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보며 때로 그 기준이 너무 모호하게 느껴져 회의감을 느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억울할 수 있는 법 판결’이 타인이 아닌 당장 나에게 들이닥친 문제라면 어떠할까? 법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은 모순적인 판결로부터 어떻게 자신의 입장을 항변할 수 있을까? 법치국가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며 응당 그 규칙에 따라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법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법이 사회 속에서 작동하며 기능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한스미디어)의 저자 폴커 키츠는 심리학과 법학 전공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 책에서 19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법치국가가 어떻게 법의 기준을 설계해갔는지 추적한다. 19가지 사례는 모두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평화적 연좌 농성은 위법일까?’ ‘국가는 테러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에게도 존엄성은 있는가?’처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주제뿐만 아니라 잊힐 권리, 여성 할당제, 동물보호,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교육권, 동성결혼, 안락사 등 토론이 필요한 주제까지 그 범위가 넓고 깊다. 각 챕터는 스토리텔링으로 시작해 당사자가 법에 의심을 품게 된 이유, 고민의 범위,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 모두를 상세히 담고 있다.
책에 담긴 19가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법이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며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법 판결이 어떻게 탄생되는지도 지켜볼 수 있다. 종국에는 법치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법 사용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의 법은 당신과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몇 년 혹은 몇십 년에 걸쳐 싸운 결과물”이라며, 법이 정의로울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결국 ‘우리’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독일 현지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서독이 타임지라 불리는 주간지 슈피겔, 벨트, 베를린 일간지 타게스슈피겔, 독일 국영방송국인 ZDF 등 많은 언론에서 극찬을 받았다.
2017년 국내 출간했고 이번에 개정판을 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