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숭실대 교수 이경재<br/>학술서 ‘한국현대문학과 사상의 사계’ 출간 <br/>민족주의·사회주의·유토피아주의·보수주의 4개 분야로 나눠<br/>이광수·신채호·이효석 등 거장들의 깊이 있는 문학 사상 담아
“근현대문학사의 거봉인 춘원 이광수에서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굵직한 명작으로 이름난 김훈까지 한국현대문학 작품의 기저에 깔려 있는 사상을 탐구한 책입니다.”
경북매일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이경재(48·사진) 숭실대(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학술서 ‘한국현대문학과 사상의 사계’(도서출판 역락)를 발간했다. 이 교수는 왕성한 연구 활동과 평론으로 널리 알려진 문학평론가다.
학술서는 이광수, 신채호, 한설아, 임화, 이효석, 김사량, 손장순, 이민진, 남광우, 이병주, 이창준, 김훈 등 우리 문학사의 빛나는 작가들의 문학 사상에 관한 깊이 있는 사색을 담고 있다. 혼돈의 시대에 광대한 문학적 볼륨을 보여준 작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논의들도 눈길을 끈다.
저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학술서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이번이 20번째 단독 저서이지요.
△네. 이번에 책이 나오고 난 이후 20번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아이 때부터 읽고 쓰는 삶을 동경했습니다. 당연히 제 이름이 박힌 책을 쓰는 것은 가장 큰 꿈이었는데요. 하루하루 쓰다 보니 어느새 스무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책을 내는 일은 첫 번째나 스무 번째나 설레고 두렵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시간의 파괴력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책,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을 쓰기 위해 앞으로도 분발하고 싶습니다.
-학술서 제목이 특이하던데요.
△‘한국현대문학과 사상의 사계’는 ‘역사와 반복’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제목입니다. 신화적 세계관이나 종교적 감각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직선적 역사의식을 대표하는 헤겔이나 마르크스 등도 역사의 반복이라는 문제에 주목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때의 반복이 나름의 차이를 동반한 것이라 할지라도, 반복이라는 구조적 속성이 폐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와 삶을 바탕으로 하여 형성된 사상 역시도 반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국현대문학과 사상의 사계’를 짧게 소개하면.
△한국현대문학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상의 모습을 사계절에 비유해 네 개의 장으로 구성해봤습니다. 각각의 장을 대략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한국현대문학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민족주의, 사회주의, 유토피아주의, 보수주의에 해당하는 작가나 작품에 대해 살펴본 것입니다. 한국현대문학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앞으로의 본격적인 작업을 위한 하나의 시론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이 중 마음에 드는 장이 있다면.
△모든 글이 머리를 쥐어짜며 간신히 써낸 것들입니다. 굳이 답변해야 한다면, 1장의 ‘근대주의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광수’일 것입니다. 김윤식 선생님의 명저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살펴본 글인데요. 이광수와 김윤식이라는 두 정신적 거인이 맞부딪쳐 내는 불꽃과 폭음은 가히 장관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제대로 제가 논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공부하고 쓰는 내내 굉장히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많이 읽고 분석한 자료나 잡지가 있었는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작가나 작품에 관련된 자료는 가능한 모두 놓치지 않고 살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은 문학은 무엇일까요.
△일단 문학은 감동을 줘야 계몽이든 혁명이든 혁신이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문학의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전망하는지.
△문단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한국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말인데요. 요즘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오히려 문학보다도 이 세계의 위기입니다. 아직 6월인데도. 밤에는 더워서 잠을 잘 수 없고, 동해안에는 예전처럼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두가 지구 온난화 때문인데요. 모든 전문가가 이렇게 가다 보면 몇 년 안에 임계점을 넘어 파멸이 확정적이라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작금의 한국 정치에 과연 도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나아가 서로 안 좋은 것들만 주고받는 남북이나 여전히 계속 되는 세계 도처의 전쟁 등을 생각하다 보면, 문학의 위기는 차라리 엄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