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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과학으로 조명한 경주문화유산

문화유산에는 그 지역과 민족 특유의 역사와 문화, 과학까지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를 압도할 만한 과학의 결정체인 문화유산이 많다.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이 과학으로 경주의 문화유산을 조명한 `과학문화유산답사기3`를 출간했다. 북카라반. 356쪽. 1만8천원 저자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페르피냥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건축공학 박사인 저자는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과학의 원리를 풀어내고 있다. 1편 조선왕릉, 2편 전통마을에 이어 이번에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에 숨겨진 과학의 의미를 감칠맛 나게 풀어냈다.◇ 천년 고도 경주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유산 가운데 경주는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5년 불국사와 석굴암 석굴이 1차로 세계유산에 지정된 뒤 2000년 이를 포함한 경주시 전체가 `경주역사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지정됐다.특히 경주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도시다. 전 세계에서 1천년 이상 유지된 나라는 서양의 로마제국과 동양의 신라가 유일하다. 경주는 1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기 때문에 경주 일원에는 신라 1천년에 걸친 다양한 유적이 산재되어 있다.경주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7~10세기 절정을 이룬 불교예술이다. 하지만 경주에는 왕릉은 물론 왕성이나 산성도 있고 첨성대나 포석정지, 석빙고 등 과학유산도 포함되어 있다.이 책은 다양한 시대, 다양한 영역에 걸친 경주 일대의 유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경주를 8개 지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서 주목해야 할 문화유산을 빠짐없이 소개한다.그 유적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물론, 신비하게만 보였던 고대 유산에 숨겨져 있는 과학적 원리를 드러내 보여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뿐 아니라 위치나 접근성 때문에 배제되었던 유적,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 중인 유물까지 폭넓게 다루며 신라의 역사와 예술, 과학적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 ◇ 가장 한국적·과학적인 경주 문화유산 신라의 유적들은 예술적이면서도 과학적이다. 전반적으로 뛰어난 조형미, 섬세하고 귀족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며 그와 동시에 완벽한 기하학적 비례,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제작 기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불국사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도 주로 우리나라 건축물에서만 보이는 그랭이 공법을 엿볼 수 있다. 그랭이 공법은 기준 돌의 형태에 맞추어 돌을 다듬어 쌓은 것으로, 백운교 좌우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천연 바위를 그대로 둔 채 장대석과 접합해 수평을 이루도록 했다. 이같이 어려운 작업을 채택한 것은 불국사가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은 시각 교정 등 정교한 건축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단 기둥을 보면 안쪽 기둥에 비해 바깥쪽 모서리 기둥이 약간씩 높다. 또한 기단과 탑신의 너비는 아래쪽이 넓고 위로 갈수록 좁다. 이것을 귀솟음과 안쏠림 기법이라고 부른다. 귀솟음은 중심 기둥과 모서리 기둥의 높이를 같게 할 경우 양쪽 끝이 중심보다 낮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법이다.석굴암은 우리나라 자연 여건에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석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신라 예술가들은 산을 파 굴을 만들고 조각된 돌들을 조립한 후 흙을 덮어 석굴사원처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냈다. 인공으로 구축된 석암에 예술적으로 조각된 불상들이 배치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 오직 석굴암뿐이다. 인공 석굴은 고도의 축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또 포석정에 대해서는 유체역학적으로 와류(渦流·소용돌이) 현상이 생기도록 설계해 술잔이 사람 앞에서 맴돈다고 설명한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24

서울시립대硏의 `한양의 탄생`

“의정부란 바로 대신들이 모든 관청을 지휘하고 정치를 관리·감독하는 곳이니 그 중요성은 다른 관서와 견줄 바가 아니다. 그런데도 서울과 지방의 사무를 전부 비변사에 맡기고 있다. (중략) 지금부터는 의정부와 비변사를 합하여 하나의 관청으로 삼는다.”고종을 대신해 수렴청정을 하던 신정왕후가 1865년 내린 하교다.비변사는 경복궁 광화문 앞 대로에서 500여년간 자리를 지킨 의정부, 육조와 달리 여러 차례 옮겨 다녔다.16세기 중반 처음 관청이 생겼을 무렵에는 지금의 세종대로 사거리 부근에 있었고, 곧 남산으로 이전했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창덕궁 돈화문과 경희궁 흥화문 앞에 각각 청사를 설치했다.한때 비변사가 궐내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폐지될 때까지 궁 밖을 떠돌았다.그렇다고 궁궐 안에 관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홍문관, 예문관, 규장각처럼 왕을 인문학적으로 보좌하는 자문기구는 궐내각사에 두기도 했다.신간 `한양의 탄생`은 조선시대 도성 안에 있었던 다양한 관청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책이다.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가 엮은 첫 번째 `서울장소인문학 총서`로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 김문식 단국대 교수, 노경희 울산대 교수, 문중양 서울대 교수, 황정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2015-07-24

“고혈압은 병이 아냐… 그냥 두라”

“고혈압은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 그냥 내버려두라. 가정용 혈압 측정기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 내다 버려라.”저자 마쓰모토 미쓰마사(72) 씨는 책의 제목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처럼 확신에 넘친다. 물론 혈압약을 복용하면 더더욱 안된다고 경고한다. 그의 고혈압 대처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내버려두라`는 게 전부다. 물론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을 넘거나 심장에 지병이 있는 경우만 예외란다.언제부턴가 고혈압은 `국민병`이 돼버렸다. 일본의 경우 5천만명이 넘는다. 1980년대 후반만 해도 고혈압 환자는 230만명에 지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혹시 만들어진 병은 아닐까?저자는 고혈압이 언제부턴가 `병`으로 둔갑했고, 치료제도 덩달아 활개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강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 `주범`으로 제약회사 등 의료계를 지목한다.그가 제시하는 단적 사례가 고혈압 기준치 `조작`이다. 일본에서 198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20여년 사이에 고혈압 환자가 무려 20배 이상 폭증한 이유이기도 하다.1987년 당시 고혈압 기준치는 수축기 180mmHg였다. 이때 환자 수는 앞서 언급한 230만명. 의료계는 2004년 이 기준치를 140으로 낮췄고, 이에 따라 그동안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환자로 분류되며 그 수가 1천600만명에 달했다. 그리고 수치가 다시 130으로 낮춰지자 2011년 조사결과 무려 5천500만명이 환자로 둔갑했다.저자는 “`환자`가 늘면 혈압약 판매는 당연히 늘어난다”면서 “고혈압 기준치의 조작이야말로 제약회사에 금덩이를 안겨주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일갈한다.일단 환자로 분류되면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날부터 혈압약을 죽을 때까지 복용하고 걸핏하면 혈압계에 의존하기 마련. 일본에서 20여년 사이에 환자 급증에 따른 혈압약 시장이 다섯 배로 커져 한화로 10조원가량에 이른다. 저자는 `고혈압증`을 제약회사가 주도하는 `사기 상술`로 규정한다.그렇다면 고혈압이란 과연 뭔가? 그저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앞에서 이른 바처럼 `고혈압은 전혀 걱정할 게 못 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혈압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신체현상이지 질병이 결코 아니라는 것. 오히려 혈압약을 먹으면 암이나 치매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계한다.

2015-07-24

경쾌한 어법으로 되살린 발랄한 상상

“전공과 전혀 시인의 꿈을 키웠고 나이 오십이 되었을 때 작은 시집을 낼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이뤘습니다”경주 출신으로 지역에서 문단활동을 하고 있는 여류시인 김정인(49)씨가 첫 시집 `남탕으로 목욕 가는 여자`를 출간했다.김씨는 포항문예아카데미와 선린대 문창과를 수료한 뒤 현재 방송통신대 국문과 3학년에 재학하며 평소 꿈꿔왔던 시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녀는 2015년 시인과 정신 봄호 신인상, 2013년 문장21 신인상, 평보백일장 2013년 장원 등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평소 그동안 틈틈히 써놓은 시들을 모아 시집을 냈다.아버지를 주제로 한 `괴동역`, `형산강`, `황제 펭귄`등에서 무한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다. 봉정암을 오르다, 포방림, 외동면 강둑길, 수월사, 대보리 산0번지, 생생의 손, 새벽 내항에서, 송림로 45번길 등 우리와 친숙한 지역 소재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한다.이번 시집에는 모두 72편의 시를 수록했다.공광규 시인은 시평에서 “우리 문단이 잃어버리고 있는 경쾌한 어법을 구사하고 발랄한 상상으로 자아를 찾아가며, 사물에 대한 육체적 비유와 자본화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문명과 사회현상에 대한 이지적 비판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유진 시인은 “김정인 시인은 자유분방한 성향에 자유로운 생활방식과 자유로운 사유를 구가하지만 결코 평이의 궤도를 벚어나지 않는다. 시편들은 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거침없이 솔직하다. 자본사회현상을 발랄한 상상으로 형상화시킴으로써 경쾌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김정인 시인은 지난 14일 효자동 G1 갤러리카페에서 시집 출판기념식을 했다. 시집 소개와 더불어 정문화 밴드와 안순자 바이올린 연주와 성악 등 작은 음악회가 곁들어지면서 운치를 더했다. 김정인 시인은 “시는 인생을 고백하고 삶을 노래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어렵게 읽혀지는 것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자신의 느낌을 적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시의 대부분 인생의 소외와 실패와 감회의 회환을 그리는 것과 알기 어려운 문장이 많다. 발랄한 상상을 쉬운 말로 경쾌하게 전개하는 방식을 통해 자아를 찾는 것이 더 값지다고 나름 생각한다. 삶의 주변에 일어나는 것이 모두 시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출판회 참석한 한 문인은 “김정인 시인의 시집을 펼치면 눈을 떼지 않고 키득키득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내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7-17

100세시대 노인·환자 돌봄이 길라잡이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 및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에 따른 노인 인구의 증가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총인구 중에 65세 이상의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을 차지하면 고령화사회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는 7%를 초과하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의 질병·빈곤·고독·무직업 등이 사회경제적 당면 과제로 대두해 있다. 그중에서도 노인들의 질병 예방과 건강한 활동을 지원하는 케어기버(Care Giver, 돌봄이)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원 및 선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조정선 교수가 케어기버의 활동에 관한 실무 이론서를 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조 교수는 최근 `노인과 환자를 돌보는 케어기버를 위한 이동동작훈련`를 출간했다.노년기에 이르면 인간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전반적인 기능저하와 손상을 경험하게 되며, 일상생활에서 타인에 의존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호소하게 된다.노인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수행능력, 그리고 이동수준 등이 떨어지게 되면 노인 자신뿐만 아니라 노인을 돌보는 부양자들에게도 심한 부담감을 주게 된다. 노인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유지ㆍ증진시키려는 접근은 임상과 지역사회, 가정에서 모두 중요하며, 올바른 이동훈련을 통한 이동력 향상이 꼭 필요하다.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골격근의 부피가 감소되고, 근육 내 지방과 콜라겐 증가로 인한 근감소증의 생리적 변화가 나타난다. 이러한 근감소증은 골격근의 근력 저하 및 하지 수행력 감소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노인들의 전반적인 신체 활동은 제약을 받게 되며, 감소된 신체활동 및 운동 능력 약화가 일상생활에 장애를 주게 된다.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허약노인을 방치하게 되면 장기요양 상태로 빠지기 쉽고, 이는 곧 국가보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등에서는 노인의 허약상태 회복과 장애로의 진행을 예방하기 위한 체계적 관리와 예방차원의 각종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허약 노인을 위한 예방차원의 이동기술훈련이 필요하다. 신체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허약노인의 경우 개인 또는 케어기버의 도움으로 근력 감소 예방 및 자세, 균형, 그리고 신체기능향상을 위한 포괄적인 이동훈련 기술을 익혀야 한다.조 교수가 펴낸 `케어기버를 위한 이동동작훈련`은 노인과 환자들을 돌보는 케어기버를 위한 안내서이다.이동동작훈련은 먼저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안전을 포함한 환자 관리 활동을 위한 준비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둘째로 올바른 신체역학을 이해하며, 환자의 다양한 자세유형을 소개한다. 셋째로 노인과 환자의 수준에 맞는 이동 보조도구 사양과 활동방법과 적절한 이동 동작을 선택하며 훈련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케어기버로 하여금 노인과 환자를 돌보는 최적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원 및 선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조정선 교수가 케어기버의 활동에 관한 실무 이론서를 발간해 주목받고 있다.케어기버는 허리를 곧게 펴고, 상지의 힘은 고정할 수 있을 정도로만 힘을 사용하고, 하지의 힘을 사용해 환자를 이동시켜야 한다. 이때 중력, 무게중심, 축, 마찰과 같은 역학적 힘을 활용하게 된다. 케어기버 혼자서의 이동이 어려울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보조도구를 사용함으로써 환자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또한 이동 기술을 적용할 때에는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눈을 보며 인사함으로써 노인과 환자의 각성을 돕는다.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하여 아나운서처럼 간단명료하고도 나지막이 설명한다. 이어서 `제가 도와드릴께요`라고 말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이동기술을 적용한다.저자는 “이 안내서를 통해 케어기버들이 효율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케어기버 자신, 그리고 노인과 환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동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저자는 대구대학교 물리치료학과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포스텍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원, 선린대학교 물리치료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포항MBC라디오 열린세상 고정코너 `까칠교수와 오지랖박사의 생활과학` 진행 및 위덕대와 포항YWCA에서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인을 위한 이동동작훈련`정기 강연 등을 하고 있다. 저서로 `가정물리치료학(2007)`, `청소년 융합과학교실(2013)` 등이 있다.이담북스, 150쪽/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7-17

일제 강점기·한국전쟁 시대 작가 분석

올해로 평론활동 51년째를 맞은 염무웅(73) 영남대 명예교수가 여섯번째 문학평론집 `살아 있는 과거 - 한국문학의 어떤 맥락`을 출간했다. 창비, 384쪽, 2만원 저자는 독문학자이면서도 우리 근대문학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비평가로 문단에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평론집은 주로 일제 식민지와 6·25전쟁, 독재정권 시기를 겪었거나 그 시대에 활동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사색을 담고 있다.저자가 1964년 평론활동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게 추구해온 비평 의식은 책 제목인 `살아있는 과거`에서도 드러나 있다.과거에 대한 의식의 빈곤은 현재에 대한 감각의 둔화와 지적 작업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현재 안의 `살아 있는 과거`를 느끼고 또 현재를 발판으로 과거를 사유해야 역사의 연속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1부는 정지용, 천상병, 신동문, 고은, 김남주 등 시인을 다룬 글로 구성됐다. 식민지 시대 일본 유학을 경험한 네명의 시인(김동환, 정지용, 이상화, 김소월)의 서로 다른 삶의 행로와 정신세계를 분석한다. 개성도 다르고 문학적 성향도 판이한 이들이 식민지 현실을 살아내는 방식을 역사적 지평에서 살펴본 글이다.2부에는 홍명희, 염상섭, 박완서, 한남규, 이문구 등 소설가들의 평론을 담았고 3부에는 비평과 서평 등 여러 성격의 글을 실었다.3부에 실린 `문학의 현실 참여`는 한국 근대문학이 출발한 19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문학이 어떻게 현실에 관여하는지, 현실에서 문학이 어떤 제약을 받는지 살피면서 문학의 문학다움을 이야기한다.에세이 `인쇄된 것 바깥에 있는 진실들`은 1960년대 신구문화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담은 글로, 신구문화사에서 출판한 `현대한국문학전집`의 상세한 정보를 적었다./정철화기자

2015-07-10

달서문화재단 `문화만개` 창간

(재)달서문화재단이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향기를 꽃피우자 문화예술전문지를 창간했다. 달서문화재단은 문화예술전문지인 `문화만개(文化滿開)` 창간호를 지난 3일 발간하고 지역의 각종 문화예술 이야기를 전한다.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엮어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지는 `문화만개`는 예술인은 물론 지역민과 폭넓은 소통을 위한 예술지로 탄생했으며, 올해는 2번 발간할 예정이다.`문화만개`는 국내외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분야의 필진들의 기고문과 함께 기억에 남는 연주자와 전시작가의 인터뷰, 지역 문화계 소식 등 다채로운 내용을 담아내는 격조 있는 문화예술전문지를 표방하고 있다.이번 창간호는 `꽃을 피우며, 문화를 쓰다, 컬처아트, 예술(人) 그리고 만남, 문화 여행을 떠나다, 열매를 맺으며` 등 6개의 테마로 구성됐다.문학, 미술, 음악 분야의 무게감 있는 인문학 칼럼부터 현장에서 전해온 생생한 문화예술 이야기, 재미있는 에세이와 여행기, 또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펼쳐진 공연·전시의 주인공인 연주자와 전시 작가들의 인터뷰까지 총 17 꼭지의 다양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창간호인 만큼 비중 있는 필진들의 원고로 채웠다. 이성낙 명예총장(가천대)의 `선비 서직수 초상화에 담긴 우리의 긍지`와 이현우 서평가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인문학 칼럼을 실었다.또 박정곤 교수(고리키대학교 한러문화연구원)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온 `백야와 예술의 조화로운 만남` 예술 융합의 아이콘 권순훤 피아니스트의 `음악, 그림을 만나다`, 김영동 평론가의 `유럽 미술관기행`, 정성희 대표(극단콩나물)의 `연극 같은 인생을 꿈꾸며`, 리모 작가의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등 필진들의 현장감 있는 탐방기와 에세이, 직접 찍은 사진 등 가치를 더하는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다.달서문화재단은 앞으로도 감동이 있는 예술인 이야기, 국내외 비중 있는 공연·전시는 물론, 그림과 책 속에 나타나는 역사적인 장소, 의미 있는 공연이 펼쳐지는 현장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스토리를 지역민들에게 전할 계획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10

사마천의 史記로 본 한국사회 모습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그리하여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정도를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꿈꾼다.”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사마천의 `사기`에 비춰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는 `사마천 한국견문록`을 펴냈다.8일 출간사인 `까만양`에 따르면 총 22장에 걸쳐 세월호 선장의 무사유,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지식인들의 사명 회피, 존경받는 원로가 없는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사기`의 각 예화에 빗대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이 전 처장은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먼저 구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에서 한(漢) 무제 때 이기적 관리인 왕온서의 사례와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을 들춰낸다.또한 직언하는 신하와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군주의 태도를 높이 받들어 동시대 위정자들에게 제시한다.“위나라 문후가 신하들에게 `나는 어떤 군주인가`라고 묻자, 임좌만 (동생에게 새로 얻은 땅을 나눠주지 않았으니) 어질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에 화가 난 문후가 책황에게 물으니 `어진 임금`이라고 답했다. 책황은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바르다. 임좌가 한 말이 바르니 전하가 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문후는 기뻐하며 임좌를 상객으로 정중히 대접했다. (중략) 직언하는 신하 없이 성공한 군주는 없다. 그러나 직언하는 신하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31~35쪽서 발췌)현실정치적으로 보수의 관점에 섰던 이 전 처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시인 김지하의 결기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 은퇴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대해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비정상을 바꿀 생각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들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연합뉴스

2015-07-10

요절한 천재 이상의 문학세계 재조명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1910~1937) 의 유명한 단편소설 `날개`의 첫 구절이다.시와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작품 활동을 한 일제 식민지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였던 이상은 천재와 광인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주인공으로 흔히 재조명된다.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그의 문제적 삶과 해독불가능하고 파괴적인 형식의 작품들로 인해 한편으로 그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특별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간혹 제국주의적인 담론의 그물망에 얽힌 존재로 치부돼 현해탄 콤플렉스라 명명된, 주인에 대한 노예의 의식을 체현하고 있는 작가로 주장하는 이도 있다.미발표작을 남기고 스물여덟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작가의 비운이 애달파서일까. 한국 문학계에서는 이처럼 여전히 그의 삶과 문학적 가치에 대한 평가와 재조명이 계속되고 있다.방민호(50·사진)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새 저서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예옥출판사)는 이 난감한 상대와의 싸움을 회피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정면 대결로 뚫고 나가고자 한 연구자의 열정과 도전의식을 보여준다.9개 장으로 구성된 1천800매 분량의 논문들은 한국현대문학의 20세기적 보편성을 확보하려 고투한 이상 문학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무엇보다 방 교수는 연구를 넘어, 문학으로서의 본격적 텍스트 읽기로서 이상 문학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그는 이상 문학의 주된 창작방법인 알레고리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이상 문학에 있어서의 웃음과 히스테리, 크로포트킨 사상과 이상 문학의 관련성, 도스토옙스키와 이상 문학의 관련성, 경성모더니즘과 이상 문학의 관련성 등 새로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상 문학, 특히 그의 소설과 산문들을 새롭게 분석했다.방 교수는 소설 `날개`의 끝말인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에 아내에 기생해 사육당하는 자신의 처지에서 겨드랑이에서 돋아나는 날개로 한 번 날아보자고 새로운 열망을 꿈꾸는, 건강한 삶을 향한 소망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한 듯 본격적 텍스트 읽기로서, 작가 이상의 치열한 의식세계를 탐구한다.가령 이상이 죽기 한 달 전 일본에서 쓴`종생기`에서 지식인으로서 식민지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는 고뇌를 토로하는 주인공 이상의 몸부림은 “사소설적 차원에서 읽으면 이상의 일본행의 의미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상의 일본행은 단순한 모더니즘 찾기가 아니라 진정한 창작 방법을 위한 모험의 도정, 현해탄 건너뛰기를 의미한다”고 그는 해석한다.마찬가지로 이상의 마지막 자전적 소설인 `실화` 역시 흔히 현해탄 콤플렉스에 깊이 침닉되었던 문학인으로 치부되곤 하는 이상의 평가에 대해 “검정外套에 造花를 단, 땐서-한사람. 나는 異國種강아지올시다.” 문장은, 캄캄한 한밤 도쿄의 거리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자기를 되돌아보면서 그 자신이 식민지 지식인이라는 뼈아픈 자각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이항대립적 관계항에서 벗어나 약동하고자 하는 그의 새로운 다짐을 볼 수 있으며 자기 이야기라는 개체적 진실성에 머무르지 않는 보편적 가치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방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논증하고자 한 것은 이상 문학이 20세기 초엽 `식민지` 조선이라는 특수하면서도 고유한 시공간의 산물이자 동시에 일제라는 오리엔탈 임페리얼리즘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성, 공통성을 추구한 문학이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상 문학을 둘러싼 선입견, 즉 일본 모더니즘에 경사된, 현해탄 콤플렉스의 소유자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국현대문학의 20세기적 보편성을 확보하려 고투한 이상 문학의 면모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는 추천글을 통해 “한국문학 연구는 지금 주석적 해석 단계를 넘어 창조적 논의로 나아가야 할 때다. 단순한 체계화를 넘어서는, 학문으로서의 이상 연구를 생각할 때 방민호 교수의 이 책은 중요하다. 방 교수의 이번 저술은 새로운 단계의 이상론, 이른바 포스트 이상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역작”이라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5-07-07

“세상 바꾸는 것은 지식이죠”

“사람이 내일 죽는다면 오늘 정신이 바짝 든다고 하잖아요.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겪어보니 정말 글이 잘 써지더군요.” 소설가 복거일(69·사진)의 장편 `역사 속의 나그네`(문학과지성사)가 연재 중단 25년만에 6권으로 완간됐다.작가는 1989년에 이 작품의 연재를 시작해 1990년 연재를 중단하고, 한 권 정도분량을 더 해 1991년 세 권을 출간한 상태로 집필을 멈췄다. 그가 3권에서 정지한 채 마무리되지 않은 작품을 다시 꺼내든 건 말기 간암 판정을 받은 2012년이었다.1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의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난 작가는 “아픈 몸을 살살 달래가면서 글을 썼다”고 털어놨다.“어느 날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폐에 반점이 있대요. 진단을 받아보니 종양이 간에서 시작됐고 폐까지 전이됐다고 하더군요. 말기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에 `역사 속의 나그네는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그 길로 주변을 모두 정리하고 `역사 속의 나그네` 완간에 집중했다. 그가 병원도 가지 않고 나머지 4~6권, 모두 3권을 쓰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작가는 “어차피 글을 못 쓰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면서 “증상이 좋지는 않지만 좋아지길 바라야 할 것”이라고 웃었다.`역사 속의 나그네`는 2070년대에 살던 주인공 이언오가 시간여행을 하다 500년전인 16세기 말 조선시대에 불시착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21세기의 지식으로 16세기 조선시대에 변혁을 일으킨다.“사람에게는 뭔가를 운영해 보고 경영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것을 가장원초적으로 표현하는 게 무협소설입니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지적 무협소설`입니다. 주인공은 500년의 시차가 불러온 그 엄청난 지식의 간격을 이용해서 낙후된 조선사회를 근대적으로 만드는 꿈을 실현하죠.” 먼저 자신의 의학·기술 지식으로 사람 살리는 일을 하던 주인공은 흉년에 저수지사업을 벌인다. 마을에 싸움이 벌어지자 반란군을 이끌어 관청을 친다.4~6권에서 이언오는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외치며 반상과 남녀의 평등을 일궈내고 점차 사람들이 꿈꾸지도 못했던 이상사회를 만들어 나간다.그야말로 조선시대의 선구자가 된 이언오는 지방정부 사이 갈등을 겪으며 사람을조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다 이 새로운 세상에 가정을 꾸리고 아비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간다.작품에는 복씨의 우리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도 투영됐다. “거대한 문제를 다루는 게 작가들의 축복”이라는 복씨는 그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고치고 싶은 것들을 소설 속에서 해낸다.특히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공고하게 유지된 노비 제도가 조선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노비를 해방시킨다.작가는 “조선이 왜 그렇게 약한 나라가 됐는가라는 문제가 늘 우리를 짓누르는데, 인류 역사에서 우리나라보다 노예제도에 가까이 간 나라가 없다”며 “경직된 노예제도가 사회 발전을 가로막았고, 실학자들도 결국 계급 이익에 복무했다”고 주장했다.작가는 “모든 작가의 작품엔 자기의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비치는데, 저는 일상 속에서 무수히 `지식인`을 추구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 많이 비쳤을 것”이라며 “임진왜란 때까지 이야기를 진행시켜 당시 일본 내부 사정까지 담고 싶었지만 `여기서 끝내야겠다` 싶어 멈췄다”고 말했다.작가는 최근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킨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그는 “작가는 결국 공적인 지적 재산을 모아서 나름대로 조합하고 화학적 결합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고, 뛰어난 작가도 자기 작품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넣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작가는 “그런데 그 화학적 결합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문체를 강철 만들듯이 달구고 때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바쁘다거나 지쳤다거나 해서 그걸 게을리했을 때 표절 시비가 붙는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문학계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인식이 덜 된 면이 있다”면서 “그 부분을 조여줘야 작가들이 더 긴장하고 문장을 다듬을텐데, 이응준 씨가 문제제기를 한 것은 문단에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신씨 표절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문학 권력`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에 입각한 그의 가치관이 묻어났다.복씨는 “`손에 든 게 망치밖에 없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권력관계로 세상을 보려고 하면 모든 게 다 권력일 것”이라며 “세상을 큰 틀에서 바라보지 않고그때그때 유행하는 단어로 보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저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문학계를 바라보는데, 문단을 그렇게 바라보도록 훈련한 사람이 없다”면서 “문학계에서는 소비자가 권력이 있는데 그것을 권력구조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작가는 “지금까지 시집도 두 권을 썼는데, 앞으로 시집 두 권을 더 써서 한 권은 생전에, 한 권은 사후에 내고 싶다”고 밝혔다.이어 “소설은 계속 쓰고 싶다. 그런데 저 혼자는 안 되고 하느님이 협조를 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03

내려오는 길에 배우는 삶의 지혜

어느 분야에서든 꼭대기에 올라가 본 사람들은 안다. 위만 쳐다보고 올라갈 때는 놓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산해본 사람들은 안다. 내려오는 길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언론인 함영준이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20인의 숨겨진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내려올 때 보인다`를 출간했다. 샘앤파커스, 263쪽, 1만5천원 저자 함영준은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직접 겪으며 청년 시절을 보냈다. 21년간 조선일보 기자로 현대사의 각종 사건사고를 현장에서 취재했고, 정관재계 인사들의 흥망을 밀착해 지켜봤다. 마흔 후반에 신문사를 그만두고, 광야로 나와 혼자 글을 쓰며 진짜 인생을 배웠다.베테랑 기자 특유의 노련함과 집중력에 자신의 인생경험까지 더해지자 세상과 인물을 보는 안목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그가 30여 년간 지켜본,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인물들을 정리했다. 우리가 건너온 시대를 돌아보고, 진실한 삶의 모습들 속에서 희망을 되찾고 싶어 이 책을 펴냈다.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며 내려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현대사의 굵직한 획을 그은 20인의 인물들을 통해서 인생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갑작스런 성공도, 끝없는 좌절도, 인생이라는 그림의 일부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2014년 `중앙선데이` 인기 연재물 `함영준의 사람과 세상`의 원고를 기초로 새롭게 재구성한 책이다.저자가 다룬 인물 중에는 40여년 전 함께 공부한 손석희, 한 직장에서 20년 이상 동고동락한 방우영·조갑제, 기자 대 취재원으로 만난 조영래·이명재·민병돈·박지원 등이 있다. 또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없는 노무현·김대두·김정일과 같은 이들도 있다.전직 대통령부터 언론인, 법조인, 기업인, 군인, 작가, 심지어 사형수와 조직폭력배 두목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상징적인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풍운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 인물들의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했다.저자는 책머리에서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섰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7-03

浮薄(부박)한 시대 건너는 `서정의 힘`

최부식(57)시인이 첫 시집 `봄비가 무겁다`(문학의 전당)를 발간했다. 1989년 `포항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그가살고 있는 포항 여러 곳의 소재를 담은 시가 수록돼 특히 눈길을 끈다. 포항문화방송에서 PD로 근무하며 만나온 포항철강공단 근로자와 포항역 주변 환경미화원, 청진리 주민 등을 삶의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어들로 채워져 있다.또 어부, 재래시장의 사람들, 노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되고 연약한 사람들에 가닿는 시인의 간절한 시선은 쓸쓸하고 깊다. 시인이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조용히 필사하는 것은 그 따뜻한 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를 통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 부박한 시대를 건너가기 위함이다.수사적 기교를 자제하며 세계의 비극까지 있는 그대로 끌어안음으로써 우리를 돌아보고, 시를 통한 연대를 꿈꾸고 있다. 적극적으로 이 세계를 반영하려는 의지와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은 시인의 시는 그래서 아프다. 하지만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덧입혀져 정겹기 그지없다. 동시대를 사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향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봄비가 무겁다`는 삶을 긍정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가득하다.김명인 시인은 추천글에서 “`봄비가 무겁다`에는 장소에 관한 심상들이 유난하다. 그곳은 죽천 바다, 울릉도, 법성포구, 청진항 등 우리나라의 어디이기도 하지만, (중략)시대를 건너온 삶의 응어리가 그대로 곰삭아가는 그 땅의 스산한 삶을 지금껏 붙들고 사는 까닭이다.”고 평가했다.김만수 시인도 “호미곶 푸른 물 자락과 거친 해연풍이 몰려오는 보리언덕에서 최부식의 간절한 시선은 욜량욜량 밀리는 까치놀에 쏟아지기도 하고, (중략)부박한 시대에 무겁고 울림이 큰 서정의 옷을 입히는 그의 시 쓰기는 애잔함과 넉넉한 따사로움이 더해져 있어 정겹기 짝이 없다.”고 추천했다.최부식 시인은 “지난 세월 절망, 분노, 욕망, 허망, 기쁨, 간절함과 서글픔 등으로 뒤엉긴 숲속의 나날을 헤매다 낡은 시 묶음 들고 나오니 환한 달 서늘한 시선에 나의 영혼이 더 아프다”면서 “우리네 사랑과 삶은 짧지만 더 오래 살 나무에 기대고 더 멀리 흐를 강물 보며 시를 써 가겠다”고 밝혔다.경주 출신인 최 시인은 포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현재 포항문예아카데미 원장과 포항MBC 편성제작센터 PD(국장)로 재직하고 있다.출판기념회는 26일 저녁 7시 포항티파니웨딩(옛 청솔밭뷔페) 3층에서 열린다./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2015-06-26

전쟁국가 꿈꾸는 아베정권의 속내

일본은 전쟁할 것인가? 전쟁국가는 귀환할 것인가?30여 년간 일본 방위 문제에 천착해온 도쿄신문사 논설위원 한다 시게루는 “아베 신조 정권이 길게 지속할수록 일본이 전쟁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말한다. 무력행사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가 힘을 잃으면 자위대가 국내외에서 무력을 쓸 명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현재 일본 주변에 심각한 안보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두고, 한국과는 독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하고 있지만, 자국민이 위험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범죄지, 무력 공격은 아니다.하지만 아베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한층 악화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국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있지도 않은 위기를 부추겨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향해 치닫는 것이다.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해석 개헌, 무기 수출 해금과 일본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등장, 국가안전 보장기본법 논의 등이 모두 `보통 국가` 일본을 향해 가는 작업이다.저자는 이런 아베의 움직임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고 지적하며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아베) 총리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헌법 해석에서 `검다`고 한 것을 `희다`고 바꿔 말할 필요가 있다. 역대 자민당 정권의 헌법 해석을 부정하면서 독자적인 `터무니없는` 해석을 각의 결정하는 행위는 입헌주의의 부정이자 법치국가를 포기하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총리에 의한 쿠데타`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63~64쪽) /연합뉴스

2015-06-26

대학교수가 제시한 10가지 성공 법칙

부모의 재력과 권력, 학벌을 대물림하는 사회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상실감, 소외감은 갈수록 더해간다. 평범한 개인의 성공신화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워진 사회이다. 그런 무리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성공, 행복의 꿈`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김창룡 인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겸 국제교육원장이 20, 30대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속에서 건져 올린 성공의 법칙을 책으로 내놨다. `성공, 실패가 준 선물`이지출판, 287쪽, 1만5천원 저자는 AP통신사 서울특파원, 국민일보 기자를 거쳐 KBS, MBC TV 미디어 비평 자문위원, 방송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회 경남중재부 위원 등을 지냈다. 화려한 경력의 이면에 무수한 실패가 있었고 이런 개인적 경험를 토대로 성공학의 원리를 정리했다.그는 책에서 “누구나 성공을 좋아하고 실패를 싫어한다. 막연하게 성공만 원했지 스스로 어떤 실패 습관, 실패 요인을 개선하고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돈만 잘 벌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그랬다고 설명했다.대학교 졸업반 때 소위 `언론고시`에서 번번이 낙방한 뒤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를 배우며 했던 태권도 사범 생활,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버텼던 유학생활, 런던에서 저널리즘 석사과정을 마치고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AP통신 서울특파원에 합격하기까지 장장 6년에 걸쳐 실패와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기자라는 꿈을 이루기까지 과정을 풀었다.국내 언론사로 직장을 옮기고 난 뒤 이상과 다른 언론계 현실에 인생의 시간표를 다시 짜고 40세까지만 기자생활을 하겠다고 계획한 일,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30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오징어가게·학원사업을 시도했다 실패하고 재기하기까지, 생생한 경험에서 얻은 10가지 성공법칙을 제시한다.`실패의 가치를 존중하라.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지 마라. 약속 시간에 미리 가라. 상대가 누구든 무시하지 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개발하라. 자기통제력을 길러라. 자기 강점을 찾아 그것으로 승부하라. 인격 수양을 하찮은 것으로 생각지 마라. `노`(No) 해야할 때 `노`라고 말하라. 성실하라`또 이들 법칙이 중요한 이유를 경험과 사회적 이슈를 통해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정철화기자

2015-06-26

`바둑 황제` 조훈현 9단 첫 에세이

한국 바둑의 살아 있는 전설 조훈현(62) 9단이 첫 에세이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냈다.바둑 외에는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해오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그의 인생을 직접 복기한 책이다.조훈현 9단은 세계 최연소인 9세에 입단해 프로 통산 160회 우승을 거머쥔 한국 최고의 기사다.1980년대 초중반 국내기전을 모두 석권하는 전관왕을 3차례나 기록했고, 1980년에는 9관왕, 1982년 10관왕, 1986년에는 11관왕에 올랐다.특히 1989년 한국기사로는 유일하게 제1회 응창기배에 초청을 받아 우승까지 일구며 바둑 변방국이었던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국내는 물론 세계 바둑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한 기록으로 채운 거목이지만 제자 이창호를 비롯한 후배 기사들의 거센 도전에 패배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이 책은 이러한 조훈현 9단이 정상과 밑바닥을 여러 번 오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하고 인생에 담대하게 맞설 수 있는 조언을 건넨다.그는 “바둑판에서 `생각의 위대한 힘`을 배웠다”며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해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아울러 “인생에서는 승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비록 이기지는 못했더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라고 말한다. /연합뉴스

2015-06-26

이탈리아서 꽃핀 금융의 역사

화폐는 고대 로마와 아랍 지역에서 물물 교환을 대체할 도구로 사용됐다. 하지만 중세에 접어들면서 화폐는 거의 종적을 감춘다.중세 사회는 성직자와 귀족, 백성으로 명확하게 나뉘었다.농부는 곡식을 수확해 일부를 자기 주인에게 바치고, 다음해에 씨로 뿌릴 일부를 보관했다. 그러고도 남은 것이 있으면 자기 식량으로 삼았다. 성직자와 귀족은 찬송가를 부르거나 칼을 휘두르느라 여념이 없었고 백성은 노동으로 이 두 계층을 부양해야 했다.이 시대에는 돈을 쓸 만한 일이 없었고,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은 물물교환으로 가능했다. 부자는 금화를 가득 쌓아놓는 대신 농부 무리를 거느렸다.3개 계층이 공고하게 자리 잡은 사회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상인이 생기면서부터다. 농부에게 옷을 공급하고 수공업자에게 양식을 전해주는 거래인이 생겨난 것이다.이들이 등장하자 기억에서 잊힌 물건, 화폐가 필요해졌다. 베네치아에서는 은화가 먼저 만들어졌고 제노바와 피렌체에서는 순도 95% 이상의 금화가 주조됐다.화폐 거래가 활발해지자 일부 상인은 은행가로 변모했다.최초의 은행가는 탁자 위에 천을 깔고 돈 자루를 올려둔 모습이었다. 은행가는 처음에는 환전 업무를 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금고를 이용해 예금을 해주기 시작했다.2012년 책 `책공장 베네치아`로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공화국의 출판문화 발전을 조명한 역사학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가 이번에는 이탈리아에서 꽃핀 금융의 역사를 되돌아봤다. 새 책 `돈의 발명`(책세상)을 통해서다.번성했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를 무대로 초기 형태의 은행과 다국적 기업, 보험회사가 만들어지고 이자, 환전, 인플레이션, 주가 조작 등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모습을 추적했다. 김희정 옮김. 448쪽. 2만2천원./연합뉴스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