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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 바라본 인간 “거품은 꼭 불필요할까”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02-19 02:01 게재일 2016-02-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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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품예찬   최재천   문지푸른책. 292쪽
자연과학자이자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 교수의 신작` 거품예찬―넘쳐야 흐른다`(문지푸른책)가 출간됐다.

거품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 만큼 질색하는 한국 사회에서 `거품`을 예찬하는 책이라니. 부동산 거품, 증시 거품, 가격 거품, 거품 경제, 잉여 인간…. 기실 찾아봐도 부정적인 단어 일색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경제 논리가 우선하며`거품`과 `잉여`라는 말이 대변하듯 정규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면 쓸모없고 낭비적인 것들로 취급받기 일쑤다. 과연 `거품`은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낭비에 불과할까.

이 책에서 최재천은 이러한 현 세태를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바라본다. 가령 경제 분야에서는 `거품`이라면 질색하지만 “진화의 기본은 거품이며 자연은 스스로 낭비를 선택했다”는 것. 자연은 무모하리만치 많은 알과 씨를 뿌리는 지극히 낭비적인 삶의 방식을 택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따지고 들면 자본주의 국가의 자유경쟁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은 언제나 출렁이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미리 예측하고 앞뒤 균형을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제대로 성공해본 적은 거의 없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최재천 교수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선,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리 삶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생태학`의 관점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거품예찬`은 자연과학적 관찰과 인문학적 성찰, 학자로서의 지식과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쉼 없이 교차하며 우리 세계에 대한 최재천 특유의 통섭적 사유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학문 간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린 `통섭`의 아이콘이자,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쉬운 언어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독보적인 과학 에세이스트인 최재천.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서 질색하는 `거품`은 그의 시선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의 역사가 그러했으며 이는 인간 사회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그는 “모름지기 넘쳐야 흐르며, 애써 틀어막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나 일기 마련이고 그런 거품 사이로 삶은 반드시 흘러넘치게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필경 죽은 시스템”이라 일갈한다. 비록 “그런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것이 시들고 사라지지만 넘쳐야 고여 썩지 않고 흐른다”라고 거품을 예찬한다.

이러한 `자연`의 논리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당연해 보인다. 흡사 우리 사회에서 펼쳐지는 무한경쟁을 옹호하는 듯도 보이지만, 최재천은 “자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반드시 인간 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울 수는 없음”을 또한 강조한다.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져 자연선택의 서슬 앞에 가차 없이 낭비되는 홀씨와 유충에게는 마땅한 권리를 부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에게는 일일이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모름지기 인간으로 태어난 그 누구도 자연선택 따위에게 낭비될 수는 없다”는 것. 이처럼 최재천은 앞만 보고 질주하는 지금-여기 우리들에게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인간은 한낱 우연의 산물일 뿐임을, 현실 세계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가 서로 맞물리고 교차하는 역동적인 자연(다이내믹 네이처)의 현장임을 알기 쉽게 조곤조곤 우리에게 깨우친다. 그러니 `나` 그리고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려 주변을 한번쯤 돌아보라고.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를 오늘도 끊임없이 `관찰`하는 그는 그동안 꾸준히 설파해온 공존과 공생(호모 심비우스)의 길,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해답이 그가 몸담은 학문 `생태학`에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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