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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중심 ‘나눔과 사회적 의무’ 탐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8-15 19:51 게재일 2024-08-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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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br/><br/>제임스 퍼거슨 지음·여문책 펴냄<br/>인문
전 세계 경제가 급격히 글로벌화하는 상황에서 부의 불평등과 분배문제가 화두의 중심에 서고 있다.

초부유층과 기층 서민들의 격차, 부유층 내에서의 간극이 증가하고 중산층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로는 건강한 사회를 담보하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은 최첨단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들의 ‘적절한 일자리’마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 주위에 점점 ‘잉여’ 인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배정치의 시대’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인류학과 제임스 퍼거슨 교수의 신작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여문책)은 단순히 기본소득을 논하는 책이 아니다. 전작에서 문제의식 제기 정도에 그친 ‘현존(presence)’이라는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나눔’과 ‘사회적 의무’를 고찰한, 짧지만 강렬하고 묵직한 책이다. “누가 무엇을, 왜 가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이 시대에 매우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도전적인 문제의식이자 사회적 합의 도출이 시급한 화두다.

“우리는 100년, 아니 1,000년의 인류 역사를 거치면서 세대를 이은 노동과 희생, 발명으로 건설된 거대한 지구적 생산조직을 통해 그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거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구 전체적으로 수백만 명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중략) 분명한 것은 적어도 전체 산출물의 일정 부분은 생산조직의 모든 사람에게 소유권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39~40쪽)

퍼거슨은 ‘현존’을 “다른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상태”, “살아있을 뿐 아니라 암묵적으로는 적어도 최소한의 인정과 의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여기, 우리 안에 있다는 구체적이고 사회적인 사실”, “노동이나 시민권에 기반을 두지 않은 (넓은 의미의) ‘소유권’”, “모든 문제점까지 공유한 채 비자발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므로 일상에 실재하는 ‘현존’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적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퍼거슨은 “사회라는 최소한의 개념이 없다면 ‘사회적 의무’라는 것을 이끌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사회적 의무는 한마디로 ‘지분(몫)을 나누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 시대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한 지금, 권한을 부여받은 국민국가 구성원의 집합체와 ‘사회’가 같은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는 엄청난 실패를 겪어야 했다”(48쪽)라는 저자의 지적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심각한 저출생과 인구절벽에 골치를 앓고 있는 한국의 경우, 취업, 이민, 유학, 관광 등의 이유로 주위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외국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약 5퍼센트에 달해 있고, 앞으로도 그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에 포용이 아닌 배제의 속성을 가진 국민국가의 ‘성원권’이나 ‘시민권’이라는 틀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퍼거슨은 “혐오에 대해 연구해온 민속지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기록해왔던 일종의 사회적 사각지대 때문에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89쪽)고 지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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