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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세기 대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일생

‘장기 19세기’를 다룬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와 ‘단기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로 명성을 떨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의 10주기를 앞두고 ‘에릭 홉스봄 평전’(책과함께)이 번역·출간됐다.홉스봄이 역사에 미친 영향과 역사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그의 저작은 50개 언어로 번역되고 수백만 부가 판매돼 여러 세대의 독자와 학자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줬다. 나아가 그는 공적 지식인이자 좌파의 영향력 있는 대변인이었다.저자인 저명한 역사가 리처드 J. 에번스는 이러한 홉스봄의 인생 역정을 꼼꼼하게 톺아보면서 그가 일평생 추구한 테마와 이념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진짜 모습, 즉 불안한 10대, 연인,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세히 묘사한다. 또 그가 공산당원으로 한평생 투신한 까닭과 역사가의 길을 선택한 계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 실적에도 모교인 케임브리지의 교수로 임용되지 못한 이유, 나아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어떠한 생각을 가졌으며 미래 사회를 어떻게 전망했는지 등 홉스봄 삶의 변곡점과 갈등,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홉스봄의 사적인 측면을 풍부하게 재구성해 그의 총체적 삶을 그려낸다.이 책은 홉스봄에 대한 기본 정보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은 홉스봄이 워낙에 파란만장한 삶을 오래 살아서이기도 하지만(95세까지 살았다), 이 책의 지은이인 리처드 J. 에번스의 필력과 구성력,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함 덕분이다.1917년 이집트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혈통의 영국 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초반에 고아가 된 홉스봄은 베를린에서 대공황의 위력과 정치권의 변덕스러운 대응을 목격했고, 공산당원이 돼 나치즘에 저항했다. 그로 인해 목숨이 위험해지자 런던으로 이주한 뒤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했다.그는 혁명기의 쿠바를 방문해 체 게바라의 통역사로 활약하기도 했고, 1980∼1990년대에 그의 저술은 영국 정계와 신노동당 운동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평생 마르크스주의에 충성하면서도 공산주의의 현실에 눈감지 않았고, 그 때문에 줄곧 영국 공산당의 의심을 샀다. 사후에 공개된 영국 정부의 홉스봄 관련 파일을 통해 그가 50년이 넘도록 정부의 감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가 평생 놓지 않은 마르크스주의는 독일 베를린에 살던 1930년대 초반 싹텄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대공황으로 총체적 붕괴가 임박한 듯했고, 나치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직전이었다. 좌파는 공산주의 운동으로 파시즘을 척결하려 했다. 가난에 시달리다가 일찍 부모를 잃은 홉스봄은 공산당에서 가족의 대체물을 찾았다고 저자는 말한다.홉스봄은 역사 분야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장르에서도 호소력 짙고 매력적인 작가였다. 그의 방대한 저술에는 단편, 시, 자연 묘사, 여행기, 정치적 소책자, 개인적 고백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그는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베를린부터 1936년 프랑스 인민전선 선거 이후 처음 열린 프랑스 혁명 기념식, 같은 해의 스페인 내전,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과 뒤이은 냉전, 그 이후까지 20세기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고 참여했다.홉스봄은 세상을 떠나기 전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적었다. “나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일종의 게릴라 역사가로, 이를테면 포격을 퍼붓는 문서고의 뒤편에 놓인 목표물을 향해 곧장 진격하기보다는 측면의 덤불에서 사상의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역사가로 묘사하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손 씻기·수술용 장갑… 인류 구한 의학 전설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한빛비즈)은 위대한 의학적 선구자들과 그들이 이뤄낸 위대한 발견을 소개하는 책이다. 코로나19의 지구촌 엄습에 따라 지금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손 씻기’를 최초로 주장한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부터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수술용 장갑’을 발명한 윌리엄 할스테드, 인류를 고통과 공포의 위협에서 해방시킨 제임스 심슨의 ‘기적의 마취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의 토대를 만든 다양한 발전과 진보를 이뤄낸 당시의 선구자들과 그들의 위대한 발견을 다룬다.의사이자 역사가인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는 1840년부터 1914년까지 인류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환상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소개한다. 덕분에 의학적·과학적 발견이 단지 그 분야에서 갖는 의의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다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다채로운 배경 설명과 풍부하게 활용된 인용문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흥미로운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한 독서에 빠져들게 한다.책은 ‘죽음의 손’, ‘등불을 든 여인’, ‘세기의 전환’, ‘폭발하는 진보의 새 발걸음’ 등 23개 장으로 구성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중국 3대 석학’ 장치청 교수의 도덕경 연구

도가 경전인 ‘도덕경’을 중국 3대 석학으로 평가받는 장치청(張其成)이 해설한 책이다. 도덕경은 도가(道家)의 사상을 약 5천자로 압축해 담아낸 중국 최고 경전 중 하나인데, 저작 연대와 저자가 불분명하고 후대에도 계속 변형된 형태로 전해져 내려와 그 판본이 다양하다.‘도덕경 완전해석’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오래 연구해 온 통용본인 ‘왕필본’을 중심으로, 가장 최근에 발견된 죽간본과 백서본, 그리고 하상공본 등 권위 있는 판본들을 참조해 저자가 직접 원의에 가깝게 원전을 재구성하고 이를 쉽고 명쾌하게 풀이한다. 한자 해석, 전체 맥락, 역사적 의미, 현대의 적용 사례 등을 두루 소개하며 한 구절, 한 단어도 독자들이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덕경’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저자는 도덕경 사상을 축약한 글자가 ‘도’(道)라고 강조한다. 도는 자연계의 ‘물’과 인간 세상의 ‘아기’라는 두 사물로 이해해야 한다고 논한다.그는 “공자가 사회 참여적이었던 반면 노자는 은둔했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노자야말로 세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표적 인물”이라고 주장한다.적게 가질수록 기쁘고, 아래로 갈수록 귀해지며, 부드러워질수록 강해진다는 것이 도덕경이 전하는 가르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시대의 대표 지성’ 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열림원) 은 이 시대의 대표 지성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오랜 암 투병으로 죽음을 옆에 둔 이어령 전 장관은 제자인 김지수 조선비즈 기자에게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고 이 장관은 “재앙이 아닌 삶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제자의 물음에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답을 내놓으며,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유언의 레토릭’으로 가득한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왜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진실이 있는지, 왜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닌 한 커트인지, 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는지” 등을 설명하며, 한평생 “평화롭기보다 지혜롭기를 선택”했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이어령은 자신의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으니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고…. 글을 쓰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그는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작가에게는 “죽음에 대해 쓰는” 다음이 있다며, 현재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털어놓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03

세상을 바꾼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삶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 ‘코드 브레이커’(웅진지식하우스)가 나왔다. 이 책은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선구자,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다우드나는 어린 시절 “여자가 무슨 과학을 한다고” 같은 업신여김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자의 길로 나아갔다.그리고 프랑스 미생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협업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이 시스템은 유전자 편집 기술(크리스퍼 가위)로 발전해 암과 유전병 치료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구촌에 엄습한 코로나19의 백신 개발과 진단 및 치료 연구에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저자는 근래에 보기 드문 애플의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를 그가 타계한 지 19일 만인 2011년 11월에 펴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다우드나의 성장기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사를 엮은 이 책은 ‘생명의 기원’, ‘크리스퍼의 발견’, ‘유전자 편집’, ‘크리스퍼의 활용’, ‘공공 과학자’, ‘크리스퍼 아기’, ‘도덕적 문제’, ‘전선에서 날아온 특보’, ‘코로나바이러스’ 등 모두 9부로 구성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03

노동·부동산… 사회경제적 문제와 분리된 민주주의

‘조세 없는 민주주의의 기원’(후마니타스)은 유럽에서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도화선으로 평가되는 ‘조세’(租稅·세금)가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 바깥에 존재해 온 이유를 역사적으로 살핀 책이다. 저자 손낙구 씨는 2008년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책을 펴내 부동산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해 ‘부동산 계급사회’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었던 역사학자이자 정치·노동운동가다.손 씨는 이 책에서 민주화 이후 각 분야에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왜 민주주의가 노동·부동산·복지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분리되고 있는가(왜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여전히 고단한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조세 없는 민주주의’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손 씨는 서구에서 근대 시민 혁명은 ‘대표 없는 과세’에서 ‘대표 있는 과세’로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복지국가 혁명은 민주화된 국가가 적극적 조세정책과 복지 확대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주장한다.반면 1948년 입헌주의, 보통선거권, 대의제 등의 제도적 형식을 갖추며 시작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조세 및 이를 둘러싼 계급 간 이해관계와 무관했고, 출발할 때부터 조세는 민주주의 바깥에 존재했다고 지적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03

한국인 DNA에 각인된 미역문화

‘세계 미역문화의 발상지, 포항 영일만’.국내 처음으로 미역과 관련된 인문전문서로서 한민족의 해조류문화(Korea’s Seaweed History)를 집대성한 책 ‘미역인문학’(휴먼앤북스)이 출간됐다. 미역의 해양생태적 가치와 첨단산업으로서의 미역의 활용성 등 미역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브랜딩(branding) 작업의 일환으로 바다를 지켜온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은 의미 있는 책이라는 평가다. 저자인 김남일 씨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행정학박사이자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이 책은 말 그대로 미역에 관한 인문학적 보고서다. 역사를 추적해 고구려 시대 이후 미역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자, 마을 공통체에서 공동작업을 통해 채취한 주요 수산물임을 밝혀낸다.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 신화 속에 나오는 바위가 미역바위임을 추측해 내는 것처럼, 저자 김남일 씨는 여러 문헌과 자료를 통해 미역의 과거와 현재를 인문학적으로 읽어낸다.미역은 해조류 음식 재료의 하나가 아니라 한국인의 DNA에 깊이 각인된 해양문화유산이다. 생일날 또는 산모가 출산 후에 먹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미역은 그 이상의 문화적 요소가 담겨있다.이 책은 미역 문화의 탄생, 어촌마을 공동체에서 차지하는 미역의 중요성, 미역의 문화사, 문학작품과 민요 속에 나타난 미역, 미역의 생태학적인 위치, 미역의 유통과 관련한 미역 길(켈프로드·Kelp Road), 미역 음식의 진화와 변신, 세계진출 등 여러 항목의 풍부한 자료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한국인에게 미역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역 문화가 있기에 그 미역(해조류) 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2021년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됐고, 2014년 말을 타고 새우를 잡는 벨기에의 ‘우스트덩케르크의 전통어업’과 2016년 ‘제주도 해녀 어업’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있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한국인들은 해조류 중 한국산 ‘김’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김’은 일본이 종주국이다. 이에 저자는 미역도 자칫하면 이웃 나라에 그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여러 자료를 섭렵해 이 책을 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저자는 서문에서 “2021년 2월 19일 시행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발맞춰 우리 청소년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역동적인 동해의 역사문화를 깊게 이해하도록 하고 싶었다. 일본이 와카메(wakame)라는 이름으로 이미지를 선점할 우려가 있어 세계 미역 문화의 발상지인 우리의 미역 문화의 주권을 회복하는 데도 디딤돌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저자는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공보처 장관 비서관, 국무총리실 행정쇄신위원회를 거쳐 1995년 경북도로 옮겨 새경북기획단장, 환경해양산림국장, 독도수호대책본부장, 문화관광체육국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독도, 대양을 꿈꾸다’,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독도 7시 26분’ 등이 있다. /윤희정기자

2022-03-03

촛불 후 5년, 우리 삶 현주소는

세계 경제 10위의 부자 나라인 한국은 대격변이 일고 있다. 기회와 충격의 양면성을 지니는 디지털 전환,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생태 위기,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하는 극심한 격차, 높은 자살률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저의 출산율 등 시민은 불안하다. 이러한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시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복지와 고용, 환경 등 사회정책은 물론 복지국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시급하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 각계 전문가 일곱 명이 2년여간의 집요한 공부와 토론을 거쳐 집필한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헤이북스)이 출간됐다. 촛불 이후 5년, 다시 ‘정치의 시간’을 맞아 우리 삶의 현주소를 짚고, 우리 사회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한 ‘한국 복지국가의 재구조화를 위한 담대한 제안서’다.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대격변 시대, 시민은 정말 안전한가?’이다. 저자들은 불평등과 격차가 세습화하고 불공정마저 일상화한 사회에서 대안과 희망이 부재한 현재적 조건은 대한민국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고 높은 수준의 울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팬데믹이 이런 위기적 현상을 가속화하고 중층화하고 있고, 우리를 ‘초격차-단절-공포’의 미래로 몰아붙여 회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당장 현시점부터 정치, 경제, 사회, 특히 생태 환경 등에 걸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새로운 복지국가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특히 한국 복지체제가 시민이 직면한 사회적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은 지난 80여 년 가까이 분배를 둘러싸고 제도화된 정치경제 변화의 누적된 결과이며, 따라서 복지체제의 변화만이 아닌 한국의 산업구조와 정치질서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이 책의 2부는 ‘대전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보장제도가 그동안 가족-개인 사이의 부양 및 돌봄이란 가족 기능을 전제하고 그 기능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 한해 국가가 제도적 지원을 하는 방식의 보충적 지원이 강조돼왔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작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또한 노동시장을 둘러싼 여러 변화는 필연적으로 복지 시스템의 변화를 강제하며 노동의 세계가 기존의 정규직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파트타임, 한시적 일자리, 취업준비생, 실업자, 프리랜서,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일하는 사람들’로 된 다층적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에 조응하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외에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경제사회적 전환이 필요한데, 그 전환은 녹색 전환과 탈탄소사회이며 그 핵심 전략이 ‘국가의 녹색(복지)화’라고 제안한다.이 책의 3부는 ‘새로운 복지국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이다. 전 국민 사회보험, 전환기적 기본소득, 보편적 사회서비스, 혁신 역량 강화, 정의로운 전환을 비롯한 녹색 복지 전략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복지 정치 전략 등을 다룬다.저자들은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중심축인 사회보험은 고용 관계를 근간으로 확립돼있기 때문에 불안정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해 많은 사각지대를 낳는 한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용에 기반한 사회보험 가입체계를 소득에 기반한 가입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라는 것.복지국가의 또 하나의 핵심축이 사회서비스이지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공공의 책무성이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사회서비스의 공공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을 확대해 모든 국민이 사회서비스를 권리로 보장받는다는 방향을 제시한다.녹색 복지국가 전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생태 위기 시대의 복합 위험에 대응해 시민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생태사회정책’에 있다면서 시민의 권리와 삶의 질을 신장하는 한편, 자연과의 호혜적 공존이란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또렷이 담아야 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사회정책을 주문한다. /윤희정기자

2022-02-24

다시 목단꽃 피었는데… 현직 기자 애틋한 사부곡

“겨우 내내 빈 제비집을 쳐다보면서 집을 떠난 엄마, 그 뒤를 따라간 아버지를 기다린다. 빈집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아들의 마당에는 엄마 닮은 목단꽃이 올해에도 피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식구들의 지저귐으로 아버지와의 ‘불편했던 동거’를 추억한다.” -이창형 자전적 에세이 ‘두 남자를 위한 에피그램’ 중현직 언론인인 이창형사진 씨가 자전적 에세이 ‘두 남자를 위한 에피그램’(도서출판 선)을 펴냈다. 이 책은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경북 포항 시골집에 홀로 남은 팔순 아버지와 ‘불편한 동거’를 통해 티격태격 애정을 쏟아낸 일상이 담겼다.1부 ‘다시 목단꽃은 피었는데’, 2부 ‘버리고 기다리는 봄’, 3부 ‘홀로서기’, 4부 ‘아버지의 유산’ 등으로 구성된 207쪽의 책은 병석의 아버지를 지키는 아들의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사랑과 그리움이 4계절을 물들이고 있다.저자 이창형 씨는 “아버지의 사계절이 형형색색 곱게 물들어 황금빛 들판을 남겼다”며 아버지를 회고했다.이 씨는 포항 출신으로 포항고, 충남대 사회학과, 경북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10년 후 무얼 먹고 살 것인가’(2007년)가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24

걷고 읽고 쓰고… 혼자 시간을 사랑하는 법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자신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냈을까? 세계적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빈센트 영국 오픈대 사회사 명예교수는 저서 ‘낭만적 은둔의 역사’(더퀘스트)에서 혼자 있기의 다양한 방식과 의미를 소개한다. 이 책 서장은 스위스의 의사이자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이 1791년에 쓴 고독에 관한 세기의 고전이 된 책 ‘고독에 관하여’를 소개한다. 사색적으로 보이고 싶은 18세기 당대 젊은이들이 품에 껴안고 다닌 이 책은 어떻게 행복한 혼자가 될 것인가에 관해 지금도 유효할 만큼의 엄청난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은둔과 사회생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낙담이나 종교적 광신에 따른 은둔은 내면을 가다듬을 목적의 은둔과 다르다. 그는 사색으로 고독의 장점을 취하고 현실에 다시 뛰어드는 정신력을 높이 샀다.1장에서는 ‘산책’의 역사가 펼쳐진다. 존 클레어, 윌리엄 워즈워스를 포함해 19세기 낭만주의 시인들이 산보의 기쁨을 노래한다. 도보 거리나 속도를 치열하게 경쟁한 신사들을 비롯해 런던 골목골목을 활달하게 걸으며 인파 속의 고독을 즐긴 찰스 디킨스 이야기, 귀부인들과 노동자 계층의 서로 다른 산책 생활 등을 엿본다.2장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여가활동’의 탄생을 다룬다. “이 게임은 생각을 멈추고 종일 시달린 업무를 밤에 떠올리지 않게 해준다”는 기록처럼, 빅토리아시대 독신 여성들이 1인용 카드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최강의 권위자가 돼 안내서를 출판하기에 이른 배경부터 낭만과 괴기가 섞인 고딕소설이 유행해 책 읽기가 위험천만한 오락으로 여겨진 에피소드 등이 펼쳐진다.3장에서는 매혹의 대상인 수도원과 공포의 대상인 감옥의 뿌리가 된 ‘독방’을 이야기한다. 18세기 독자를 휩쓴 소설 ‘수도사’나 금서로 지정된 ‘수녀’, 독방에 감금된 수감자가 신과의 대화를 시도한 감옥의 역사는 은둔이 지닌 어둠과 낭만의 양면성을 들춘다.4장에서는 지금의 각종 ‘취미’ 산업들이 자리 잡는 과정이 망라된다. 도보와 독서, 수집, 흡연 등 어떻게 사회경제적 특권층의 여가활동은 전 계층의 오락이 되었을까? 2022년 한국에서 ‘TV를 배경으로 켜두고 안 본다’고 대답한 조사결과와 1980년대 영국의 조사결과가 일치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5장에서는 ‘회복’하는 은둔으로서 행해지는 자연 탐험, 홀로 먼 대양을 항해하기, 최근의 마음 챙김 열풍이 지닌 역사적 맥락을 살핀다.6장에서는 고독과 구분되는 ‘외로움’을 이해하게 돕는다. 찰스 디킨스가 스크루지 영감을 “독거한다”고 묘사할 때만 해도 외로움이란 말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19세기 ‘멜랑콜리’라는 신조어와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로 꼽히는 ‘노스트로모’ 이야기 등을 통해 외로움이 현대사회의 병으로 오해받는 이유를 밝히고 정작 간과되고 있는 불평등 구조와의 연관성을 짚는다.7장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몇백 년의 역사에 걸쳐 디지털 시대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돌아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7

현대인들의 일상 지배한 싸구려 물건

‘싸구려의 힘’(글항아리)은 현대인들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들이 넘쳐나게 된 경위와 원리, 그리고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연구해낸 책이다. 미국 럿거스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 저자 웬디 A. 월러슨은 도서관, 박물관, 학회, 대학, 기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싸구려 잡동사니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책에는 카탈로그, 광고 지면, 팸플릿, 상품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등 100여 컷의 도판이 수록돼 있으며 19세기 판매자와 소비자의 글이나 발언까지 생생하게 인용돼 있다.112가지 도구를 합쳐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린 스위스 나이프, 애초부터 수집품으로 통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나 접시. ‘싸구려’라는 말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도, 품질이 조잡하다는 뜻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싸구려(crap·크랩)는 특정한 물건들의 범주가 아니라 존재 방식, 사물 이면의 음모와 위선을 의미한다.저자는 현대인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이 넘쳐나게 된 이유와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문화·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증정품이나 경품은 필요를 넘어서는 물건을 사도록 소비자를 자극한다. 공짜로 주는 판촉물은 소비자를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만든다. 저자는 “크랩은 더 고상한 것으로는 폭로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심오한 욕망, 충동, 열망을 폭로해준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7

‘질병을 건강으로, 노화를 젊음으로’ 가능성에 집중하라

노화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가 집필한 ‘어떻게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통찰을 전하는 책 ‘늙는다는 착각’(유노북스)이 출간됐다. 랭어 교수는 책에서 우리가 가능성의 심리학을 안다면 얼마든지 질병을 건강으로, 노화를 젊음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늙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저자는 70~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에서 답을 찾는다. 70~80대 노인들은 실험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경을 써도 글자가 보이지 않아 독서를 포기했고, 느릿느릿 걷는 게 민망해 골프도 치지 않았으며, 식사 메뉴를 선택할 때조차 소화가 잘되는 음식만 골라 먹었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독립적으로 일주일을 보낸 후에 노인들은 청력, 기억력, 악력 모두 현저히 향상했으며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 등 수많은 측정 결과에서 훨씬 ‘젊어졌다’. 노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신체가 아닌 신체적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었던 것이다.저자는 ‘의식의 집중’을 강조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한 자동차를 엔지니어에게 넘기듯 몸에 대한 통제권을 의사에게 주는 대신, 자기 몸의 변화에 의식을 집중하자고 제안한다.랭어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가능성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고정 관념, 사회적 통념, 이름표, 숫자, 의학 상식 등의 한계를 언급하며 점화 효과, 플라시보 효과, 사적 자극의 개념과 심리 연구 사례들로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성 속에서 의심 없이 지내고 있는지를 일깨우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7

‘기본소득’ 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열어야

포항을 기반으로 전국 규모의 시민사회운동을 펼쳐온 유성찬 지속가능사회연구소장이 다섯권째 단행본 ‘그날이 오면’(도서출판 나루)을 출간했다.이를 기념하는 북콘서트의 부제가 ‘지속가능한 사회와 기본소득’인 점인데서도 알 수 있듯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향성이 강한 유 소장의 ‘기본소득 예찬론자’로서의 면모가 책 곳곳에서 묻어 난다.주요 내용들은 포항지역에도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이어져 왔으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음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80~90년대 사회운동 과정에서 겪은 시련과 가족사의 쓰라린 경험을 함께 한 가족에 대한 애잔함도 묻어나고 있다. ‘대구에서 왔다’, ‘아버지’, ‘그날이 오면’의 이야기들은 ‘겨울밤 집나간 아들을 찾아 야학에 찾아온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노동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동지’에 대한 저자의 애잔함이 생생히 전해진다.1989년경 재정이 어려워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상근자가 ‘꽃을 던지고 싶었다’라는 이름의 커피숍에서 더부살이하며 활동했던 추억담도 소소한 읽을거리다. 남북평화와 통일문제, 자치분권, 지역차별, 시민사회운동과 NGO의 역할에 대한 유 소장의 성찰은 이론적 탐구에다 현장경험까지 더해진 결과임을 알 수 있다.이를 바탕으로 유 소장은 미래 비전으로 ‘기본소득정책’을 활성화시켜 경제적 불평등, 인권문제, 환경문제를 극복해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유성찬 소장은 “‘포항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북콘서트 포스터 속 문구에 이번 책의 메시지가 담겼다”면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포항에서 펼쳐진 민주화운동을 되돌아보면서 내일의 길을 찾고, 저를 비롯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 역사를 기록하는데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유성찬 소장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및 관리이사, 경기도 일자리재단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주대학교 로고스컬리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는 오는 13일 오후 2시 포항 남구 오천읍 다빈치커피 오천힐링강변점에서 열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0

부패한 문화가 부패권력자 만든다

“나쁜 사람이 권력을 손에 넣는가? 권력이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국제정치학과 부교수이자 정치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클라스 박사는 10여 년간 벨라루스, 영국, 코트디부아르, 태국, 튀니지, 호주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백 명의 최고위 지도자를 인터뷰했다. 브라이언 클라스의 신간 ‘권력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은 500건 이상의 인터뷰와 인간 행동에 관한 최신 이론을 토대로 어떤 사람, 어떤 시스템이 더 쉽게 권력을 손에 넣고 부패하는지 밝혀낸다.뉴욕시에 머무르는 UN 대사들은 한때 법 위에 군림했다.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UN 외교관 차량의 불법 주차 딱지 발행 수는 무려 15만 회에 달했다. 보다 못한 뉴욕 시장은 ‘삼진 아웃’ 규칙을 시행해 불법 주차의 시대를 끝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등에서 온 외교관들은 법 시행 전에도 미납된 주차 딱지가 없었다. 반면 부패 문화로 악명 높은 쿠웨이트 외교관들의 주차위반 건수는 인당 평균 249회에 달했는데, 시행 후에는 0.15회로 줄어들었다.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부패한 문화가 부패한 권력자를 만들어낸다는 점, 시스템이 부패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책은 전 이라크 행정책임관이었던 스키 강사 제리가 언론을 통제하고 약탈자에게 발포를 허가한 사례를 통해 나쁜 국가 시스템이 권력자의 선택을 규정짓는 현실을 살펴보고, 인도 벵갈루루 공무원 집단의 부패가 현지 대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미친 영향을 통해 악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권력의 구조를 살펴본다.사이비종교 지도자, 쿠데타 음모자, 사이코패스 장군, 선동가, 부패한 CEO…. 권력의 정점에 섰던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해하고 행동의 배경인 시스템을 연구하는 일은 부패하는 권력자를 멈추기 위한 핵심 작업이 된다.하지만 독재자, 부패한 CEO라고 해서 우리와 완전히 다른 종은 아니다. 책은 인간 행동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토대로 그들의 행동을 촉발한 요인을 설명하고, 우리 손에 통제권을 쥐기 위한 과제를 제안한다.더불어 책은 선사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지도자 선택의 오류, 권력의 정점에 설수록 나쁜 선택을 거듭하게 되는 이유 등 결국 부패하고 마는 ‘권력의 심리’를 실제 사례와 정치학, 심리학, 신경학, 행동경제학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융합해 풀어낸다. 이 책에 담긴 권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리더가 부패할 수 없도록 우리 손에 통제권을 쥐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한편, 브라이언 클라스 박사는 영국 팟캐스트 어워드에서 3위를 차지한 ‘권력은 부패한다(POWER CORRUPTS)의 진행자로 세계적 전문가들과 함께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이면과 악한 권력자들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0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 ‘페이스북’의 명암

미국 최고의 테크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스티븐 레비가 쓴 ‘메타 페이스북’(부키)은 페이스북의 성장 과정과 명암을 들여다본 책이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가진 아홉 번의 인터뷰를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과 나눈 300여 차례의 인터뷰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룬다.저자는 대학생 인맥 쌓기 앱에서 SNS 왕국, 플랫폼 제국을 거쳐 메타 월드 구축으로 나아가는 페이스북의 거침없는 행보를 낱낱이 추적하고 해부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2학년 때 캠퍼스 소셜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소한 대학 기반 스타트업은 오늘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라는 세계 4대 소셜 플랫폼을 보유한 채 절반 가까운 지구인의 일상을 좌우하는 기술 거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에 근거해 메타버스의 창조를 선도하고 있다.페이스북 이야기는 소셜 미디어 산업의 역사 자체이자 IT 업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와 기술 산업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경험과 비즈니스를 바꾸어왔는지, 어떤 미래로 세상을 데려가려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소중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0

최제우 동학 핵심사상 오롯이

동학은 고조선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우리의 사유를 바탕으로 서세동점의 절박한 순간에 수운 최제우의 통찰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사상이다. 동학 사상가 수운 최제우가 쓴 한글 경전 ‘용담유사’를 도올 김용옥이 현대 한국어로 풀이한 책 ‘용담유사’(통나무)가 나왔다. 이 책은 도올의 엄정한 문헌비평에 의해 밝혀진 용담유사의 집필 순서대로 용담가, 안심가, 교훈가, 도수사, 권학가, 몽중노소문답가, 도덕가, 흥비가 등 8편의 가사 원문 전체를 다루고 있다. 1883년 계미중추본의 판본 한글을 그대로 담고,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각 어휘에 해당하는 한자를 첨가했다. 각 편의 전체개요와 현재 우리말 풀이, 보충설명을 달았다.수운 최제우는 하느님과의 해후를 통해 1860년 4월 무극대도를 얻은 후 포덕을 시작했으나,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개벽의 진리를 선포할 수 없다는 완고한 현실에 직면한다. 그리하여 그는 저술과 출판을 통해 그의 창조적 사유를 후세에 남기기로 결심한다.동학의 사상은 수운 최제우가 직접 저술한 ‘동경대전’(순 한문)과 ‘용담유사’(순 한글)라는 두 문헌으로 온전히 남아있다. ‘용담유사’는 순 한글로 지은 4.4조 가사다. 용담은 경주 인근의 최수운이 활동하던 지역 이름이고 유사는 깨우침을 주는 노래라는 뜻이다. 19세기 중엽 이미 수운은 우리 한글로 자신의 생각을 민중과 소통하겠다는 위대한 발상을 한 것이다.동학의 주요경전이자 영묘(靈妙)한 문학이고 철학인 ‘용담유사’에는 수운이 깨닫고 가르치는 동학의 핵심사상과 그의 고유한 감성이 오롯이 들어있다.역자 도올 김용옥은 우리가 서양 학문체계와 철학에 익숙해져 수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용담유사를 “수운이라는 한 인간의 발가벗은 실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용담유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① 용담가(龍潭歌)는 수운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득도했던 경주 구미산 용담의 아름다움과 득도의 기쁨을 노래한 가사다.② 안심가(安心歌)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천대받던 여성들을 현숙하고 거룩하다고 떠받들면서 춘삼월 호시절에 태평가를 함께 부를 주체로 설정하고 여성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다.③교훈가(敎訓歌)는 자질(子姪)들에게 내리는 형식이다. 교도들에게 힘써 수도할 것을 당부하면서, 하늘 조화의 참된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믿는 데서 창조의 바른 기운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④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이 가사는 수운의 출생, 성장, 득도 과정, 득도 내용 등을 설명하고, 꿈속에서 노소(老少)가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서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동학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⑤ 도수사(道修詞)는 수운이 제자들에게 자신이 가르친 연원도통(淵源道統)을 지키면서 성(誠)과 경(敬)으로 도를 닦기를 당부하고 있다.⑥ 권학가(勸學歌)는 수운 자신이 자각 창도한 동학을 믿음으로써 다 같이 동귀일체(同歸一體)할 것을 권유한 노래다. 어질고 뜻있는 사람에게 이 가사를 주고 결의해서 가르침을 존중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⑦ 도덕가(道德歌)는 1863년 7월 경주 현곡면 등지에서 순회 설법하면서 지은 가사로 지벌과 문벌보다 도덕의 귀중함을 강조한 노래다.⑧ 홍비가(興比歌)는 ‘시경’의 노래체인 흥興(목적한 바를 끄집어내어) 비比(비슷한 다른 사물 등과 비교하는 것)를 사용해 도를 닦는 법을 가르친 노래다. 도를 닦는 일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부터 요령 있게 행하는 데서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03

건축과 가구 그리고 리빙 인문학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의 저자는 트렌디하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로 인기 있는 (주)매스티지데코의 김지수 대표이사다. 매스티지데코의 가구들이 탄생한 데에는 가구에 대한 저자의 인문학적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가구가 놓일 공간, 가구를 이용할 사람, 가구를 만드는 시기의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작 과정에서 폭넓게 고려한다. 가구를 인간의 편안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을 품고 인간의 곁에 자리잡은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다. 가구를 이해한다는 말은 곧 인간과 사회를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가구, 집을 갖추다’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쓰였다.1장 ‘리빙’은 우리 일상과 함께했거나 갑자기 등장한 리빙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유행하는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이 무엇인지,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구를 사고파는 세상이 올 것인지, 온돌 문화가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2장 ‘사물’은 다양한 가구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다. 과거에는 침대가 거실의 소파처럼 접견용 가구로 쓰였던 일, 의자로 권력을 표현했던 일 등을 소개한다. 3장 ‘공간’에서는 리빙 문화가 반영된 공간을 살핀다. 안방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수의 오두막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을 보여준다. 부록 ‘가구사 연대기’에서는 그리스 로마 문명 기반의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명 중심의 헤브라이즘을 중심으로 가구의 변천사를 설명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03

맥시조문학회 동인지 41집 발간

맥시조문학회 동인지 41집 ‘저토록 환한 웃음’ 표지.경북 동해 남부 유일의 시조문학단체인 맥시조문학회(회장 예병태)가 최근 동인지 41집 ‘저토록 환한 웃음’을 출간했다. 이번 동인지에는 조주환 시조전집·평론집 발간과 회원 16명의 신작 시조 78편, 맥시조 연간활동 화보, 연혁 등을 짜임새 있게 엮었다. 특히 조주환 명예 회장의 시력(詩歷) 45년을 정리한 조주환 시조 전집과 조주환 시조 평론집 ‘서정의 맛과 빛깔’을 특집으로 꾸며 눈길을 끈다.대표 시조선으로 ‘사할린의 민들레’등 11편과 신작 시조 2편을 실었으며, 시조 평론으로 김우연 문학평론가의 ‘절대고독의 벼랑 끝에서 꽃피운 우담발화’, 이정환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의 ‘고독의 서정적 육화, 역사의식 미적 재현’을 실었다.또한 신입회원 박한규 시인의 대표시를 소개하고 오랜 세월동안 동인활동을 해온 회원들의 작품 각 3∼6편을 담았다.예병태 회장은 머리말에서 “우리 정형시의 튼튼한 맥을 이어가기 위해 지핀 조그만 불씨가 무려 41집이나 되는 동인지를 발간해 내게 됐다”며 “시조를 쓰기에 앞서 대상을 새롭게 관찰하고 새롭게 표현해 독자에게 기억되는 좋은 시조를 남기도록 더욱 분발하자”고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5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고 나답게 살아가라

‘개인주의를 권하다’ 이진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인문‘개인주의를 권하다’(21세기북스)는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힘이 돼줄 철학적 통찰을 선사하는 책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고 조금 더 담대히 나답게 살아가라는 지침을 담았다. 저자인 니체 철학 최고의 권위자 이진우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는 ‘개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내 삶을 사랑하는 개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심도 있게 모색한다.타인의 눈치를 보며 사는 일에 지쳤다면, 일상에서 부딪히는 기준들 때문에 나만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낀 적 있다면, 본연의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다면, 이진우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볼 것을 권한다.이 책을 통해 ‘나는 개인주의자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무거운 시대를 가볍게 그러나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책은 21세기북스의‘인생명강’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쓸모있는 사람입니까?’ 등 8가지 질문으로 우리 스스로가 삶의 진리가 되는 길을 모색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0

시대 앞서간 혁명적 해방론자의 세계관

‘벤저민 레이’ 마커스 레디커 지음 갈무리 펴냄·인문‘벤저민 레이’(갈무리)는 대서양 노예무역상들의 해상 대학살을 고발한 최초의 인물로서, 계급의식, 인종의식, 성별의식, 환경의식을 통합한 혁명적인 세계관을 가진 벤저민 레이(1682∼1759)의 전기다. 벤저민 레이는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인간을 속박하는 일이 하늘에 태양과 별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시대에 노예제가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는 시대를 훨씬 앞선 사람이었다.벤저민 레이는 178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노예제 반대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 2세대의 시기를 앞서서 노예제에 대한 비판을 형성했다. 그는 노예제에 반대하는 맹렬하고도 논쟁적 내용을 담은 ‘무고한 이를 속박해두는 모든 노예 소유자, 배교자들’을 썼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1738년 이를 출판했다. 지은이인 미국의 역사가 마커스 레디커는 이 책에서 “벤저민 레이는 18세기 후반 계몽운동과 같이 고위층과 연관된 계보가 아닌, 더 긴 궤적을 가진 “아래로부터의” 노예제 폐지론 역사에 속하며, 그에게는 양치기, 선원, 장갑장이, 소규모 상인, 평민으로서 보통 노동자의 사상과 실천이 있었다”고 평가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0

생존의 벼랑 끝 서 있는 위기의 인류

“인류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최근 들어 수많은 책과 방송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생태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쉽게 믿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리에게 “지구는 정말 멸망할 것”이라고, “우리는 망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책이 나왔다.세계적인 환경 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다큐멘터리 ‘반다나 시바의 씨앗’의 촬영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카르티케이 시바가 함께 집필한 책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책과함께)는 오늘날 생태적 위기의 근본 원인과 배경을 추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반다나 시바가 지목하는 위기의 배후는 전 세계 인구 상위 1%에 속하는 억만장자들과 1%의 이익에 복무해온 경제체제다.45년간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반다나 시바는 지금이 “생물종으로서 인간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며, 파멸을 막기 위해 1%의 제국에 맞서 99%의 사람들이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저자들은 우선 왜 1%의 재벌들과 1% 경제가 현재 위기의 원인인지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태초에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였으며, 지구에 깃들어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1%와 1%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로 분열됐다. 1%가 탐욕스레 이익을 추구하는 사이 99%의 인류와 지구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됐다고 논증한다.1%는 쉽게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환상을 창조했다. 바로 ‘분리주의’ 환상이다. 서로 연결돼있는 인간과 지구를 분리해 지구를 채굴 가능한 자원으로 환원시키고, 자연을 인간이 극복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착각하도록 만들었다.저자들이 말하는 ‘경제’는 ‘돈이 돈을 버는 것’을 가능하게 한 ‘금융’이다. 탐욕과 축적을 오히려 미덕으로 여기는 1% 경제체제에서는 금융 경제가 실물 경제를 대체한다. 누가 무엇을 생산하는지, 실제로 생산된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이 돈을 버는 도구는 무엇인지,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으로 대체되는 세상에서 부의 분배는 더욱 불평등해진다.1%는 ‘기술’을 이용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를 장악하고 지배해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와 바이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를 만들고, 베트남전쟁 때는 고엽제 원료를 공급했던 기업이었다.이들을 비롯해 전쟁 와중에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로 돈을 번 듀퐁과 다우 케미컬 등의 기업들은 ‘유독성 카르텔’을 형성해 농업과 생명공학 산업을 장악했다. 이들은 유독한 살충제, 화학물질, 유전자 조작 종자를 유통시키며 농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식량을 오염시켰다.저자들은 유독성 카르텔 외에도 허구에 가까운 유전자 결정론과 유전자 환원주의를 정설로 만들기 위해 록펠러 재단이 막대한 자금을 투여한 일, 빌 게이츠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투자하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묵살시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거나 농민이 개발한 종자를 강탈하며 벌인 생물 해적질, 마크 주커버그가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농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제공해 이득을 취하는 과정 등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저자는 1%가 만든 환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원칙, 자치·자립·인간성과 자유를 강탈하는 체제에 대한 비협조, 비참여, 거부를 의미하는 진정한 저항(사티아그라하) 등을 제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0

‘버핏 조언자’ 찰리 멍거가 말하는 투자, 경제, 비즈니스 그리고 삶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찰리 멍거(98)에게 직접 듣는 투자의 지혜를 소개한 책 ‘찰리 멍거의 말들’(워터베어프레스)이 나왔다. 멍거의 투자와 삶에 관한 통찰이 담긴 이 책은 워런 버핏의 투자 방법론에 관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미국의 저명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이비드 클라크가 찰리 멍거가 남긴 말과 글을 꼼꼼히 살피고 138가지 문구를 선별해 해설을 달았다.△찰리 멍거를 통해 곱씹는 투자의 기본투자, 특히 가치투자를 처음 공부할 때 반드시 마주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안전마진’이다. 이는 적정 가치와 주가의 괴리를 뜻하는데,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한 기본 지식으로 통용된다. 복잡하지 않은 기본 개념인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곱씹어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찰리 멍거를 통해 우리는 이런 투자의 기초를 되돌아볼 수 있다.투자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대공황 이후에 개발한 개념인 ‘안전마진’은 손실의 공포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잃지 않을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의 주식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 가치보다는 확실하게 계산이 가능한 현재 가치를 기반으로 투자를 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면서 만들어내는 장기 복리 가치를 누리기 힘들다.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며 30∼40년 장기 보유하는 투자 철학을 만들어나간다.가치투자, 분산투자, 투자 타이밍, 지수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전략에 대해 찰리는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더 나아가서는 투자를 위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지혜로움이란 무엇인가?찰리 멍거는 가장 성공한 투자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지혜로운 투자자를 꼽으라고 하면, 그 안에 분명 찰리 멍거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사람들은 똑똑해지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저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다.”“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여명입니다.”찰리 멍거는 ‘능력 범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때 핵심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번뜩이는 천재가 되는 것보다 바보가 되지 않는 것을 중시했다. 바로 그것이 멍거가 생각하는 지혜였다.△멍거리즘을 지탱하는 삶의 철학“나는 에픽테토스가 가진 삶의 태도가 최고라 생각한다. 에픽테토스는 인생에서 놓친 모든 기회는 예의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이고, 무엇인가를 배울 기회이며, 기회를 놓친 사람의 의무는 자기 연민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방법으로 끔찍한 충격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척 좋은 생각이다.”멍거는 삶을 긍정했고, 삶의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랐다. 특히 배우고 향상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간 문명에 대해서 어떻게 말했는지를 음미하기 바란다.“인간 문명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는 가치 있는 신뢰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복잡한 절차 없이 그저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올바르게 서로를 믿는다. 자신의 삶에서 극대화할 것은 응당한 신뢰의 그물망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