는 러·우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탈냉전 이후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을 꾀하는 미국의 ‘네오콘(Neo Conservatism)’이라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나라의 전쟁이라기보다 미국과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대리전’이라는 것이다.저자는 “포화에 스러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맞은편에 또한 전쟁에 희생되는 러시아 국민이 있지 않나? 푸틴이 자국 병사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 죽음을 맞게 하는 독재자라면, 역시 자국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젤렌스키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세계는 과연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과 나토가 지원한 수십만 발의 포탄과 수십 대의 탱크가 정말로 ‘평화’의 수단인가? 그렇게 구축하려는 평화에 러시아는 포함되는가, 배제당하는가?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이 전쟁을 숭고한 선과 절대 악의 대결로 볼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그러면서 “아마도 이 전쟁 또한, 무수한 전쟁들이 그러했듯이, 국제정치의 한 과정이자 현시점의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어떤 지정학 전략과 또 다른 지정학 전략의 충돌”이라고 강조한다.전쟁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일어난 측면이 있지만, 원인은 복잡하다. 우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이 러시아에 위협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나치즘과 결합해 러시아인들이 밀집한 돈바스에서 인종 청소를 시도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쟁을 일으킨 건 러시아지만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촉발했다는 근거다.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무장 해제와 나치즘 제거, 동남부 지역의 주민 보호를 목표로 하는 ‘특수군사작전’ 명령과 동시에 키예프와 하르코프, 오데세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핵심 시설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러·우 전쟁이 시작됐다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서방의, 특히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른바 진보 리버럴 네오콘이 만든 정의라고 주장한다.저자는 “실제로 2014년 이후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양과 질의 군사 장비와 훈련, 자문을 최대한 제공해 마치 서방의 자본 및 기술과 남방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듯이 미국 및 나토의 군비와 재정, 첨단 무기, 정보 및 장비로 무장한 양질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맞상대로 육성됐다”며 “이 전쟁은 미국의 리버럴 혹은 진보 네오콘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바둑돌로 들고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대리전쟁’이다. 또한 이 전쟁은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마다”라고 주장한다.미국과 유럽의 ‘오판’과 ‘책임론’도 제기한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8년 2월 1일자 모스크바발 비밀전문을 보면 “러시아는 나토에 의한 포위로 자국의 안보 이익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서방 세계는 진작부터 나토의 동진 위험성을 알고 있었고, 자급자족이 충분히 가능한 러시아를 과소평가해 경제제재에 나선 결과 전쟁 이후 오히려 석유와 가스 등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미국에서 통상 ‘매파’로 불리는 우익세력이 전쟁에 반대하는 반면 ‘네오콘’이 주류인 미국 민주당과 좌파가 전쟁을 지지하는 ‘기현상’을 분석한다.‘친미’를 최핵심으로 하는 한국 역시 전쟁 이후 재편될 글로벌 다극 체제 속에서 경제·정치적으로 큰 변화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개전 초기부터 나는 이 전쟁은 고전적 전면전(적지, 적 영토의 점령을 동반한 적의 완전 섬멸과 무장 해제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 정치적 목표에 과연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점령과 이후의 정권 교체까지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푸틴은 개전과 동시에 이 전쟁의 정치적 목표로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 군사화’를 제시했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치고 있는 특수 군사작전은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인 셈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 중 36쪽에서/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6

붉은 수수밭 원작 작가 ‘모옌’의 자전적 에세이 자신 삶 솔직하게 엮어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 작가 모옌(莫言·68)의 산문집(아시아, 上·下)이 출간됐다. 모옌 산문집의 국내 출간은 2012년 ‘모두 변화한다’ 이후 11년 만이다.중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은 19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장예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홍까오량 가족’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이번 산문집은 2010년 중국에서 출판된 모옌이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새로 엮은 모옌의 산문(莫言散文新編)’에 수록돼 있는 59편을 번역한 것이다. 소설 창작과 관련한 비화뿐 아니라 문화 예술 감상평, 여행기 등 다양한 주제가 망라돼 있어 ‘과묵한 작가’로 알려진 모옌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의 근현대화를 직접 겪은 모옌이 중국의 이러한 변화와 자신의 인생을 교차점을 통해 역사와 경제, 사회가 한 인간의 삶과 어떻게 맞물려 나가는지 사실적으로 담아냈다.한국어판에서는 독자들이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 할 수 있도록 내용에 따라 4부로 나눠 ‘고향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라는 제목으로 상권을, ‘다른 세계와 나’라는 제목으로 하권을 묶었다. 모옌 작품의 기원을 밝히는 에세이들과 그의 작품관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들을 1부 ‘붉은 수수, 그 고향은 어떻게 내 소설이 되었는가?’, 2부 ‘삶을 질투하지 않는 문학, 문학을 질투하지 않는 삶’으로 나눠 수록했다.1부에서는 산동성 가오미 마을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문화대혁명을 겪고 인민해방군으로 활동하던 자신의 삶을 흥미로운 소설처럼 써내려갔다.2부는 모옌 개인의 이야기에 더해 중국의 현대사와 관련한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모옌의 비판적인 시각이 엿보이는 관찰과 사색도 담아내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6

104세 김형석 교수,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믿음의 여정 기록

‘국내 최고령 철학가이자 수필가, 교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이야기다. 한국 나이로 꼭 104세가 된 김 교수가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여정을 기록한 책 ‘그리스도인으로 백년을’(두란노)을 펴냈다. 부제에는 ‘김형석 교수의 믿음 삶 가르침’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일제강점기인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가난과 전쟁을 겪었고, 전후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실향민이기도 하다. 70여 권의 저서 중 10권에 달하는 기독교 관련 서적을 펴낼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신앙을 접했던 그에게 신앙은 그가 지치거나 힘들 때 매달려 용기를 얻은 생명줄이었다. 그는 종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인물과 신앙과 관련된 여러 미담을 소개한다.기독교의 교리보다는 인간다운 삶의 진리가 더 소중하고 그 진리가 복음이라는 사실을 체험했다고 고백한다.1부 ‘나는 어떻게 신자가 되었는가’는 김 교수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생 때부터 병약했던 그는 ‘건강을 주시면 내일보다 하나님 일을 하겠다’고 기도했고, 60대 이후로도 꾸준히 집필과 강연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부 ‘일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는 삶’은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했던 제자 교육,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살라는 부친의 당부, 이상주의에서 인본주의로 노선을 바꾸게 된 과정 등을 소개한다. 3부 ‘예수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하다’에선 성경에 언급된 △탕자의 비유 △자유케 하는 진리 △충성된 종 △나중 온 사람에게 더 베푸는 은혜 △옥토 밭 등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한다. 4부 ‘나라와 교회를 걱정하는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을 완성하는 기독교의 중심 역할을 강조하며, 하늘 나라의 일꾼을 키우고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이끌어 내야 하는 교회의 역할도 밝히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6

“보람된 삶의 고민 장편동화에 담아”

‘염라대왕의 재판-세 개의 문’표지 포항에서 활동 중인 중진 서가숙사진 작가가 새 장편동화 ‘염라대왕의 재판-세 개의 문’(고래 책빵)을 펴냈다.어떻게 살아야 각자의 삶을 보람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담긴 동화다. 서 작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에서 만족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설정했다. 그는 죽음 후 염라대왕 앞에 선 사자와 강아지, 소가 사람으로 환생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기획했다.주인공은 죽어서 지옥에 오게 된 사자와 강아지, 소다. 세 동물이 염라대왕 앞에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해 인간으로 환생해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았다. 서 작가는 독자들이 이 세 동물들을 통해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며 이웃과 함께 더불어가며 살아가길 바랐다.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자 하는 사회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 꿈을 향해 희망을 갖고 노력할 때 행복해진다”며 “후회는 적게 하면서 하루를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보람된 삶이 될 것이라는 세 동물의 참회에 우리는 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동화와 마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서 작가는 포항에서 30년 넘게 동화와 시, 수필을 쓰며 창작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포항 형산문화제에서 시 장원과 수필 우수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백산전국여성백일장에서 시 장원·우수상, 종합문예지 ‘문예감성’ 동화 부문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또한 동화 ‘도깨비들의 사람체험학습’, ‘학교를 끊을 거예요.’, ‘우리가 친구 맞니’를 비롯해 수필집 ‘행복해지는 법’, ‘숨은 행복 찾기’, 역사소설 ‘내 사랑 부용공주’, 성인동화 ‘복수의 화신 변학도’ 등을 펴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15

국부론에 가려진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

올해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1723~1790)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다. ‘경제학의 성서’인 저서 ‘국부론’(1776)으로 대표되는 그는 많은 이가 경제학자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일생을 살펴보면 그는 도덕철학자, 즉 윤리학자였다. ‘국부론’보다 앞선 저서 ‘도덕감정론’(1759)에서 볼 수 있듯 18세기 유럽의 많은 사상가와 마찬가지로, 그는 인간의 본성은 무엇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질서와 번영을 가져오는 법칙은 무엇인지 탐구했다. 그의 묘비에도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저자, 여기 잠들다”라고 씌어 있다. ‘국부론’의 빛에 가려 있었던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를 다시 보고, 놀라울 만큼 평등주의적인 그의 생각을 바로 읽자는 신간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글항아리)가 출간됐다.오랫동안 경제지 기자로서 애덤 스미스 문제와 번역에 천착해 오고 있는 저자 장경덕 씨는 그런 이력을 살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두 원전 텍스트를 재번역해 애덤 스미스에 대한 상투적인 해석과 오랜 편견을 걷어낸다.저자 장경덕 씨는 “이 책은 애덤 스미스를 이기심의 옹호자라는 편파적인 오해에서 구해내기 위해 ‘자유’라는 개념부터 다시 파헤친다. 오히려 그는 일생 ‘도덕감정론’의 개정을 거듭하며 공감하는 인간상, 이타적인 인간상을 정립하려고 애썼다. 그는 노예해방선언보다 한 세기 앞서서 노예제를 비판했고,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으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해가 부딪칠 때면 거의 예외 없이 못 가진 자 편에 섰다”고 설명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02

“난 좌절의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백혜선 첫 에세이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입니다’(다산북스)는 중견 피아니스트 백혜선(57)의 첫 에세이집이다.1989년 뉴욕 링컨센터 ‘앨리스 툴리홀’ 독주회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백혜선은 30년이 넘는 경력의 중견 피아니스트로, 일본 사이타마현 문화예술재단 선정 ‘현존하는 세계 100대 피아니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9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3위) 등 다수 경연에서 좋은 성적을 낸 백혜선은 현재 모교인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책에는 4살 때 건반 앞에 앉은 이후 50년 넘게 연습을 거듭해오며 깨달은 인생 내공을 담았다.흔히 사람들은 연주자를 보며 빛나는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의 화려한 모습만을 기억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연주자가 지닌 극히 일부의 측면에 불과하다. 실제로 연주자의 인생은 당장이라도 음악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좌절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 백혜선이 이 책에서 주로 보여주려는 것도 연주자의 영광이 아닌 좌절의 순간들이다. 그는 책에서 누구나 갖고 있는 아름답고 정제된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가장 못생긴 발’을 내민다. 30여 년의 국제무대 경력 동안 꼽은 최악의 연주, 콩쿠르 탈락 후 음악과 담을 쌓고 지낸 슬럼프 시기, 사람도 잃고 돈도 잃은 채 미국에서 생계형 피아니스트로 지낸 불우한 시간마저 고백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 어둡고 부족한 면모들이 자신의 내면을 훨씬 더 정확히 표현해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고단했던 순간을 서술하는 중에도 그에게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생을 향한 의지이자 음악적으로 자신을 거듭 계발하려는 집념이다. 유머러스하고 가볍고 편한 문체로 글을 이어가면서도 그는 힘주어 말한다. 좌절이란 곧 특권이라고. 즉, 좌절과 불안과 걱정은 성장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뒤따르는 것이라고. 어디가 됐건 ‘여기가 종착역’이라며 눌러앉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당부하고, 앞으로 찾아올 좌절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노라며 백혜선은 이렇게 선언한다. “나는 좌절의 스페셜리스트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02

사악한 독재자인가 성공적 지도자인가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은 독재자로 유명하다. 스탈린은 흔히 대량 학살을 저지른 사악한 독재자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류의 악인으로 낙인찍힌 히틀러와 달리, 스탈린은 러시아 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때때로 되살아난다. 1990년대 옐친 통치 시절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강제 이행하며 발생한 물질적 박탈은 스탈린과 스탈린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푸틴이 집권한 2000년대 초 러시아에서는 스탈린을 다룬 책과 다큐멘터리, 엽서와 기념품이 인기를 끌었다.”신간 ‘스탈린의 전쟁’(열린책들)은 제2차 세계 대전과 복잡한 20세기 국제 관계에서 소련의 지도자로서 스탈린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스탈린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낸 책이다.영국 출신의 스탈린 및 소련 군사 및 외교 정책의 역사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스탈린의 잔혹성을 솔직하게 탐구하면서, 스탈린이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군사 지도자이자 자본주의 세계와의 평화적 공존을 꾀한 노련한 외교관, 전후 소련의 개혁 과정을 주도한 뛰어난 정치인이라는 증거도 발견해 낸다.책은 주로 스탈린의 인생 후반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 발발에서 스탈린이 사망한 해인 1953년 냉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소련, 영국, 미국의 대연합에서 소련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에서 시작한 이 책은, 대연합이 어떻게 출현하고 발전했는지, 소련이 어떤 역할을 수행했으며, 전후 이 연합이 왜 붕괴했는지를 탐구한다. 이에 더해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스탈린의 리더십과 전후 소련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살펴본다.저자 제프리 로버츠는 독일에 맞선 전쟁에서 스탈린이 군사 지도자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그는 엄격한 규율과 가혹한 처벌로 장교들의 후퇴를 단속하는 동시에 기꺼이 목숨을 바칠 사람들을 북돋웠고, 정치적으로는 애국주의에 호소했다. 규율을 위반한 군인을 색출하고 처벌하는 형벌 부대를 운영할 정도로 가혹했고, 독일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주민들까지 포격할 정도로 잔인했지만, 전쟁터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는 군사 지도자 위치에서 스탈린의 결단력이 없었다면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다고 평가한다.저자는 스탈린이 결과적으로는 냉전 시대를 열었지만, 냉전은 결코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분석한다. 스탈린에게 영국·미국과의 대연합은 군사적 연합뿐 아니라 정치적 동맹을 의미했으며, 이를 통해 히틀러와 영국 및 미국 내 반공산주의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소련 체제를 방어하고자 했다. 1945년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등 전후 처리를 위한 논의 자리에서 스탈린은 외교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오해와 입장의 차이로 스탈린은 돌아서고 말았다. 저자는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으나, 미국이 개입하자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려고 한 점도 그런 맥락에 있다고 본다. 오히려 이런 관점에서 스탈린은 서방 세계의 지도자들보다 평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종전 후, 스탈린은 피해를 입은 국토를 재건하고, 사회와 경제를 평시 체제로 운영하고자 했다. 이 시기 민간 행정 기구와 민간 법원이 여러 권한을 돌려받았고 절차가 합리적으로 발달했으며, 경제 운영이 체계적으로 바뀌고 기술 관료들이 능력을 발휘했다. 젊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남성들이 당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적·이념적 행동주의가 덜 채택되고 관리와 기술 전문 지식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비록 소련과 서방 세계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체제를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활동들을 검열하고 숙청을 단행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저자는 소련의 전후 체제는 전전 체제보다 더 이완된 질서로 이행하는 과도기 시스템이었다고 평가한다.저자는 스탈린이 “현실주의자이고 실용주의자였으며, 소비에트 시스템이나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지 않는 한 타협하고 변할 각오가 되어 있는 지도자였다”며 “확실히 스탈린은 노련한 정치인이었고, 영리한 이데올로그였으며 매우 뛰어난 행정가였다”고 평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02

김도일 첫 소설집 ‘어룡이 놀던 자리’ 출간

포항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소재로 세상과 인간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작업에 천착해온 소설가 김도일이 최근 첫 번째 소설집 ‘어룡이 놀던 자리’(도서출판 득수)를 펴냈다.‘어룡이 놀던 자리’는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힘으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워질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 여덟 편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으며, 궁극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에서 시작된 책이다.김도일(49) 작가는 등단 7년 차로서 현재 포항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단편 ‘디어 마이 엉클’로 제9회 포항소재문학작품공모 대상을 받고 지역에서 자신의 문학을 촘촘히 축조해가고 있는 신진이다.이번 소설집 표제작인 ‘어룡이 놀던 자리’를 비롯 작가가 지난 10년 동안 써온 소설들은 포항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가면서도 지역을 넘어 더 깊은 문학적 세계로 천착해 들어가고 있다는 평이다.“포항과 역사, 가족 같은 소재들을 마주한 채 한참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고, 오랜 시간 그런 용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도일은 이번 소설집에서 역사와 현실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진중하게 다룬다. ‘어룡이 놀던 자리’는 우리가 과거의 힘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디어 마이 엉클’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의 남하를 저지하는 임무를 맡고 죽어간 포항 학도병 이야기를 다뤘다. ‘관목(貫目)’은 할아버지의 베트남 전쟁 참전과 고엽제 피해를 입고 베트남 여인과 결혼했던 아버지, 그리고 나(철수)의 이야기가 쳇바퀴 돌듯 바다와 베트남으로 이어진다.노대원 평론가는 “김도일 소설의 공간 배경의 중심은 분명 우리나라의 한 지역이지만, 소설의 심층 주제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죄의식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역사적 상상력에 대한 김도일 작가의 문학적 천착이 그저 가벼운 유희에 불과한 게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김도일이 그려낸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 역사의 어두운 페이지를 찾아간다”고 평했다. 이어 “가족과 사랑을 이야기할 때도 순진한 태도를 버리고 역사적 상상력과 비판적 상상력을 통해서 돌아보려고 한다. 그는 한 지역의 이야기를 놀랍게도 흥미로운 소설로 재탄생시킬 줄 아는 스토리텔러이지만, 현실과 역사, 이상과 현실을 끊임없이 마주 보게 하고, 서로를 비추어 보게 하는 리얼리스트”라고 분석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2-01

설빙학 개척자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글항아리)는 1936년 세계 최초로 인공 눈(雪)을 만든 일본의 물리학자 나카야 우키치로(1900∼1962)의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우키치로는 동시대 물리학자이자 문필가였던 데라다 도라히코의 제자로 잘 알려진 나쓰메 소세키와 문학적 소양을 나눈 스승의 영향이 그의 글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당시까지만 해도―어쩌면 지금도―과학계에서나 대중적으로나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눈’이라는 자연 현상에 매혹돼 현미경으로 그 형상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세계 최초로 눈을 만들어낸 과학자가 된 여정만 보아도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을 엿볼 수 있다. “흐트러짐 없는 결정 모체, 날카로운 윤곽, 그 안에 박힌 다양한 꽃 모양, 그 어떤 탁한 색도 섞여들지 않은 완벽한 투명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미학임을 그는 눈 결정을 처음 들여다본 그 날부터 알아챘던 것이다.이후 우키치로는 가장 흔한 육화형 결정에서부터 장구 모양, 포탄 모양을 한 수십, 수백 종의 눈 결정을 관찰해 분류하고, 눈이 생성되는 조건을 밝혀내 저온실험실에서 인공 눈을 만들어냈는가 하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눈이 만들어지는지까지 정리해냈다. ‘눈의 과학자’로서 그의 연구 결과는 세계 최초로 자연에서 눈 결정을 촬영한 윌슨 벤틀리에 이어 ‘눈 결정: 자연 눈과 인공 눈(Snow Crystals: Natural and Artificial)’이란 제목으로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소개되기도 했다.나카야 우키치로의 위대한 점은 홋카이도라는 북쪽 지방의 특성을 잘 살린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눈, 얼음, 안개, 번개, 서릿발 등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정밀한 실험을 통해 그 생성 조건을 밝혀냈다. 특히 눈 결정에 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야외 관찰에만 머물지 않고 저온실험실을 만들어 공기 중의 수증기량과 온도를 변화시켜 자유자재로 눈 결정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알래스카와 그린란드에도 다녀와 지구 각지에서 나타나는 눈과 얼음의 성질을 분석했고, 세계 최초로 ‘설빙학’이라는 과학 분야를 개척했다.그는 생전에 눈과 얼음에 관련된 연구 주제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적인 문제를 폭넓게 다룬 30여 종 이상의 산문집을 남겼다. 이 점에서는 스승인 데라다 도라히코보다 더 폭넓은 시야로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파악한 과학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과학이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강연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아져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이 책은 나카야 우키치로의 수많은 산문 가운데 북쪽 지방에서의 연구 이야기와 함께 그가 교류했던 과학자들과의 추억, 일상에 숨어 있는 과학과 비과학 등 독자가 재미있어할 만한 글들을 주로 싣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젊은이들에게 주려고 했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겨주기를 희망한다.이 책을 엮은 그의 말처럼 표제작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와 함께 책에는 일상의 풍경을 담은 글에서부터 엄격한 과학 정신을 논한 글까지 나카야 우키치로의 다양한 에세이가 실렸다. 나뭇가지를 ‘마녀의 머리칼’처럼 헝클어놓는다는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홋카이도의 설국, 심지어 섭씨 영하 20도 이하로 유지되는 저온실험실에서 꽁꽁 언 몸으로 연구를 계속하던 그의 글엔 뜻밖의 따뜻함이 서려 있다.동료 과학자들과의 일화, 젊은이들과 후대를 위해 적은 글, 자연에 순종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과의 추억은 쓰인 지 한 세기 가까이가 지나고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생하고 어쩌면 그리운 감각을 선사해준다. 또 과학의 발달로 지금은 완전히 구시대 이야기가 된 과학계 이야기 역시, 과학을 정밀한 학문으로 대하며 세상을 과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마음과 태도에는 낡음이 전혀 없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1-12

동물들에게서 배우는 리더십

국내 진화생물학 권위자인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생명과학전공) 교수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동물들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21세기북스)을 출간했다. 장 교수는 ‘5가지 진화 테마로 읽은 리더의 조건’을 부제로 한 이 책에서 코끼리와 꿀벌 등 집단생활을 하는 20가지 동물들을 통해 리더십은 생존을 위한 생명체의 한 형질이라는 점을 밝힌다. 리더십도 행동이나 형태처럼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과정을 겪는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고찰한다. 책은 크게 리더십을 둘러싼 5개의 진화생물학적 테마로 분류된다. 1부에서는 다양한 동물 사회가 등장하고, 각 사회마다 독특한 리더십을 소개한다. 2부는 게임 이론을 이용해 마침내 리더십의 진화를 조명하고, 리더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불공평한 사회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4부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필요한 의사결정 방식과 과정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5부에서는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기본 원리인 협력에 초점을 맞춰 협력을 잘 이끌어내고 결속력을 다지는 리더십으로 귀결한다.장이권 교수는 동물의 소리를 연구하는 야외 생물학자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SERICEO 리더십·경영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EBS ‘해요와 해요’, CBS ‘장이권의 지금, 자연은’에서 신비로운 동물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리더십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라는 형질로 인해 집단의 구성원 모두가 이익을 누려야 한다. 그리고 그 이익은 리더뿐만 아니라 팔로워에게도 돌아가야 한다. 팔로워는 리더만큼의 이익은 얻지 못하지만, 혼자 사는 개인보다는 높은 이익을 누려야만 집단에 남는다. 동물 사회에서도 인간 사회에서도 집단이 와해되는 시점은 팔로워가 더 이상 집단에서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 때다.” (‘인류 밖에서 찾은 완벽한 리더들’ 99쪽)/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1-12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 전하고 싶어”

문학과 심리학을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정여울 작가의 신작 산문집 ‘문학이 필요한 시간’(한겨레 출판)이 출간됐다.평소 “내 인생을 지켜준 힘은 문학에서 나왔다”고 자주 이야기해 온 작가는 이 책에서 문학으로 치유받은 자신의 값진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다정한 손길을 내민다. 동서양 고전은 물론 권여선, 윤이형, 이언 매큐언, 니콜 크라우스 등의 현대 문학, 영화와 음악 같은 대중문화까지도 넘나들며 문학이 말을 걸어오는 시간 속으로 독자를 친절히 안내한다.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외로운 문제아 홀든을 보며 “믿어주는 한 사람”의 소중함을, ‘가든파티’에선 조용한 배려의 아름다움을, ‘바리데기’에선 사랑받지 못한 자의 원한 없는 사랑을 일깨운다.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선 고통을 직시하며 고결한 품성을 잃지 않은 신화 속 인물을 발견하기도 한다.정여울 작가는 “문학 속 이야기는 늘 현재의 이야기, 우리의 삶, 지금 나의 고민과 연결되어 있다”며 “온 힘을 다해 이를 알리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여울은 문학, 여행, 심리학, 예술 관련 에세이를 쓰며 문학 평론가로 활동했다./윤희정기자

2023-01-12

포항 동네 시리즈 ‘우창동 이야기’ 출간

포항지역학연구총서 시리즈의 10번째로 ‘우창동 이야기’(나루출판사·사진)가 출간됐다. 이 책은 포항지역학연구회 이재원 대표와 권용호 박사가 함께 엮었으며, 우현동과 창포동이 조선 시대 고개 이름에서 포항시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동(洞)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서술했다.‘우창동 이야기’는‘기록’‘지형’‘기억’‘변화’‘사람’등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기록’에서는 ‘우현’과 ‘창포’의 역사적 유래를, ‘지형’에서는 아치골·소티재·마장지에 얽힌 이야기를, ‘기억’에서는 연탄공장과 동해중부선의 옛 자취를, ‘변화’에서는 동네 형성기에 들어선 학교·아파트·공공기관의 이야기를,‘사람’에서는 동제와 동네 어르신들의 회고가 소개돼 있다.특히 ‘기록’에서 조선 시대 문헌·지도·비문·시문을 통해 550여 년에 이르는 우창동의 역사적 유래를 시기별로 기술해 사료적 가치가 높다. 또 연탄공장, 큰굴과 작은굴, 옛 소티재 길 등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과 사진도 많아 보는 이를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한다.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 대표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과 도로 확장으로 우창동의 현재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이 대표는 또 “‘우창동 이야기’가 앞으로 우창동의 역사뿐만 아니라 포항시 역사의 일부분으로 100년 이후에도 후손들에게 현재의 우창동을 알려주는 소중한 기록물이 되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이재원 대표는 현재 포항지역학연구회 대표이자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겸직교수로 있으면서 방송과 저술 등 다양한 모습으로 포항의 숨은 가치를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용흥동 이야기’, ‘포항의 숲과 나무’ 등이 있다, 권용호 박사는 포항지역학연구회 회원으로 활발한 기고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옛 지도로 보는 포항’, ‘포항 한시’ 등이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1-03

세계적 소설가·동화작가가 전하는불안으로부터 멀어지는 성찰과 지혜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위즈덤하우스)은 판타지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영국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인 매트 헤이그의 에세이다.매트 헤이그는 ‘마음 건강 전문가’, ‘마음 치료사’로 통한다. 20대 초반에 자살을 시도하다 자신이 우울증과 불안 장애임을 깨닫고는 주변의 도움으로 우울감을 떨치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독서와 글쓰기가 주효했고, 전업 작가가 됐다고 한다.이 책에는 오랜 불안장애를 딛고 얻은 그만의 인생철학과 더불어 레이 커즈와일, 유발 하라리, 대니얼 레비틴, 앨리스 워커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석학의 알려지지 않은 성찰과 지혜가 빼곡히 담겨 있다. 매트 헤이그는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세상의 소음을 더는 우리 내면에 끌어들이지 말 것을 강조한다. 두려움을 두려워하라고, 끝없는 충격과 공포의 물살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라고, 부족한 너 자신에게서 벗어나라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탐내라고, 손에 잡히지 않는 미지의 행복을 꿈꾸라고 충동질하는 세상의 온갖 소음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야 한다. ‘바깥’에 갇혀버린 시선을 우리 ‘안’으로 가져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진보’이자, 긴 세월 지독한 고통을 지불하고 그가 얻은 행복의 정답이었다.명상, 마음 챙김, 산책, 소비로 잠재우지 못하는 우리 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그는 개인의 연약함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든 환경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모든 면에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매일 조급함과 불안함에 시달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며,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일은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을 잘 개조해서 다시는 세상이 우리를 붕괴시키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라 단언한다. /윤희정기자

2022-12-29

정수일의 일생, 감동적인 한국사·세계사 ‘한눈에’

88년 일생 전반을 문명사 연구에 매진했던 문명사학자 정수일(88)의 회고록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아르테)가 출간됐다.중국 연변 출신인 저자는 1955년 중국의 국비 연구생 신분으로 이집트 카이로로 떠났다. 이후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일했고, 튀니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부와 명예, 유망한 미래를 내려놓고 자신만의 길을 갔던 그를 두고 세상은 ‘분단 시대 비운의 천재 학자’(뉴욕타임스), ‘문명교류학의 길을 연 위대한 사상가’(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라고 평했다.저자의 인생에는 이상야릇한 흥밋거리와 격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조영물이 수두룩이 널려 있어 개인 일생의 기록을 넘어 한국사와 세계사가 조우하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장면들이 펼쳐진다.세간의 풍문을 포함해 저자의 인생 처세에 관한 언설은 다채롭다. 중국의 첫 국비유학생(카이로대학), 유망한 외교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으나 후회 없이 단념한 사람, 가족을 뒤로하고 민족 통일의 광야에 나선 통일 역군, 당당한 민족주의자, 상반된 두 사회제도하에서 살아본 ‘이색인(異色人)’, 6개국 국적으로 세계를 누빈 다국적자, 음지와 양지를 넘나든 ‘이중인(二重人)’, 남북한에서 대학교수를 지낸 사람, 분단 시대의 ‘불우한 천재 학자’, 종횡 세계 일주를 수행한 세계주의자, 제3대 세계실크로드학회 회장을 지낸 실크로드학의 학문적 정립자 등 폭넓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다.저자는 미수를 맞은 이 시점에 인생을 돌아보며 삶의 실타래를 한 오리로 엮어내는 ‘주제어’를 떠올렸다. 그 주제어는 바로 ‘시대의 소명에 따름’이라는 화두다. 저자는 20~21세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한 ‘시대인’으로, 그저 소정된 시대의 피조물로 소명에 따라 뚜벅뚜벅 할 일을 좇아 걸어왔을 뿐이라고 회고한다.“어떤 이는 나더러 ‘경계인’이니 ‘통일인’이라고 하는데, 두루뭉술한 ‘경계인’도 아니고 통일을 아직 이루지 못했는데 ‘통일인’이라 불리는 것은 가당치 않다”라고 역설하며, 일찍이 ‘시대의 소명에 따라 지성의 양식으로 겨레에 헌신한다’를 한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통틀어 보기 드문 난세와 격동으로 점철된 시대를 살아온 ‘시대인’임을 고백한다. ‘시대인, 소명에 따르다’에는 무수한 시대의 질곡 속에서 각인각설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인생 역정이 담겨 있고, 그의 인생관, 세계관, 자연관, 학문관, 도덕관이 허심한 어조로 기록돼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2-29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라”

“인간은 살려고 태어났지 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악착같이 살아갈 거라 어금니를 물어봅니다.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자석에 끌려가듯 어차피 죽을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 박필우 수필집 ‘까르페 모리’ 중에서산문집 ‘까르페 모리’(홍익출판)는 대구의 스토리텔링 작가이자 답사작가, 수필가인 박필우 작가가 지난 2020년 수필집 ‘심행수묵’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책이다. 역사의 현장과 문화재 답사로 오랜 시간을 보낸 저자는 현재 스토리텔링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이 책 표제 ‘까르페 모리’는 ‘까르페 디엠(이 순간에 충실하라)’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의 합성어다. 삶을 성실하게 즐기되 인생은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인생은 유한하기에 아름답다는 뜻을 은연중 내포하고 있다. 농익어가는 삶의 후반기에서 느낀 소소한 일상, 꾸준한 사색에서 얻은 단어와 문장을 따르다 보면 ‘인생 앞에서 겸손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생활적 사고를 느낄 수 있다.그런데 하필이면 수필집, 혹은 산문집도 아닌 잡문집일까? 책을 펼쳐 보면 금방 작가 의도를 알 수 있다. 짧고 긴 글, 낙서 같은 시를 등장시켜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박한 그림까지 덧칠했으니 저자 의도대로 잡문집이 맞을 듯하다.이 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눴다. ‘어린 나’가 제삼자가 되기도 하고, 어머니 아버지, 벗 등 저자가 살아오면서 부대낀 인물들 사연, 역사, 하늘과 별을 비롯해 지나간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았다. 또 저자 자신이 노년을 기다리며 노년을 바라보고, 최근 살아오면서 새롭게 알아가며 느꼈던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고뇌해 건져 올린 생각을 담담하게, 혹은 즐겁게 들려주고 있다. 결국에는 팍팍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삶에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저자 의지가 담겼다.1부 과거진행형 ‘쉼’에서 작가가 직접 겪었던 어린 시절 추억부터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고 느꼈던 길고 짧은 단상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았다.2부 현재진행형 ‘까르페 모리’, 즉 이 책의 표제와 같다. 성실하게 현재를 살아가되 죽음을 기억하라는 겸손과 진실이 담겨 있다. 박필우 작가 3부 미래진행형 ‘역사를 따라 길을 걷다’는 말 그대로 전문 답사작가가 쓴 역사기행수필이다. ‘역사는 미래 거울’이라는 의미다. 중국 시안부터 우루무치까지 실크로드를 비롯해 터키 이스탄불,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빈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역사의 현장은 물론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화마에 휩싸였던 코소보 프리슈티나,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보스니아 사라예보·모스타르 등을 두 번에 걸쳐 답사한 후 폭력의 사연을 담았다. 폭넓은 시선으로 답사작가만이 낼 수 있는 여수를 온전히 풍기는데 역사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역사수필의 신선함이 있다. 역사를 비딱하게 보기도 하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서 인물과 사연을 막힘없이 풀어내 앎에 즐거움을 선사한다.전체를 보면 다듬어지지 않아 세공되지 않은 원석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짧은 문장과 긴 호흡이 어우러지면서 특유의 다이나믹한 단어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거침없는 문장과 필력이 곳곳에서 드러나 따뜻한 이야기마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중간중간 호흡을 끊어 비워둠으로써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수묵화 같은 느낌마저 든다.적절하게 어우러진 사진과 함께, 빼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다소 투박한 그림이 분위기를 더해 시선을 붙들어 맨다.박필우 작가는 예천 출신으로 ‘심행수묵’,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 ‘유배지에서 유배객을 만나다’ 등의 저서가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2-29

미래학자 리프킨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고 기후는 따뜻해지고 있으며 지구는 야생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우리 인간종(種)은 현재 주변에서 벌어지는 대혼란에 대책이 없는 상태다. 산업 발전을 이끈 효율성의 원칙이 우리를 지구의 지배적인 종으로 뒀지만 결국 자연계의 파멸을 이끌었다. 어떻게 대멸종을 피하고 삶을 지속할 것인가?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제·사회 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은 ‘회복력 시대’(민음사)에서 죽어가는 진보의 시대를 해체하고 부상하는 새로운 문명의 서사를 제시한다. 8년의 집필 기간 끝에 완성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지난 1일 동시 출간된 이 책은 그가 50년에 걸쳐 글로벌 경제와 사회, 거버넌스 혁신, 기후변화 등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집대성돼 있다.진보의 시대를 지나오는 동안 효율성은 시간을 조직하는 최적 표준이 됐고, 그에 따라 인간종은 사회의 풍요를 향상한다는 목표하에 점점 더 빠른 속도와 점점 줄어드는 시간 간격으로 천연자원의 수탈과 상품화,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탐구에 몰입하게 됐다. 그렇게 자연이 고갈되는 과정에서 공간은 수동적 천연자원과 동의어가 됐고 정치와 경제의 주요 역할은 자연을 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됐다. 이러한 지향성은 인류를 지구상의 지배적인 종으로 올려놓은 동시에 자연 세계는 파멸로 이끌었다.리프킨은 이 책에서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새롭게 부상하는 회복력 시대는 적응성에 발을 맞춘다고 말한다.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 프로세스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유동적인 공유로 블록체인을 형성하고 민첩한 첨단기술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 소스 지식 공유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부정적인 외부 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난다. 젊은 세대는 이미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 자본으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 책임주의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 의회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전환하고 있다. 동일선상에서 공감과 생명애가 새로운 규범이 되면서 냉정하고 무심한 이성은 약화하고 있다. 인간종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는 오늘날, 리프킨은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에 대한 창을 열어 주며 지구에서 다시 생명이 번성할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대담한 청사진을 제시한다.와튼스쿨 명예 교수인 제리 윈드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회복력 시대’는 자연을 우리 종에 적응시키는 것에서 우리 종을 자연에 다시 적응시키는 것으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세계관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러미 리프킨의 주장이다.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는 학습에 새로운 방식의 교수법을 제공하도록 교육 시스템을 재구상하고 재창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야 진보의 시대에서 회복력 시대로 변혁적 전환을 이룰 수 있다. 미래의 구상에 관한 리프킨의 놀라운 실적을 고려하건대 이 새 책의 메시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회복력 시대’는 읽고 이해해야 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행동의 토대로 삼아야 하는, 진정으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연구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2-08

돈·권력에 감염된 사회… 신예작가 방서현 첫 장편소설

최근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리토피아)를 펴낸 방서현 작가는 충남 출신의 신예작가다. 올해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방 작가는 학습지 방문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물질만능주의 사상으로 사람들에게 더는 순수성을 찾아볼 수 없고, 양심 또한 사라지고 없다. 사람들은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교묘하게 자신을 감추거나, 혹은 처음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어느 조직, 어느 집단이나 마지막에 드러나는 것은 결국 돈과 권력인 것이다.작가는 우리 시대가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 시대임을 선언한다. 공동의 선 대신에 돈과 권력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아니, 감염된 그 사실도 모른 채 살아가는 좀비들이라고 이야기한다.제도권 교육에서 현실 세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연우와 수아. 그들은 이십 대 젊은이들로 교과서적인 지식은 많이 갖추고 있지만, 현실 세계에 대한 지식은 갖추고 있지 못하다. 자본의 세계에 대한 지식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그들은 현실 세계에 대한 부푼 꿈과 환상을 품은 채 학습지 회사에 발을 내디딘다. 하지만 자본의 세계는 그들이 꿈꾼 세계와는 다르다. 자본의 세계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다. 그들이 보기에 현실 속 사람들은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다. 교과서에 나오는 선하고 바른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 속 사람들은 어느새 인간이 아닌 좀비가 돼 있다. 좀비가 돼 타인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좀비가 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자본 창출을 위해 좀비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려고 한다.한편, ‘좀비시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2차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사업은 국내에서 발간되는 우수문학도서를 선정, 보급함으로써 국민의 문학 향유와 체험 기회 확대 및 삶의 질 제고가 목적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2-08

들리나요, 아픈 지구별의 목소리

윤석홍 시인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6권의 부제로 쓰인 말인데, 우리 삶 속에 가는 곳마다 나보다 한 수 위, 고수가 숨어있다는 뜻이랍니다. ” -본문 중에서포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윤석홍 시인이 첫 산문집 ‘지구 별이 아프다’(도서출판 나루)를 펴냈다.산문집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보고 느낀 일상의 기억과 삶의 편린을 시인의 마음 한곳에 담아뒀던 글을 일월의 ‘근하신년’으로 시작해 십이월의 ‘이별의 종착역’까지 월별에 맞는 주제로 매주 한 편씩 꺼내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윤 시인은 이 산문집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재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아픈 지구별이 우리에게 보내는 시그널의 의미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한마디로 저자는 우리가 말로만 ‘환경을 보호하자’라고 말하기에 앞서 실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저자는 “우리는 아침마다 24시간 쓸 수 있는 하얀 종이 한 장씩을 받는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고 쓸 수 있다. 여기에 그리고 쓰는 것은 마음이다. 가끔 하늘을 바라보며 그 넓은 하늘을 백지 삼아 편지를 쓰고 싶다. 그보다 더 진솔하고 깊은 대화가 있을 수 없다. 그 대화는 늘 내게 힘을 주고 다독거려 준다. 그 사이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에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준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라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환경을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분노하는 자연’, ‘황사가 주는 선물’, ‘사람이 문제다’나 독서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시끄러운 도서관’, ‘책 읽는 노년의 아름다움’, ‘책과 생존의 무게’ 같은 작품은 무거운 제목과 달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이별의 종착역’에서는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숙명처럼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갈아탈 때마다 짐이 가벼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은 왜일까. 해마다 낡아져 가는 우리네 여행 가방은 점점 무거워져만 간다. 새해라는 열차로 갈아탈 때 지금보다 가벼워지기 위해 무거워진 여행 가방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다. 버리고 비우며 한해 보내고 새해 맞으시기를 바란다”는 글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윤석홍 시인 김일광 동화작가는 “이 산문집은 소소한 일상과 환경에 관심이 많은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촌 우리들 모습을 담아냈다. 매주 한 편씩 불편한 마음으로 때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글들을 통해 무심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잠시 되돌아보게 하고 위로와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라고 추천의 글을 썼다.윤 시인은 근래들어 재미있는 글쓰기로서 세계 3대 트레일이라 알려져 있는 존 뮤어트레일 여행기 같은 도보여행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전하는 글을 써 왔다. “살다보면 어떻게든 살아지게 된다. 삶은 굴러가는 구슬과 같다. 긁히고 금이 간 구슬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법”이라며 “큰 비 온 뒤 물꼬 터지듯 편편 기억들을 살리고 일기장에 묻어두었던 것을 꺼내 햇볕에 말려도 좋겠다는 생각에 묶게 되었다”고 말했다.윤 시인은 1987년 동인지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저무는 산은 아름답다’ ‘경주 남산에 가면 신라가 보인다’ ‘북위 36도, 포항’이, 여행 산문집으로 ‘존 뮤어트레일을 걷다’ ‘길, 경북을 걷다’가 있다. /윤희정기자

2022-12-08

美 기업들, 中 정부의 대리 로비스트 되다

신간 ‘제국의 충돌’(글항아리)은 중국 정치경제 분야의 선도적 전문가인 훙호펑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미·중의 역학관계를 분석한 책이다.저자는 모든 사안에서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의 원인은 이데올로기 대립에 있지 않다고 본다.이는 명확히 자본 간 경쟁에서 비롯됐고, 그것이 지정학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중 관계는 오바마 정부를 기점으로 밀월관계에서 좀 더 경쟁적인 관계로 변해왔다고 분석했다.‘제국의 충돌’에서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 사이의 변화가 두 나라의 정치적 관계 변화의 기저에 있다는 사실을 논증한다. 세간에 나오는 다수의 설명이 미·중 관계 악화를 민주주의 체제-권위주의 체제의 대립으로 설명하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저자는 마르크스주의-베버주의적 관점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어떤 행위자들이 각각 더 중요한지 다면적으로 분석한다.특히 미국은 세계 권력과 국제적 위신을 유지하려는 베버주의적 강박에 따라 외교 정책 엘리트들이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자로 여기는 반면, 재무부·국가경제위원회·의회 등은 거대 기업의 영향력에 대해 더 개방적인 편이라고 바라본다.세계 1, 2위 경제 대국으로서 두 나라의 비중을 합치면 GDP에서는 세계 전체의 거의 40%, 국방비에서는 50% 이상을 차지해 향후 세계 정치에서 가장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며, 21세기 미래의 세계질서 또는 혼돈을 결정짓게 된다.하지만 저자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통계 자료들을 근거로 중국이 성공적인 경제체인 것은 맞으나 많은 영역에서 미국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중국의 현재 문제는 좀 더 구조적인 것으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많은 국유 기업에서 발생한 과잉생산 및 부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시진핑 정부는 외국 기업과의 더 공격적인 경쟁을 개시했지만, 이는 사실 중국의 불안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18세기부터의 중국 경제사를 훑으면서 국가의 통제와 불안을 읽어낸다.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자본 간 경쟁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몇 년간 지정학적 경쟁은 불가피하게 심해질 것이다. 다만 저자는 낙관론을 잃지 않을 근거도 있다고 본다.지금 두 제국의 대립은 20세기 초 영국과 독일의 경쟁 관계와 굉장히 유사한데, 다행인 점은 중국이 점점 군사화되고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당시의 독일보다는 훨씬 덜 군국주의적이라는 것이다.저자는 미·중 간의 관계는 악화할 게 분명하지만, 직접적인 군사 충돌보다는 WHO, WTO, UN과 같은 글로벌 통치 기구에서의 경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1-03

로마 시인의 진정한 행복·삶의 지혜 담아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전해주는 삶의 지혜를 담은 책 ‘가난과 은둔의 현자 호라티우스’(문학동네)가 출간됐다. 호라티우스는 시골에서의 소박한 삶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고자 했다. 처음에는 그도 출세를 꿈꿨지만, 막상 겪어본 도시 로마와 아테네에서의 삶에 실망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이는 그의 시와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호라티우스는 농촌 삶의 원리를 ‘가난’, ‘은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정’ 등 세가지로 나누고 농촌 삶을 구성하는 이런 원리들이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가는 원리라고 가르치고 설득한다.그는 오늘날에도 유명한 ‘시골 쥐와 서울 쥐’ 우화를 풍자시로 지어내 이를 표현했다. 시골 쥐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간다. 하지만 이내 거기서 요란한 소음, 개의 위협 등을 겪고 그곳은 자기가 찾던 진정한 장소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래서 시골 쥐는 다시 그의 고향, 농촌으로 되돌아간다. “길을 나서라(Carpe viam)”가 후에 “오늘을 즐겨라(Carpe diem·카르페 디엠)”로 바뀔 것임을 알리는 극적인 순간이다. 부와 권력을 좇는 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살지만, ‘현재의 삶’이 주는 평온은 자족한 자에게 돌아간다. 아직도 회자하는 그의 유명한 말 ‘카르페 디엠’은 그의 이런 삶의 태도에서 나왔다.궁벽한 삶이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술과 우정 덕택이다. 그는 한적한 시골에서 벌어지는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충만한 행복을 찾는다. 연세대와 카이스트에서 라틴어와 그리스·로마 문학을 가르치는 김남우 박사가 썼다. /윤희정기자

2022-11-03

임신·출산 걱정말아요… 알아두면 유용한 꿀팁 ‘팡팡’

신간 ‘당신의 위풍당당한 출산을 위한 가이드’(도서출판 비엠케이)는 출산을 앞둔 여성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들을 짚어주며 이같은 출산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1장에서는 임신 초기 신체변화에서부터 나에 맞는 의료진 찾기, 또한 임신 중 해서는 안 되는 일과 임신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목욕과 명상법 등 임신은 병이 아니므로 최소한의 의료 개입만으로도 얼마든지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또한, 출산하는 여성은 원하는 병원과 의료진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라고 일깨워 주며, 산모 각자 자신에게 맞는 출산 계획을 세우고 병원과 의료진에게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산모의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2장에서는 진통 준비물 및 도움이 되는 팁·진통하는 자세·밀어내기 등 본격적으로 출산에 대해 알아본다.쌍둥이 출산과 세 번째 출산에 대한 팁도 전한다.마지막 3장에서는 출산 후 모유 수유와 산후 허브 목욕, 진짜 부모가 돼가는 과정, 신생아기 이후의 육아 등 안정적인 산후 회복과 육아에 대해 알려준다.출산 둘라(Doula)이자 출산 교육자인 저자 린지 블리스는 친언니 또는 동네 인생 선배처럼 생생한 출산 경험담을 전한다.이 책은 출산을 준비 중인 산모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줄 ‘아주 똑똑한’출산 가이드북이 돼 줄 것이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11-03

‘제철보국’ 빛바랜 기치만 남은 포항의 생존 기록과 미래 모색

‘포항과 포스코’ 표지. 채헌(55) 경영학 박사가 도서출판 나루를 통해 우리나라 최초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산업화를 이끌어온 기업도시 포항을 본격 탐구하는 책 ‘포항과 포스코’를 출간했다.이 책은 ‘55년 기업도시의 연대기-쇠락하는 지역 중공업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지역혁신기관인 (재)포항테크노파크에서 21년째 근무하며 지역혁신클러스터, 테크노폴리스, 지역혁신산업 육성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채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산업화를 이끌어온 기업도시 포항을 본격 탐구했다.채헌 박사는 “포항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살면서 포항의 성장과 부침에 대해서 정리하고 미래의 대안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50만 기업도시의 경제적 부침을 돌아보면서 포항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지금이야말로 포항이 계속 50만의 삶의 터전으로 그 자부심과 명성을 유지하면서 지속될 수 있을 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1부 ‘철강도시의 탄생과 성장 배경’에서는 포항이라는 철강도시가 탄생하고 성장해온 배경을 다룬다. 5만의 어촌도시가 50만 인구로 성장하는 2000년까지의 일들을 기술한다.2부 ‘성장하지 않는 기업도시’에서는 포스코가 민영화되고 사명이 바뀌는 2000년 이후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이 시기, 박태준 회장의 영향력도 사그라들고 선출된 지방정부의 위상은 강화된다. 포스텍은 다른 지역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테크노폴리스는 의욕적으로 추진됐으나 좌절됐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활기를 되찾은 죽도시장의 모습도 살펴본다. 포항을 구성하는 다양한 경제 구성체의 역할과 특징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본다. 채헌 박사 3부 ‘포항의 미래, 어떻게?’에서는 20년 전부터 포항의 대안으로 언급됐던 스페인의 빌바오, 미국 피츠버그, 일본 키타큐슈, 영국의 셰필드 등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도시 포항의 위기를 포스코와 포항이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전체적으로 분석한다. 포스코와 철강산업단지는 어떻게 활력을 찾아야 하는지,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산업의 투자와 가능성도 살펴본다.포스텍 등 지역대학의 역할, 해양관광도시로서의 가능성도 조망한다. 마지막으로 포항시, 포스텍, 포스코 3개 주체의 관계설정, 포항시의 역할, 포스텍의 협력 방안을 거버넌스 관점에서 모색한다.채 박사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행정학 석사, 위덕대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1-02

‘아픈 나무에서 아픈 나무들 본다’ 김만수 시인, 열번째 시집 출간

“고운 볼 뼈가 피워 올린/봉숭아 꽃밭이 뭉개졌다/서낭에 바람 들이치고/노을 멍들던 날/떼 화살이 날아와/아득히 날리어 와/그녀의 몸에 박혔다/개털 같은 씨앗들이 몸에 쌓이고 쌓여/은하를 건너 /초승달이 된 소녀/기억 속에 피어나는 꽃” - 김만수 시 ‘달개비 꽃’ 부분등단 36년째를 맞는 포항의 중견 시인인 김만수(68) 시인이 최근 열번째 시집 ‘아픈 나무에서 아픈 나무들 본다’(현대시학·사진)를 펴냈다.지난 2020년 아홉 번째 시집 ‘목련 기차’를 출간한 후 2년만에 내놓을 만큼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서정성 짙은 미학을 펼쳐보인다. 김만수 시인 자연·사람·사물 주제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소박한 시집을 통해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힘든 시간들을 건너오며 시인이 겪고 보고 느낀 것들을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시 해설을 쓴 손진은 시인은 “김만수 시인은 자신이 뿌리를 두고 있는 현재 공간과 이웃들의 삶에 대한 정직한 기록과 구체적 형상화를 통해 번성했던 시절 그 곳 사람들의 과거 기억을 소환하고 진정 잃어버리지 말아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다”라고 평하고 있다. 복효근 시인은 “이 시집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쓸쓸함”이라고 말하고 있다.김만수 시인은 포항 출신으로 1987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소리내기’, ‘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 ‘오래 휘어진 기억’, ‘종이눈썹’, ‘산내통신’ 등이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0-19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며 재해석하라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온 인류 지식의 근원은 무엇일까? 한 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아서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지식은 과연 존재할까?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물리학 교수이자 양자 컴퓨터의 대가로 이 시대 위대한 사상가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도이치는 말한다. “그 어떤 이상적 지식의 근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렇다고 믿었던 지식은 이따금 우리가 오류를 범하게 만든다. 따라서 인간은 오류를 발견하고 제거하는 객관적인 설명을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데이비드 도이치는 인류에 새로운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이론물리학 최고 권위자에게만 수여되는 폴 디랙 상과 메달을 수상했다. 그의 학문적 연구 과정을 다룬 신간 ‘진리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알에이치코리아)는 과학뿐만 아니라 수학, 역사, 철학, 정치를 넘나들며 지식의 진보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것이 함축하는 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밀도 있게 살핀다. 책은 영국 ‘가디언’지로부터 “금세기 가장 똑똑한 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천동설은 고대와 중세 과학을 오랫동안 지배했다. 이 학설은 당시 사람들에게 불변의 진리였는데, 당시의 신 중심적 세계관을 뒷받침하며 오랫동안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았다. 이후 약 2천 년의 시간이 흘러 천동설은 경험주의의 오류로 규명됐고 그 자리를 지동설이 대체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새롭게 정립된 우주관에 기반해 인류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진보는 수많은 사람이 진리라고 믿었던 지식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하며, 세상을 재해석한 과학계의 선구자들 덕분이었다.지식 진화에 관한 가장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작업물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도이치 또한 이 같은 선구자다. 그는 인류의 지속적인 진보가 가능했던 이유를 ‘과학적 방법론’에서 찾으며 기존의 과학 이론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해 지식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웠다. 그는 이론적이든 실용적이든 모든 진보는 단 하나의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바로 우주적 수준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이른바 ‘객관적인 설명’이다.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적 가설이 아닌 우리가 가진 가장 훌륭하고 진보된 과학을 비롯한 역사, 정치, 철학, 예술을 넘나들며 우주의 법칙, 인간의 조건, 지식, 진보 가능성 사이의 깊은 관계를 탐구하고 확립한다. 치밀하고 촘촘하게 연결된 그의 학문적 배경지식에 웅장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더해진 이 책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현실의 문제에 맞서 인류의 진보를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데이비드 도이치는 대표적인 지식 혁명기였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아테네의 플라톤 아카데미의 역사적 순간들을 거론하며,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진리가 거짓으로 밝혀지고 새로운 진리가 정립됐던 과정들을 세밀하게 설명한다. 그는 이를 통해 끊임없는 진보를 위해선 무한한 창의성이 필수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지식의 진정한 원천은 비판의 자세에서 나온다는 점을 꼭 짚어 말한다.저자는 전작 ‘실체의 구조’내용을 발전시켜 문명의 역사, 도덕적 가치 그리고 정치 제도 등을 살펴보며 진보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나열한다. 이 외에도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인공지능(AI)의 진화 프로그램에 인간이 임의의 숫자를 넣어도 올바르게 지식을 도출할 수 있는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한 밈(meme)에 대항해 인간은 어떻게 지식을 창조할 것인지, 수나 도덕, 미학과 같은 추상적인 실체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어떻게 축적해 나갈 것인지 등등 흥미롭고 다양한 실험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인간은 오류를 범하는 존재로, 현재로서는 우리의 지식이 아무리 결정적으로 보일지라도 잠정적이고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 겸손한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0-13

현대 민주주의의 문제와 대안

신간 ‘책임 정당:민주주의로부터 민주주의 구하기’(후마니타스)는 미국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프랜시스 매컬 로젠블루스·이언 샤피로 두 저자가 현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민주주의 연구의 대가인 로버트 달의 전통을 이어받은 저자들은 ‘감사의 말’에서 이 책을 “통념을 반박하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문제의 진단과 대안에서 확실히 논쟁적이며, 현재 민주주의 정치에 불만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저자들은 시민에게 권력을 주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을 더한 ‘풀뿌리 분권화’가 오히려 유권자가 정치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키우는 역설에 주목한다. 여러 나라에서 시민에게 더 큰 결정권을 주고, 유권자와 조금 더 가까운 정치인이 선출되는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지고 있지만, 효능감이 떨어지고 신뢰도도 낮아진다는 것이다.무엇이 문제일까. 저자들은 “소규모 유권자 집단의 비위만 맞추는 일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협소한 유권자층에 빚진 정치인은 대다수 유권자에게 이로운 정책과 상충하는 근시안적 의제의 포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저자들은 한국은 물론이고 민주주의 세계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적으로 더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 이른바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의사결정과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면 민주적 책임성이 증가한다’는, 자명한 진리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반대 효과, 즉 오히려 유권자 소외 현상을 키운다고 주장한다. 비례대표제의 경우 유권자와 좀 더 가까운 정치인이 선출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증진으로 칭송받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유권자가 정치에서 소외되는 현상 또한 극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저자들은 또한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제도 설계자들이 기대한 바와 다른 비례대표제의 취약성을 꽤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사민주의 세력은 여러 개의 좌파 정당으로 분열되는 현상을 겪고 있고 좌파 진영의 분열은 비례대표제를 위험한 우파 포퓰리즘에 노출됐다.저자들은 또한 비례대표제에서는 과격 세력이 자신들의 호소를 온건하게 조정할 유인이 적고, 대중을 극렬 소수와 고도로 양극화된 정치의 볼모로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예비선거를 시행하는 소선거구제와 마찬가지로, 비례대표제는 극렬 소수에 봉사하는 정치인에게 너무 쉽게 보답한다. 불만스러운 유권자들이 중도가 제시하는 것보다 더 강경한 해결 방안을 원하는 것은 다수대표제나 비례대표제나 같지만, 비례대표제에서는 그들이 의석을 얻는다고 강조한다.저자들은 결론 부분에서 “풀뿌리 분권화가 유권자 소외 현상을 키운다는 역설을 해결할 열쇠는, 정당이야말로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 기관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과 책임성 있는 정강 정책을 놓고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할 수 있는 규율 잡힌 두 개의 정당(또는 선거 연합)을 만들어 내는 선거제도, 즉 영국식 양당제다.저자들은 이 책에서 민주주의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의 병리 현상을 진단하고, 유권자 집단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정책을 약속할 수 있는 규율 있는 정당, 내구성 있는 정당, 즉 책임 정당(정치)이 왜 필요한지를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0-13

의성 출신 김락기 시조시인 6번째 시조집 출간

김락기 시조시인 의성 출신의 산강 김락기 시조시인이 최근 창작시조집 ‘복사꽃은 그리움끝에 핀다’(넥센미디어)를 출간했다. 김 시인의 시조집으로서는 6번째이지만 자유시집, 칼럼집 등을 포함하면 11권째다. 김 시인의 창작활동은 시조가 대종을 이루지만 가끔 문인화나 크레파스화를 그리면서 시·서·화를 넘나드는 딜레탕트(dilettante·호사가) 예술인으로 자처하기에 내용이 자유분방하고 색다르다.김 시인은 지난 2014년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장을 맡을 때부터 시조의 범국민문화와 세계화에 힘써왔다.임선묵 전 단국대 국문학과 교수는 김 시인 시조의 ‘문체’에 대해 “흔하면서 대접 받지 못하는 소재, 그러한 소재에 얽힌 서민의 소박하고 진솔한 삶, 이들 조건에 맞는 투박한 언어의 선택과 배열, 소재에 얽힌 작가의 체험적 생각, 특유한 표현의 솜씨 등등 이러한 의미 전달의 정황에 개입한 작가의 개성이 결합하여 이룩한 문체”라면서 “시조의 오랜 관습적 문체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참으로 대단한 문체의 탄생”이라고 했다.이 책은 산강의 자평집 성격의 앤솔로지이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창작 시조를 ‘산강 시조’라 명명하고, ‘시조다운 시조는 정형률을 지키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락기 시인은 의성 도리원 인근의 한적한 시골마을 덕은동에서 태어났다. ‘도리원(桃李院)’은 이름 그대로 복사꽃과 오얏꽃이 피는 고을이어선지, 이 앤솔로지 표제 ‘복사꽃은 그리움 끝에 핀다’로까지 연이 닿는다.그는 그곳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후, 대구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후 서울 상계동 수락산 자락에 터를 잡고서, 줄곧 불암산·도봉산·북한산들을 바라보며 눌러 살고 있다.김 시인의 필명은 산강(山堈)으로 산언덕(산기슭)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문청시절 봉산문학회 동인으로 문학에 발을 디디고, 제7회 단대신문 학술·문학상에 시조로 당선된 후, 계간 ‘시조문학’과 월간 ‘문학세계’를 통해 시조와 시 부분에 나왔다.연작시조 ‘바다의 심층심리학’으로 시조문학 창간 50주년 기념작품상을, 시조집 ‘삼라만상’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자유시집 ‘고착의 자유이동’으로 제9회 문학세계문학상을, 연시조 ‘무시래기를 삶으면서’로 제6회 역동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10-13

20세기 철학사 큰 봉우리, 하이데거 사상의 숲으로

하이데거는 20세기 철학사에 큰 봉우리로 우뚝 자리하고 있다. 현대 서양 철학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하이데거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철학사에 있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고개이며 피해 갈 수 없는 외길이기도 하다. ‘하이데거 극장 1·2’(한길사)는 언론인이자 ‘니체 극장’, ‘즐거운 지식’, ‘담론의 발견’ 같은 인문서를 냈던 고명섭 씨가 하이데거의 삶과 사상을 10여 년간 탐구한 연구서로서 하이데거 사상의 광대한 내면에 펼쳐진 사유를 800쪽 안팎인 두 권의 책에 찬찬히 짚어낸다.책은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형이상학자의 반열에 드는 하이데거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비교적 충실히 소개하면서도 과도한 배경 설명을 자제하고 독자를 하이데거 사상의 숲으로 바로 안내한다. 다른 많은 학술적인 책과 달리 하이데거의 사상을 놀랄 만큼 상세하게 분석하면서도 독자들을 추상적 개념의 포로로 만들지 않는다.책 제1권은 하이데거 최대 작품인 ‘존재와 시간’을 중심으로 전기 사유를 탐사한다. 여기서는 ‘현존재’ 곧 인간을 탐구함으로써 ‘존재’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제2권은 또 다른 주저 ‘니체’를 중심에 놓고 니체와 대결을 벌이며 최대의 장관을 연출한 후기 사유를 조명한다.저자는 “하이데거와 마주한다는 것은 ‘존재란 무엇인가’를 필연적으로 묻는 일, 곧 ‘진리란 무엇인가’‘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정면으로 묻는 일이다. 하이데거는 일찍이 ‘철학의 본질은 유한한 존재자의 유한한 가능성’이며 ‘인간 존재는 이미 철학함을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우리가 철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해도 우리는 이미 철학 안에 들어서 있다’고 말했다. 소수의 지식인이나 학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 있는 한 우리는 누구나 철학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