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이하의 날들` 김사과 창비 펴냄, 256쪽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작가는 그간 소설로써 이야기해온 출구 없는 세계의 전모,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더 가깝고도 내밀한 목소리로 펼쳐놓는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약 6년간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들을 묶어낸 이 산문집은 이제는 30대가 된 작가가 20대에 주로 써온 글들로, 시대와 세대를 읽는 한 젊은 소설가의 생생한 고민과 날카로운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부 `읽다`와 2부 `무엇을 쓸 것인가`가 작가 자신에게 집중한 글쓰기라면 3부 `망함에 대해`, 4부 `우리들`, 5부 `폐쇄된 풍경`은 좀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향해 눈을 돌린 기록이다.
1부 `읽다`에서 다루는 작가들의 면면(우엘벨, 제발트, 배수아, 플로베르 등)은 작가 김사과의 취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과 문학의 윤리를 “더 나쁜 날들이 펼쳐져 있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연결하여 서술하는 매개가 된다 `읽다` 이후 이어지는 장은 자연스레 `무엇을 쓸 것인가`가 된다.
작가는 이 장을 통해 자신에게 글쓰기가 무엇인지 밝히고, 더 나아가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를 재정의한다. 글쓰기 자체가 “잊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시간 속에서 멀어지는 모든 것들, 사라지는 목소리들, 부서지는 모든 것의 잠을 깨우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3부에 이르면 현재 우리 삶을 이루는 몇가지 키워드가 등장한다. SNS, 망함, 모멸감, 소비, 초국적 자본과 같은 것들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현재는 지난 인터넷시대와는 또 다르다. 페이스북은 실제 생활과는 상관없는 타자를 친구로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인터넷의 익명성과는 정반대에 놓여 있다. 페이스북은 내가 속한 세계, 나와 비슷한 계급적 위치에 속한 자들을 불러모으며 오프라인 세계의 나를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