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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할 수 없는 북한 인권문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10-30 02:01 게재일 2015-10-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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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그림자` 윤후명·방민호·윤양길 등 13명 예옥 펴냄, 404쪽

“아픔이 있는 곳에 작가는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이 공동 소설집을 펴냅니다.”

탈북 문인과 국내 문인이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을 담은 소설집이 출간됐다.

서울대 통일기반구축사업으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주관해 펴낸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예옥)에는 탈북 작가인 윤양길·이지명·도명학·설송아·김정애·이은철, 국내 작가 윤후명·방민호·이청해·이평재·이성아·정길연·신주희 등 작가 13명의 신작 단편이 한 편씩 실렸다.

소설집 출간을 주도한 방민호 작가(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기획의 말에서 “남북한 작가가 같은 자리에서 북한에서와 그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이런 일은 시도되지 않았었고, 한국의 문학사를 위해서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방 작가는 이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에서나,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나, 우리는 북한이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작은 정치적 동기에 좌우되지 않고, 분단된 나라의 통일과 평화라는 넓은 견지에서, 또 인간적, 인류적 삶의 척도와 미래에 비추어, 이 문제는 사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설집에 실린 탈북 문인들의 작품은 대부분 북한의 인권 현실, 탈북자들의 이주 정착 과정에서의 불안과 절망 등을 담았다.

▲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열린 남북한 작가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 출간 기념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설치전시 테이프커팅식을 하고 있다. <br /><br />/연합뉴스
▲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열린 남북한 작가 공동 소설집 `국경을 넘는 그림자` 출간 기념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설치전시 테이프커팅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양길 소설가는 `꽃망울`에서 국경도시의 꽃제비 소년이 친누이 같은 소녀와 바다에 가는 꿈을 꾸는 꽃제비 아이들의 생활 이야기를 썼고 설송아 작가의 `진옥이`는 애정에 대해 알기도 전에 제 몸을 기꺼운 생존의 수단으로 쓰는 어린 여자 아이가 죄책감 없이 아이를 지운다.

이지명 소설가는 연모하는 사내와 그의 가족을 국경 너머로 보낸 곱사둥이 여인 이야기를(`불륜의 향기`), 이은철 작가의 `아버지의 다이어리`는 탈북자 아버지가 두고온 가족을 영면 전 까지도 그리워 하는 이야기다.

한국문인들의 소설도 북한의 실존적 고민을 깊이 사유하고 있다.

조선말 하는 사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소녀, 그리고 그 곁의 사내는 도망자다. 그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 지 알 수 없으나 실은 내일조차 아득하다. 있을 리 없는 신분 증명 대신 서로를 삶의 증명 삼아 둘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간 속으로 나아가는 중이다.(윤후명 `핀란드 역의 소녀`). 탈북 후유증을 겪는 소녀의 사연에도 덜함이 없다.

육체는 이미 국경을 넘었는데 소녀는 영혼으로 매일 밤 월경해야만 한다. 보위부 조사실, 북송, 안전원, 단련대의 악몽은 매일 옷이 벗겨지는 몽유병으로 남아 소녀에게 수치의 기억을 거듭 재생하고 있다.(이평재 `나는, 미안합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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