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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보통의 일상을 아끼고 사랑하라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마음의숲)는 국내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성전 스님의 잠언집이다.현재 BBS 라디오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를 진행하는 스님은 살아가면서 바로 앞에 있는 좋은 것들을 보지 못해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혜안을 선사한다.스님은 에세이에서 세상은 당신이 보는 대로 보이지만, 당신은 왜 그것을 보지 못하는지 묻는다.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상이라고 여기고, 내 앞에 있는 것을 사랑하지 않고, 좋은 것은 밖에 있고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스님은 즐거움을 채워야 할 공간이 부족해 제 발로 들어오는 행복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작 비워야 할 것에 자신을 옭아매며 지친 하루를 만들고 있다며 무소유가 불안으로 다가오더라도 내 것이 아님을 알고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내 앞에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강조한다.책은 ‘지금 이 순간 내 앞의 가장 좋은 나와 만나세요’,‘우리의 삶은 매 순간 새로운 시작입니다’두 장에 걸쳐 자아·인생·지혜·인연·평안·행복이란 여섯 주제를 현대인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짧고 울림이 있는 문장으로 전한다.“사랑은 나를 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어떠한 조건도 없을 때 그냥 같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때 비로소 사랑이 되는 것입니다.”(p.33, ‘좋은 사람도 당신 앞에 있습니다’ 중에서)/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13

코로나 팬데믹 속 치유의 메시지를 찾아서

‘포항문학’ 48호 표지.포항문인협회(회장 서숙희)가 최근 기관지 ‘포항문학’ 통권 48호를 발간했다. 연간지로 발간하는 ‘포항문학’은 이번 48호에서 특집1 ‘불안과 문학’과 특집2 사진에세이 ‘얼굴, 포항의 문인들’을 필두로 전국에서 주목받는 문학평론가의 초대 작품과 포항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수필, 소설, 서평 등 90여 편의 작품을 실었다.호를 거듭할수록 전국 문단과 문인들의 주목을 받아온 ‘포항문학’은 올해 사회에 좀 더 천착하고자 특집 ‘불안과 문학’과 사진 에세이 ‘얼굴, 포항의 문인들’을 마련했다.특집1은 2년이 지났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화에서 문학이 미래의 불안을 건너는 하나의 지팡이가 되는 가능성을 꿈꿔본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의 ‘미래의 불안, 그리고 유토피아의 언어’와 손창기 시인의 ‘포항에서 울리는 불안의 변주곡, 치유에의 꿈’을 실었다.특집2 사진에세이에서는 소설가 김강 씨가 비대면 시대 힘들어 하는 시민들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포항문인협회 회원들의 다짐을 쓴 글을 김주영 사진가가 촬영한 91명의 포항문인협회원들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문예지 특성을 살린 본격 문학작품으로 김나연, 김만수, 하재영 시인의 신작 시들과 박창원, 장숙경의 회원 수필, 김영 회원 수필, 김일광 회원 동화 등 74편을 실었다.이밖에도 서평으로 김성민의 ‘김현욱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 동시집 읽기’ 등 11편을 실었고 회원 시조 서숙희 시조시인의 ‘젖은 시’ 등 15편을 소개하고 있다.서숙희 포항문인협회장은 권두언에서 “74명 회원들의 문학정신의 산물을 한 권에 담아내면서 우리는 문학의 힘과 역할을 새삼 생각해 볼 것이다. 아울러 문학이라는, 포항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끈끈한 공동체에서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사유와 고뇌를 떠올려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12

아태평화교류협회, ‘평화친구’ 5호 발행

(사)아태평화교류협회(대표 안부수)가 2020년 12월 독자들의 ‘평화텃밭’이 되고 싶다며 창간한 인문종합교양 계간지인 ‘평화친구’ 5호가 임인년 새해 벽두에 발간됐다.고정지면인 ‘평화의 명작, 명작의 평화’에 류영재 화가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들,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일본 근대소설의 문제작들 중에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를 소개한다. 나폴레옹 군대의 스페인 침략과 양민학살을 그려낸 고야의 ‘1808년 5월 2일과 5월 3일’에 얽힌 사연과 근대회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그의 예술가로서 삶에 대해 관련 작품을 곁들여 담담히 풀어낸 류 화가의 에세이는 명작과 스며든 예술과 시대의 불가분성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일본 근대소설 초창기의 대표작으로 이름난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를 분석한 방 교수의 에세이는 러일전쟁이 그 작품에 끼친 영향을 읽어낸다.지난해 12월 13일 서거 10주기를 맞았던 박태준 포스코 창업회장의 인생과 정신을 ‘하늘에 띄우는 엽신 10편’으로 담아낸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는 궁핍시대에서 융성시대까지 철교를 놓아준 거인의 발자취를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고은 시인의 저명한 역작 시집 ‘만인보’에 실린 시 ‘박태준’에 나오는 ‘영일만 세모래’를 주목하는 것으로 시작한 에세이는 왜 우리가 그의 정신, 그의 고뇌, 그의 투쟁을 제대로 기억해야 하는가를 감동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창간호부터 기획연재로 싣고 있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대표의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 현장보고’는 이번 호에서 2007년 4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진행한 일본 시즈오까 지역과 아이치 지역, 2009년 12월부터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발굴 성과와 향후 과제를 보고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조국 봉환이 이역만리에 버려진 무주고혼의 원한을 풀어주고 평화정신의 밀알을 심는 인도주의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또 평양에서 성장해 1930년대 공황기에 미국 유학을 하고 해방 후 포항으로 내려와 은둔의 문학인으로 생을 보낸 한흑구 수필가의 시와 수필, 김용국 시인의 시와 신문, 이용운 한의사의 건강칼럼,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의 ‘코로나19 시대 소설 읽기’ 등은 ‘내 안의 평화’를 가꿔주는 글이다. /윤희정기자

2022-01-09

코로나 팬데믹서 ‘행복’을 묻다

검은 호랑이의 힘찬 기운이 넘치는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역병이 창궐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어 더욱 삭막해진 세상에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 한 권 가까이하면 우리의 마음이 잠시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행복’이야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 중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해 벽두에 출간된 행복을 주제로 한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 △ ‘우리, 행복합시다’‘우리, 행복합시다’김형석 지음·김영사 펴냄‘우리, 행복합시다’는 올해 103세에 접어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신작 에세이집이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 ‘백년을 살아보니’ 등 기록적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김 명예교수가 전해주는 충만한 삶의 고백과 행복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김 명예교수는 사명감을 갖고 인생의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늙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매일 크고 작은 강연과 집필 요청에 응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를 사랑해준 분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란다.책은 100세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그리움과 감사를 보낸 ‘진실과 사랑이 남는다’, 인생길에서 얻은 삶의 웅숭깊은 지혜가 실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와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서’ 등 모두 4부로 구성됐다. △ ‘행복경제학’‘행복경제학’박정원 지음·한울엠플러스 펴냄현대 한국인의 행복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평균 행복도가 낮은 것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행복도가 하락하는 것.저자 박정원 전 상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인간의 행복은 자신이 사는 사회체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러한 저행복의 원인을 시장경제 체제에서 찾는다.교육, 직장 등 삶의 주요한 영역에서 이뤄지는 경쟁이 협력과 공감의 감정을 사라지게 했고, 가까운 사람들마저 경쟁자로 여기면서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관계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저자는 그동안 경제학에서 제시한 다양한 행복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행복의 본질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며 ‘자기실현은 홀로 깨달음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성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가 자기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서로 협력할수록 행복은 커진다는 얘기다. △ ‘우리, 아름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우리, 아름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추기옥 지음·풀빛 펴냄우리나라 노인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또는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노인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20년 가까이 일한 저자 추기옥 씨는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지, 노인이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준다.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그러나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은 저절로 찾아오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이에 저자는 나이가 들면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하며, 가능하면 늦게까지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고 자기 결정권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노년기에 닥칠 다양한 어려움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하며,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6

佛-오스트리아 전쟁서 워털루 전투까지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유럽사 교수가 쓴 ‘나폴레옹 세계사’(책과함께)는 1792년 프랑스 입법의회가 오스트리아에 대한 선전 포고로 시작된 프랑스-오스트리아 전쟁부터 1815년 나폴레옹이 패주한 워털루 전투까지 23년간 유럽 전쟁사를 다룬 역사서다.미카베리즈 교수는 20년 넘게 나폴레옹(1769~1821)과 나폴레옹 시대를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나폴레옹 전쟁이 결코 유럽 안에서 고립된 채 펼쳐지지 않았으며, 전 지구적인 반향을 낳았다는 사실을 1천440쪽에 이르는 벽돌책에서 낱낱히 보여주고 있다. 주석과 참고문헌만 270쪽에 이른다.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에서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시작부터 1799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의 집권까지의 혁명기를 개관한다. 이 시기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나폴레옹 전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을 혁명적 투쟁의 지속으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18세기 국제질서의 맥락에서 살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뿐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역학 관계, 각국의 상황, 아메리카 대륙·인도·남아시아 등 식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괄하며 격동기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은 무엇보다 유럽 내 갈등이었지만, 유럽과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를 형성했다”며 “이 무력 분쟁은 유럽 국가들이 개혁과 근대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도록 강요하고 촉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 여러 지역 간 세력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6

열혈제자 눈에 비친 스승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지음고대 그리스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크세노폰이 소크라테스의 행적에 관해 쓴 기록을 모은 책 ‘소크라테스 회상’(아카넷)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행적에 대한 크세노폰의 여러 서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다. 직접 남긴 책이 없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과 크세노폰 저작뿐이다.플라톤의 저술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다른 저서들과 달리 이 책은 생전에 소크라테스와 교류했던 크세노폰의 기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근대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 인문학자들이 소크라테스와 관련해 주로 참고한 책이 크세노폰의 책이었다고 한다.해당 텍스트와 직접 관련된 번역·주석서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참고문헌을 활용해 풍부한 주석을 달아놓고 있어서 일반 독자의 이해 수준에 맞추고 아울러 크세노폰 연구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소크라테스의 종교관과 청년교육에는 털끝만큼의 잘못도 없었다.” 소크라테스의 열혈제자였던 크세노폰은 4권으로 이뤄진 ‘회상’ 첫 권에서 국가의 신들을 신봉하지 않고 새로운 신을 신봉했으며 청년을 부패시켰다는 죄목으로 처형됐던 소크라테스에 대해 ‘스승의 죽음과 그 소장 내용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며 그만의 반론을 제기한다.군인이자 역사가였던 저자는 전통적인 지자(智者)를 지향하는 인물의 시각으로 소크라테스를 본다. 그에게 비친 소크라테스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실과 타협을 거부하고 도덕적 원칙과 신의 명령에 따르는 도덕군자이며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실천가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6

밭 갈고 씨 뿌리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권현구 씨 도시에 살면서 바쁘고 복잡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시골에 내려가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맑은 공기, 넉넉한 인심, 저녁 무렵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포항시 북구 죽장면의 오지마을 상사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가로 활동하는 권현구 씨가 수필집 ‘시골에 사는 즐거움’(오늘의문학사 간)을 펴내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수필집 ‘시골에 사는 즐거움’은 삶의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농가월령에 맞춰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시골에 살지만,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생활하는 전원생활이 아니라 직접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시골 생활의 소박한 일상과 행복, 그리고 꽃과 나무들을 통해 얻은 기쁨과 깨달음을 짧은 글에 담백하게 담았다. 특히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인 소소한 일상들은 작가 부부의 정겨운 시골살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재미가 있다. 권현구 씨 수필집 ‘시골에 사는 즐거움’ 표지. ‘낭만농부’를 자처하는 저자는 머리말에서 “남들은 왜 불편한 시골에 사느냐고 하지만 자연의 냄새를 맡고,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주 가끔은 도시의 편리함과 화려한 불빛이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는 계절의 선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골이 더 좋았다.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정원을 이렇게 저렇게 구상하며 작은 손길로 꾸미는 재미도 있었다”고 밝혔다.‘시골에 사는 즐거움’은 권현구 씨의 9번째 수필집으로 ‘낭만농부의 시골편지’에 이어 도시 생활에서 시골 생활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자연과 함께 느릿느릿 사는 이야기가 153편의 글에 담겨 있다.권현구 씨는 2000년 ‘한맥문학’, ‘문학사랑’을 통해 수필가, 동화작가로 등단한 이후 현재까지 ‘해바라기와 나팔꽃’, ‘길’, ‘행복한 동행’, ‘포항기행’, ‘신라왕릉’, ‘명가 안동권’, ‘장 이야기’, ‘낭만 농부의 시골편지’를 출간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3

사랑하라!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세요. 그런 사람은 더 이상 남과 경쟁하지 않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온전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의학과 문명의 눈부신 발전에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몸과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날로 커져만 가고 불안증세, 공황장애, 번아웃 증후군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만 가고 있다. 왜 그럴까?독일의 세계적인 뇌과학자 게랄트 휘터는 ‘사랑하지 않으면 아프다’(매일경제신문사)에서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선진국에서 점점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만성질환은 중세의 페스트와도 같다”며 ‘사랑 없는’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현상을 짚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길을 알려준다. 그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사랑의 감정이 채워지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다시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조하며 뇌과학으로 ‘사랑의 가치’를 풀어낸다.게랄트 휘터는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회복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이며, 그 본성을 회복해야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자가 치유 능력을 강화하고 마침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30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노래한 글이죠”

김인환 작가. 포스코 방호부문 특수경비회사인 (주)포센을 설립해 CEO를 역임한 김인환 작가가 시집 ‘어머니의 江’(하움출판사)을 출간했다.김 작가는 “오늘날 사회가 너무 거칠게 메말라 가고 있다. 인간들의 삶의 터전이라기보다는 형식적이고 딱딱한 환경 속에 갇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 암담한 사회에 살면서도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은 우리 마음을 한층 더 풍요롭게 따스하게 데워 줄 수 있는 청량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2000년 5월 펴낸 에세이집 ‘너는 누구냐?(Who that’s)’에서 세계를 향해 다양한 사유를 펼치며 존재의 성찰, 내면의 살핌, 공생 공영 공의의 인류를 공감했던 그간의 발자취가 이 시집에 다 모여들었다고 할 정도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시집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이번이 첫 번째 시집이다. 살아오면서 직접 부딪치고 느낀 감성이 그대로 글에 녹아 있어 많은 여운을 남긴다는 평이 나온다.△나의 첫 저작인 ‘넌 누구냐’는 셰익스피어가 대표작 ‘햄릿’을 통해 전한 ‘넌 누구냐(Who that’s)’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성찰한 에세이다. 그 후속으로 펴낸 이번 시집 ‘어머니의 江’은 순수한 사랑을 주제로 한 시가 주를 이룬다. 사람들끼리의 접촉을 최소화해야만 하는 깜깜한 팬데믹 세상이 길어지고 있다. 한 권의 시집을 통해 ‘과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무엇에 인생의 가치를 둘 것인지’ 등 사색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보통 시집과는 다르게 구성이 독특하다.△보통 시집에서는 시인의 작품만을 싣기에 독자들이 어려운 시상을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번 시집은 ‘산책 노트’와 시를 한 페이지에 구성하여 왼쪽 페이지에는 내가 시를 쓰게 된 배경이나 사연을 적어 두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시를 적어 두었다. ‘산책 노트’는 때로는 역사나 유명시인들의 발자취를 수록해 놓아 독자들과 작가 사이에 충분한 소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이 시집을 ‘한국에서 최초로 가장 친절한 시집’이라는 애칭을 듣고 싶다.-‘어머니의 江’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올해는 구름처럼 살다가신 아버지 탄생 100주년의 해이고, 어머니 서거 10주기를 맞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글을 모아 집필했다. 젊은 시절 인생에 대한 고뇌와 사랑, 그리고 찬란한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꾸던 미래의 향연을 표현한 시들로 구성됐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개한다면.△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위대하신 분이다. 우리가 어머니를 존경하는 것은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자식을 사랑하기에 위대한 것이다. 그런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어릴적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불우한 우리 형제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독자가 이 부문만은 꼭 주목했으면 하는 곳이 있다면.△시집은 별빛이 흐르는 향연, 어머니, 사랑, 자연의 위대함 4편으로 나누어 편성했고,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예쁜 시집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값비싼 표지와 내부 디자인에도 정성을 쏟았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30

“연약하지만, 강인하게 겨울을 이겨내는 보리처럼…”

보리수필문학회(회장 강길수)가 동인지 ‘보리수필’ 16집을 펴냈다.포항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문학활동을 하고 있는 10여 명의 회원들은 2004년 포항문인협회 부설 포항문예아카데미에서 실시한 문학 강좌를 수강한 뒤 문단에 등단한 문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포항소재문학상, 한국예인문학상, 신라문학대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보리수필’(삼우애드컴) 16집은 포항시로부터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출간했다.보리수필문학회는 언택트 시대와 메타버스 시대에도 수필 문학을 꽃피우기 위해 과감히 동인지를 인터넷 카페 회원에게도 개방을 시작했다. 결과 첫해인 올해 네 명의 수필가가 참여하는 결실을 보았다.또한, 명예 회원 제도도 도입해 수필 저변의 확대를 도모했다. 카페회원 글은 세 명의 작품을 싣고 있다. 두 명의 작가와 한 명의 시낭송가가 참여한 코너로 신선한 시도로 보인다. 특집으로 ‘교류수필’과 ‘고전수필’을 실었다. 교류수필은 형산수필과 경주 수필의 작가 네 명의 시대성 있는 글들이 실렸다.초대 수필가로서 여세주의 수필 ‘호박을 기르며’를 실었고 회원들의 신작 수필을 실었다. 발간사, 초대 수필, 명예 회원 수필, 카페 회원 수필, 교류 수필, 고전 수필 순으로 총 31편의 수필 작품이 게재됐다.강길수 회장은 발간사 ‘보리. 희망을 향하여’에서 문학과 수필의 사회적인 역할과 함께 2006년 창간호 전에 두 해 동안 앤솔로지 ‘어링불’을 펴내 올해 열 여섯번째 동인지가 된 내용을 언급해 놓았다.강길수 회장은 “보리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강인하게 겨울을 이겨내며 푸르게 살아왔다”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더 시대 현실에 참여하는 작품, 영상 문학과 생태계 문학, 오게 될 메타버스 문학 등 변화하는 문화 환경에 대응하고 이끌어 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 함께 정진하는 보리수필문학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9

1년간의 땀·정성 담은 수필작품 한권의 책으로

영남권 대표 수필문학 단체인 형산수필문학회(회장 윤영대)가 회원수필집 ‘형산수필’ 37집(북랜드)을 펴냈다.형산수필은 포항지역 수필가들이 1984년 7월 7일 창립 이후 36회에 걸친 ‘형산수필’을 출간해 왔는데 이번 호에도 지난 1년간 회원들의 땀과 정성이 배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기획으로 공동주제 수필 ‘마스크 시대’를 실었으며 서상은, 이삼우, 조유현, 윤영대, 김경일, 김보영, 김순애, 김춘희, 김태선, 박안복, 서강홍, 서상문, 성정애, 손성범, 송귀연, 윤순옥, 이영우, 이상윤, 이화련, 장숙경, 전미라, 조효선 등 회원 22명의 신작수필 39편을 실었다.공동주제 수필 ‘마스크 시대’에는 김태선, 박안복, 성정애, 송귀연, 윤순옥, 윤영대, 장숙경, 전미라, 조효선 회원의 수필 ‘비대면 시대의 사과 전령사’ ‘마스크 상비약’ ‘눈으로 말해요’등 9편이 실렸다.‘꽃에게 당하다니’,‘고맙소’, ‘그때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감자 사랑’, ‘늦가을 무밭에서’, ‘환승센터’, ‘내리사랑’, ‘청하마을 차차차’ 등 주옥같은 회원들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원로와 중견, 신인들의 작품이 대조를 이뤄 세대감과 연륜을 느낄 수 있다.회원수필집 중간에는 ‘제10회 형산수필문학상’ 당선작 장기현 씨의 ‘벼랑 끝에서 꿈을 꾸다’와 당선소감, 심사평 등을 실었다. 이밖에도 화보에는 서강홍, 전미라, 송귀연 세 회원의 신작 작품집 표지 사진과 ‘제22회 재생백일장’ 대상을 수상한 윤순옥, 차상을 수상한 김태선 씨의 기념사진 등 회원 동정 등을 실었다.한편, 형산수필문학회는 1984년 7월 7일 수필가 김규련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빈남수, 서상은, 장현, 성홍근, 이삼우, 박성준 등 7인의 작가가 모여 창립했으며 지난 36년간 향토적이고도 문학적 가치가 높은 수필이 실린 회원수필집 ‘형산수필’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포항 및 경북 동해안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수필 공모전인 ‘형산수필문학상’을 개최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9

“독서·글쓰기, 가장 가치있는 인류 유산이죠”

김현욱 작가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어야 합니다.”포항 지역에서 시인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 현재는 경주 황남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김현욱 작가는 독서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김 작가는 최근 학교 현장에서 오랫동안 독서,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학부모와 교사와 함께 나누고자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브로콜리숲)를 펴내 주목받고 있다. 김 작가를 지난 25일 만났다.-등단 이후 첫 에세이집을 펴낸 소감은.△나는 낮에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글에 복무한다. 평일에는 아이들과 지내고 주말에는 시와 지낸다. 이번에 낸 첫 에세이집은 낮과 평일의 책이다.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글이다. 20년간 학교, 도서관 등에서 수업, 강의를 하며 겪었던 오랜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교사로서 살아온 점들을 연결한 그래프다. 그래서 그런가. 연보랏빛 말쑥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의외로 무덤덤했다. 그것뿐이다. 무덤덤하고 조금 부끄럽고 많이 후련하다.-‘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를 소개한다면.△20년 경력의 현장 교사가 학교에서 독서, 토론, 글쓰기, 시 낭송, 시 쓰기, 그림책 읽어주기 등을 실천하면서 겪은 성공담이자 실패담이라고 소개하면 이해가 가장 빠를 것 같다. ‘문학’이 아이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문학’으로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시와 그림책, 동화들과 재밌게 지낼 수 있을지 나름의 ‘어린이문학 사용설명서’를 책에 담았다.-문인이기에 앞서 초등학교 교사로 독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하며 어떤 도움이 되나.△그동안 대구, 경북 지역의 학교, 도서관 등에서 아이들, 학부모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강의 경험이 늘수록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대상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는데 철칙은 절대로 혼자서 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의 발표와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수업일수록 만족도가 높다. ‘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성장한다.-코로나19로 힘들어진 대면 독서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책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 상태일 때 가장 책답다. 독서교육은 눈빛, 표정, 음성, 온기, 미묘한 감정의 변화 등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책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은 만나야 한다. 만나야 소통할 수 있다. 소수의 어린이, 청소년 독서회라면, 대면 독서교육이 옳다. 코로나19 시대에도 소수 위주의 대면 독서교육, 대면 독서회는 지속되어야 한다.-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내년 1월쯤 첫 번째 그림책이 나온다. ‘못난이 옹기’라는 책이다. ‘행복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시집, 동시집, 동화집, 에세이집,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가 크다. 연말에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간 아저씨’라는 두 번째 그림책을 낼 예정이다. 요즘 딸과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을 읽고 있다. 856쪽짜리 책이다. 왜 고전인지 왜 꾸준히 리메이크되는지 알겠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능력은 없지만, 이런 아름다운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랑스러운 작품을 쓰고 싶다.-경북교육청의 독서교육 관련 정책들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면.△학교는 공부 머리가 아니라 일머리가 필요한 곳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독서, 글쓰기도 그렇다.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계산하는 똑똑함보다는 실천하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우직하게 책 읽어주고, 꾸준히 사제동행 아침 독서를 실천하고, 정성으로 독서동아리를 이끄는 선생님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선생님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고 포상하고 긍지를 심어주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쓰는 선생님이 읽어주는 선생님이 된다. 읽어주는 선생님이 쓰는 선생님이 된다. 에세이집 ‘교실에는 시가 필요해요’ -미래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이며 이를 대비해야 할 우리의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독서와 글쓰기는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이다. 책과 연필, 독서와 글쓰기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해도 독서와 글쓰기는 인간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위대한 행동이자 유산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라는 말에 조급해하지 말자. 아이들과 함께 느긋하게 읽고 그윽하게 대화하고 꾸준히 쓰자. 미래로 갈수록 인간의 고유한 가치는 더 귀해지고 대접받을 것이다.-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즘 읽고 있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밑줄 그은 문장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혼자서 두 발로 여행할 때만큼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존재하고, 이렇게 살아 있고, 이렇게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다. …. 나는 멈춰 있을 때는 생각에 잠기지 못한다.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 루소의 말이다. 루소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가 걷기를 즐겼다고 한다. 많이, 자주, 꾸준히, 걸으시라. 건강을 위해, 위대한 생각을 위해./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6

포퓰리즘·외국인 혐오… 위기에 빠진 현대 해부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이탈리아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가 월스트리트 대공황 1년 뒤, 히틀러 집권 3년 전인 1930년에 쓴 ‘옥중수고 선집’에 나오는 구절이다.비교유럽사 분야의 석학인 영국의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75)은 신간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뿌리와이파리)에서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 말을 화두로 삼으며 책을 시작한다. 그람시는 1900년 초 이탈리아에서 득세했던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부에 맞서 싸우면서 공산당을 창시했던 공산당 지도자다.그람시가 보기에 당시 자본주의는 헤어날 길 없는 위기로 빠져들었지만,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대체할 노동계급 세력은 아직 허약할 뿐이었다. 그 위기를 비집고 들어선 파시즘과 극좌 모험주의는 그람시가 생각하는 ‘새로운 것’, 즉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할 사회주의가 아직 생겨나지 않은 공백기에 나타나는 ‘병적 징후’였다.‘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은 현대 자본주의의 여러 병적 징후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오늘날의 위기를 진단한다. ‘역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논쟁을 겨냥한 책’이라는 선언처럼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은 ‘위기에 빠진 21세기의 해부’를 부제로 팩트를 제시한 뒤 저자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전한다.저자에게 병적 징후 중 하나인 포퓰리즘과 외국인 혐오는 주된 비판 대상이다.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 보도 관행이나 복지국가가 쇠퇴하고 비대해진 기업의 시대에서 빈곤층은 더 빈곤해지는 세태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저자는 기성 정당의 몰락과 유럽의 쇠퇴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화두를 던진다.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구절을 통해 의지의 낙관주의를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과거의 무질서를 인간의 본성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대를 탓하라. 시대가 바뀌어 더 나은 정부가 세워지면, 우리 도시가 장래에 더 나은 미래를 누리리라는 희망에 합당한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2022년 대선을 맞이하며 ‘정치적 야만’ 상태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에 이 책의 문제 제기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책은 제1장 낡은 것은 죽어가고, 제2장 외국인 혐오의 부상, 제3장 복지의 쇠퇴, 제4장 기성 정당의 몰락, 제5장 미국의 패권, 제6장 유럽의 서사, 제7장 유럽은 결딴나는 중?, 제8장 잃어버린 희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3

한문학자 정민, 사자성어 400개로 마음자리 살펴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온 고전 속 사자성어로 지혜와 통찰을 전해온 한국한문학자이자 고전학자인 정민 한양대 교수가 신간 ‘점검’(點檢)(김영사)을 출간했다. 한자 네 자로 이뤄진 사자성어 400개에 관해 쓴 짤막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저자가 2012년 이후 출간한 ‘일침’, ‘조심’, ‘석복’, ‘습정’,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5권에 수록된 글 중 일부를 엮었다. ‘하나하나 따져 살핀다’는 뜻을 지닌 책 제목처럼, 사자성어를 통해 마음자리를 살피고 몸가짐을 돌아보며 세상 이치를 되짚는다.이 책에서 저자는 몇 가지 주제를 되풀이해 강조한다. 먼저, ‘안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참맛·좋은 문장을 알아채는 심미안뿐 아니라 훌륭한 인물을 알아보는 감식안까지 포함된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현상 너머 먼 곳까지 내다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당장 보이는 것, 주어진 것이 전부가 아니다. 차고 기우는 변화의 속성을 염두에 둘 때, 말과 행동을 절로 삼가게 된다.또한 저자는 배움의 길을 따라 먼 데 이르고 뜻을 밝히기 위해, ‘고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차분히 내려놓고 안으로 살펴, 앎을 깃들이고 배움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성찰 없는 독서는 교만과 독선을 낳는다. 몸가짐과 마음자리를 고요함으로 돌볼 때 독서의 진정한 보람이 생긴다.“사람에게는 간위(艱危)의 시련만이 아니라 적막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경이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조하고 무료하다.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이 둘을 잘 아울러야 삶이 튼실하다. 시련의 때에 주저앉지 말고, 적막의 날들 앞에 허물어지지 말라. 이지러진 달이 보름달로 바뀌고, 눈 쌓인 가지에 새 꽃이 핀다”.-‘간위적막’에서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허깨비 좇지 않고 마음 주인 되찾기를, 작위하지 않고 순리에 따라 살기를 다짐하게 한다. 분주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400편의 글을 음미해보길 권유한다. 길게 끌리는 여운이 필요한 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어지러운 세상, 돌아보아 나를 찾자’는 저자의 말이 쟁그렁 귓가에 울릴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3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찾아서

관계 문제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있을까? 일터나 가정에서 관계 문제로 상처를 받으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대체 이유가 무엇일지 잠이 안 올 정도로 마음이 힘들다. 대만의 심리상담사 황즈잉은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더퀘스트)에서 “지금의 관계 문제는 어릴 적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내가 겪는 관계 문제의 실마리를 어린 시절에서 찾아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계 문제는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데 이는 모두 어릴 적 가족과의 관계 문제가 원인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들은 가족에게 사랑받기 위해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발전시키는데 이것이 성인이 돼 대인관계에서도 깊게 영향을 끼친다. 저자는 어린 시절 나를 만나 어떤 상처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아차림으로써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같은 패턴으로 또다시 관계를 망치는 대신 새로운 방법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책은 ‘상처받은 아이는 자라서 어떤 관계 문제를 겪는가’, ‘외로운 어른은 어린 시절 어떤 상처를 받았는가’, ‘부부는 무엇으로 살고 또 멀어지는가’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윤희정기자

2021-12-23

‘호흡 그리기’ 톰 그레인저 지음·불광출판사 펴냄 인문

최근 건강이나 심리 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호흡’이다. ‘숨만 잘 쉬어도 병원에 안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최신 연구 성과와 정보들이 쏟아진다.전문가들은 일정한 시간 동안의 평온하고 깊은 호흡을 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그 상태를 최고 30분 정도 유지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무의식과 의식의 영역에 두루 걸쳐 있으면서 생명과 그 무엇보다 직결되는 호흡이라는 단순한 행위가 사람의 마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신간 ‘호흡 그리기’(불광출판사) 역시 ‘호흡’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올바른 호흡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설명한다.영국의 작가이자 명상가인 저자 톰 그레인저는 바른 호흡이 스트레스 해소와 분노조절에서 나아가 내적감각과 자기인식 능력, 창조적 통찰력까지 제공한다고 말한다.책 속에 제시된 선과 그림을 따라가며 호흡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책에는 200개가 넘는 유도호흡 연습 문양과 만다라, 그리고 75개가 넘는 그리기 호흡 연습, 30개가 넘는 일회성 호흡 연습, 5개가 넘는 마음챙김 자유연습 호흡 문양이 있다.저자는 영성 대신 서양 의학에서 말하는 ‘내부 수용 감각(interoceptive ability)’이라는 말로 치환해 읽어보라고 권한다. 호흡이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23

기성세대에 전하는 44가지 삶의 통찰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이란 없습니다. 올바른 자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어 살아간다면 죽을 때까지 빛나는 인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자 여든여섯의 나이에도 왕성한 저작물을 펴내고 여전히 강단에 서는 영원한 ‘현역’ 정신과 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의대 정신과 명예교수의 신작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가디언)이 출간됐다.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을 가르친 뒤 최근 인기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는 노학자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기성세대들에게 44가지 삶의 통찰을 전하는 책이다.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남은 생을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인생 후배들에게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이치들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다정하게 들려준다.가족 간에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해법,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예지를 제시한다.이 책에는 나이 듦에 관해 풀어낸 심리서이면서도 인문학적 깊이와 에세이를 읽는 듯한 재미가 모두 담겨 있다. 내용 전체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지탱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독자들이 스스로 그것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즐거움과 감동을 가져다준다.76세에 고려사이버대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졸업한 이근후 교수가 맨 먼저 전하는 지혜는 ‘깨달음이 주는 가치’.이 교수는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토로하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나이에 맞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잣대를 들이대고 그에 맞춰 자세를 낮추거나 틀에 박힌 행실을 요구하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교수는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반성하고 성찰해서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에 즐거움과 희열을 느끼며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것을 조언한다.이 교수는 나이 들수록 털어내야 할 감정 중 하나로 ‘원한’을 꼽는다. 흔히 원한은 ‘타인을 용서함’으로써 해결되리라 여기지만, 그는 진정한 용서란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노여움, 원한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슬기롭게 승화하는 방법은 ‘유머’라 일컬는다. “말이나 글이나 모두 내 생각이나 뜻을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뜻에 대하여 듣지 않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과 글도 있지만 심오한 뜻을 응축하여 짧은 말이나 글 속에 담아서 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 뜻을 헤아려 이해한다면 한 차원 수준 높은 소통이 될 것이다. 이젠 남이 먹여 주는 행복을 먹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을 만들자. 내 마음 그릇이 넘치도록 말이다.” (p.173)1935년 대구 태생인 이근후 교수는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꿨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정신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6

포항 중진 시인 송준규, 첫번째 시집 출간

시집 ‘간지럼 타는 나무’ 표지.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진 시인 송준규(65) 씨가 첫번째 시집 ‘간지럼 타는 나무’(도서출판 우리시움)를 펴냈다.송 씨는 2014년 포항소재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2015년 계간 ‘시인정신’ 신인상을 수상하며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도서출판사 우리시움의 우리시시인선 72번으로 출간된 ‘간지럼 타는 나무’는 송 시인의 신작 시 60편이 수록됐다. 시집은 3부로 구성됐으며 제1부 ‘포항조감도’는 시인이 살고 있는 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시인의 깊은 명상을, 제2부 ‘사방연속무늬’는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제3부 ‘바람의 산’은 전국 명산을 노래하고 있다.우리시진흥회 홍해리 시인은 표사에서 “송준규 시인의 시를 따라가다 보니 시인의 발과 마음이 읽어낸 포항의 지리와 역사를 훑어보게 되어 그곳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송준규 시인. 시인의 깊은 명상과 미학을 통해 보여주는 생의 비의에 대한 깨달음, 즉 삶의 지혜로 이룩한 시편들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평했다.영문학 박사인 여국현 시인은 해설에서 “‘간지럼 타는 나무’에 담긴 시들은 지지시(地誌詩)적 공간의 특성을 말하고 있다. 특정한 풍경이나 장소를 묘사하면서 그 장소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을 회고하거나 혹은 그 사실이나 사건과 연관된 시인의 명상이나 철학을 표현하는 지지시 유형으로 단순히 장소에 대한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시간과 역사성을 자신의 시속으로 끌어들여 한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끼며 담아낸다”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2021-12-16

‘지속가능 경영’ 선구자 존 엘킹턴, 새로운 자본주의를 말하다

신간 ‘그린 스완(더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인 존 엘킹턴이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제시하는 책이다. 그린 스완은 지난 2007년 뉴욕대학교 교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제시한 용어 ‘블랙 스완’에서 파생했다. 블랙 스완은 가능성이 극히 적지만,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말한다. 9·11 테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린 스완은 ‘해결책’을 더한, ‘자본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으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새롭게 정의한 미래 자본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존 엘킹턴은 이미 시작된 ‘변화의 징후’를 읽는 10가지 용어인 목적, 비즈니스 모델, 수익, 성장, 가치, 임팩트, 책임, 중대성, 지배구조, 좌초자산을 통해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한다. 기업에서 전례가 없는 엄청난 사안에 직면하게 될 때, 종종 ‘사악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담배 회사는 흡연이 수많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문제를 은폐해왔고, 결국 거대한 액수의 벌금을 선고받아야 했다.저자가 지적하는 사악한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 살인자 칼로리, 항생제가 초래한 슈퍼버그, 탄소가 급격히 기온을 상승시킨 것, 심각하게 증가한 우주 쓰레기다. 책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섯 가지 패러다임을 짚어내고, 그린 스완의 특성을 지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세계 기업들에 다음과 같이 엄중하게 윤리성을 촉구한다.“우리가 2030년까지 어떤 형태의 부의 창출을 이룩하든 간에, 그 결과가 자연환경 및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적극적으로 회복, 재생시킬 능력의 여부가 궁극적인 시험 대상이 될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16

뉴욕 마천루, 과연 인간을 위한 공간일까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인 현대사회.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도시는 한 국가 내에서 고립된 행정 단위체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열려 있는 개방체로서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화,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도시는 점차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도시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도시 간 경쟁은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차별화된 도시브랜드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신간 ‘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현암사)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여섯 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시각문화학과 교수인 저자 리처드 윌리엄스는 자본, 권력, 성적 욕망, 노동, 전쟁, 문화를 프로세스라 이름 붙이고 이를 이용해 도시를 적극적으로 해석해낸다.자본은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인 요소다. 저자는 모든 건축물이 돈 없이는 지어질 수 없는데, 부동산 개발에 들어가는 자본을 간과하는 학계 분위기를 지적한다. 나아가 건축물은 자본 투기의 한 형태라는 주장을 편다. 뉴욕 맨해튼 마천루들의 높은 공실률은 이곳이 실제 생활을 위한 공간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초고층 빌딩들은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돈을 묻어두는 금고인 것이다.권력은 거대한 건물을 지어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며 투명함을 가미해 청렴하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 장대한 워싱턴 내셔널 몰과 그 주변 정부 청사를 둘러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느끼게 되며, 런던 시청사와 독일 국회 의사당은 투명한 유리 구조로 권력의 투명성을 강조하려고 한다.성적 욕망은 도시 곳곳에서 피어나 도시를 변화시킨다. 뉴욕 허드슨강 동안의 첼시 부둣가는 뉴욕 해상운송의 중심지였지만 쇠퇴를 거듭하며 버려졌다. 그러나 맨해튼에서 걸어갈 수 있는 이곳이 남성 동성애자들의 만남 장소로 떠오르고, 이어 예술가들이 이 지역을 주목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휘트니 미술관이 들어선 이곳은 이제 세계 미술계의 중심이 됐다.1인당 경제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밸리. 이곳에는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공적 공간이 없다. 대신 기업들이 이 지역을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낮은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존 건물을 개조한 것이 대부분이다. IT 산업을 선도한 개발자들이 젊은 시절 모여 살았던 주거 공간이자 노동 공간인 방갈로 주택 또한 현재 실리콘밸리의 기본적 주택 양식으로 남아 주목할 만하다. 실리콘밸리의 풍경은 새로운 노동 환경을 보여주며 창조산업 분야에서 일과 놀이의 구분을 허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전쟁은 한 도시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로스앤젤레스는 2차대전을 거치며 군수산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체가 로스앤젤레스에 모이면서 초거대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도 30만 명이 군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문화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산업적인 것이 문화적으로 보인다. 버려진 창고와 공장들은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테이트 리버풀은 부두 건물을,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로 쓰던 건물을 고쳐 만들었고, 발틱 현대미술관은 제분소를 개조해 만들었다.‘무엇이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가’에 담긴 이러한 이야깃거리들은 도시가 6가지 프로세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며 설계보다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현재 모습을 띠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안목으로 발견할 수 있는 도시의 얼굴은 전보다 더 입체적일 것이며, 독자들은 도시의 다양한 표정을 엿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09

스마트폰, 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필로우)의 저자 미국 작가 제니 오델은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관심경제에 사로잡힌 관심의 주권을 되찾아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자고 제안한다.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곳은 작고 네모난 기기가 아니라 실제 세계의 시공간이라는 것. 새를 관찰하는 시간을 해독제로 여기고, 공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예술, 철학, 역사 속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사례를 시적인 문체로 엮으며 관심을 기울일 때 확장되는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저자는 삶을 재건하고, 진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듣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타인의 말소리, 자연이 변화하는 소리, 새가 우리에게 말 걸어오는 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고독과 관찰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책은 1장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변론, 2장 단순한 세계의 유령들, 3장 거부의 기술, 4장 관심 기울이기 연습, 5장 낯선 이들의 생태계, 6장 생각의 토대 복원하기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미국에선 지난해 출간됐는데 버락 오바마가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와 만났다. /윤희정기자

2021-12-09

세종·세조의 수혜자?… 성종은 어떤 리더인가

조선의 9대 왕 성종(1457∼1494). 그는 세종·세조의 수혜자인가, 아니면 성세를 이룬 리더인가. ‘성종의 국가경영’(지식산업사)은 성종 시대를 전공한 방상근 박사(정치외교학)가 15세기 조선 왕조의 안정을 이끈 성종 리더십의 요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책이다. “성종은 교화의 시대에 ‘변혁적 리더십’을 펼쳤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지금까지 역사학과 철학, 정치학계의 성종시대 연구에서는 사림세력과 훈구세력의 대립구도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저자는 성종이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고 진단했는가에 초점을 둔다. 곧 성종은 세조대 퇴락한 풍속을 청산하고자 ‘교화(敎化)’라는 정치개혁의 과제를 설정하고 시행에 옮겼다는 것이다.저자에 따르면, 성종은 문제를 파악하고 정치과제를 도출한 다음 공론정치를 통해서 교화를 추진하며 지지를 이끌어 내고자 했다. “수렴청정기에 경연에서 유학 이념을 학습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유교적 공론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성종은 그 일환으로 홍문관(弘文館)의 기능을 확대한다.저자는 이러한 공론정치의 실상을 소상히 보여 주되, 성종이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과 태도에 주목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09

포항출신 중견시인 이우근, 신작 ‘빛 바른 외곽’ 선보여

경북 포항 출신의 중견 시인인 이우근 시인이 신작 시집 ‘빛 바른 외곽’(도서출판 선)을 펴냈다.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강물은 더욱 먼 곳으로 흐르네, 2부는 개구멍도 문이니 열심이면 큰 대문 열릴 일. 3부는 스스로 목표가 되는 순절(純絶)에의 지향, 4부는 사랑이 독약이라 그래도 사람이 해독제인 걸로 구성돼 있다.이번 시집에 대해 공광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반어적 표현의 서정과 재미, 아름다움과 놀람을 향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아와 추악 사이, 진실과 거짓 사이, 실제와 추상 사이를 반어적 표현으로 융합하고 통섭하고 형상하는 이우근 시인이 있는 한 우리 문단은 영속할 것이다”고 평했다.또 김나영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이우근 시인은 현대사회의 외곽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과 직업에 대해 깊게 천착함으로써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우선에 두려는 인본주의적 태도를 주지(主旨)한다”고 했다. 이우근 시인 이우근 시인은 “낮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얼굴과 그 생활을 공유하고자 하면서, 비록 몸과 마음이 따르지는 못했지만, 불교적 관점의 이타성과 사회적 시선에서 비켜난 이들의 소중한 생활을 기록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결국에는 그 자신을 위해, 자신의 구원을 위해 시를 썼다. 사람이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의 희망과 연대에 대해, 회피하지 않으려 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고 노력은 진행형이라, 말한다”고 밝혔다.이우근 시인은 2007년 문학·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산문집으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등이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09

선암사 템플스테이 교장 등명 스님과의 차담

천년고찰 선암사는 사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꼽힌다. 조계산 동쪽에 자리 잡은 사찰은 꽃과 나무, 물, 바람 등 꾸미지 않은 자연미가 그윽한 곳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문인, 화가, 사진가, 서예가 등의 작품에 오르내릴 만큼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아름답고 오래된 선암사의 모습을 선암사에서 출가하고 수행한 등명 스님(현 템플스테이 교장)이 처음으로 글로 풀어내 화제가 되고 있다.‘스님, 고민이 있어요’(마음의숲)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책은 선암사를 찾은 많은 사람과의 차담(茶啖)과 템플스테이를 통해서 주고받은 삶의 진정성을 친밀한 등명 스님의 어투로 담아 독자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풀어준다. 특히 선암사 자연 풍경과 구석구석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읽는 이들에게 선암사의 사계를 펼쳐 보여준다.등명 스님은 불필요한 마음이 차오를 때면 현재의 내가 곧게 서 있는가를 우선으로 살피라고 말한다. 분별심을 갖지 않고 부차적인 욕심과 집착을 덜어내며 나 자신을 고요하게 만드는 연습(수행)을 하다 보면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속 고민이 해결된다고 한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무의미하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쉼과 성찰 속에서 자신의 방향이 정해지며 결국 자기 자신과 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