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화

선물이란 가면 쓴채 접근하는 뇌물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은 “백성이 가난한 것은 아전의 탐학 때문이고, 아전의 탐학은 뇌물 때문이며, 뇌물이 자행되는 것은 법이 해이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법이 해이해질수록 인간의 탐욕은 똬리를 틀고서 먹잇감을 찾는다는 것이다.공저자인 임용한·김인호·노혜경 씨는 연세대 사학과를 나온 동창 사이다. 이들은 세상과 사람을 움직이는 은밀하면서도 거대한 힘이었던 뇌물의 역사를 더듬어본다. 뇌물은 동서고금을 통해 인류 문명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예컨대 200년간 전쟁을 지속한 십자군원정도 단 한번의 뇌물로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십자군 원정대 대장이었던 보에몽은 성을 지키던 수비대장을 매수해 성문을 열게 했고, 이를 계기로 십자군은 난공불락의 안티오크를 점령해 예루살렘 공국을 세운다.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조선시대 세종 때의 `양자 처벌법`을 원조로 한다는 저자들의 설명도 재미있다. `뇌물 천하`라고 할 만큼 뇌물이 횡행하자 세종은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를 모두 처벌하는 이 법으로 기강을 다잡고자 했다는 것이다.뇌물도 진화한다. 그리고 선물이라는 가면을 쓴 채 은밀하게 접근한다. 뇌물을 뜻하는 영어 `bribe(브라이브)`가 본래는 자선을 베풀 때 쓰는 선의의 물건을 뜻했다. 영국에서는 `집에 가다가 모자나 사서 쓰라`며 푼돈을 쥐어주던 관습에서 생겼다고 해 `해트(hat)`라고 한다. 하기야 우리나라에도 `떡값`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뇌물인가, 선물인가? 그 경계는 모호하다. 그만큼 이중성을 띤다.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주면 선물이지만 남이 주면 뇌물이라는 이중잣대도 뇌물의 생명력을 온전케 하는 변명일지 모른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6-12

빨간 마후라 유치곤, 소설로 부활

국내 유일의 203회 출격기록, 혁혁한 전공에 빛나는 전설적 전투기조종사인 `빨간 마후라` 유치곤의 삶이 장편소설로 되살아 났다. 소설가 차인숙이 유치곤 장군의 삶과 그가 온몸으로 살아낸 근현대사를 한 편의 장편소설에 담아냈다. `나다 유치곤`시간여행, 296쪽, 1만4천원 작가는 실존인물 유치곤을 치밀하게 추적하고, 풍부한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전쟁의 아픔과 삶의 뜨거움을 담담하게 그려냈다.아직 6·25의 상흔이 아물지 않았던 1964년. 전쟁 당시 공군조종사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컬러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특수촬영한 비행 장면, 호쾌하고 매력 있는 주인공 등으로 주목받은 영화 `빨간 마후라`였다. 서울 명보극장에서만 2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대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 인구가 300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국민영화였다.이 영화의 주인공 나관중 대위의 모델은 실존인물이다. 6·25 당시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 등 전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작전에 참가하며 무수한 공훈을 세우고, 국내 유일의 203회 출격기록을 남기며 `불멸의 전투기조종사`로 불린 유치곤 장군이다.작가는 오랜 시간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6·25 참전조종사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물론, 유치곤 장군이 어릴 때 살았던 일본 후쿠오카, 6·25 당시 미군 전투기를 급히 공수해왔던 이타즈케의 미 공군기지 등을 직접 탐방하며 인간 유치곤의 삶을 면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소설은, 격동의 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한 인간의 일대기이자 열악한 상황에서 필사의 싸움을 해낸 초기 한국 공군의 역사 그 자체이다.유치곤이 태어났을 때 조선은 일제에 강점된 지 오래였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 군국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소년 유치곤은 물정 모를 나이에 그저 하늘을 날고 싶어 소년비행병으로 입대한다. 일본군이 조선인 소년에게 비행교육을 시킨 것은 가미카제 특공대로 삼기 위해서였지만, 다행히 일본이 패망하면서 치곤은 무사히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를 침략했던 일본에서 배운 비행기술 덕에 나라를 지키는 군 조종사가 될 수 있었다.그러나 당시 한국 공군의 사정은 열악했다. 변변한 전투기 한 대 없어 국민 모금으로 훈련기를 마련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6·25가 터졌다.그때부터 펼쳐지는 공군의 고투는 주먹이 불끈 쥐어질 정도다. 무장도 없는 정찰기에 올라 적진에 수류탄을 던지는가 하면, 미군으로부터 급히 공수받은 전투기에 올라 적응훈련도 충분히 못한 채 매일같이 출격을 감행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단독작전수행능력을 입증하고, 최정예 미 공군도 실패한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다. 그 선두에서 유치곤은 하늘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한다.소설 `나다, 유치곤`은 아픈 역사의 상처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가 함께 역사이자 사람들의 삶으로서의 기억을 공유할 방법을 찾고 있다.작가 차인숙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혼을 하고 난 뒤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1994년 한국여성문인협회 마로니에 백일장에서 `숲속에서`로 대상을 수상하고, 1995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당선했다. 2002년 `실천문학`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1366153 마나사`가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했다.다큐소설 `리턴 투 베이스`와 `슬프지만 아프진 않다`와 장편소설 `사사이 할매`가 있다.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및 공군역사기록관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6-12

`네팔 국민시인` 마더의 詩 만나보세요

한영 대역으로 발행되는 문예 계간지 `아시아`가 2015년 봄호(제37호)부터 새롭게 마련한 코너인 `아시아의 소시집`에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네팔의 시인들을 초대했다. 네팔의 국민시인인 마더 기미레부터 최근에 각광받는 젊은 시인 머누 먼질 등 총 네 명의 여덟 작품을 실었다. 이들의 시는 각기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모두 히말라야의 높이만큼이나 깊은 인간영혼의 중심에서 울려나오는 잔잔한 감동이 존재한다.더불어 `아시아`는 이번호부터 새롭게 개편된 `기획 특집 : 스토리텔링 아시아`를 선보인다.지난 2012년 베트남의 하노이 특집 이후, 열 개가 넘는 아시아의 도시를 다룬 `스토리텔링 아시아`는 그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인 필자 여러 명이 특집에 참여한 것과 달리 이번호부터는 특집 도시가 삶의 일부분이 된 작가를 섭외해 좀 더 깊이 있게 도시를 체험하고, 덧붙여 고유한 개인적 감성이 가득 담겨 있는 글을 수록했다.그 첫 번째 도시는 `동양의 파리` 하얼빈이다. 하얼빈은 제정 러시아의 중동철도 기점으로서 철도 개통과 함께 인구가 급증하며 거대 도시로 발전했다. 20세기 전반에는 러시아, 영국, 미국,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전이 펼쳐진 무대이기도 해 국제도시로서 `동양의 파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독립운동의 중심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 도시에 대해 만주 전문가 박영희 시인이 직접 발로 뛰고 펜을 들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6-12

나무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무를 보며 사람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나남출판 대표이자 나남수목원 이사장인 조상호 씨가 나무처럼 살고 싶은 마음을 책에 담아낸 `나무 심는 마음`을 펴냈다. 나남·364쪽·2만원 책제목과 수목원 이사장의 직책만 보면 나무와 관련된 책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나무에 대한 책이 아니다. 책은 대부분 나무 외의 것을 다룬다. 저자는 36년째 몸담은 출판사 일을 하면서 익힌 `세상을 보는 눈`을 이야기한다.1부는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나무를 어떻게 심고 어떻게 가꾸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울진의 깊은 숲속 금강송 군락지의 대왕 금강송을 보며 그의 웅장함에 압도당하고, 울긋불긋 물든 단풍의 대합창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가뭄을 잉태한 폭우에 빚데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에 대해 말한다. 나무 혼자서 숲을 이룰 수 없고,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듯, 인간과 자연과 함께 어울리지 않으면 그 어느 쪽도 살아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저자는 2부에서 수많은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인연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사숙했던 조지훈 선생부터, 김영희 대기자, 김민환 교수, 손주환 기자, 이윤기 소설가 등 근 60년을 살아오며 만난 인연을 이야기한다. 사람 한 명 한 명을 귀히 여기는 그의 마음이 오롯이 드러난다.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편향된 프레임으로 뉴스를 보도한다.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바를 솔직히 전할 수 있는 우직함은 그가 살아온 세월에서 기인하는가, 그간 출판해 온 수많은 책들에서 연유하는가에 대해 사유한다. 이를 통해 공직자의 부패마저 부패가 아닌 비리라 보도해야만 하는 감옥 같은 현실에 일침을 가한다.이처럼 저자의 깊은 심상의 민낯은 3부 여행기에서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다. 해외여행이라면 처음 가보는 세계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그 여행 사이사이에 저자는 글을 쓰고 기록하며 그가 보고 느낀 모든 것을 전하고 있다./정철화기자

2015-06-05

산골 암자서 띄운 스님의 인생잠언

법정 스님의 맏상좌였던 덕조 스님이 첫 에세이집 `마음꽃을 줍다`를 발간했다.1983년 전남 송광사로 출가해 인근 불일암에서 법정 스님을 모셨던 덕조 스님은 1997년 서울 성북동에 길상사가 창건된 뒤 법정 스님의 뜻에 따라 12년간 길상사 주지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로 일하면서 대중들과 함께 수행, 정진해왔다.이후 2009년 길상사의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송광사로 돌아온 뒤 법정 스님이 모셔진 불일암을 지키고 있다.“법정 스님으로부터 선물로 만년필과 카메라를 받은 인연으로 어설프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덕조 스님은 길상사 주지를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다 길상사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그 이후로 날마다 일일일언(一日一言)을 10여 년 넘게 쉬지 않고 써왔다.책 `마음꽃을 줍다`는 스님이 2003년부터 써 온 95편의 단상과 5편의 에세이, 71개의 사진을 엮은 것이다. 스님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재해 온 글과 사진 중에서 가려 뽑고 새로 에세이를 추가해 사계절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냈다.스님은 깊은 산골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경과 그 속에서 주운 깨달음을 나직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시를 연상시키는 짧은 글들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이 있다.스님은 책 곳곳에서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특히 법정 스님과의 인연을 회고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을 해외에 나갈 때는 꼭 엽서를 보내주셨던 자상한 분으로 기억한다. /연합뉴스

2015-06-05

성경대로 비즈니스하면 손해본다고?

모든 크리스천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성경 말씀대로 일하며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이다. 성경대로 하다가는 결국 손해보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거란 이야기다.결코 아니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오바마 정부의 건축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미국 건축설계회사 팀 하스의 하형록사진 회장.하 회장은 잠언 31장의 말씀대로 비즈니스를 실천해 온 이야기를 담은 `성경대로 비즈니스 하기`를 펴냈다. 두란노·240쪽·1만2천원.하 회장은 이책에서 성경의 잠언 `그는 곤고한 자에게 손을 펴며 궁핍한 자를 위하여 손을 내밀며 (잠 31:20)의 말씀대로 비즈니스를 실천해 온 이야기를 들려준다.그는 `성경대로 비즈니스할 수 있음`을 보란 듯이 증명하고 있는 비즈니스계의 하나님 모델로 통한다.그는 열세 살까지 부산 한센병 환자촌에서 살다가, 선교사의 도움으로 필라델피아에 건네왔고 스물아홉 살에 세계적인 건축 설계 회사의 중역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두 번의 심장이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을 통해 완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났다. 특히 잠언 31장을 통해, 세상에서 어떻게 성경대로 일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다. 하형록 회장은 잠언 31장에서 깨달은 지혜 위에,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훈을 가지고 자신의 창고에서 팀하스를 시작했다.그 후 20년, 팀하스는 세계적으로 능력과 수준을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기업이 됐다.이 책은 팀하스의 2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님이 비즈니스 현장에 어떻게 주님의 기업을 세워 가시는가를 생생하게 기록한 `창업 전략서`이자 돈이 목적인 세상 기업과 경쟁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이 부탁하신 영혼들을 섬기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갈 수 있는가를 경험적으로 정리한 `경영 전략서`이다. 하 회장은 “이 모든 지혜와 전략은 온전히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들로 이런 은혜를 부으신 것은 다른 많은 크리스천 비즈니스맨을 세우시기 위함이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하회장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언스트앤영 최우수 건설 기업가상, 필라델피아 올해의 엔지니어상 등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오바마 정부 국립건축과학원(NIBS)의 이사로 선임됐다. 또 성경신학대학(Biblical Theological Seminary)의 부이사장, JAMA(Jesus Awakening Movement for America All Nations)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6-05

선사시대 잘못 알려진 문화상징 바로잡아

역사에서 길을 찾는다. 한국 고대문화 원형 탐구에 몰두해온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근원 김양동 교수가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536쪽·3만5천원을 펴냈다.1943년 의성 출신인 김씨는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국민대학교 한문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한문학)을 수료했다. 철농 이기우 선생에게서 서예·전각을, 임창순 선생과 신호열 선생에게서 한문, 예용해 선생에게 한국미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원광대학교 서예과 교수를 거쳐 계명대학교 서예과 교수,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한 후 2008년 정년퇴임을 했다. 2011년 계명대학교에서 명예미술학 박사학위를 수득했으며, 퇴임 후 지금까지 석좌교수로 있다.현재 근원 고대문화 원형연구소에서 연구와 이론을 창작에 접목, 서예·전각·그림이 혼융된 암각화와 같은 원시적 기법으로 한국미의 원형인 빛살무늬를 작품 속에 드러내는 독특한 회화작업으로써 `한국미의 재발견`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저자는 30년 가까이 한국은 물론, 중국, 몽골 등을 답사하고 수많은 자료를 수집·연구하면서 우리 문화의 `시원`을 파고들었고 그 성과를 이 책에 담았다. 상고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600여 점의 유물과 그림, 사진을 책에 싣고 해석고고학적 방법으로 고대문화의 원형을 재발견했다.1부에서는 고대문화의 핵심인 `신`(神)의 원뜻과 어원을 파헤치고, 2~4부에서는 선사시대와 고대의 잘못 알려진 문화상징을 저자의 시각에서 바로잡는다./정철화기자chhjeong@kbmaeil.com

2015-06-05

더 나은 한국사회로 나아갈 길 제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가기 위한 변화의 길은 무엇이고 또 더 나은 공동체로 가는 시대정신과 비전은 무엇인가.이 질문은 `현재 공동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에게 당위적 책무의 하나로서 미래전략 탐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소장 최광웅)가 더 나은 공통체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섰다.지난 2013년 2월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부설로 출범한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미래사회를 조망하고 대응전략을 탐색하는 연구에 주력해 왔고 그 첫 번째 결실을 내놨다.`미래전략연구` 시리즈로 기획한 첫 번째 단행본 `미래사회의 리더십과 선진국가의 엘리트 생성 메커니즘`(박태준미래전략연구총서 1)을 펴냈다. (주)아시아, 322쪽, 2만원.거대담론적인 미래전략 연구가 이상적인 체제를 기획하는 원대한 작업에 주력한다면, 실사구시적인 미래전략 연구는 가까운 장래에 공동체가 당면할 주요 이슈들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제시하는 작업에 주력한다.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는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 후자에 집중 연구한 결과물인 총서를 지속적으로 출간, 더 나은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할 계획이다.이번 총서는 류석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최동주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가 집필에 참여했다.이 책은 미래사회의 리더십과 권력의 미래, 미래의 권력 그리고 리더십, 미래 한국사회의 리더십에 대한 해설에 이어 국가 엘리트 생성 메커니즘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 내용들로 구성됐다.△과학적 기반 위에서 미래의 리더십을 논하다류석진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권력의 미래, 미래의 권력`을 설명하고 있다.리더십은 시공간을 초월해 단 하나의 이상적인 전형(ideal type)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회가 처한 구체적인 시대적, 맥락적 배경 속에서 발휘되고 평가받으며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즉, 리더십은 독립변수라기보다는 종속변수이다. 이와 같이 시대마다 요구하는 리더십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과거·현재·미래의 리더십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로 표상되던 과거의 리더십과 탈근대와 네트워크 사회로 규정되는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의 리더십이 다를 것이고, 먼 미래의 리더십은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리더십을 논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 변화를 특정하고, 그 평가 기반 위에서 좀 더 과학적으로 전망해야 한다.△미래 지향적 접근으로 한국 리더십을 논하다조홍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미래 한국사회의 리더십`을 고찰했다.문제는 세 가지다. 첫째, 우리가 설사 과거에 그 시대에 적합한 훌륭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달리 말해 과거의 리더십은 현재 사회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보수와 진보가 함께 기념하고 기억할 수 있는 리더가 없다는 것은 진정한 통합 리더십의 청사진을 그리는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의 청사진을 공통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과거의 리더십 논의로 미래를 구상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못하다. 과거에 집착하면 할수록 미래에 대한 리더십을 구상하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주장하는 리더십의 위기는 △현재의 리더십을 의미하며, △공통의 리더십 모델 부재를 뜻하고, △방법론적으로 미래 지향적 접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국가 발전의 핵심, 행정 관료 엘리트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의 `국가 엘리트 생성 메커니즘`에 대해 프랑스 독일 미국 행정관료 엘리트 사례로 설명한다.국가 위기는 국가 리더십의 위기이며, 국가 리더십의 위기는 행정 관료 엘리트 양성의 위기다. 행정 관료 엘리트는 근대국가 형성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국가 발전의 핵심으로 중요하게 인지되어 왔다. 유능한 관료와 무능한 관료의 결절점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가늠자로 여겨진 것이다. 유능한 정부는 유능한 행정 관료로 의해 만들어지고, 무능한 정부는 무능한 행정 관료로 인해 발생한다. 실제로 국가 전략의 대전환이 제기될 때면 어김없이 행정 관료 엘리트의 구성과 과정이 거론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英·獨·佛의 정치 엘리트 충원 메커니즘을 배우자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정치 엘리트 생성 메커니즘의 국제비교 -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담론을 펼친다.모든 제도는 그 제도가 작동하는 사회환경과 상호작용하게 마련이어서, 다른 나라에서 잘 작동하는 제도를 한국에 이식해도 여전히 잘 작동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특정 국가의 모델이 전면적인 벤치마크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세 나라의 정치 엘리트 충원 메커니즘과 한국의 당면과제를 대비시켜 보면, 영국의 제도로부터 정치의 전문성을, 독일의 제도로부터 정치의 사회적 대표성과 정당 기능의 활성화를, 프랑스의 제도로부터 관료 인센티브의 왜곡 방지를 각각 주요한 함의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급격한 전환기에 서있는 한국의 당면과제들이 대부분 그 전환의 폭이 매우 크고 장기적인 정책시야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것들은 어느 정당이 정권을 잡느냐라는 익숙한 한국식 관심사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들이라고 생각된다. 제도는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에 의해 현실이 된다. 정치 엘리트 충원 메커니즘의 변화를 통해 예측불가능성과 진영논리라는 걸림돌을 제거할 때 비로소 우리의 당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국가발전을 주도한 기업 엘리트에 대해최동주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의 `국가 엘리트 생성 메커니즘 : 국가발전을 주도한 기업 엘리트 연구`를 다룬다.산업혁명 이후 현대국가의 등장과 이들의 융성과 발전의 이면에는 3대 권력인 정치, 자본(산업), 시민 권력의 견제와 조화가 있었다. 정치권력과 시민권력의 조화와 견제는 민주주의를 잉태했고 발전시켰다. 반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결탁과 협력은 때론 정치적으로 비민주적 사회구조를 생산하기도 했으나, 둘의 관계가 양해와 조화를 이루며 국가의 이익을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한 경우, 국가사회의 번영과 융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경험적인 학술연구의 일반적 결론이다.한편 확대되는 시민권력에 자본권력이 조응하며 사회구조의 합리적 가치를 양산하는 노력을 경주한 경우, 성공적인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제공되기도 하였다. 특히 국가의 번영과 융성을 위한 주력산업을 주도하며, 국가발전의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산업 및 자본 계열의 기업 엘리트들의 역할은 그 학술적 연구의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아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사회를 향한 그들의 가치형성의 과정은 무엇이며, 어떤 공통요인이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리더들의 특성이 국가의 발전을 위한 공익적 목표에 왜 부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후발 산업국가들의 발전모델 설정과 이를 주도할 기업 리더들이 지녀야 하는 제반 덕목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29

“역사 대변화, 예외 통해 만들어져”

`우리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겪었다. 막대한 피해와 상처를 안긴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시스템의 안전성, 정상성에 대한 믿음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정상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의 사건이었다. 역사적으로 규칙에서 벗어난 많은 예외가 있었고 이를 통해 역사의 대변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동일본 대지진, 공자, 예수, 돌연변이 등 역사적 사건과 현상, 인물들은 모두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이 사건들이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한다면 예외라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예외로 칠 수 있을까, 이러한 예외를 대비할 수는 없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들이 예외라는 현상과 그 본질에 대해 면밀히 탐구했다.9명의 전문가(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가 함께 쓰고 엮은 `예외-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가 출간됐다. 문학과 지성사, 324쪽, 1만5천원 그들이 펼치는 사유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전개한다. 각각의 글이 모여 지금 우리 시대를 읽고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의 윤곽을 그려내게 해준다. `예외`에 관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홉 편의 글은 독자에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사유를 새롭게 구성하고 지금 이 시대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사회 이슈를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성찰의 순간을 맛볼 수 있게 한다.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공자, 부처, 예수와 같은 위대한 성인들을 `예외`의 사례로 들었다.김기창 교수는 이 책에서 “공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였지만 흔히 생각하듯 시대에 순응한 전형적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전복적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이런 예외적 인물의 출현은 사회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동력이 됐지만 벌어져서는 안 되는 예외도 있다.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14살 소년이 남자아이의 머리를 잘라 학교 교문 앞에 던져놓은 일본 고베 살인사건을 통해 `예외로서의 악`을 이야기한다.지난해 4월 꽃다운 나이의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약 300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나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인 `동일본 대지진`도 마찬가지다.강 명예교수는 “이런 (예외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바라고 또한 기대어온 행복이나 한동안 당연시했던 사회의 모습, 그 존재 방식이 실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동일본 지진 모습임태연 한양대 공대 교수는 유전자(DNA) 염기서열 변화로 인한 `돌연변이`를 예외의 한 예로 든다. 돌연변이는 인류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많은 염기서열을 복제하다 생기는 자연스러운 오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염기서열의 변이. 이렇게 어쩌다 생성된 변이는 생명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방향으로 선택되는 것이다.”(127쪽)그러나 체세포에서의 돌연변이는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 돌연변이가 심할수록, 더 많은 염기서열에 변화가 올수록 종양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결국 예외에 대한 딱 떨어지는 정의는 없다.예외는 지양해야만 할 사악한 것일 수도,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기회일 수도, 훗날 또 하나의 규칙이 될 예비적 존재일 수도 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22

한폭 수채화로 그린 소중한 추억

해병대 출신의 시인이자 수필가인 해남 이희복사진씨가 살아오면서 간직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세상밖으로 끄집어 냈다. 해남은 최근 에세이집 `살며 생각하며`를 펴냈다. 도서출판 문학관, 240쪽, 1만2천원.수필은 개성적인 문학으로 인간의 심적 나상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그려내는 한폭의 수채화이다. 이희복 작가는 자신의 삶속에서 느꼈던 가슴뭉클한 감동과 사랑, 그리움 등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의 조각들을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로 책속에 그려냈다.부모님을 모시고 살면서 느낀 부모 공경의 소중한 깨달음과 어머님을 저세상에 떠나 보낼 때의 아픔, 보낸 후의 후회와 아쉬움, 국가와 신앙에 대한 신념, 아름다운 추억과 인연, 늦둥이 아들과 함께했던 추억, 강아지와 함께한 삶과 해외 문학기행 등 일상의 소소하지만 소중했었던 순간들을 진솔하게 담아냈다.해남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영일만 친구`라고 소개한다. 이 책 `추억과 소망`편에서 고향이 동해와 영일만,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원써던 형산강이 바라보이는 포항시 남구 연일읍 택전2리 산골마을이라고 했다.초중고 포항에서 보냈고 해병대 장교로 입대해 대령으로 예편, 현재 고향마을에 집을 짓고 살고 있으니 가히 `영일만 친구`란 이름이 잘 어울린다.해남은 책속에서 어린 시절의 아련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름다운 추억, 추억과 소망, 시와 마음의 고향 영일만, 추억의 비애, 오월의 여인 등의 주제로 글을 썼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해남은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나 있다. 군생활 때부터 노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해왔던 그는 마을 노인들을 공경하며 농촌장수마을인 택전2리를 세계최고의 마을로 만들겠다는 제2의 인생목표로 정해 놓고 있다. 그는 매년 봄 경로여행, 칠월칠석날 연리지 행사, 10월 2일 노인의 날 경로잔치를 열어 노인공경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경로효친 사상이 몸에 베어있는 그는 항상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그의 수필과 시의 주된 소재는 거의가 어머니이다. 그의 작품속에는 늘 어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회한이 묻어난다. 생명의 원천이며 살아가면서 그 생명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이 고향집 우물 같은 어머니인 것이다. 요즘 세대에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거의 드물어지고 있다.그렇지만 그는 끝없이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에 대해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진솔한 언어로 형상화해내며 세속화된 현대인들에게 부모공경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있다.해남의 이번 `살며 생각하며`수필집 역시 `어머니`로 시작한다. 더 늦기 전에 효도하라, 어머님과 여인, 아버님과 대화, 어머님 영전에, 어버이날, 어머님과 영덕대게, 불효자의 후회, 어머님 죄송합니다, 어머님의 기도 등의 제목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오롯이 담았다.그는 `어머님 영전에`란 시에서 `하늘만 쳐다보아도/어머님 빈자리만 둘러보아도/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데`라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서울문학 신인상과 수필문학신인상, 국방부 병영문학상 2회, 제14회 영랑문학상 본상, 제6회 한국기독시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한국문인협회와 포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해외문학발전위원, 한국기독시인협회 이사, 수필문학추천작가회원, 서울문학문인회 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집 `그리움과 사랑,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보문호의 추억, `너`, `당신`등을 출간했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15

미국 유학파 교수·학생들의 민낯

2012~2013년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7만627명. 중국 23만5천597명과 인도 9만6천754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절대적인 숫자로도 적지 않지만, 전체 인구당 비율로 환산하면 중국보다 7.8배, 인구보다 17.5배나 많다.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미국으로 가는 것일까.미국 내 우수한 대학이 많기 때문이지만, 국내 학계가 미국 어느 대학 출신인지를 따지는 `끼리끼리 문화`로 이뤄져 있다는 현실도 반영한다.국내 명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와야 한국사회 지식인 엘리트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학위를 받은 김종영 씨는 지난 15년간 미국의 한국 유학생과 미국 유학파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연구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책은 국내 학계나 기업에서 선호하는 미국 유학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미국 유학파는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배자`이지만, 그들의 문화자본은 자생적이고 주체적이기보다는 미국 대학의 글로벌 헤게모니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자`이기도 하다.저자는 이런 미국 유학파 지식인의 처지를 세계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개념에서 따온 `지배받는 지배자`라고 부른다. 본래 부르디외가 말한 `지배받는 지배자`는 자본가 계층에 종속된 지식인을 의미한다.미국 유학생들은 대게 언어의 문제로 본토에서 `열등생` 취급을 받는다. 이는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유학생의 사례에서 확인된다.그러나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열등생`이자 주류에 끼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던 미국파 유학생은 한국에 오면서 엘리트로 거듭난다.저자는 이 괴리가 미국 대학을 한국 대학보다 우위에 놓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있다고 지적한다.여기에 학벌주의가 결합하면서 미국 대학의 학위는 하나의 `멤버십`으로 기능하게 된다.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유학파가 더 나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는 회의적 견해를 내놓는다.“한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는 모순적인 상태에서는 연구에 대한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다. 미국 유학파 교수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야만 하는 학문의 트랜스내셔널 상황으로 인해 집중력을 상실한다.”(198쪽)미국 유학파인 저자가 15년간 집요한 연구를 바탕으로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는 미국 유학에 대한 선호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