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원 지음·현대지성 펴냄·인문
신간 ‘일생에 한 번은 헌법을 읽어라’(현대지성)의 저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효원 교수는 검사 출신 헌법 전문가로서, 헌법이야말로 인간 삶의 투명한 거울이라고 말하며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헌법을 읽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
13년 동안 법조계에서 법 제도를 연구·기획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검사로 지낸 뒤, 서울대 교수로서 법을 가르쳐온 헌법학자인 저자는 헌법 전체를 조문 순서대로 제시하며 그 의미와 핵심 내용을 기술했다. 대한민국이 어떠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축약해놓은 규범이자, 다양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지닌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만든 기반인 헌법을 공부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부터 부칙까지, 총 130조항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그 안에 담긴 법적 의미를 인생의 가치로 연결시키는 ‘내 삶의 헌법사용설명서’다. 헌법은 우리의 현실에 밀착돼 있다. 원하는 곳에서 살고 이사할 수 있는 자유, 꿈꾸는 직업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친구나 연인과 나누는 사적인 대화와 일상을 남에게 공개하지 않을 프라이버시까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헌법으로 보호되고 규정된다.
고민하며 삶의 허무와 의미 사이를 저울질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생에 한 번은 헌법을 읽어라’는 ‘지금, 여기’의 구체적인 현실인 사회와 국가를 제대로 보게 하고,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나는 헌법을 공부하면서 각 조항이 나의 일상에 어떤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헌법이란 국가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핵심 가치를 요약한 근본규범입니다. 한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에 대한 공부는 추상적으로 이론화된 지식인 ‘소피아(Sophia)’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들어가며: 인생이 허무할 땐 헌법을 읽는 것이 좋다(p.6-7)
헌법 조항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여기서 삶의 태도와 철학을 발견할 수 있게 확장해주는 책은 처음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내 삶의 경계를 두르고 있는 헌법이 궁금해진다. 포털 사이트에서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접속하면 대한민국 헌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법학도가 아니라면 단순히 조문을 읽는 것만으로 그 행간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헌법 첫 항목인 ‘전문(前文)’은 300자가 넘는 방대한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늘어놓아 처음 읽는 이에게 위압감마저 준다.
저자는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헌법의 각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풀어내며 독자를 헌법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일상 속 각 조항의 의미와 방향을 곱씹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최소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헌법 제16조에서는 ‘주거의 자유’를 다룬다.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는 구절의 의미와 개념을 설명하고 끝내지 않고 “개인이 주거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자기만의 성(城)을 세우는 일”이라고 한발 나아간다. 우리는 모두 내밀한 자기만의 공간에 있을 때 비로소 나다워진다고 이야기하며, 인파로 가득 찬 출근길 지하철이 자기만의 공간이 되기도 하듯이 공간의 의미는 그곳이 어디든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통찰한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헌법적 가치 때문입니다. 헌법적 가치는 내가 마주하는 ‘너’를 인격적 존재로 인정하고, 제삼자인 ‘그’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328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