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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선비들이 목숨걸고 지킨 `말할 자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5-12-04 02:01 게재일 2015-12-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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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 권경률 앨피 펴냄, 304쪽

조광조(1482~1519)는 조선시대 `개혁 아이콘`으로, 정도전 이후 최고의 개혁가로 손꼽힌다.

조광조는 훈구세력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권력형 비리를 문제시하는 사림세력을 영도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특히 1506년 중종반정으로 연산군 시대의 잘못된 정치를 일신, 새로운 조선을 재창조하는 분위기가 성숙됐던 당시 유교적 이상정치, 즉 도학정치(道學政治, 요순시대의 정치)를 구현하려는 다양한 정치개혁을 시도하면서 조정 내 언로의 확충을 강하게 주장했던 문신이었다.

권경률(44)씨가 최근 펴낸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앨피)은 시대를 앞서간 조광조의 개혁정책을 통해 오늘날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비춰 보이고 있다.

조광조가 꿈꿨던 이상사회가 이후 후학들에 의해 조선 사회에 구현됐듯 저자는 자신의 오랜 고민과 연구가 `관료망국(官僚亡國)`이라고 비유될 만치 윤리와 도덕의 진공상태에서 벌어지는 파국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사회에 새로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이란, 500년 전 조광조가 목숨을 바쳐 열려고 한 `언로(言路)`를 뜻한다.

거침없는 언로의 상징이던 조광조가 자신의 안위를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비판해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했지만 중종으로 부터 죽임을 당했던 비운의 운명을 함의하고 있다.

역사와 드라마를 소재로 역사 칼럼을 써 온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대중 역사 독자들에게 던지는 첫 일성은 바로 조선을 만든 `말`, 더 구체적으로는 `말들의 투쟁`이다.

저자는 “비록 온갖 불찰과 과오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조선을 지탱한 성리학 역시 계급 차별이나 주장하는 근본 없는 철학 체계가 아니었다. 5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쌓아 올린 조선 왕조의 저력이 바로 `언로`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말할 자유`를 위해 역대 조선의 왕들과 선비 관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도덕의 나라`라는 갑갑해 보이는 타이틀에 심오한 통치 철학이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23개의 꼭지로 구성돼 있다. 23개의 `언로(말)`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되는 형식이다.

“석 자 칼로 사직을 편안케 한다” “장차 책을 읽혀 쓸모 있게 하려는 것” “나라의 병통이 이익의 근원에 있다” 등 그 말의 주인공은 다양하고 그 맥락은 심오하다. “이 군대로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유자광은 전국시대 협객과 같다” “대비는 한낱 궁중의 과부일 뿐”처럼 들으면 척 하고 말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유명한 말들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조선의 탄생`, `반칙과 특권`, `도덕의 나라`라는 3장의 큰 틀로 구성해 그 맥락을 소상히 풀되, 앞뒤 맥락을 연결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통찰을 끌어낸다.

저자 권경률은 포항 출신으로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머니투데이에 `사극 속 역사인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드라마 읽어주는 남자` 등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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