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엔터테인먼트 허브·반도체·데이터센터…TK만 없는 ‘미래의 이름’ 부산은 3조원 북항 재개발, 강원은 13조 8000억 AI 데이터센터 착공 광주전남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추진… 대구경북은 아무 것도 없다
△13일 밤 7시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 조금씩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시작된 BTS 공연에는 5만5000여명의 관객이 운집해 완전체들의 춤과 노래에 열광했다. 이 기간 부산의 주요 호텔은 만석이었고, 이중 40%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한 연구기관이 분석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최저 6700억에서 최대 1조2200억원. 부산의 구 컨테이너화물기지였던 북항에서는 3조 가까이 투입되는 ‘복합엔터테인먼트 허브’가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다. 서울 고척 야구돔구장보다 더 뛰어난 시설의 개폐식 돔구장 건설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지난 11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 기자실. 전북 출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나 현대자동차 그룹의 새만금 투자 규모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10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도 이곳에 현대자동차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했다.
6·3 지방선거가 끝나고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와 정권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혀 해당 지역민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TK)은 시도지사 당선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시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비전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선 결과에 따라 TK의 미래가 암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부산은 ‘북항’이라는 이름만으로 미래를 설명한다. 부산항만공사가 추진 중인 북항 재개발 사업은 총사업비 2조9929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부산 원도심 활성화와 국제해양관광·해륙교통 중심지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시민들은 북항을 부산의 미래로 인식하고 있다.
광주·전남은 ‘반도체’를 내세우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구상은 AI·반도체·모빌리티를 핵심 산업으로 설정하고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과 팹(Fab)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RE100 전력공급 체계와 세제 지원 방안까지 제시하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실현 여부와 별개로 지역 사회에는 “광주·전남은 반도체 도시로 간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강원은 ‘데이터센터’를 미래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강릉에서는 총 13조8000억원 규모의 1GW급 AI 데이터센터 특화단지 조성 사업이 시작됐고 원주 역시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대구경북은 이번에 당선된 시도지사 당선인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고, 인수위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눈길을 끌만한 것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한동안 최대 관심사였던 ‘가덕도 신공항’은 이제는 아예 관심권 밖이다. 국비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그런데 대구경북 최대 현안인 TK신공항 건설은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구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와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AI·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경북은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구미 반도체 산업, 수소산업, 바이오산업, SMR(소형모듈원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산업 기반은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뒤지지 않는다. 포항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 거점이고 구미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중심지다. 대구 역시 전국 최대 규모의 로봇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산업은 많은데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 시민들은 BTS와 북항을, 광주·전남 시민들은 반도체를, 전북은 현대차와 엔비디아를, 강원도민들은 굴지의 대기업들이 짓는 데이터센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구경북 주민들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10년 뒤 우리 먹거리를 챙기고 있는지 잘 모른다.
우리 먹거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신공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로봇이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AI를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추진 사업은 많지만 지역 전체가 공유하는 하나의 미래상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업 투자와 인재 유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미래 비전은 산업 경쟁력 못지않은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북항 재개발, 광주·전남의 반도체 전략, 강원의 데이터센터 사업 모두 아직 완성된 성과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시민들에게 미래를 설명할 수 있는 상징을 갖고 있다.
대구경북은 다르다. 로봇도 있고 반도체도 있고 이차전지도 있다. 그러나 정작 대구경북의 미래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지역은 정권과 중앙정부가 한 몸이 돼 대기업을 설득하고, 외국자본 유치에 힘을 쏟으면서 해당 지역 발전에 공을 들여주는 데 비해 대구경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