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문학` 이지형 청어람미디어 펴냄, 256쪽
명리연구가 이지형씨의 `강호인문학`(청어람미디어)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삶을 위로해 온 사주와 풍수와 주역을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가르침을 주는 지혜의 학문이 될 것을 권하는 책이다.
저자는 사주학과 풍수지리학 등의 운명학은 천체의 자전과 공전의 법칙을 바탕으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자연철학이라는 `시중에 나도는` 운명학 상식들의 진위를 밝히고 자연철학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운명학의 핵심원리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1부는 동아시아 관련 도서 140만 권을 보유하고 있는 하버드대학교 옌칭 도서관의 사례를 들면서 과연 서양이 `동양`과 `동양학`을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동양을 서양의 시각에서 재단하지 말자고, 서구화 과정에서 밀려난 동양적인 것들에 대해 다시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2부부터는 1부에서 설명한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해 각론으로 진행한다. 사주를 처음 대하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사주를 볼 수 있을 정도를 목표로 한다.
3부는 현대 사회에서 풍수는 인테리어나 묏자리와 관련해서 언급될 뿐이어서 현대인의 합리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소한 잡술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풍수의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신라 말의 도선을 위시한 선승 집단, 고려 왕건의 훈요십조, 묘청의 난 등을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원래 풍수는 혁명을 꿈꾸던 진보적 지식인 집단에 의해 그들의 주요한 이데올로기로 내세워졌으며, 정치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호인문학을 지난 시대의 미신과 잡술로만 몰아붙이려는 세태에 대해 지적하며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있기를 당부한다.
4부는 주역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관해 일반적인 이론을 소개하고, 여기에 대해 저자 나름의 추론을 내놓고 있다.
사주는 부침과 곡절 속에서도 굳건한 운항을 계속하는 오행(五行)의 원리로 삶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불교의 화두처럼 마음공부의 단초가 될 만한 메시지를 잔뜩 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역으로 점치는 법을 전통적인 방식과 일상에서 간단하게 동전으로 점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주역이 미래의 상황을 대비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데 오늘날에도 유효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