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 스님 60년 수행 일대기
한국 불교의 대표 선승으로 꼽히는 고우(古愚·1937~2021) 스님의 열반 3주기를 앞두고 스님의 수행 일대기를 정리한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조계종출판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종무원으로 일하며 고우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 실천한 스님의 일대기를 담담한 필체로 정리한 기록이다.
화두를 들고 수행하는 간화선 중흥에 앞장서 온 선승(禪僧)인 고우 스님은 고우 스님은 1937년 경북 고령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1961년 경북 김천 수도암으로 출가했다. 당대의 대선지식 향곡 스님, 서옹 스님, 성철 스님, 서암 스님을 가까이 모시고 정진했으며, 사사로운 문중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부대중 공동체를 위해 공심(公心)으로 봉사하고,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실천한 주인공이다.
특히 고우 스님은 1969년 수좌 도반들과 함께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 들어가 1947년 시작된 봉암사 결사의 전통을 이어서 제2결사를 추진, 지금의 조계종 종립 선원이자 수좌 원융 도량 봉암사를 만드는 초석을 놓았다. 현재 봉암사는 부처님오신날 하루만 개방하며 364일 참선 수도하는 참선 도량으로 유명한데, 이 봉암사의 기반을 다진 스님이 바로 고우 스님이다.
책은 30대 전후의 수좌 10여 명과 1969년 봉암사 제2결사를 이끌어 대한불교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의 기틀을 형성하고, 1982년 도반인 적명 스님과 함께 전국선원수좌회의 전신인 선납회(禪衲會)를 창립해 간화선풍의 대중화에 힘쓴 고우 스님의 행적을 조명한다.
고우 스님은 애초에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단계가 따른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따르는 승려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단박에 깨달음과 수행을 완성한다는 견해인 ‘돈오돈수(頓悟頓修)’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책은 시간순으로 스님의 출가와 공부 과정, 수행 체험, 공심으로 임한 봉암사·조계사 소임 살이와 10·27법난 수습 이야기, 두 번의 깨달음과 성철 스님과의 짧지만 인상적인 법연, 간화선에 쏟은 애정과 열정 등이 총 4장에 걸쳐 펼쳐진다.
1980년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조계종 승려 등을 강제 연행해 수사한 이른바 10·27 법난으로 조계종 총무원이 위기에 빠지자 조계종 총무부장을 맡아 위기를 수습하고 석 달 뒤 산으로 돌아갔다.
그는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에 추대되고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계를 받았으며, 80세가 된 2017년부터 대중을 만나지 않고 홀로 정진하다 2021년 8월 29일 봉암사 동방장실에서 세수 84세, 법랍 60년으로 열반했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