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문학동네 펴냄, 488쪽
`작은 것들의 신`은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사회의 제도와 관습에 의해 한 가족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다. 카스트제도에 억압받는 불가촉천민과 남성중심적 분위기에 억눌린 여성의 삶이 교차하며 그려진다. 책은 전 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저자인 아룬다티 로이는 이 소설로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거머쥐었다.
아룬다티 로이는 페미니즘, 환경, 세계화 등을 다루는 사회운동가로, `작은 것들의 신`은 그가 쓴 유일한 소설이다.
아룬다티 로이는 약 5년간 집필한 이 소설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페미니즘, 환경 문제부터 인도와 주변국의 정치 문제, 나아가 세계화에 따른 신제국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강렬한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탁월한 문체와 날카로운 지적 감수성을 지닌 사상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녀는 라난 재단의 문화자유상, 시드니 평화상, 노먼 메일러 집필상을 수상했으며,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대개의 데뷔작이 그렇듯 `작은 것들의 신`도 아룬다티 로이의 삶을 투영한 반(半)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 설정에서부터 이야기의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상당 부분이 아룬다티 로이의 삶과 겹쳐진다.
1969년 인도 케랄라 아예메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바뀐`한 가족의 비극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축을 오가는 초반 대여섯 페이지에서 정신적으로 이어져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의 탄생, 영국에서 놀러왔다가 사고로 익사한 외사촌 소피 몰의 장례식, 경찰서에 갇힌 벨루타, 그를 구하고자 진실을 밝히려는 암무 등 앞으로 전개될 주요 사건이 조감도처럼 공개되나 하나의 풍경처럼 제시될 뿐이어서 오히려 궁금증만 커지고 만다. 도대체 이들 가족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작은 것들`은 무엇이며 `작은 것들의 신`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아룬다티 로이는 이 소설에서 카스트제도에 억압받는 불가촉민과 남성중심적 분위기에 억눌린 여성의 삶을 두 `작은 존재`의 결합이라는 방식으로 강렬하게 그려낸다. 불가촉천민인 파라반들은 뒷걸음질치며 자신들의 발자국을 지워야 했고, 가촉민의 집에 발을 들일 수도 그들이 만지는 것에 손을 댈 수 없었으며, 상대에게 오염된 숨결이 가지 않도록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해야만 했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