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여자` 김숨 문화과지성사 펴냄, 210쪽
세 모녀는 바느질하는 여자로 살려고 결혼도 명예도, 다른 삶도 포기했다. 이들에게 바느질은 기술이 아니라 인생이며, 자존심이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바느질을 곁에서 봐온 금택은 자신이 엄마의 솜씨를 이어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늘 불안하고,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동생 화순은 바늘이 자신에게서 어머니를 빼앗아갔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자한다. 하지만 그도 커서는 결국 대학 공부를 포기하고 바느질을 하겠다고 나선다.
2013년 대산문학상에 이어, 올해 이상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 김숨(41)의 일곱번째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3cm의 누비 바늘로 0.3cm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수덕과 그녀의 딸들이`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새겨 2천200매의 장편소설로 완성했다.
“누비는 똑같은 바늘땀들의 반복을 통해 아름다움에 도달하지. 자기 수양과 인내, 극기에 가까운 절제를 통해 최상의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게 우리 전통 누비야. 다른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침선법이지”라고 되뇌는 소설 속 인물의 말처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한 인생에서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이 이 소설 안에 펼쳐져 있다.
바느질하는 여자와 소설 쓰는 여자 김숨.`명장`을 증명하지 못할지라도 삶을 견디고 살아내는 자신만의 형식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바느질하는 여자`로 살기 위해 결혼도 명예도, 또 다른 삶도 포기한 여자들이 여기 있다. 그녀들이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아마도 바느질을 제외한 모든 것일 것임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집요하게 한 가지 일에 매진하는 모습, 그것을 통해 궁극에 달하는 모습, 주인공 수덕은 수십 년간 옷을 짓지만 어떠한 과정도 허투루 건너뛰지 않으며 더 속도를 내지도 더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정도(程度)에 이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만의 형식으로 `아름다움`을 일군 한 삶의 탐구이며, 이것 자체가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은 예술을 넘어 자기만의 삶을 살아낸 아주 평범한, 어떤 방식으로 증명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는 감탄하고 존경해 마지않는 내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옛 사람들은 옷을 지을 때 한 땀 한 땀마다 입을 사람의 복을 기원했다지. 건강과 장수를 빌면서 정성을 다했다지.”
“복이란 게 돌고 도는 거야. 돌고 돌아 자손에게라도 되돌아가는 게 복이야.”
누비 바느질만으로 자신의 긴 인생을 살아내고 두 딸을 먹이고 입힌 수덕은 손가락이 비틀어지고 몸이 굳고 눈이 멀고 정신이 혼돈하는 생의 마지막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설은 `기도`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