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송정림 달 펴냄, 224쪽
진짜 사랑인지 의도적 접근인지 의심하기도 하고, 나와 상대의 마음을 견주며 손해보지 않으려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한다.
`썸` 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사랑인 듯 사랑 아닌 새로운 관계가 설정되기도 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사랑을 믿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송정림 작가의 신간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것`은 그동안 다양한 저작을 통해 생활 속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해 들려주고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게 해줬던 작가가 문학작품 속에서 사랑과 삶의 면면을 포착한 산문집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 선정한 문학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작은 물론이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쉽게 변덕과 싫증을 부리게 되는 팍팍한 세상에 `사랑이 변질됐다 해도 궁극적으로 사랑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문학동네 출판그룹 공식 카페에서 주1회 연재됐던 내용을 바탕으로 꾸려졌다. 제목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도 당시의 연재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단행본으로 엮는 과정에서 연재 분량 가운데 1/3 정도는 덜어내고, 새로운 작품을 채워넣는 작업이 진행됐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그가 와주기만을 기다리는 한 여자의 일기 같은 소설 `단순한 열정`(아니 에르노)을 통해 도덕적 관념도 내다버릴 만큼 뜨겁고 아프지만 열정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무려 51년 9개월 동안 한결같이 기다려온 남자의 순애보를 그린 `콜레라 시대의 사랑`(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을 통해 사랑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요즘 시대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던진다.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시선으로 각각 쓰인 `냉정과 열정 사이`(에쿠니 가오리·츠지 히토나리)를 다시 읽으면서는 헤어졌지만 끝내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애잔한 사랑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러브 스토리`(에릭 시걸)에서는 현실적인 장벽을 모두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으로 결혼까지 이뤄낸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암에 걸린 남편의 마지막을 보살피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박완서)에서는 우리들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져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권태기가 찾아온 부부가 그것을 벗어나 보려다가 오히려 작은 오해로 위기를 맞는 소설 `낭만파 남편의 편지`(안정효)를 통해 사랑도 화초를 가꾸듯 꾸준히 돌보아 지켜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되새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