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소설가 함정임의 유럽 묘지 순례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06-13 19:21 게재일 2024-06-14 14면
스크랩버튼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br/>함정임 지음·현암사 펴냄<br/>인문
소설가 함정임(60) 씨가 유럽 묘지 순례기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현암사)를 펴냈다.

함 씨가 지난 2020년 등단 30주년을 맞아 펴낸 아홉 번째 소설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문학동네)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저작이다.

이번 책은 작가 특유의 유목민적 상상력, 애도의 글쓰기를 고스란히 이어간다는 점에서는 친근하지만 묘지를 순례하는 형식으로 쓰였기에 완전히 새롭다.

스무 살 때부터 저자를 사로잡았던, 유럽의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극작가, 영화감독들이 생전에 살던 곳과 영면에 든 공간을 찾아간 문학적 묘지 순례기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의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합장묘, 200만 명의 군중이 모인 가운데 개선문에서 장례식을 치렀던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 빅토르 위고가 묻힌 국립묘지 팡테옹, 묘석도 비석도 없이 묘를 사이에 두고 가느다란 길만 나 있는 톨스토이 묘 등을 찾은 저자는 문학과 예술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 삶과 예술을 문학적 단상들과 함께 들려준다. 저자가 직접 찍은 다채로운 풍경과 여행 사진도 실렸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지중해 바닷가 언덕,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에 다시 갔다. 스무 살 때 처음 그곳 꿈을 꾸었고, 스물여덟 살 때 꿈을 실현했고, 32년 만에 그 앞에 다시 선 것이었다. 이런 행위, 이런 삶은 무엇일까. 설렘도 황홀도 슬픔도 덧없음도 한갓 한순간. 무엇을 붙잡으려 했던 것일까. 이것이 문학, 순정인가. 돌아와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함 씨는 1990년 등단한 이래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그간 소설집 아홉 권, 장편 네 권, 중편 한 권을 냈고 여러 산문집과 동화, 번역서도 펴냈다. 현재 동아대 한국어문학과에서 연구·강의와 소설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문화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