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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생각에 끝없이 골몰하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2-19 02:01 게재일 2016-02-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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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소설집. 창비. 360쪽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정화(37) 작가가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창비)을 펴냈다.

예민한 감각으로 일상에 내재한 균열을 포착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최 작가는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그의 작품들은 소설집 발표 전부터 문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아왔다. 그가 등단 후 4년 만에 펴낸 첫 소설집에는 신인상 수상작인 `팜비치`를 포함해 총 10편이 실렸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날렵하게 포착해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자세가 야무지고 미덥다. “독자들이 `최정화`라는 이름을 특별한 소설가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는 등단 당시의 심사평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녀의 첫 책은 독자들에게 각별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불안한 내면을 다스리지 못하고 균열된 관계를 해소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들은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한가지 생각에 끝없이 골몰하기도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관계의 삐걱거림을 회복하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가사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가 안주인 자리를 위협한다고 느끼는 주인공(`구두`),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불안해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닉하지만 여전히 악몽을 꾸는 아내(`오가닉 코튼 베이브`), 한때는 완전무결한 존재였으나 사고로 앞니 여섯개를 잃고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을 무시하게 된 여자(`틀니`) 등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열등감이나 죄책감, 피해의식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조금씩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강경석 해설). 최정화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잠시 현실을 떠났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무언가 달라진 점이 있길 바란다”고 썼다. “하다못해 앞서 걷는 사람의 걸음걸이에 이상하게 자꾸 신경이 쓰여 가던 길을 멈추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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