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돈이다’<br/><br/>강승준 지음·잇콘 펴냄·역사
‘인류 역사를 통틀어 종교, 이념, 민족, 지역을 초월했던 유일한 매개체는 돈이다. 부(富)에 대한 갈망이 인류를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간 ‘역사는 돈이다’(잇콘)는 저자인 강승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한국은행 감사·전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가 돈이라는 동력을 축으로 삼아 세계사의 여러 장면을 해설하는 책이다.
강 교수는 1077년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가 자신을 파문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에게 용서를 구한 ‘카노사의 굴욕’ 등 역사적 사건 56가지를 돈의 관점으로 분석하면서 명분과 위선으로 포장된 역사의 진짜 의도를 꿰뚫어 보지 못하면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 여러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악연은 무엇에서 비롯됐을까?, ‘하멜표류기’는 조선과 일본의 역사를 어떻게 뒤바꿔 놓았을까?, ‘카노사의 굴욕’, ‘아비뇽 유수’ 등 황제와 교황의 갈등, 환전상에서 유래한 ‘은행’의 어원, ‘성전’(聖戰)을 내세웠지만 ‘성전’(聖錢)을 위해 변질한 십자군 전쟁 등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며 정치, 민족, 종교, 사상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진짜 원인은 바로 ‘돈’이었다고 주장한다.
부(富)에 대한 갈망이 인류를 움직였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범위는 우리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폭넓고, 그중에는 절대 아닐 것 같은 숭고한 사건도 많다. 아직 순진한 인류애를 품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경악하게 될지도 모른다.
잇콘 출판사 측은 “대한민국은 거대한 돈의 역사에 희생된 약소국 중 하나였고, 지금도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는 위태로운 국가다. 역사는 반드시 반복된다. 명분과 위선으로 포장된 진짜 의도를 꿰뚫어 보지 못하면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러한 통찰력을 키우기 위한 오답 노트가 되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저자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동기가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고찰하고서 이권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세계사는 힘의 논리로 흘러왔고, 그 힘이 작동하게끔 한 동인은 ‘돈’이라는 것이다. (중략)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명분도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 되면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이 승자의 습성이다.”(540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