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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만났던 아이들의 진솔한 삶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12-18 02:01 게재일 2015-12-1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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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중계석` 김현욱 문학동네 펴냄, 112쪽

“온종일

어시장 좌판에서

생선 장사하시는

울 엄마 향수는 멘소래담입니다.

생선 비린내도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도

멘소래담이면

쏴아아 가라앉습니다.”

(김현욱 동시 `엄마의 향수` 부분)

포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현욱<사진> 시인이 최근 동시집 `지각 중계석`(문학동네)을 펴냈다.

김 시인은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시가 당선되고 2013년 시집 `보이저 씨`를 내며 시인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07년 `구룡포 아이들`이라는 동시 연작으로 해양문학상을 받고 이어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당선,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 추천을 받는 등 탄탄히 동시인으로서 기반을 다져왔다.

그가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년 동안 초등학교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며 만나온 아이들 덕분이다. 교실에서, 바닷가에서,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말로 글로 몸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아침마다 짧은 일기 형식의 `글기지개`를 쓰고,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쓰는 살아 있는 시 쓰기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김현욱 시인은 “동시는 아이들과 통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삶에 스며들어 동시를 써 온 지 10년. `지각 중계석`은 그 10년을 아우르는 김현욱의 첫 동시집으로, 시인이 아끼는 시들을 한 편 한 편 가려 모았다.

시인이 만났던 아이들의 삶이 깃든 시들이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지각 중계석`은 동시인 김현욱의 첫 기착지이며, 시인이 가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라고 했다.

어부인 아빠를 태풍에 잃은 아이는 어부들이 행복하게 모여 산다는 바닷속 마을로 카네이션을 띄워 보낸다.

어시장 좌판에서 생선 장사로 일하는 엄마를 시원하게 해주는 멘소래담은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롭고, 어미를 사람들에게 무참히 도륙당하고 포구까지 올라와 우는 새끼 고래의 울음소리는 구슬프다.

이 모두 김현욱 시인이 구룡포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쓴 작품들이다.

김현욱은 어시장으로 아이의 부모님을 찾아다니고, 바닷가에서 아이와 함께 카네이션을 띄워 보내고, 또 마을 사람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솔한 삶의 고백을 기록했다.

구룡포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뭇 짐승들의 이야기는, 민낯이어서 더 절절하고 따듯하다.

`지각 중계석`에는 진솔한 삶을 담은 동시와 더불어 시대의 숙제들이 투영된 작품들이 또 한 축을 이룬다.

`고치`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쓰라린 과거와 소망을, `대단한 아줌마`는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처우 개선을, `순덕이`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구제역을 죄 없는 짐승들의 살처분으로 해결하려는 인간들의 잔인함을, `원래`는 무분별한 자연개발과 인간의 이기를, `1등성`에선 시험제일주의를 짚고 있다.

또 `100원`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는다.

아이들에게 현실을 미화된 판타지로 눈속임하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그늘진 그래서 꼭 풀어야 할 문제들을 직시하게 하고, 지금 살고 있는 현재와 살아갈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김현욱 시인은 1977년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교대를 졸업했다. 200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시가,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해양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동시집 `지각 중계석`외에 시집 `보이저 씨`, 동화집 `도서관 길고양이`(공저) 등을 냈다.

현재 `시와 노는 교실`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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