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아몬드)는 미국의 발달·인지 신경학자인 피처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무어가 생물학계의 뜨거운 주제인 후성유전학의 연구와 통찰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미국심리학회 ‘윌리엄 제임스 도서상’과 미국발달심리학회 ‘엘리너 매코비 도서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책은 후성유전학이 무엇인지,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며 그 학문이 앞으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를 자세하게 톺아보는 한편, 후성유전학 중 특히 경험이 우리의 ‘행동’과 ‘생각’과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 후성유전학’에 집중한다.
행동 후성유전학은 삶의 모든 면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는데,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 새롭고 흥미진진한 학문 분야를 ‘친절하게’ 소개하는 후성유전학 입문서로서, 생물학에 관한 지식과 배경이 없는 독자들도 후성유전학에 담긴 혁명적 함의들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후성유전은 ‘다양한 맥락 또는 상황에 따라 유전 물질이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되는 방식’을 일컫는다. 즉 후성유전은 DNA 염기 서열은 바꾸지 않고 DNA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의 활동을 켜거나(활성화하거나), 끔(침묵시킴)으로써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경험이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언뜻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 된다거나 우리가 먹는 것이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거나 생애 초기의 방임이나 학대가 성인기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한 경험이 어떻게 ‘분자 수준의 생물학적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후성유전학은 이 과정을 과학의 영역에서 증명해낸다.
책 1부 ‘이것은 혁명일까’에서는 후성유전이라는 학문이 왜 이토록 흥분을 일으키는지 쟁점을 살펴본다.
2부 ‘후성유전학의 기본 개념들’에서는 행동 후성유전학의 기본 이론과 유명한 연구 사례부터 다양하고 새로운 최신의 실험까지 두루 살펴본다.
3부 ‘대물림의 의미와 메커니즘’에서는 후성유전의 효과가 실제로 어떻게 세대에서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는지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은 ‘행동과 환경’을 통해 세대 간 경험을 대물림(17장, 18장)할 뿐 아니라 심지어 ‘생식계열’을 통해서도 대물림된다(19장)는 사실을 속속 증명하고 있다.
4부 ‘숨은 의미 찾기’에서는 후성유전학의 한계와 희망적 교훈을 살펴본다. 우선 후성유전학이 ‘뜨겁고 유망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기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21장)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