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치·경제전문가 MIT 교수 야성 황<br/>중국식 국가 확장의 역사와 한계 분석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소수민족 탄압 정책과 인권 유린 등 세계 질서에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까지 드러내고 있다.
국가가 모든 개인의 정보를 사생활 단위로 수집하고 통제하며 종교·사상 어떤 다양성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미국 내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야성 황 교수는 저서 ‘중국필패’(생각의힘)에서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 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으로 ‘EAST 공식’을 제시한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587년 수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科擧)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해오면서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역사적 흥망성쇠를 통해 중국의 국가 권력이 확장해 온 비결을 분석하고 대국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 국제사회가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질문한다.
1960년 베이징 출생으로 1985년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부를 졸업하고 1991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로마 제국과 한나라를 비교하고, 영국 튜더 왕조 헨리 8세의 스캔들과 명나라 만력제의 황태자 책봉 거부를 비교하는 등 동과 서를 함께 살핀다. 무엇보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 진나라가 나무 몽둥이를 든 농민 반란군의 손에 무너진 진승·오광의 난에서 ‘정치적 중국’의 기원을 찾아 중국 역사 구석구석 뿌리 내린 사료를 남김없이 끌어와 자기만의 데이터로 삼는다.
저자는 시곗바늘을 바삐 돌리며 개혁개방 시대에는 젊은 인재들의 성장과 교육을 어떻게 범위의 땅으로 ‘아웃소싱’했는지, 자유의 땅에서 그들이 키운 결실을 어떻게 국가의 몫으로 돌렸는지도 조리 있게 밝힌다.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정책이 어떻게 한 국가의 인식 체계를 지배했는지 탐구·분석해 마침내 오늘날 국제 정세 속 기현상의 발생 원리까지 밝힌다.
저자는 중국이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전환한 과정에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1980년대에 권력 분산, 이념적 다양성, 경제 성장 등의 변화를 보여줬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1989년 톈안먼 사건을 겪은 후 빠른 속도로 국유기업 민영화와 외국 자본 개방을 빠르게 추진하는 반면 농촌의 기업가 정신은 억압하는 일견 모순된 노선을 택한다. 이는 편향된 자유화이며 그 결과 국가에 의존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공고해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결국 2022년 10월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시진핑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해 마오쩌둥(1893∼1976)에 버금가는 종신집권 체제에 진입한다.
저자는 특히 과거 제도가 절대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본다. 국가는 과거 제도를 통해 인재를 독점하고 종교 기관, 상인 집단, 지식인 집단이 인적 자원을 확보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대학을 엄격하게 통제·감독하며 운영에 세밀하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책은 “엄밀하게 말해서 모든 중국 대학은 관료제의 일부”라고 규정한다.
책은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남한을 지향하고 정치적으로는 북한 모델을 수용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향후 중국을 기다리고 있는 불길한 미래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