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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국 최초 면 단위 향토문예지 ‘서숲문학’ 창간

지역 출신 문인들의 문학작품을 실은 종합 문예지 성격의 ‘서숲문학’이 면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창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에는 포항시 북구 기계면에 위치한 ‘서숲’을 중심으로 과거에 행정구역 상 같은 면이었던 기계면, 기북면 출신의 문인 20여 명의 시, 수필, 소설 등 장르별 문학작품 80여 편이 수록돼 있다.이 책은 2021년 11월 지역에 거주하거나 전국에 흩어져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출향작가 20여 명이 ‘서숲문학회’를 창립해 아름다운 고향산천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문향(文鄕)의 자존감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을 진흥 발전시키기 위한 첫 성과물로 발간된 것이다.‘서숲문학’창간호에는 초대회장을 맡고 있은 최규원 수필가의 수필‘샛바람 타고 온 그리움’, 포항12경 시로 두드러진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오낙률 시인의 시 ‘현내리 다방길’ 등 8명의 시 48편, 그리고 서울에서 왕성한 문학 활동을 하는 권유경 수필가의 ‘피안의 성’ 등 9명의 수필 33편과 소설 1편이 실려 있다.서숲문학회 초대회장 최규원 수필가는 발간사에서 “서숲문학회가 맑고 푸른 기계서숲, 기계천, 새마을 운동 발상지 등 우리 고향을 지켜온 문학적 소재를 발굴하고 그 자취를 남겨 놓음으로 먼 훗날 후손들의 창작활동에 보탬이 되고 귀중한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또한 기계 출신의 저명인사 손봉호 교수는 축사에서 “기계, 기북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정겨운 고향이며 가장 문학적인 모티프가 되는 서숲문학회를 통해 서로 다독하고 연찬하면서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고향을 시가(詩歌)로 노래하고 문예작품으로 드러내어 주민들의 문학적인 소양과 정서순화에 도움을 주고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문향 기계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서숲문학회는 최규원 초대회장, 오낙률 사무국장 외 시 분야 7명(오낙률, 김창준, 최규목, 이협우, 최상문, 배영벽, 조형제), 수필 분야 9명(최규원, 이상정, 권유경, 서영태, 이시연, 이천수, 김석종, 신석택, 김진만) 등이 잔잔한 걸음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한편, 기계 서숲은 조선 성종 때 농사철 풍파와 하천 범람으로 고생하는 농민들을 위해 성균관 진사를 지냈던 이말동 선생에 의해 숲이 조성돼 현재 울창한 소나무숲을 바탕으로 포항시 ‘맨발걷기 좋은 장소 20선’에 선정돼 ‘숲속 음악회’를 여는 등 시민들이 즐겨찾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8-01

극한 환경에서 인간 본성을 마주하다

“2년여에 불과하지만, 돌아올 때 그들은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다. 얼음의 압박을 목격한 이들은 공포에 사로잡혔고, 몇몇 선원은 돌아와 온갖 증세에 시달렸다. 피로, 끊이지 않는 두통, 신경성 문제, 불면증, 심장 이상 증세, 숨 가쁨, 현기증….”‘미쳐버린 배’(글항아리)는 최초의 남극 과학 탐사를 배경으로 한 논픽션이다. 저자인 미국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줄리언 생크턴은 1897년 남극 탐험을 떠난 벨지카호 선원들이 조난에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해 많은 울림을 준다. 벨지카호 사람들의 대담함, 불굴의 용기, 상황 대처 능력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또 그것을 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극지 스릴러 걸작이다.저자는 1897년 8월 16일에 출항했다가 1899년 11월 5일 벨기에로 돌아온 원정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조명하고자 시도한다. 항해일지와 선원들의 일기, 책, 미공개 기록 등을 토대로 5년간 벨지카호의 여정을 좇았고, 현지 조사를 위해 남극에 직접 가보기도 했다.1897년 벨지카호의 남극 원정에는 19명의 선원이 함께했다. 이 배를 이끈 인물은 31살의 사령관 아드리앵 드 제를라슈였다. 유서 깊은 벨기에 귀족 가문 출신인 제를라슈는 어려서부터 선박 모형을 갖고 놀며 오로지 바다 위에서의 삶을 꿈꾸었다. 그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에 입대했고, 이후 네덜란드 원양 선박 등에서 일했으며, 마침내 마음속으로 품었던 원정대를 직접 꾸리기로 결심했다. 제를라슈는 과학적 임무를 탐험의 첫째 목표로 삼았지만, 세계지도 하단에 있는 텅 빈 공백을 채우겠다는 낭만적인 꿈도 품었다. 그리하여 3년 넘게 이 탐험을 계획했고, 함께할 사람들을 구했으며, 기금을 모았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 낙관주의자들은 별로 없었다. 제를라슈는 이에 굴하지 않고 확고한 결단력으로 마침내 투자자들과 정부 지원까지 끌어냈다.그는 단순히 모험정신을 넘어서 이 탐사로 벨기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짙은 애국심, 가문의 이름을 빛내겠다는 명예욕까지 품었다. 애초에 드 제를라슈가 세운 목표는 위도 75도 부근에 있는 남자극점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남자극점의 정확한 위치를 정하면 향후 항해사들이 나침반 판독을 더 정확히 할 수 있을 테고, 따라서 벨지카호의 결정적인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었다.19명의 선원은 오합지졸까진 아니더라도 정예 요원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구성원으로는 제를라슈의 오랜 벗 단코, 아직 대학 졸업을 못 한 23세의 폴란드 출신 지질학자 아르츠토프스키, 27세의 동물학자 라코비차 등이 있었고, 1년 내내 고르고 고른 선원들도 자격 미달이 꽤 있었다.책은 이들의 탐험 정신, 명예욕, 과도한 승부욕, 괴혈병에 걸려 창백하게 무너져가는 모습, 단조로운 통조림 음식에 미쳐가는 정신 상태 등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몰입감 있는 서사를 전개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범속한 인간들과는 달랐다. 끊임없이 신체 단련을 하고, 남극 빙하에 갇혀서도 살아남을 만큼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하며 식물, 동물, 지질학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40년은 걸려야 작업이 마무리될 정도로 이들 과학자가 새롭게 발견해 가지고 온 표본의 양은 방대했다. 배는 1897년 8월 16일에 출항했다가 2년도 더 지난 1899년 11월 5일 아침에야 돌아온다. 그사이에 선원 한 명은 바다에 빠져 죽고, 다른 한 명은 질병으로 죽는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배에서 가장 경험 많고 신뢰할 수 있었던 갑판장 톨레프는 정신이상 증세를 안고 돌아오며, 그는 이후 평생 수용소 같은 농장에 갇혀 지내는 말로를 맞이한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두 사람, 그중 한 명인 쿡은 감옥에 갇히고, 다른 한 명인 아문센은 영웅이 된다. 이 모든 이야기를 저자는 추적과 조사, 치밀한 서사 능력으로 그려 나가고 있다.최초의 목표였던 남극점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의 위대한 도전은 많은 과학적 성과를 남겼다. 펭귄과 심해어, 동·식물 표본 등이 새로 이들에 의해 발견됐고, 기상 및 해양학 관측 기록들은 학문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들의 탐험은 남극의 중립화에 큰 역할도 했다. 그들의 도전 정신과 연대는 오늘날 미국 항공우주국 대원들의 귀감이 되는 것을 넘어서 도전을 두려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07-28

“현재 모습이 나의 전부를 규정할 수 없다”

전계완 정치평론가(55·피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의 신간 ‘당신에게 보내는 아침편지’(지식중심)가 출간됐다. 이 책은 코로나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당사자의 눈으로, 관찰자의 시각으로, 세상의 관점에서 이치와 원리를 곰곰이 따져가며 50년 인생에 켜켜이 쌓인 생각, 관점, 태도, 의지, 방향 등을 6행 안팎의 글로 매일 써 내려간 글들로 구성됐다.언뜻 보면 좋은 문장을 엮어놓은 글 모음처럼 보인다. 독자 중에는 누군가 쉽게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는 ‘운’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자세하게 내용을 살피면 “어? 이게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한 내용이 그득하다. 신문기자이자 칼럼니스트였고 정치평론가, 방송 제작자이기도 했던 저자는 광화문살롱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비롯해 여러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책은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던 기간 실시간 상황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써 내려간 글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340일 이상 일일 1시간 전후의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현실과 자신과 각각 대화했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꾸준히 생각을 나눴다. 똑같아 보이는 전혀 다른 반복, 익숙하지만 새로움의 연속인 시간, 어제와 달라지지 않은 동료지만 매일 변하는 새사람으로 인식하며 글쓰기를 지속했다. ‘매일 쓰고 생각하며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고행의 결실을 얻어갔다. 그렇게 나온 책이 ‘당신에게 보내는 아침편지’다.저자는 책에서 누구에게나 닥치는 당연한 문제를 예외적으로 피해 보려는 방식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바라고 있다. 고민과 걱정을 넘어서 할 수 있는 만큼의 ‘행동’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유한다. 결과 자체보다 과정을 통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참된 인생의 가치를 얻는다고 확신하고 있다.지식중심 출판사 측은 “사람마다 처지가 같지 않고 생각이 다르며 해결의 수단 또한 제각각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받아들이면서 나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이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저자는 프롤로그에 “고통을 덜고 있든, 더하고 있든 어떤 지점에 있더라도 현실은 현실이다. 다만 현재의 모습이 나의 전부를 규정할 수 없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이기고 지는 문제는 덜 중요하다. 더 소중한 것은 내가 주인공으로서 삶을 개척하며 여럿이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7-28

위기의 문명… 환경 생태학자의 ‘탈성장’ 대안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10년 6.8%에서 2020년 -0.9%까지 하락해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10년 내에 0%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으로 경제가 더 발전하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자원을 다량 소진했고, 이로 인한 자연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공학 교수로서 생태계의 물질순환을 연구한 박지형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는 ‘재난문명’(나남출판)에서 인간의 과도한 경제 활동으로 인해 불평등과 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후기 자본주의 산업문명을 ‘재난문명’이라고 칭하고, 재난문명의 원인을 에너지, 물질대사, 탄소라는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책에서 자본주의 경제가 추구하는 무한 성장 때문에 “끊어진 순환”이 결국 자연과 인류 모두를 위태롭게 함을 경고했다. 이 책은 경제가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인간의 믿음이 자연과 인류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는지 최신 통계와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탈성장과 생태사회주의라는 이론적 대안과 지역화폐 제공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의 현실적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그리고 에너지, 물질대사, 탄소라는 세 가지 주제어를 중심으로 재난문명의 원인을 분석한 후, 탈성장과 생태사회주의를 이론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 또한 탐색한다.이 책에서는 인류세 환경위기의 뿌리인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모순과 대안을 탐색한다. 저자는 경제가 무한히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자연환경과 경제가 모두 타격을 입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전달한다. 또한 한강의 시료를 직접 분석해 한강이 석유기원물질에 의해 오염됐다는 사실을 밝히는 등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이 책은 에너지, 물질대사, 탄소,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이 세 주제를 중심으로 과학이론과 최신 통계를 기반으로 무한 성장의 문제점을 분석한 후 그 대안을 제시하는 순서로 서술됐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7-14

세계적 미술가 강익중 38년 작품 인생 담은 화집

세계적 미술가 강익중(62)의 화집 ‘마음에 담긴 물이 잔잔해야 내가 보인다’(송송책방)가 출간됐다.이 화집에는 강익중이 뉴욕으로 간 1984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작업한 주요 작품들의 이미지와 작업하는 모습, 작품 설치하는 현장 등을 담은 사진, 작가 인터뷰, 작업 노트 등 지난 38년 동안 작가의 작품과 삶이 들어있다.1994년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백남준과 2인전 ‘멀티플/다이얼로그’를 할 때 사진처럼 역사에 남은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도 있고, 작가의 가족 및 지인들과 찍은, 작가 개인의 역사에 의미 있는 사진도 있다. 강익중의 대표적 스타일인 ‘3인치 캔버스’를 처음 그릴 때인 1985년 당시 작업하는 사진도 실려 있다. 이 책은 시간과 공간 작품의 연결성 등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재배치했다. 강익중 작가의 삶과 작품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셈이다. 따라서 500쪽짜리 이 책에는 목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책장을 넘기다보면 배열에 어떤 흐름이 있음을 알게 된다. 3인치 작품 사진에서 여러 명의 인물로, 인물에서 구 형태의 작품들로 이어지다 강물이 돼 흐른다.또한 여러 번 넘기다보면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백남준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이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같은 ‘내가 아는 것들’ 전시의 재미난 문구도 눈에 띈다. 먼지 가득한 작업실에서 목재를 자르는 작가도 보이고, 영국 런던 템스강에 띄운 거대하고 아름다운 설치 작품에 감탄하게 된다. 그 가운데 백미는 천진하고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강익중 시 모음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7-14

오리엔트-중동 역사 되살리다

오늘날 ‘역사’라는 개념을 관성적으로 구분하면 누구나 자연스레 ‘서양사’와 ‘동양사’로 나눈다. ‘서양사’는 그리스-로마에서 출발해 중세-대항해시대-르네상스-종교개혁을 거쳐 산업혁명과 근대 문명으로 귀결되면서 ‘세계사(世界史)’라는 이름을 독점했고, 동서양의 균형을 내세우며 인위적으로 육성된 ‘동양사’는 중국사 일변도였다. 나머지 세상은 지역사, 변방사, 비주류 역사로 치부됐으며, 서양사와 동양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엄격히 분리된 채 이어져 오다 근대에 이르러서야 ‘서양이 동양을 개화시키며’ 융합됐다는 식으로 말해져 왔다.중동 역사와 이슬람 문화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희수(69)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신간 ‘인류 본사’(휴머니스트)에서 이는 속속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이라고 역설한다.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본 1만2000년 인류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인류 본사’에서 이 교수는 고대사부터 1만2천 년의 인류 역사를 ‘오리엔트-중동의 눈으로’ 꿰어낸다.이 교수에 따르면 ‘해가 뜨는 곳’이란 의미의 라틴어 ‘오리엔스(Oriens)’에서 유래한 ‘오리엔트(Orient)’는 오늘날 터키 공화국의 영토인 아나톨리아반도를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문명을 발아시킨 역사의 본토였다. 중동(中東)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기반으로 신화·문자·정치·기술 등 인간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온갖 문물을 창조해낸 문명의 요람이었다.나아가 오리엔트-중동은 인간사회가 등장하고부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약 1만2천 년 동안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지구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중심지였고, 6천400 킬로미터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따라 동양과 서양의 정치·경제·문화를 이어주며 교류 발전을 주도한 문명의 핵심 기지였다.저자는 ‘중양(中洋)’의 눈으로 역사를 다시 읽는 것이야말로 인류문명의 완전판을 탐독하는 획기적 사건이며, 동·서양 이분법이 유발한 역사 왜곡과 인식 단절을 뛰어넘어 잃어버린 인류문명의 뿌리를 되찾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인류 본사’는 아나톨리아반도와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와 인도아대륙, 북아프리카와 이베리아반도까지 아우르며 이 일대에서 일어나고 스러졌던 15개 제국과 왕국의 역사를 통해 오리엔트-중동 세계의 1만2천 년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복원해냈다.발굴과 동시에 역사학의 근간을 뒤흔든 아나톨리아 문명을 시작으로 오리엔트 문명의 주요 제국들을 선명히 조명함으로써 ‘척추가 끊어진 채 전해져오던’ 인류사의 뼈대를 바로 세운다.문화인류학자로서 상대주의적이고 현지 중심적인 관점으로 그곳만의 독특한 지리적 환경과 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 그려내는 저자의 답사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수천 년 전 유적지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200여 장에 달하는 컬러 사진과 지도 또한 현지의 기운을 한껏 또렷이 전달한다. 생경하기만 했던 오리엔트-중동 문명을 국내에 오롯이 알리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저자의 기념비적 역작으로 손색이 없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7-14

자기과시·관종, 도덕적으로 나쁜 것인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18일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팸플릿을 보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모습을 두고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성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광주) 내려가는 길에 가사 몇 번 읽어보는 성의만 있었어도 이런 참상은 안 벌어졌겠다. 팸플릿이라니, 대체 무슨 만행인가’라는 글을 남겼다.”언론 기사, 시사 토론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각종 SNS 등에는 특정 사안에 분노하며 자신이 역사의 옳은 편에 있음을 증명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은 무시하고, 자신이 더 돋보이고자 ‘같은 편’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우리 진영은 감싸고 상대 진영에는 가혹한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를 ‘그랜드스탠딩’이라고 한다. 미국 텍사스테크대 철학과 조교수 저스틴 토시와 볼링그린주립대 철학과 조교수 브랜던 웜키는 최근 번역 출간된 책 ‘그랜드 스탠딩’(오월의봄)에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뭐라고 딱히 꼬집기는 어렵고, 하지만 또 많은 이들이 문제적이라고 느끼는 이 현상을 바로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이라는 용어를 통해 적확히 짚어낸다.그랜드스탠딩이란 ‘남들의 관심을 얻고, 자기과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철학자인 지은이들은 특히 도덕적 이야기를 이용해 그랜드스탠딩하는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라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낸다.저자들은 도덕적 그랜드스탠딩이 도덕적 이야기라는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귀한 도구를 함부로 사용하면서,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다는 데 주목한다.특히 많은 경우의 그랜드스탠딩이 자신의 도덕성을 자랑하려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무례를 범하며, 고의든 아니든 다른 사람을 기만한다는 것이다.특히 지금은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수천, 수만의 관중들에게 자신의 도덕성을 얼마든지 전시할 수 있는 시절이다.즉, ‘도덕적 이야기’가 자기를 과시하고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오용되는 모습에 우리는 너무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신간 ‘그랜드스탠딩’은 우리의 공적 담론이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특히 ‘상대편’이 아니라 ‘우리’가 도덕적 이야기를 이용해 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스스로를 좋게만 보이려고 하는지 묻는다.철학자인 저자들은 이 문제를 포착하는 데 학제 간 연구를 통한 다각적 접근을 활용해 철학적 논증에 더해 여러 풍부한 자료와 근거를 동원한다.이 책은 사회과학과 행동과학을 근거로 그랜드스탠딩이 무엇인지, 왜 이런 형태를 띠는지를 설명하고, 도덕철학을 활용해 왜 그것이 도덕적으로 나쁜 것인지 논증한다. 그리고 그랜드스탠딩이 민주주의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료하게 제안한다.책은 “공적 담론을 자기과시 도구로 접근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다”며 니체주의의 시각을 인용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탁월한 사람’은 선한 목표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도덕적 이야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위상을 얻으려는 일말의 노력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강조한다.저자들은 현대인의 일상에 침투해 있는 SNS로 인해 도덕적 이야기의 오·남용에 노출되는 데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인정한다. 다만 공적 도덕 담론이 개선될 수 있도록 애쓸 필요는 있다며 ‘인정 욕구 재설정’과 ‘믿음 바로잡기’ 등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여러 대안을 제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30

삶의 성찰, 죽음 앞에 써내려간 내면의 기록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남긴 마지막 육필원고인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출간됐다. 지난 2월 26일 별세한 저자는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했다. 저자는 전문 영역에 붙박인 상아탑 안 학자가 되기보다 자유로운 사유와 창조적 영감으로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생산해내는 ‘크리에이터들의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했다.이 책에는 88년간 이어온 저자의 독창적 생각의 편린들이 110개의 다양한 형식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묶여 있다. 저자의 심연을 목격하면 숙연해지면서도, 저자의 창발하는 아이디어를 접하면 감정이 고양되기도 한다. 클레오파트라, 이상, 정지용, 사뮈엘 베케트, 쇼팽, 조르주 루오, 빅토르 위고, 공자, 노자 등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이 문학, 철학, 역사, 예술, 기호학, 물리학, 생물학, 기하학 등 풍부한 지식을 참고로 삼아 종횡무진 이어져 저자의 스토리텔링 장기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추억부터 가장 작아서 가장 큰 가치 ‘눈물 한 방울’까지, 세상을 놀라게 한 자유로운 사유와 창조적 영감부터 병마와 싸우며 가슴과 마음에 묻어뒀던 절규까지. 생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인간 이어령의 내밀한 말이 시, 산문, 평문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담겨 있다.이 전 장관은 서문에서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30

현대사회 인종차별 등 타자의 상처 사유

전쟁, 인종차별, 난민,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테러…. 철학자이자 비평가이자 시인으로서 다방면에서 사회와 호흡해온 서동욱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신간 ‘타자철학’(반비)은 이같은 “현대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원”에 자리한 “타자의 상처”를 함께 사유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에 관해 연구하고 약 10년에 걸친 강의를 통해 생각을 가다듬으며 책으로 펴내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책은 후설과 하이데거, 사르트르, 들뢰즈 등 철학자 8명의 현대 사상을 언급하면서 타자라는 문제에 접근하는 여러 갈래의 길을 열어준다. 우리는 어떻게 고립을 넘어 공동체를 이루는가? 타자에 관한 사유는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타자는 인간에만 국한될까, 아니면 비인간 동물들에 대한 환대 역시 고민해야 하는가?저자는 이 책에서 이와 같은 질문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동시에, 이 책이 들여다보는 텍스트이자 생각의 길을 같이 걷는 동반자가 되는 주요한 현대 사상가들을 깊이 들여다본다. 그럼으로써 동시대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생각들, 즉 생태주의, 공존과 환대에 대한 대화 등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30

혁신과 성장 그리고 자본주의의 미래 전망

‘창조적 파괴의 힘’(에코리브르)은 프랑스 최고 국립 교육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등 경제학자 3명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본주의에 대해 전망한 책이다. 새로운 성장 이론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필리프 아기옹 교수와 그의 동료 셀린 앙토냉·시몽 뷔넬 교수의 논의의 중심에는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자리한다.이 개념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재해석한 것으로, 기술이 발전하며 기존의 기술체계를 파괴하고 새롭게 정립한다는 뜻이다.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일자리를 없애고 많은 기업의 파산을 불러왔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고 혁신적인 경제 활동의 장을 활짝 열어줬다.저자들은 자본주의를 ‘끝내기’보다는 더 잘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 국가, 시민 사회라는 특효의 삼각 구도를 통해 슘페터의 비관적 예상을 비켜갈 수 있는 방법과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저자들은 “200여 년 전부터 이어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창조적 파괴’”라며 “이제 우리의 도전 과제는 창조적 파괴라는 이 힘의 원동력을 제대로 파악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30

‘차이’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마지막 유고집

해체주의 철학의 대표자라 할 ‘차이’의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의 마지막 유고집 ‘들뢰즈 다양체(Lettres et Autres Textes)’(갈무리)가 번역·출간됐다.책은 질 들뢰즈 서거 20주년을 기리며 프랑스에서 2015년 출판된 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유고집이다.이 책에는 동시대를 살아갔던 미셸 푸코,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프랑수아 샤틀레, 클레망 로세 등에게 보낸 편지가 포함돼 있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펠릭스 과타리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이 편지들은 정치철학서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공동 작업에 대한 대체 불가능한 설명을 제공해 준다. 이후의 편지들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한 것으로서 그의 작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준다. 이 책에는 또한 미출간됐거나 지금까지 구하기 힘들었던 들뢰즈의 글들도 포함돼 있다. 들뢰즈 청년기의 글 몇 편, 독특한 그림 몇 점, 그리고 ‘안티 오이디푸스’에 대해 1973년 레이몽 벨루가 들뢰즈, 과타리와 장시간 나눴던 인터뷰가 실려 있다.갈무리 측은 “편지를 보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들뢰즈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 수 있다”며 “이 책은 들뢰즈 철학을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진입로가 되어 줄 것”이라고 했다. /윤희정기자

2022-06-16

“文정권의 사학 규제와 간섭, 도를 넘어”

신간 ‘문재인 정권의 사학 죽이기’(글마당)는 현직 사학법인 이사장인 저자 홍택정 씨가 문재인 정부가 172명의 거대 야당을 앞세워 백년대계인 교육을 어떻게 말살하고 있는지 전 국민에게 고발한 책이다. 사립경북법인협의회 회장과 국사문제연구소 이사로 활동 중인 홍 씨는 지금 사학에는 등록금 책정권에서부터 학생 모집권, 교과 편성권, 교사 채용권 등이 사라지고 없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국가가 주도하는 획일적인 교육정책, 평준화라는 이름 아래 사학의 건학이념 구현이란 헛구호라고 지적한다.홍 씨는 지난 2017년 전국 5천566곳의 중·고등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계기로 전교조를 비롯한 민노총, 민변, 정의당, 일부 진보성향의 학부모회 등 전국에서 몰려든 좌파·진보 교육, 시민단체 세력들의 총공격을 받는 신(新)대한민국 역사전쟁 현장에서 당당하게 맞섰던 주인공이다. 그는 마치 거대한 골리앗 앞에 물맷돌을 든 용감한 소년 다윗이었다.그는 △사학의 사명감 △사학의 가치와 현실 △경북형 사립학교 교사임용 공동전형 △개혁의 필요성 △교육정책 제안 △대학입시의 수시·정시전형 적정 선발비율에 대하여 등 5개의 장으로 나눠 사학에 대한 견해를 담아냈다.저자는 정치권과 교육부의 사학에 대한 규제와 간섭이 도를 넘어 사학 말살 정책에 혈안이 됐다고 주장한다. 사학 대표는 한 명도 없는 국가 교육위원회의 신설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 이 나라 초중고 교육의 절반이 사학일진대, 위원으로 참여가 없다는 일방적 주행은 부당함을 넘어선 수준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책에는 ‘학생인권 폐기하자’(조전혁·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회 위원장), ‘대국민 호소문’(박선영·21세기 교육포럼 대표), ‘사립학교 정체성 확립을 위한 제언’(이경균·사학중앙회 사무총장), 부록 ‘좌파교육감에 점령된 교육의 현주소’(함진홍·창의교육연구회 회장) 등의 글도 실려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6

나의 내면, 즉 자아는 색안경이자 거울상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21세기북스)는 한국 대표 교수진이 참여한 ‘인생명강’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다. 프랑스철학회 부회장, 한국현대정신분석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는 김석 건국대 철학과 교수가 저자로 참여했다.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를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도대체 왜 현인들은 나 자신을 아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을까? 나의 내면, 즉 자아는 무의식과 욕구, 욕망, 충동 그리고 나를 둘러싼 주위 환경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주변의 타자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형성된다. 결국 나를 안다는 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포함해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를 인식하고 그 관계를 내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은 나 자신을 직시하기 힘들게 만든다. 국내 정신분석학계 권위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기인해서 자아를 색안경이자 거울상이라고 말한다.책은 나에 대해 질문하는 생경한 순간을 통해 관계의 문제를 풀어가는 심리 처방을 담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16

어른이 되는 순간 맞은 이들의 이야기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어른이 됐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정서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도 들고 돈도 벌고 ‘어른 구실’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 세대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겨줬기 때문일 수 있다. 그동안 부모가 너무 많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스스로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자랐든, 우리는 지금부터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그 시작은 ‘실망시킬 용기’다. 신간 ‘어른의 시간’(온워드)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10대에 가장이 된 카일은 어린 동생을 뒤로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대학에서 교육받기를 선택했다. 명문대를 다니던 한국인 2세 짐은 치과 의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말을 어기고 여러 직업을 거쳐 회사를 경영 중이다. 이슬람교도인 이르샤드 만지는 이슬람의 반유대주의, 성차별에 대한 책을 썼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실망시키기’를 무릅쓴다.가까운 사람을 실망시키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내게 기대를 걸고, 그게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다.이 책의 저자 줄리 리스콧-헤임스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신입생학부 학장을 지내며 수백 명의 20대를 만났다.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을 포함해 어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저마다 다른 상황과 문제에 부딪혔지만 공통점이 있다. 안정적인 진로와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주변의 기대와 자기의 욕망 사이에서, 스스로 세워둔 계획과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 사이에서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다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노하우를 배우고, 자기 삶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거듭난다.수백 명의 20대를 만나본 그는 일방적으로 조언을 건네기보다 먼저 자신의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가 상담해준 수많은 학생, 동료, 이웃,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무엇보다 취업, 독립, 결혼, 출산처럼 성인기를 정의하는 전통적인 지표들이 오늘날에는 들어맞지 않으며, 오히려 자립, 열정, 선택한 가족 같은 새로운 개념이 진정한 성인기를 이룬다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방법을 배우는 즐거운 과정으로 바라보는 이유다.이 책에는 현명한 직장 생활, 영리한 자산 관리, 상호보완적인 대인관계 등 인생을 살아가며 일찍 알아둘수록 좋은 팁도 빠짐없이 담겨 있다.저자는 상대의 실망이 두려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원망에 사로잡혀 과거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 남의 판단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어린 시절에는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고,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 생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어떨까? 역시 우리는 우리를 돌봐주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저자는 그사이의 시기가 바로 온전한 어른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이 시간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필요한 팁들이 가득하다.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지에만 집중하면 도전을 꺼리게 되지만,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면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있다면 관계도 더 잘 맺을 수 있으며, 위기가 찾아왔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외에도 현명한 직장 생활, 영리한 자산 관리, 충만한 관계 등 인생을 살아가며 일찍 알아둘수록 좋은 팁도 빠짐없이 담았다. 이 팁들을 실천하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는 것은 가장 복잡하지만, 또한 가장 풍부하고 보람 있고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06-16

인류 발전을 이끈 ‘창조적 사고’의 힘

인간의 창조적 사고는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수수께끼다. 인공지능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사고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많은 사람이 창조성을 모차르트, 피카소, 아인슈타인 같은 인류의 위대한 지성들에게만 주어지는 남다른 능력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창조성은 몇몇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독일의 과학저술가 슈테판 클라인은 최근 펴낸 저서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어크로스)에서 인간의 창조적 사고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석기시대부터 인공지능 시대까지 인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흥미롭게 탐구한다. 330만 년 전의 인류가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었음을 증명한 로메크위의 석기 유적지부터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소를 거쳐 에이다 러블레이스와 앨런 튜링, 알파고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능의 탄생까지, 경이로운 창조의 궤적을 좇으며 그 기념비적 순간을 만든 우리의 뇌는 어떻게 진화하고 작동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이 책에서 그는 뇌과학과 고고학, 인지과학의 최신 연구들을 인용하며 몇몇 천재들의 번득이는 영감이 역사를 바꿨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그리고 창조적 사고는 뇌와 뇌,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이 연결될 때 비로소 발현되는 것임을, 교류와 협력이 창조성의 근원이며 인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강조한다.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현생인류,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의미의 호모사피엔스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창조적 사고가 가능했다고 여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능은 호모사피엔스에 이르러 비로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슈테판 클라인은 고고학자 소니아 아르망과 함께한 탐사를 통해 이러한 편견을 깬다.2015년 소니아 아르망이 아프리카 투르카나호 인근 로메크위 지역에서 발굴한 뗀석기 유물은 약 330만 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밝혀져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존의 유물보다 100만 년 가까이 앞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유물은 호모사피엔스 훨씬 이전의 인류도 좀 더 나은 도구를 만들기 위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음을 말해준다.슈테판 클라인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뇌’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다. 그는 호모사피엔스의 위대한 업적은 협력할 줄 알고, 좋은 아이디어가 공동체에 지속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하며, 인류의 발전을 이끈 창조적 사고는 ‘커다란 뇌’가 아닌 ‘집단적 뇌’에서 나왔다는 점을 강조한다.집단적 뇌는 우리가 무엇이든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시대에도 굳이 대면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서로에게서 배울 줄 알게 된 것, 다른 사람의 발명을 모방할 줄 아는 것이 인간에게 일어난 첫 번째 사고 혁명이라고 슈테판 클라인은 말한다. 창조적 사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슈테판 클라인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역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항해를 떠날 때 콜럼버스의 손에는 천문학자이자 출판업자인 레기오문타누스가 펴낸 ‘천체위치추산표’가 들려 있었다. 이런 수단이 있었기에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엄두가 났던 것이다.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세상에서, 슈테판 클라인은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와 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삶의 자세가 진정한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이처럼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상에서 저자는 지금껏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교류·협력과 더불어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류 발전의 실체인 ‘창조적 사고’와 ‘집단적 뇌’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9

자신의 사상을 삶에 녹인 ‘에리히 프롬’

20세기 철학자 중 대중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비롯한 저작들에서 인간이 겪고 있는 갖가지 병리 현상들, 예컨대 자살, 우울증, 알코올중독, 고독감, 무력감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에리히 프롬의 심원하고 날카로운 통찰은 당대 사람들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커다란 울림을 준다.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21세기북스)의 저자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니체,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등 실존철학 대가들의 사상을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소개하며 철학 공부의 즐거움을 선사해왔다.이 책에서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의 이유, 나아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사유한 에리히 프롬의 심원한 사상과 함께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한 인간 에리히 프롬을 조명한다.저자는 철학사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인물 중 한 명인 에리히 프롬의 생애와 사상을 집약적으로 그리며, 프롬의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위로한다.책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자본주의 시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일어난 역사적 장면들과 함께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에리히 프롬의 통찰을 확인할 수 있다.저자는 “프롬은 인간 스스로가 고독하고 무력하게 낯선 세계에 던져져 있다고 느낄 때 갖게 되는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러한 욕망을 생산적으로 충족할 때, 다시 말해 ‘사랑’과 ‘지혜’ 같은 자신의 이성적인 잠재능력을 충분히 구현함으써 비로소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9

기후위기에 맞선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나름북스)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및 정책 전문가인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과 환경운동가 겸 사회학자인 캐서린 K.윌킨슨이 과학자와 언론인, 법조인, 활동가, 농부, 예술가 등 기후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여성 리더 60명의 주장과 분석, 에세이, 시를 담은 책이다.여성들은 이 책에서 점점 복잡해지는 기후위기의 양상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고 기후위기에 맞서 사회를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법을 서술했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일 실질적인 방법부터 생태계 보호와 복원,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 시스템까지 광범위한 동시에 구체적이다.나이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 저자는 연구와 정책 개입은 물론 직접 행동 등으로 얻은 성과를 공유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준다.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기후운동 또한 활발해지고 있지만 저자들은 변화를 위한 논의와 주체 구성에서 여성이 과소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이것이 차별을 넘어 인류 전체와 지구에 위협이 될 것이므로 연대와 창의성에 기반한 여성주의 기후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사회를 바꾸고 위기에서 벗어나 생명을 지키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희정기자

2022-06-02

강직한 문장으로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 펼쳐내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소설가 김훈(74)의 새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가 출간됐다.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 이후 16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소설집으로 2013년부터 9년간 써온 7편의 단편을 묶었다.작가는 세속과 일상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특유의 강직한 문장으로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를 펼쳐낸다.표제작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편안한 임종으로 인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그린다. 성직자들조차 죽음이라는 미지의 사건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하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여 안식에 드는 모습이 처연한 안도감을 남긴다.수록작 ‘명태와 고래’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한 월남 어부의 이야기다. 북한에선 인민의 배반자이고 남한에선 간첩인 어부의 삶은 이념 경쟁 속에서 무력하게 상처를 입는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보고서를 읽은 뒤 두려움과 절망감 속에 썼다고 했다.‘저녁 내기 장기’는 가정이 해체되고 일터에서 밀려나는 등 각자의 비극을 품은 채 알지 못하는 상대와 장기를 두는 것으로 외로움을 견디는 노년의 애환을 안구건조증이라는 보편적인 노화 증세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문학동네 측은 “김훈은 문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며, 글은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런 만큼 김훈은 소설 속 인물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 고통과 절망을 선명하게 묘사해 드러내는 대신 글의 이면에서 감지하게 만드는 서술은 김훈 소설을 읽는 묘미이자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기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6-02

코로나에 시달린 뇌, 어떻게 회복하나

2022년 4월,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코로나를 앓았다. 또 코로나 감염 경험이 없더라도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이는 한 명도 없다.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촌을 엄습한 지 2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가 우리 뇌와 마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심리학, 뇌 과학, 신경 과학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충북대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수근 교수의 책 ‘팬데믹 브레인’(부키)은 제목이 함축하듯이 코로나가 우리 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일러준다.저자는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면 뇌와 인지 기능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영국의 건강 빅 데이터 보유 기구인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전후의 뇌 영상을 비교한 결과 신경 세포체가 밀집돼있는 회백질의 두께가 얇아져 있었다.또 다른 연구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의 뇌를 검사해보니,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앓은 사람의 뇌처럼 여기저기 손상을 입었음이 확인됐다. 특히 고위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신경세포가 망가진 것을 확인했다.저자는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것만으로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이동 제한과 지역 봉쇄 등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적 고립은 뇌와 인지 기능에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처럼 외부 사회와 단절된 환경에서 생활한 연구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를 비롯해 여러 영역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주의 기능과 공간 인지 과제 수행 능력이 저하됐다.물론 우리가 경험한 고립의 강도는 남극 기지나 우주 정거장만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대원들은 고립 생활을 자원했고 그에 대비한 훈련을 받았으며 임무 종료일과 집으로 돌아갈 날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뇌 영역과 기능에 손상을 입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본 바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팬데믹이 우리 뇌와 인지 기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한다. 과연 위협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두통, 피로, 기억력 감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등이 있다. 또한 코로나19 완치자를 대상으로 인지 기능을 측정한 연구 결과 도형 퍼즐 문제 풀기, 기억 과제, 논리 추론 과제 등 9가지 과제 점수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았다. 저자는 코로나19 증상이나 이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가 감염 후 7개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로 인한 뇌 손상이 다른 뇌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한다.그렇다면 희망은 없을까? 정 교수는 우리 뇌가 경험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치료 목적으로 뇌의 절반을 제거해도 남은 절반의 뇌가 제거된 뇌의 기능을 이어받아 수행한다. 덕분에 환자는 절반의 뇌만으로도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또 나이가 들면 뇌 영역의 크기가 줄고 인지 기능도 쇠퇴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저자는 이런 뇌의 가소성 덕분에 팬데믹 종식 후 인지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한다.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저하된 뇌 기능을 회복하고 지친 심신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 뇌와 인지 기능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노출될수록 더 발달한다. 그러므로 생소한 동선으로 출퇴근하거나 낯선 점심 메뉴에 도전하는 것,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즐기거나 새 취미를 찾는 것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 영역의 부피가 커지고 뇌 영역 간 연결성도 좋아진다. 게다가 충분한 수면과 스킨십은 스트레스 수치를 줄여 주고 면역력과 백신 효과를 높인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2022-06-02

‘겉 다르고 속 다른’ 중국 들여다보기

친중인가, 반중인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한국 사회의 핵심적 화두다. G2의 하나로, 특히 한국에게는 최대 교역국으로서 그 경제적 위상이 확고한 중국. 하지만 최근 사드 문제로 촉발된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은 동북공정, 한한령(한류 금지령), 역사공정 같은 역사, 경제, 문화적인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또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분쟁 등 중국의 군사적 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지금, 중국 바로 알기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하지만 유튜브, SNS로 대표되는 분절적인 미디어는 중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을 그 어느 때보다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이해에 머물게 만든다.‘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파람북)는 중국문화전문가이자 중국의 문화콘텐츠 전반을 연구하는 학자인 임대근 한국외국어대 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의 신간이다.저자는 YTN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의와 연구자료를 1분 만에 읽을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연결된 테마들로 책을 구성했다.저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知彼知己百戰不殆)’는 경구처럼 우리에게 ‘나쁜’ 중국을 ‘착한’ 중국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책은 ‘가운데 나라, 중국’, ‘중국을 상징하는 것들’, ‘알다가도 모를 중국 정치’, ‘중국의 적과 이웃들’ 등 8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170여 꼭지의 글로써 짧지만 간명하게 사회, 문화, 역사, 정치, 지리 등 중국의 이모저모를 들려준다. 중국인의 겉 다르고 속 다른 기질이나 중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작동방식 등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정리해 이야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19

고통과 쾌락은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끔찍한 공포 영화를 즐겨 보면서 비명을 지르고, 위장을 뒤틀리게 하는 지독하게 매운 음식에 탐닉하고, 육체를 한계로 몰아붙이는 힘겨운 철인3종경기에 참가할까? 나아가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끝끝내 오르고, 목숨을 내걸어야 하는 전쟁터에 자원입대하고, 타인을 돕는 일에 평생을 던지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발달심리학·언어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는 폴 블룸의 신작 ‘최선의 고통’(알에이치코리아)은 ‘삶에 쾌락을 더하고, 몰입을 선사하고,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이토록 선량한 고통들’을 주제로 현대 심리학의 최첨단 이슈들을 짚는다. 전작 ‘공감의 배신’에 이어 또다시 고통과 쾌락이라는 양립 불가능해 보였던 역설적 심리의 정체를 샅샅이 밝혀냄으로써 인간 본성의 비밀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무의미한 권태에서 벗어나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고픈 이들에게 행복과 불행의 최적점(SWEET SPOT)을 찾아줄 것이다.이 책은 인간의 태생이 쾌락주의자가 아니라는 반(反) 쾌락주의자 선언으로 시작한다. 수많은 철학자와 심리학자, 유구한 프로이트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반박하며 ‘인류는 진화를 위해 고통과 고난을 겪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을 펼쳐나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한’, ‘좋은’ 인생이란 평온하고 안락한 상태가 아닌 위험과 스릴 넘치는 모험을 겪고 스스로에게 온전히 몰입하면서 잦게 실패하고 간신히 성취하면서 성장해나가는 삶이라는 ‘괴로움의 심리학’을 제시한다.이해하기 쉬운 흥미롭고 다양한 최신 연구 사례 및 증거를 내세워 인간의 본능이 왜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포함한 자극들을 좇는지를 분석한다. 나아가 무엇이 우리에게 충만한 행복을 선사하는지, 그리하여 고통은 어떻게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되짚으며 고통, 고난, 고행 가운데 ‘올바른 고통’을 선택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더 나은 삶의 방향을 도모한다.인생에서 마주치는 숱한 고통을 고스란히 그리고 묵묵히 받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추구하는 삶은 필연적으로 난관, 불안, 갈등에 부딪히며 생의 여정에 고난은 불가피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삶은 가치 있는 만큼 고통스럽다”는 한 조문(弔文)의 구절을 언급한다. 이는 인생이라는 필드에 홀로 던져진 현존재로서의 인간을 단 한 줄로 압축한다. 즉, 저자는 삶에 가치를 더하는 선택적 고난(올바른 시기, 올바른 방식, 올바른 정도)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동기다원주의를 지지한다.‘최선의 고통’은 말미에 올더스 헉슬리의 고전 ‘멋진 신세계’를 인용한다.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사회는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한다. 결말 부분, 체제를 대표하는 몬드와 체제에 저항하는 존의 대화가 등장한다. 몬드는 쾌락의 가치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인간은 안락한 삶을 선호한다”라고 결론짓는다. 그러자 존은 이렇게 대꾸한다. “하지만 저는 안락함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시를, 진정한 위험을, 자유를, 선을 원합니다. 그리고 저는 죄악을 원합니다.” /윤희정기자

2022-05-19

암호화폐·블록체인, 거품인가? 혁명인가?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뉴스들이 매일 쏟아지지만 그만큼 잘못된 지식도 범람하고 있다. 외계어로 쓰인 듯한 기사는 알아듣기 힘들고, 사람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달라서 누구의 말이 맞는지도 알기 어렵다.‘코인 좀 아는 사람’(윌북·사진)은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IT 기업의 프로덕트 매니저 3명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 정리한 입문서다.세 저자는 지난해 베스트셀러 ‘IT 좀 아는 사람’을 함께 펴냈다. 닐 메타는 구글의 프로덕트 매니저(기획·개발·생산·마케팅 등 제품 관련 모든 활동을 책임지는 사람)로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칸아카데미 미국인구조사국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일했다. 아디티야 아가쉐는 코넬대 출신으로 MS의 프로덕트 매니저다. 파스 디트로자도 코넬대를 졸업했다. IBM MS 아마존 등을 거쳐 페이스북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책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왜곡 또는 과장된 시선을 배제하고 이 기술의 가능성과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준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일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흥미로운 사례들과 함께 들려준다.저자들은 냉정한 현실주의자 관점으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바라본다. 장밋빛 전망으로 투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지도 않고, 기술의 본질과 혁신적인 면을 간과한 채 결함만을 파고들지도 않는다. 기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 알려준 다음 암호화폐의 한계와 문제점도 언급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19

“우리는 밥을 먹는 것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로 사는 마음’(조계종출판사)은 불교계 사회복지 분야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보각 스님(강진 백련사 주지)이 펴낸 마음공부 명상집이다. 평소 스님이 정진하며 메모해 뒀던 부처님 말씀과 경전, 조사어록 등의 글을 모아 풀이한 것으로 짧은 문장 속의 강렬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책 제목 ‘기도로 사는 마음’은 평소 스님이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아함경’의 “몸뚱이는 음식을 먹고 살고, 마음은 기도를 먹고 산다”에서 인용한 것으로 평소 수행과 정진,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는 스님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스님은 ‘좌우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우리는 밥을 먹는 것처럼 기도, 수행을 쉬지 않고 해야 합니다. 최소 밥 먹는 시간보다는 더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마음,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고 수행하지 않으면 마음에는 큰 구멍이 생기고 말 것입니다. 수행자라면 특히나 더 정진에 게으름이 없어야 합니다.”스님은 행복한 삶을 얻는 방법으로 자비와 인내를 제시한다.과거 자신이 존경했던 석주 스님은 스스로를 낮추는 ‘하심(下心)’ 속에 살았고, 언제나 ‘자실인의(慈室忍衣)’를 강조했다고 한다. 자실인의는 대승경전의 꽃으로 꼽히는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자비로 집을 짓고, 인내로 옷을 삼으라는 뜻이다.자비와 인내만 있으면 다툴 일이 없고, 그렇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그는 “이번 책은 제가 평소 정진을 하거나 경전을 볼 때마다 담아 두었던 선지식들의 말씀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펴내게 됐다”며 “고민과 번뇌를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 되시길 기원한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12

기업 위한 자본주의 황금기는 끝났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약 75년간 세계 경제는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두 가지 극단적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날처럼 부유했던 적이 없을 정도로 절대적 부와 평화의 시대를 누려왔지만, GDP(국내총생산)로 대변되는 경제시스템은 가져온 부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한 부작용도 함께 파생시켰다.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클라우스 슈밥(84)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지난 2020년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서 현재 시스템은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으며,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기업 및 개인이 참여하는 전체적인 대응, 그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기업은 더 이상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부 및 사회를 아우르는 더 큰 시스템에 속하는 하나의 이해관계자로 작동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즉각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그는 한 매체 기고문에서 “코로나 위기는 자본주의의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다”고 표현하며 어떤 기업이 이해관계자 모델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슈밥은 세계경제포럼의 국제미디어위원회 피터 반햄 위원장과 함께 쓴 신간 ‘자본주의 대예측’(메가스터디북스)에서 위기에 직면한 세계 경제가 헤치고 나아가야 할 해법을 모색해 진지하게 들려준다. 국내총생산 위주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기업이 임직원, 하청업체, 시민사회와 공생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이 책은 세 개의 파트로 이뤄졌다.제1, 2부에서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의 역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가 얻게 된 영광과 실패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제1부 ‘우리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세계대전 이후 주주자본주의의 성장, GDP 위주 경제 성장 측정의 문제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발전, 사회 분열 현상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2부 ‘경제시스템의 발전과 퇴보의 역사’에서는 급속한 세계화, 기술의 비약적 발전,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짚어본다.슈밥은 세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다양한 구조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살펴본다. 다양한 산업에서 시장의 일부 독점도가 증가하고 성장은 둔화되는 추세이며, 혁신은 계속되지만 이에 따른 환경 오염과 천연자원의 근시안적인 사용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그는 세계화, 4차 산업혁명, 환경 및 자원 사용 문제 등을 유발하는 원인을 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하며 중국, 덴마크, 에티오피아, 독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곳에서 그 솔루션을 찾는다. 뒤이어 경제시스템 개선은 현세대의 생존을 위해, 미래 세대의 지속을 위해 지금 바로 행동에 옮겨야 할 중요 어젠다임을 강조하며, 그 해법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제안한다.‘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제3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미래 세대를 위한 시스템 개혁’에서는 기업만을 위한 자본주의 황금기는 이제 끝났음을 강조하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주체가 취해야 할 방향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설명하며 각국의 모범 사례를 소개한다.“단기적 이윤 극대화, 세금 및 규제 회피, 환경 피해의 외면과 같은 이기적 가치에 의해 움직이는 경제 체제는 계속될 수 없다. 이제 모든 사람과 지구 전체를 돌보도록 설계된 사회, 경제 국제사회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50년간 서구에 팽배했던 ‘주주자본주의’와 아시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국가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12

인생 고비마다 함께한 스승과 제자 이야기

‘나의 스승, 나의 인생’(나남출판)은 한국 경제학계의 큰 흐름을 형성한 ‘조순학파’의 대표 주자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75·제40대 국무총리)이 반세기간 이어온 조순(94) 선생과의 인연과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온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 현대경제학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 원로 경제학자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제17대 경제 부총리)와 정운찬, 두 사람의 인연은 55년 전인 1967년에 시작됐다. 당시 미국 유학을 마치고 서울대에 부임한 조순 선생은 빛나는 지성과 훌륭한 인품을 두루 갖춘 존경할 만한 사표(師表)였다. 그런 선생을 흠모하며 수업 후 칠판을 지우던 정운찬에게 어느 날 선생은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줬다.그 후 반세기 동안 조순 선생은 정운찬의 인생행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을 다니던 그의 학문적 잠재력을 알아보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권유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그를 서울대로 초빙했다. 또한 상아탑에 머물던 그에게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일깨우며 신문에 글을 쓰고, 시국선언을 하며, 총장과 총리로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줬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선생이 함께해 줬기에 그는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더 크게 성장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힘껏 도약할 수 있었다.저자는 “조순 선생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셨다. 그런 스승을 만난 나는 행운아라고 자부한다”며 “제2, 제3의 조순 선생이 나타나 훌륭한 사제의 도(道)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엮었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12

과학적 검증으로 풀어본 명상의 효과

‘명상은 어떻게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바꾸는가?’.명상은 지난 20년간 생산성 향상, 대인관계 개선, 스트레스 완화, 체중 감량, 불면증 해소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으로 급상승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일까?‘명상하는 뇌’(김영사)는 감성지능(EQ)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과 명상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인 리처드 데이비드슨 위스콘신대 심리학과 교수가 함께 명상에 관한 흔한 오해와 믿음을 바로잡고 그동안 왜곡돼왔던 데이터를 낱낱이 해부한 책이다. 특히 명상의 진정한 효과가 명상 중이나 그 직후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명상 후에도 지속적으로 남는 속성이 있음을 입증한다. 하버드 박사 시절부터 함께 명상을 수행하며 연구해온 두 저자는 또한 어떻게 해야 명상의 최대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최신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방법론을 제안한다.이 책은 명상과학 분야의 연구 논문 6천여 편을 검토하고, 그중 가장 과학적 타당성이 높은 60여 편을 추려내어, 명상이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MBCT), ‘인지 기반 연민 훈련’(CBCT) 등 현대적으로 재설계된 명상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와 달라이 라마, 숭산 스님, 고엔카, 람 다스, 마티유 리카르, 딜고 켄체 린포체, 밍규르 린포체 등 세계적인 ‘영적 스승’들과의 특별한 만남, 그리고 진귀한 공동 연구의 사례들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두 저자는 명상 지도자가 이끄는 강도 높은 집중 수련,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 관점처럼 중요한 요소들이 포함된 균형 잡힌 수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명상법마다 배양되는 마음의 특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마음챙김 명상, 연민 명상, 자애 명상 등 다양한 명상법을 훈련해볼 것을 강조한다.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된다. 1~3장까지는 두 저자가 명상을 접하고 명상을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게 된 과정을 다룬다. 4~12장까지는 그동안 많이 알려져 있던 명상의 효과인 주의력·기억력·공감 능력·회복 탄력성 향상과 스트레스 관리, 통증 완화 등에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11~12장에서는 이제껏 연구 대상이 된 명상가들 중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이들이 뇌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들을 공유한다. 13장에서는 명상이 세 가지 수준의 수련자들, 즉 초보자, 장기 수련자, 전문가 수준 수련자에게 각각 어떠한 효과를 미치는지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명상과학이 미래에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발견들이 우리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에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숙고한다.다음은 위스콘신 대학교의 리처드 데이비드슨 연구팀이 소개한 ‘명상의 효과’다.①명상은 스트레스 반응성을 감소시키고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킨다.②명상은 연민심을 증진하고 연민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끈다. 연민 명상을 8시간만 해도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촉진하는 ‘공감적 관심’이 증가했다.③명상은 주의력 훈련의 핵심이기도 하다. 명상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 강의를 하고 매일 10분씩 집에서 수련하도록 한 결과, 주의력 및 기억력이 두드러지게 향상됐다.④명상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줄인다.⑤명상은 신체 건강 증진을 도모한다. MBSR은 친염증성 단백질인 사이토카인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줄임으로써 염증성 질환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고, 명상가들에게는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가 활성·증진됐다.⑥명상은 정신 질환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47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우울증 및 불안 장애, 트라우마(특히 PTSD·공포스런 경험을 한 뒤에 나타나는 정신적 후유증)를 치료하는 데 명상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