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를 보다` 이인휘실천문학사, 344쪽
지난해 봄 중편 `공장의 불빛`을 발표한 뒤 1년 여만에 새롭게 묶은 이번 소설집에는`알 수 없어요`, `공장의 불빛` 등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그린 단편과 중편 중간 분량쯤 되는 소설 다섯 편이 실렸다.
전작들에서 우리 사회의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을 돌보는 작업을 계속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파괴된 인간의 상처를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다수가 실존 인물이다. 작가는 이번에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들을 등장시켜 낡은 기계처럼 언제나 교체될 수 있는 피폐한 삶을 그린다. 죽은 남편이 일하던 공장의 굴뚝에 올라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는 여성 노동자, 사장의 교묘한 술수로 일터에서 쫓겨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기술자, 어린 나이 공장에서 착취당하고 술집을 전전하다 병사하는 여성 등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1980년대와 현재의 노동시장을 번갈아가며 훑는다.`시인, 강이산`은 파업을 이끌다 1980년대 분신자살한 노동자 박영진을 그대로 부활시킨다. 표제작 `폐허를 보다`는 온종일 호떡을 뒤집고, 핫도그를 담그다 기름에 범벅된 현재의 여성 노동자를 내세운다. 놀랍게도 1980년대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생활은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