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 박원순, 연재 칼럼 재구성 도시 속 정원에서 찾는 환경 해법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 실장이자 국내외 유수의 정원을 설계해온 조경가 박원순씨가 신간 ‘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 한다’(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가 국내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 ‘박원순의 도시의 정원사’를 재구성한 것으로, 정원이 인류 역사 속에서 권력·미학·철학과 어떻게 교류해왔는지, 현대 사회에서 도시와 환경 문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하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박 작가는 정원을 “땅을 캔버스로 삼은 예술이자 수학·과학·건축이 융합된 문명의 집결체”로 정의한다. 단순히 식물을 모아놓은 공간이 아니라, 인류가 이상향을 구현해온 상징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에덴동산, 무릉도원, 타지마할, 베르사유 정원 등 역사 속 정원은 권력의 표현이자 철학적 사유의 장으로 활용됐다. 르네상스 정원의 대칭적 구조나 영국 풍경식 정원의 유기적 배치는 미적 감각과 과학적 계산의 결합으로 탄생했으며, 식물 배치를 통한 생태계 관리 등 실용적 지혜도 담겼다.
현대 정원은 도시민을 위한 휴식처로 진화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정원 등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커뮤니티 가든, 스마트 정원으로 확장돼 사회적 약자 포용과 도시 열섬 현상 완화에 기여한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샹젤리제 녹지화 프로젝트처럼 글로벌 차원에서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정원은 생태적 대안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끼, 고사리 등 원시 식물은 공기 정화와 정신 건강 개선 효과가 입증되었으며, 생물다양성 보존과 트라우마 치유에도 도움을 준다.
박 작가는 “정원은 인간성 회복과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이라며 “비록 작은 공간이라도 정원을 가꾸는 일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