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심리학’<br/><br/>아힘 페터스 지음<br/>에코리브르 펴냄·인문
저명한 독일 뇌과학자이자 당뇨병학자인 아힘 페터스 독일 뤼베크 대학교 교수는 우리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인 불확실성에 의한 스트레스를 다룬 책 ‘불확실성의 심리학’(에코리브르)에서 불확실성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유독한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사랑, 기쁨, 분노, 공포, 시기심, 비애 등은 인류만큼이나 오래된 감정이다. 하지만 시대별로 저마다의 요구와 고유한 감정이 있다. 흔히 이런 것들은 그 시대만의 새로운 도전과 압력의 분명한 징후다. 저자는 ‘불확실성’을 우리 시대의 가장 심도가 깊은 감정으로 꼽고 이를 분석한다.
그는 이 책에서 불확실성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의학적으로도 이 감정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연구가들이 설명하는 ‘유독한’ 스트레스로 이어져 심각한 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확실성이 우리의 무엇을 바꾸고, 왜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는지 의학적·심리학적·사회적 맥락을 설명한다. 더불어 우리가 삶의 많은 영역에서 불확실성을 새롭게 평가하며 이를 통해 어떻게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스트레스는 모든 생명체가 알고 있는 상태다. 심지어 단세포생물도 의식적으로 체험하지는 못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불안한 태도를 보인다. 스트레스는 생명과 관련해 중요한 것이 부족하거나 생존이 위험할 때는 반드시 나타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과학의 관점에서 무엇이 우리의 불확실성을 변화시키는지, 불확실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언제 좋고 언제 나쁜지, 왜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더 잘 다루는지, 무엇이 우리를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게 하는지, 그리고 의식적으로 불확실성을 줄일 방법은 없는지를 설명한다.
미래에 나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재함을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만 할까 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알 수 없음’일 때 우리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빠진다. 이때 머리를 모래에 처박는 타조처럼 순간만 모면한다거나 타인에게 책임을 맡기는 전략을 취하면 정보의 업데이트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결국 타인에게 예속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만다.
생존이 위험해질 때 동물은 코르티솔(호르몬의 일종)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부신이 커지고, 흉선이 축소되며 위와 장에 궤양 증상이 나타난다. 80여 년 전 캐나다 화학자 한스 셀리에는 이런 현상을 ‘스트레스’라고 명명했다.
이때부터 스트레스는 주로 부정적 뉘앙스를 띠었지만 사실 스트레스는 좋은 것이다. 스트레스는 나에게 내가 문제를 인지했으며, 내가 싸우는 중이며, 행동하는 중이며, 해결하고자 하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의 적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바로 불확실성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분 나쁜 감정이 일어나고, 이때 뇌는 최고의 전략을 발견하도록 절약 모드에서 학습 모드로 바뀐다.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창의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출구 없는 스트레스는 유독하고, 그 결과 우울증·심근경색 같은 최악의 상태를 가져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과 안전하지 못한 상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 주면서 공감, 신뢰, 확실성이라는 사이클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도와준다. 사람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곤경에 처한 다른 이들을 공감하고 도와준다. 거꾸로 스트레스와 불확실성 상태일 때는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