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지사 호남 후공정(패키징)과 경북 전공정(소부장)은 갈등 아닌 국가 공급망 완성의 양 날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앵커기업들이 호남·충청권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일각에서는 ‘TK 패싱’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경북도는 이를 정면 돌파하며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14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철우 지사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전·후공정 밸류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특정 지역의 투자가 지역 간 경쟁 구도로 해석되기도 한다”며 “이번 투자는 경기 용인 클러스터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가 마침내 비수도권 등 지방으로 확장되는 거대한 신호탄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기업들의 용단이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어 “기업이 해외가 아닌 대한민국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결단해 준 것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 고마운 일”이라며 “이러한 비수도권으로의 생태계 확장은 대구·경북에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웨이퍼 위에 회로를 그리는 ‘전공정’과 제조된 칩을 자르고 전기적으로 연결하여 포장하는‘후공정(패키징)’으로 나뉜다. 이번 호남권 투자는 AI 시대의 핵심 초격차 기술로 부상한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한 후공정 집적화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비수도권에 새로운 후공정(패키징) 거점이 확대되면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 핵심 소재와 부품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에서 그 배후 수요를 가장 완벽하게 감당할 수 있는 최적지는 바로 경북 구미다.
반도체 생산의 전공정 단계 및 소재·부품 공급을 책임지는 경북 구미와 호남의 첨단 패키징 거점은 생존을 두고 싸우는 갈등과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을 완결 짓는 ‘상생과 보완의 파트너’ 라는 것.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상 역시 구미를 공급망의 중추이자 대경권 핵심 거점으로, 광주를 패키징 거점으로 설정하여 이 같은 시너지 구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경북은 특혜가 아닌 완벽한 인프라 경쟁력으로 기업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전력 자립도 전국 1위(228%)를 기록해 대규모 팹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고, 낙동강 수계 기반의 풍부한 용수와 신공항 인접 200만 평 부지를 확보했다. SK실트론과 LG이노텍 등 글로벌 기업과 민간 투자 4조 원 이상이 이미 진행된 점도 강점이다.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경북형 AI·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골자로 한 혁신성장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가동, 과거의 범용 반도체와 단순 제조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온디바이스 AI 모델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거점으로 체질을 완전히 대전환하겠다는 포석이다.
경북도는 이 같은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포함한 △반도체 장비 챔버용 소재부품 제조 및 검증 테스트베드 구축 △초정밀 나노기술 적용 전자유리 부품소재 상용화 기반구축 △반도체 소재·부품 시험평가센터 구축 △첨단 방위산업용 고성능·고신뢰성 시스템반도체 부품 실증 기반구축 △국방반도체 프론티어 이니셔티브 추진 △초박막 대면적 반도체 소재개발 및 상용화 지원 △SiC, GaN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육성 △5극3특 성장엔진→시스템반도체 소재·부품 분야 육성 △남부권 반도체 벨트 관련 신규사업 추진 △첨단 반도체 소재부품 Complex 구축 △반도체 기업 퇴직자 활용 기술 컨설팅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12개 세부 과제에 도정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2일 정부가 비상경제본부회의를 통해 발표한 ‘차세대 전력반도체 5000억 원 이상 규모의 대형 R&D프로젝트’와 연계해 포항의 공정개발·시제품 검증 역량과 부산의 시양산·사업화 인프라를 결합해 남부권 전력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전략이다.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상에서 전력반도체 거점은 부산으로 지정돼 있으나, 전력반도체의 핵심인 화합물(SiC, GaN 등) 공정개발 및 기초연구 역량은 포항 나노융합기술원(NINT)이 독보적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향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추가적인 전공정 팹(FAB) 신설이나 대규모 시설 투자를 고려할 때, 행정적 걸림돌이 전혀 없도록 ‘경북투자청’을 신설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파격적인 인허가 절차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철우 지사는 “지방 투자 300조 시대의 성공 모델은 준비된 지자체만이 만들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을 불철주야 찾아가 경북이 가진 독보적인 가치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최전선 세일즈맨 도지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