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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정치편향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한미FTA문제가 사법부로까지 비화되면서 법원마저 허물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다. 한마디로 한미FTA를 두고 정치권뿐만 아니고 사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와 집단행동이 터져 나오면서 사법부의 중립위반-권위실추에 대한 시비가 심각한 쟁점이 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그 직후 최판사는 대법원에 의해 윤리위에 회부됐으나 윤리강령에 위반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고 뒤이어 이 사안에 대한 법관들의 지지소신 발언이 이어지면서 최하늘 판사의 한미FTA재협상을 위한 TF구성 제안이 100명이 넘는 동조를 얻어 문제가 확대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미FTA는 주권침해, 국익훼손 등의 우려가 있고 국민의 권익옹호와 민주주의 수호의 관점에서 법관의 중립위반이 아니며 사법부가 미리 이 사안에 대해 연구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들 법관들에 대해 상당수의 국민들과 전국의 법원장들이 사법부의 신뢰손상을 우려하는 것은 사법적 정의는 법관의 말이 아닌 판결로 한다는 원칙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경우 일부는 SNS공간에서 발언한 것이고 일부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지만 몇몇은 대놓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판결로 말하는 원칙과 관련해 이들 중 일부는 분명하게 이를 위반했고, 또 일부는 위반했을 개연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법관에 대한 이같은 원칙의 요구는 일반 국민의 사법부 비판에 신중해야 하는 덕목과 맞물려 있다. 그 이유는 법원의 시비판단은 법률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안이고, 법원은 사회문제 정의에 대한 마지막 판단을 하는 권위를 부여받은 기관이기 때문에 그 권위를 존중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만큼 법관도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사적 발언이나 행동으로 오해를 일으키는 일이 없기를 요구받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 문제는 야당의 물리적 반대와 여당의 표결처리 강행으로 국회가 마비되는 파행을 겪었고,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일부는 연일 가두시위를 벌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물론 한미FTA 비준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 이상의 다수가 지지했고 국회의원 과반이 동의한 국민 다수의 뜻을 따른 결정이었다. 이같이 찬반이 엇갈리는 국민 의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법관이 “나라를 팔아먹은” 이란 표현을 썼는가 하면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견해를 공개한 것은 사법부마저 한미FTA로 파행하는 사태가 올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법관도 법관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적 문제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사적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사법부의 연구 모임에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표와 토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을 통해 많은 국민들과 찬반 의견이 크게 다를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사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그 법관과 다른 견해를 가진 국민들에게 편견을 가진 법관으로 비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법관의 직분을 벗어나 자신의 견해에 동조하도록 국민을 선동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야당과 반미세력, 종북 좌파들이 정치적 이유로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보는 이들에게는 판사들의 그같은 행위가 정치적 동기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특히 한미FTA를 체결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아무런 의사표현이 없었던 판사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반대를 했다면 더욱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한미FTA가 친미 매국행위였다면 그 원조는 노 정권 당시 이를 주도했던 정치인들인데 이들에게는 왜 말이 없을까. 이들 판사들의 중립은 자신들만의 독선적 중립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2011-12-07

대구 경북 9·11월 가을 실종?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요약되던 우리나라 사계절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아니 사계절이 없어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는 기상대의 공식 발표로 확인됐다. 6일 대구기상대가 발표한 `대구·경북 지난 가을철 기상 특성`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올 가을은 늦더위와 이상 고온 속에 지나갔다.기상대에 따르면 9월에는 늦더위가, 11월에는 이상고온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는 것.늦더위의 경우 북태평양고기압 영향으로 따뜻하고 습기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맑은 날이 지속됐고, 낮의 강한 햇빛에 공기가 데워지면서 대구와 경북남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9월12일부터 5일간 폭염이 이어졌다.이 기간 중 9월15일 낮 최고 기온은 대구 34.2℃, 영천 33℃로 9월 중순 일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11월 이상고온은 평년보다 덜 발달한 찬 대륙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이동성 고기압이 따뜻한 성질을 유지하며 동해 상에 머물러 따뜻한 바다 위에 형성된 온난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 고온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11월3일 안동 25.1℃, 5일 상주 25.2℃, 봉화 24.4℃, 영주 24.5℃, 문경 24.6℃ 등 11월 하루 최고기온을 경신했다.지난 가을철 대구·경북 평균기온은 15.1℃로 평년값(1981~2010)보다 무려 1.2℃ 높다. 평균 최고기온 역시 20.7℃로 평년보다 0.6℃ 높으며, 평균 최저기온은 10.4℃로 평년보다 1.6℃ 높다.이처럼 아침 최저 기온과 낮 최고 기온 모두가 상승하면서 쌀쌀한 아침과 포근한 낮으로 대표되던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사라진 것이다.지난 11월 한 달간 분석한 대구·경북 기상 자료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11월 대구·경북 평균 기온은 10.6℃로 평년보다 무려 3.1℃나 높다. 평균 최고기온과 평균 최저기온 역시 15.7℃와 6.3℃로 평년보다 각각 1.9℃, 4.2℃가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일교차가 10℃ 이상 차이 나는 날 역시 평년보다 2.6일 줄어든 12.3일로 집계됐다.대구기상대 관계자는 “올 가을 나타난 늦더위와 이상고온 현상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올 가을 늦더위와 이상고온이 나타났다고 해서 내년에도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을이 줄어든다는 걱정을 미리부터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

2011-12-07

땅에서 나는 계란

우리말에 아주 소중하고 귀중한 알짜배기를 `알토란`같다고 한다. 땅 속에 알이 많은 알줄기가 있으며 잎은 두껍고 넓은 방패 모양이다.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며 뿌리줄기를 토란이라고 하며 잎자루와 함께 식용으로 쓰인다. 열대 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채소로 널리 재배하는 식물이다. 토란국은 토란으로 인 국으로 추석의 절식으로서 1년에 한두 번 먹는 귀한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당질, 인, 염분, 칼슘 등이 많이 함유된 영양가 많은 음식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토란을 즐겨 먹었는데 `밭에서 나는 계란`이라고 했다. 많은 요리사들은 토란이 맛도 좋지만 영양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토란은 향기가 뛰어나며 맛은 농어회를 능가했다는 옛 선비의 말도 문헌에서 발견된다. 토란은 향료로 유명한 인도에서 한국, 중국, 일본으로 거쳤다. 한의사의 말을 빌리면 토란은 전분의 크기가 작아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다. 동의보감에도 토란은 성질이 평하며 위와 장을 잘 통하게 하는데 날 것으로 먹으면 독이 있지만 익혀 먹으면 독이 없어지고 몸을 보한다고 했다. 민간요법에서도 토란은 주로 소화제로 이용했다고 하니까 동의보감에 나오는 내용과도 일치하는 셈이다. 배를 따뜻하게 하고 더부룩한 속을 안정시키며 장을 튼튼히 하는 작용이 있어 약제로도 손색이 없는 채소이다. 갖가지 음식이 풍성한 추석에 과식으로 배탈이 나기 쉬운데 소화를 돕는다니 과학적으로도 추석과 잘 맞는 식품이다.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8월령에 “북어, 젓조기로 추석명절 쇠어보세/신도주(햅쌀 술), 올벼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산사에 제물하고 이웃집과 나누어 먹세”라고 했으니 토란국을 끓이는 것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홍길동의 저자 허균도 하늘나라 음식이 어떤지는 몰라도 땅위에서 토란국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없을 것이라고 절찬한 것이 문헌에 기록돼 있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2-07

경산 농림수산 5개년 사업 변경·보완

【경산】 경산시는 살맛이 나는 농촌건설을 위해 농림수산분야 포괄보조사업 5개년 계획을 변경·보완해 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한다.시는 농촌 삶의 질과 소득향상 등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2010년도 계획에 대한 투자계획의 보완(명세사업의 타당성), 애초 계획 수립 시 포함되지 않은 신규 사업 투자계획, 사업의 중요도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와 반영 등이 포함된다.기초생활기반확충과 지역경관개선사업을 중심으로 시행하는 마을정비사업 300억 원과 지역경제활동 다각화와 소득·고용기회 증대를 위한 농어촌 자원 복합산업화 지원사업 500억 원을 신규 사업으로 발굴했다. 포괄보조사업 5개년 계획에는 현재 농림식품부에서 주관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농어촌자원복합화사업, 농어업기반정비사업 분야의 다양한 신규 사업들이 반영되어 있다.시 관계자는 “지난 11월 와촌·자인면 소재지 종합정비사업 200억원과 육동권역 종합정비사업 52억원이 2012년 신규 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며 “외부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아 냉정하게 판단해 실현 가능하고 내실 있는 아이템 발굴로 살맛이 나는 부자 농촌 건설의 초석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심한식기자shs1127@kbmaeil.com

2011-12-07

영하의 울란바토르

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흰눈에 덮인 몽골고원의 드넓은 벌판이 나타난다. 지난 여름 이곳을 찾았을 때는 연두빛의 널따란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흰눈 쌓인 백색의 세계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울란바토르 상공에 다다르자, 짙은 안개, 아니 짙은 스모그가 온 도시를 감싸고 있다. 울란바토르의 도시환경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춥더라도 겨울에 한번 와 봐야 할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공항을 나서자 매서운 추위가 온몸을 휘감는다. 낮기온이 섭씨 영하 13ppm라고 한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는 왔지만, 얼굴은 추위에 따갑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곳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매우 큰 편이라서, 지난 밤 최저기온이 영하 29ppm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위는 약과이고 가장 추운 12월말이나 1, 2월에는 기온이 영하 40ppm까지도 내려간다고 한다.마중 나온 소형버스를 타고 미팅장소로 가다보니 짧은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주변은 흰눈에 덮여있지만 도로는 아스팔트가 드러나 있어 자동차 운행에 지장은 없다. 길이 눈에 덮이더라도 딱딱하게 굳어 있어 차들이 그 위로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차에서 내리니 매케한 공기에 목이 따갑다. 주변을 5분여 돌아보는데, 너무 매연이 심해 기침이 나고 호흡에 이상이 오는 것 같아 일행 모두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러시아워라서 주변교통량이 많아서 대기오염이 더욱 심했을 것 같기도 한데, 울란바토르의 겨울철 심한 대기오염은 자동차 매연, 수 많은 게르 및 판자촌지역의 갈탄 난방, 도심 지역난방을 위한 시정부가 운영하는 4개 대형 파워플랜트의 갈탄 불완전 연소 때문이다. 이곳 울란바토르는 봄·가을이 매우 짧거나 없다고 할 수 있고 여름 5개월, 겨울 7개월인 연중 기온차가 극과 극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이 길고 추워 난방이 않되면 사람들이 살 수가 없으므로 가구 차원에서나 정부 차원에서 월동준비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길가에는 수많은 소형트럭들이 갈탄을 원석 그대로 담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조그만 나무묶음으로 파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데, 전통적인 몽골인 복장부터 현대식 재킷에 이르기 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내복을 여러 개 껴입고 두꺼운 외투를 걸쳐 걸음걸이가 좀 둔해 보이기는 해도 추운 날씨를 견디어 내자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동행했던 중국에서 사업하는 분 이야기로는 중국 도시들의 대기오염은 이보다 더 심하다고 하는데, 이들 도시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대도시의 환경오염은 선진국에서와 같은 강력한 규제정책을 집행할 수 없기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추위에 살아남아야 하고 또 경제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기에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개발이냐 보전이냐`에 대한 딜레마가 더욱 큰 것이다. 몽골의 여름과 겨울 풍경은 매우 다른데, 어떤 이들은 7~8월의 연두빛 초원을 감미롭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울란바토르는 눈 덮인 겨울도 아름다웠다. 춥기는 하지만 도시의 우중충함과 흩날리는 먼지와 쓰레기들이 흰눈에 감추어져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오염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가 좀 더 압축적으로 개발되고 공공교통이 개발돼 승용차의 사용이 억제돼야 할 것이다. 수없이 펼쳐진 게르지역의 난방을 위해 원석 그대로의 갈탄 보다는 좀 더 대기오염이 적고 값싼 연료가 개발돼야 할 것이다. 물론 게르지역의 재개발과 함께 난방방식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시정부 운영의 도심 지역난방 연료인 갈탄도 좀 더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고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할 것이다.울란바토르의 현대적인 탈바꿈, 경제산업 개발, 그리고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참여 분야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2000년대 접어들며 광물 값이 크게 올라 몽골정부의 재정능력도 좋아졌기에 SOC 및 경제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도심재개발과 뉴타운개발이 크게 계획되고 있다. 우리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너무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 나라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발되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며, 그런 와중에 이익을 나눠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11-12-06

여중군자 장계향과 현대여성

홍필남(사)여중군자 장계향 선양회 부회장전 포항시의원여중군자 장계향(張桂香· 1598~1680)은 왜란으로 전국이 쑥대밭이 되어있던 정유재란 다음해에 태어나서 광해군 통치에 뒤이은 인조반정(1623)이라는 정치적·사상적 혼란기를 겪었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1623)이라는 이전역사에 없었던 치욕적인 국가적 수모기까지 겪으면서 살아간 세대에 속한다.이러한 국가적·민족적 위기의 시대를, 여중군자 장계향은 여성의 위치에서 어떻게 극복해 갔는가 하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한가정의 평범한 딸이자 가정의 주부이면서도. 그 평범하게 보이는 힘으로 시가와 본가 두 집안을 모두 당시 사회 공동체의 기둥이 되는 가문(宗家)으로 일으켜 세우고, 더하여 열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 냈다.다시 말하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면서도, 자기의 내면적 세계를 예술로 승하해낸 삶의 지혜를 잘 보여 주는 여성으로 17세기 이후 조선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랫동안 훌륭한 여성의 상징으로 계속 추앙을 받아 왔다.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정자(程子)의 어머니 후부인(候夫人)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현부인(賢夫人)이라 추앙 받은 여중군자(女中君子)로, 지난 1999년 11월 문화관광부는 조선중기 시문과 서·화에 능할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임으로써 후세에 위대한 어머니상으로 추앙받은 정부인 안동장씨(貞夫人 安東張氏 1598~1680)를 1999년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했다.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여중군자 장계향 선양회는 지난 6월 회를 설립하면서 조선 시대 당대에 이미 여중군자라 불리울 만큼 출중한 그의 행덕을 우리 한국인의 귀감으로 삼고자 뜻을 모았다.선생은 일상의 삶을 통해 현모양처, 시인, 서예가, 화가, 교육자, 사상가, 과학자, 사회사업가 등의 전인상(全人像)을 보여 줬다. 특히 아시아에서 여성이 저술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남긴 위대한 여성이다.또한 선생에 관한 기록·자료·유품을 통해 보여준 삶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한국 여성인물사에서 훌륭한 삶을 살았지만 역사 속에 묻혀있는 장계향 선생의 삶의 교훈을 이 시대에 현양해 우리나라 대표 여성상으로 정립해 나가기 위함이다.여중군자 장계향 선양회는 선생이 남기신 가르침과 사상. 가치 등을 계승 발전시키고, 선생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교육, 홍보, 연구사업 등을 추진해 우리나라 대표 여성상으로 정립하는데 구심적 역할을 다해 나가고자 한다.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장계향의 전인상을 기리고 배워 행복하고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데 기여하고자 한다.400여년 전 안동에서 태어나 영남 학풍의 학문적 환경에서 내유외강으로 학자, 예술가, 여성과학자, 가정경영자, 사회복지실천가로 한 생애를 보낸 여중군자 장계향의 전인상을 현대 여성들의 진정한 표본으로 삼아 글로벌시대에 지식만이 아닌 전인교육자의 어머니로서 사회의 지도자로서 올바른 자녀교육, 건전한 가정육성으로, 선진국민으로서의 행복하고 훌륭한 삶을 영위해 가는 여성상을 정립해 나가야겠다.

2011-12-06

경주엑스포 인기작 `플라잉` 내년 싱가포르 무대 오른다

【경주】 `2011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주제공연 `플라잉(FLYing)`이 수출길에 오르는 등 경주엑스포의 `글로벌 킬러콘텐츠` 육성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5일 엑스포측에 따르면 엑스포기간이었던 지난 9월 싱가포르 공영방송인 `미디어콥(MediaCorp)`측에서 엑스포를 방문해 플라잉을 관람한 후 즉석에서 내년 11월 싱가포르 초청공연을 제안했고 조만간 계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이는 공연 오픈 1개월만의 해외 진출 성사라는 한국 공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쾌거를 이룬 것이어서 엑스포 조직위측은 고무된 반응이다.특히 엑스포기간 전국에서 러브콜을 받았던 플라잉은 내년 1~2월 대구(2.17~2.19)를 비롯해 천안, 부산, 울산, 포항 등 순회공연 일정도 잡혀있다.경주엑스포 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지사는 “플라잉은 신라의 역사문화를 테마로 한 독창적인 작품으로 경주가 지니는 `화랑`이라는 전통 매개체를 현대적으로 스토리텔링 했다”며 “플라잉은 우리나라 지자체가 투자해 성공한 최초의 공연으로 유일하게 상설화하고, 세계시장 진출까지 성공해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엑스포측은 홍보, 마케팅, 티켓판매 등 국내 최고의 공연마케터를 투입해 기판매한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스페인, 영국 등지의 유럽 투어도 추진할 계획이다.이명박 대통령도 극찬한 `플라잉`은 스포츠와 공연예술이 절묘하게 접목된 `익스트림 아츠 퍼포먼스`로 올해 엑스포가 열린 60일 동안 매회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한편 엑스포 기간 플라잉을 관람한 관광객 4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공연 만족도는 97%가 `만족한다`라고 답했으며,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에 대해서는 94.2%가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점은 5점 만점에 4.48점이 나왔다./윤종현기자

2011-12-06

`작은 나눔 큰 기쁨` 자원봉사 실천대회

칠곡 자원봉사센터 【칠곡】 칠곡군 종합자원봉사센터는 5일 한해 동안 지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봉사 참여자들과의 교류와 협력, 화합을 위한 축제를 열었다.이번 대회는 `작은 나눔 큰 기쁨`이라는 주제로 한 해를 결산하고 내년도 사업 준비를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는 자리가 됐다.칠곡군 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003년 출범 후 지속적인 발전과 괄목한 성장으로 현재 1만여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민·관 협력의 구심체로, 군민들의 여가활동과 복지증진을 위해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웃사랑 실천운동에 앞장서 왔다.특히, 비 수급 저소득 주민과 위기가구들의 자활자립능력을 배양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 오고 있다.바쁜 생활 속에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자원봉사활동이야말로 진정한 나눔이자 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기본이며, 인류 공영이라는 궁극적 이념이라는 평가다.이러한 자원봉사 활동을 더욱더 활성화하기 위해 칠곡군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돕고자 하는 자원봉사 참여자들을 확대하고, 도움이 필요한 시설이나 가정, 그리고 개인이나 단체 등 수요처를 제때에 발굴해 연계하며 지속적인 관찰을 할 계획이다.안효진 칠곡군 새마을 담당은 “자원 봉사야말로 복지행정의 기본이며 칠곡군 종합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이웃사랑 실천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을 부탁했다./김용호기자

2011-12-06

물은 장수의 비결

장수 비결의 3요소는 신선한 공기, 맑은 물, 그리고 늘상 먹는 음식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물은 건강의 보약이라는 것이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물은 몸에 얼마나 좋을까. 식수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은 수돗물을 믿지 못해서 그냥 마시는 것은 금물이고 끓여 먹거나 정수기를 이용한다. 심지어는 휘발유보다 비싼 물을 돈주고 사먹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비가 갠 뒤 우물물을 쓰지 말라”고 했다. 비가 온 뒤 장을 담거나 음식을 했을 때 객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다고 했다. 요즘 식으로 말한다면 빗물이 산성화 하고 지표수가 오염됐으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물과 공기를 찾아 산골이나 무인도를 찾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달이는 물은 더 중요하다. 동의보감에는 물의 품질을 논하면서 `사람의 형체에 살찐 것과 마른 것이 있고 기우화 풍토 그리고 물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있다. 또 물을 마셔 병을 치료할 때는 새로 길러온 맑은 샘물을 쓰는 것이 좋다면서 물의 품질을 분류했다. 한의서에 분류된 물은 종류가 여러가지라 한다. 정화수는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말하는데 성질이 평(平)하므로 얼굴색을 좋게 하고 눈을 밝게 해주며 음(陰)을 보하는 약을 달일 때 쓴다. 찬 샘물은 이뇨와 당뇨, 위장병에 좋다. 춘우수는 정월에 처음 온 빗물이다. 봄철의 양기가 상승하는 기운을 받은 물인데 이 물로 약을 달이면 양기를 상승하게 한다. 추로수는 가을 아침이슬을 받은 물이다. 천리수는 멀리서 흘러오는 강물인데 험난한 곳을 많이 거치며 여과가 되어서 막힌 곳을 뚫어주거나 손발 끝의 병을 치료하는 약을 달이는데 쓴다. 우리가 마시는 물 한잔은 빗물이 흘러 개울과 강을 거쳐 바다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물도 알고 마시면 기분도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손경호(수필가)

2011-12-06

예술인 극장에 소개하는 외부기획사

우주호성악가서양음악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흘러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유럽에서 발전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배우기 위해 수많은 음악학도들은 유럽 땅을 찾아 정통유럽의 서양음악을 익히기에 열정과 희생을 기꺼이 자초했다. 이런 문화의 종주국이 된 유럽의 배경에는 극장이라는 문화공간이 있다.유럽에는 수많은 극장이 있다. 도시마다 개성과 전통성을 뽐내면서 문화를 꽃 피우며, 극장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문화를 즐기고, 다른 타 도시와의 문화경쟁을 통해 자부심을 느낀다. 극장 안에서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무대에서, 기획자들은 무대 밖에서 서로의 역할을 소화하며 문화를 창작한다. 또한 극장은 예술의 행위가 표현되는 장소뿐 아니라 그 도시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얼굴로서 자리를 잡아왔다. 문화행사만을 하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유럽 극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정치성과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가진 극장장, 재무와 홍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악과 예술성의 질을 책임지는 예술총감독으로 이뤄져 있다. 그 안의 예술단으로는 오페라단, 합창단, 무용단, 교향악단, 연극단 등 극장의 상황에 맞게 구성해 극장을 꾸미고 있다.지금부터 극장문화 중에서 작은 부분이지만 예술인들을 극장에 소개하는 극장외부 기획사를 말하고자 한다. 이 기획사는 훌륭한 예술인들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업무다. 최고의 예술인과 신인 예술인들을 발굴해 각 극장마다 소개하고 충족시켜주는 직업이다. 이 역할은 극장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극장 문화에는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양 음악으로 음악회가 행해지고 있고,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대한민국 문화강국을 꿈꾸고 있지만 아주 작은 부분인 예술인 소개 기획사가 없다는 것은 선진 극장문화를 실현하는데 적신호이다.독자들은 3테너 음악회를 기억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에 있는 큰 극장에서 내놓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Mario dradi(마리오 드라이)라는 예술인 개인기획사가 세계적인 성악가 파바로띠와 호세 까레라스, 도밍고를 설득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개인 기획사의 아이디어를 로마극장은 받아들였고, 까라깔라 야외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에 세계를 강타하는 최고의 문화기획이 된 것이다. 지금 우리도 저작권이 있는 3테너 음악회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유럽극장 시스템을 많이 도입했지만 지금 필자가 이야기하는 예술인 소개기획사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 클래식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극장문화와 예술대학교 교수님들과의 영역이 분리되지 않았고, 40대의 왕성한 연주가들이 대학 강단에 있으므로 예술 활동의 부진함을 보여준다. 많은 교수님들이 이 문제를 제시하고 바꾸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앞당겨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예술인소개 기획사의 발굴이다.정리하면 우리 한국 클래식 극장의 구조는 극장장과 음악감독 체제는 있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극장구조는 상당히 미비하다. 극장의 조직과 예술인의 중매자인 예술인소개기획사가 빨리 도입되어야만 극장의 활성화가 속히 올 것이다. 연주자의 유명세로 극장에서 초청받는 것이 아니라 극장의 시장성이 이루어져 작품성에 필요한 음악가가 다양하게 소개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유럽의 어느 극장보다도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의 부족으로 인해 예술창작전문성이 부진하다. 지금 기획을 공부하는 한국 인력은 최고 학력을 가진 자로 배출되고 있다. 대학에서 각자의 전공을 하고, 대학원과 박사과정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한 수많은 인력이 있다. 이런 최상의 조건을 가진 이들을 속히 인정해야 할 시기임을 알아야 한다. 예술전문성을 잘 이해하고 극장의 시스템을 잘 아는 최고의 공연 기획가가 있을 때 기초예술과 대중예술을 균형 있게 가져 갈 것이다. 훌륭한 기획자의 발굴만이 예술인과 극장을 지킬 수 있고, 한국 클래식 시장의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다.

2011-12-05

사랑나눔 통장

요즘 각계 각층의 나눔문화에서 `세살 기부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표어와 함께 사랑의 온정을 강조하고 있다. 한 두 사람의 많은 기부도 기대해 볼 일이지만 모두가 많은 사람 전부가 동참하는 캠페인이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대구의 모 기관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그리고 지역 은행이 주축이 되어 `사랑나눔통장`사업을 함께 펼치기로 협약했다는 소문이 모든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관내에 있는 초중고교생들에게 기부하는 습관을 갖도록 교육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3개 기관은 기부의 중요성과 기부금 사용 및 관리를 각각 맡는다는 것이다. 한 때 기관의 잘못으로 기부 분위기가 주춤한 해도 있었지만 남을 위한 나의 마음을 연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학교가 통장을 학생 이름으로 개설하면 졸업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기부는 많고 적고의 금액에 관계없이 평소 은행에 저축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부모나 교사, 그리고 지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조언과 충고가 필요한 사업이다. 그래서 일정한 기부금이 모이면 학생들은 자치회를 열어 사회복지시설 등에 쓸 수 있다. 어른들은 선도하는 것 뿐이고 자율적인 처리를 교육시키면 된다. 그리고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기부금을 받은 곳은 학교에 기부금 사용 명세를 자세하게 알려줌으로써 불분명한 처사를 방지하기도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제도가 학생들의 호응을 받으면 학부모 참여도 권장할 방침이라 한다. `십시 일반`이란 말은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말인 것 같다. 열 숟가락이면 한 사람 분의 먹을 양식이 된다는 뜻이다. 여럿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는 비유이다. 우리 이웃을 잘 돌아보면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노약자,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그리고 환자도 많이 있다. 기부는 돈많은 사람들만이 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사랑은 나누는 마음으로 하자. /손경호(수필가)

2011-12-05

사법고시 합격을 축하합니다

김현욱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요즘 출퇴근길에 `사법고시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자주 본다. 초중고 교문, 아파트 단지 입구, OO 마을 어귀마다 자랑스럽게 내걸린 현수막에는 빠짐없이 OO 학교 몇 회 졸업생, 누구네 집 몇 째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쓰여 있다. 그 지난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건 집안의 경사요 동문의 자랑임이 틀림없다. 옛날로 치면 장원급제와 진 배 없으니 말이다. 어사화 대신에 축하 현수막이 하늘에 나부끼고 관련 언론매체가 연일 풍악을 울리는 형국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도 어느 졸업생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그걸 보면서 며칠 전에 읽은 논평 한 대목이 떠올랐다. “지방 고등학교의 경우 어느 기수에서 판검사가 나오면, 그 위아래 기수가 통폐합되는 경우가 흔하다. 판검사를 배출한 기수로 동문회가 합쳐진다” 한국에서 `사법고시`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사법고시란 출세와 성공의 좁은 문을 상징한다. 그 좁은 문을 통과해 대한민국 1%로 살아간다는 건 크나큰 명예이자 권력이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과 평검사가 벌인 토론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의 노 대통령과 정말로 막갔던 젊은 평검사들의 기세등등함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삼권의 하나인 사법권을 집행하고 구현한다는 명예와 권력의 아우라가 그들을 감싸고 있는 듯 보일 정도였다. 그들이 가지는 자부심 이를테면, `정의 실현`과 `공정사회 구현`의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고 또 존경받아야 한다.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벤츠 여검사`사건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백(bag) 값 보내!”라는 벤츠 여검사의 휴대폰 문자는 도저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상식을 초월한다. 지난해에는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정치 검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국민들 사이에 `렉서스 검사`, `BMW 검사`, `람보르기니 검사`사건이 곧 터질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으니 그야말로 참담하다. `검사(檢事)스럽다`라는 신조어도 있다.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인 데가 있었다.물론, 일부 검사들의 얘기다. 촌지를 받는 교사도, 부정부패를 일삼는 공무원도, 밥 먹듯 거짓말을 해대는 정치인도 일부다. 그 외 다수는 높은 도덕성과 소명의식으로 맡은 바 책무를 다하고 있다. 그래서 나라가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판검사의 비리에 더 뭇매를 드는 것은 그들이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칼을 가졌기 때문이다. 교사의 비리에 여론이 들끓는 것은 그들이 아이들의 영혼에 흔적을 남기는 직업이기 때문이듯이 말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조합해보면 검사의 비리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차원이라고 한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고 중대한 현안이다. 실제로 그들 자신이 아니고서는 검찰을 견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비리가 터질 때마다 자정과 쇄신을 외쳤지만 제 식구 감싸기와 특권의식, 집단이기주의의 철옹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사법부의 비리와 정치적 편향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앙을 가지고 온다. 한 인간이 끔찍한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우리의 이웃과 집단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우리 자신과 이웃, 자손을 위해서 국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이들의 높은 도덕성과 인성 검증의 객관적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사법고시 합격 축하합니다!”라고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달력을 보니 총선과 대선이 머지않았다.

2011-12-02

포물선 속의 나의 위치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우리사회에서 보도해야 할 소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신문사 등 언론매체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 국가,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계속 사건이 일어나서 그것의 전달에 통신망은 쉴 틈이 없다. 많은 문제점이 곳곳에서는 연속으로 일어난다. 기삿거리는 인간의 변화무쌍한 마음 때문에 일어난다. 마음의 흐름은 그 변화의 폭이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는 사람마다 성장환경과 능력에 차이가 있고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보는 견해의 방향과 강도, 그리고 강조점에서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이념의 문제에서도 좌와 우, 그리고 중립이 있다. 그 안에 또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하다. 이런 것을 도표를 그려 보면 포물선의 형태를 띈다. 양쪽으로 갈수록 분포가 적고, 중간수준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각각의 사람 마음은 포물선 전체 중에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리 그가 잘 낫다고 해도, 그는 인간 마음의 스팩트럼에서 한 부분일 뿐이다.포물선의 중간 부분을 `대세(大勢)`라고 한다. 정치하는 사람은 이들 대세에 속한 사람을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하는 전쟁을 치른다. 이것을 선거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가는 대세에 속한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는 똑똑해 미래를 내다보고 조직의 장래를 마음에 그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프의 선두 그룹에 속해야 한다. 다만 대세의 사람과는 대화하고 그들을 다독이면서 조직의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정치에서는 대세에 속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잘 이끄는 사람을 `정치가`라고 하고 속임수를 쓰거나 목소리만 큰 사람을 우리는 `정상배, 정치꾼`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일생은 선거에서 생을 시작하고 평생을 선거를 하면서 보내게 된다. 그럼으로 선거를 아무렇게나 보아서는 안 된다. 선거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거 문화가 발전하고 있는 중간 단계라고 표현하면 대충 맞아 들어간다.그러나 아직도 이 사회에는 중간층 보다는 양 극단 층이 비교적 많아서 많은 잡음이 들린다. 양 극단이 많다는 것은 포물선의 모양이 비교적 평평하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포물선이 사회 모양세의 기준이라면 평평함은 사회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을 나타낸다.정치적인 면에서 한 쪽 극단이 많아지는 것을 우리는 나치즘이나 파시즘, 또는 콤뮤니즘 등에서 보아 왔다. 나치즘이나 파시즘은 극우로서, 자기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민족을 함부로 부려먹거나, 살상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극좌의 콤뮤니즘 사상도 역사에서 많은 오점을 남겼다. 강요하거나,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멸되고 있다.또 한 가지 양 극단을 생각해 보자. 죄를 저질러 감옥에 있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사람이다. 또 조국이나 타인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극단의 행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좋은 극단에는 깊은 감동을 받는다. 애국자나 예수가 이 부류에 들어간다. 애국으로 희생된 자와 예수의 차이는 `그 당시의 조국`을 위했느냐, 또는 `영원한 시간 속에서 인류를 위했느냐`에 따른 차이가 있을 뿐이다.양 극단의 인물이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포물선 복판의 평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부필부인 우리가 매일을 그냥그냥 보낸다면, 그 생활은 무의미하고 건조한 삶이 될 수밖에 없다. 죽은 고기가 물에 떠내려가는 경우와 같다.평범하더라도 우리는 자기 나름대로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목표는 작아도 관계가 없다. 작은 것부터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는 포물선 중간부위의 내용을 순화하는 것이다. 역사는 그 시대의 중간부위를 좋게 키워 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포물선 중간의 너른 부분에 속한 일반 시민이지만, 좀 더 의미가 있는 쪽으로 가려고 노력을 할 때, 그때 우리는 `왜 사는가?`의 답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2011-12-02

일을 제대로 시켜라

요즘 서점가에 가면 리더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는 책자가 더러 눈에 띈다. 팀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업무에 일을 시키는 책임자의 길은 정말 암담하다고 한다. 팀장은 팀워크가 생명인데 서로가 감정만 상하고 얼굴을 붉히는 이유는 리더에게 책임이 더 큰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능했던 실무자가 막상 리더가 되면 헤매는 경우도 생긴다. 한마디로 일시키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도 모른채 무조건`잘해보자`란 말만 되풀이 한다. 단단히 작심하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며 상사는 못미덥다는 표정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하니 직원들 입에서 “처음부터 직접 하지 왜 시키느냐”고 불평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 한다. 이런 조직에서 성과와 발전이 생길리가 만무하며 직원들의 성장도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업무의 성과창출 도약에는 성과목표 설정부터 전략코칭, 자원지원, 권한위임, 동기부여, 역량훈련, 보상과 평가를 통해 직원들의`일할 맛`을 고취하는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인데 뭐 특별한 것 있나를 방심치 말고 자만심을 버리고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일을 시키고 맡긴 자는 부하 사원의 업무 결과에 먼저 수고와 칭찬을 곁들여 성심껏 도와주는 리더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강조한다. 올챙이 시절의 고초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팀장의 리더 자세라 한다. 손으로 일하지 말고 머리로 일하라는 교훈처럼 경험이 부족한 사원의 고충을 염두에 두고 조언을 통한 성장을 유도하는 태도에서 리더의 정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차라리 자기가 일하고 팀원들에게는 적당히 잘해 주는 리더도 있긴 하지만 팀원의 성과와 발전을 위해서 경험을 쌓게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서양속담에도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이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무능한 리더밑에 있으면 무능해지는 느낌이 들면 피차가 어려운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12-02

`의성마늘포크` 잘 나가네

(사)소비자시민모임 8회 연속 `우수 브랜드` 선정 【의성】 `의성마늘포크`가 최근 (사)소비자 시민모임에서 선정하는 우수 축산물 브랜드로 8회 연속 선정됐다.사진(사)소비자시민모임이 농림수산식품부, 축산물품질관리원 등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심사단 1,2차 서류심사, 3차 현장확인 등의 엄격한 심사를 거처 이번에 의성마늘포크를 8회 연속으로 우수 축산물 브랜드로 선정했다.의성마늘포크는 건국대학교 동물자원연구센터에서 직접 사양관리실험과 농장 현장실험 등의 검증을 거쳐 마늘 급여의 최적화 프로그램으로 사양관리를 하고 있다. 마늘도 의성에서 생산된 한지마늘만을 수매 후 가공해 가축에 급여하여 길러진`명품 축산물`브랜드다.또한, 군에서 직접 농가와 품종, 사료, 사양관리를 통일해 언제 어느 농장에서나 우수한 브랜드 축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명품 `의성마늘포크`는 (주)롯데햄을 통해 전국 주요백화점, 마트, 농협 등에 공급하고 있다.의성마늘포크 브랜드는 2003년 출시됐으며, 마늘첨가사료를 특허 등록, 마늘포크브랜드의 사양관리와 품질의 우수성이 인정되어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에서 우수상과 `위생안정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 퍼스트브랜드 대상 등 다수 수상경력이 있다.이번 소비자 시민모임과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최고의 먹을거리에 대하여 인증을 실시하는`우수축산물브랜드인증`을 8회 연속 인증을 받음으로써 전국 3대 돈육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이러한 품질 인증을 계기로 수도권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으로 의성군과 의성 축협에서는 우수한 먹을거리를 확보해 국민보건위생 향상과 안정성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축산농가의 사양관리를 철저히 하여 믿고 찾을 수 있는 브랜드 관리를 위해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축사 HACCP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권영환 유통축산과장은 “앞으로도 의성마늘포크 사육농가와 의성군, 축협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국민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2011-12-02

산골아이들 영화감독 꿈 영글다

봉화초 영상팀, 청소년영상제서 연이은 대상 등 각종상 휩쓸어 【봉화】봉화초(교장 김진식) 학생 영상팀이 서울YMCA에서 열린 제14회 청소년영상페스티벌과 상주시에서 열린 제4회 경북청소년영상제에서 연이어 대상을 수상해 화제다.사진봉화초 6학년 학생으로 구성된 금정연·이하연 감독의`The Golden Rule`은 제4회 경북청소년영상제에서 초등부 대상을 받았다.또 김진영(봉화초등 6학년)과 봉화중 김자영양(1학년)이 공동 감독한 `My Daddy`는 제14회 청소년영상페스티벌에서 초중등부 대상을 차지했다.특히, 봉화초 영상팀은 제4회 경북청소년페스티벌에서 초등부 4개 부문 시상중 대상과 우수상, 기획상 3개 부문을 휩쓰는 저력을 발휘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여름방학 영화 집중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영어 영화 `The Golden Rule`은 반복되는 집단따돌림 이제는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청소년들의 반성을 유도하는 극영화이다.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My Daddy는 열심히 살아가는 아버지의 일상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담았다.이 영화는 특히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초중등생의 작품으로서는 매우 깊이가 있고 연출 감독자의 성장 가능 동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1-12-02

자전거도로

조현명시인“요즈음 같은 날씨엔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데”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한참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지나가는데 길 가던 젊은 남자가 한 말이다. 살을 에이듯 매서운 바람도 아니고 쌀쌀하니 왠만해서 땀이 잘 안 나는 날씨 그게 자전거 타기에 좋은 날씨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가끔 자전거로 출근하는 `가끔자출족`이지만 요즈음 심심찮게 `자출족-자전거 로 출근하는 사람들` 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이런 말도 들린다. 죽도시장에 장보러 가는 아줌마가 “정말 쪽 팔린다 언제부터 자전거 문화가 이렇게 되었냐”며 화를 낸단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했더니 요즘 MTB타는 사람들 얼마나 폼을 재고 그러는지 그냥 보통 자전거를 타면 뭐 촌티가 나는 것 같다는 우스개였다. 아닌게 아니라 자전거 타는 젊은이들은 모두 고글에다가 쫄바지를 입고 얼굴을 다 가리고 다니니 그런 말도 나올법하다.그래도 나는 평상복에 대님만 묶어서 자전거를 탄다. 물론 MTB이지만 말이다. 형산강변로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아주 잘 뚫려있다. 포항시는 2014년까지 자전거도로 180km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고 2020년까지 1천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최고수준의 자전거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포항의 자전거 도로는 벌써부터 아주 훌륭해지기 시작했다. 7번국도와 기찻길을 따라 양학동에 이르면 뒷골목을 나무 데크까지 놓아가며 멋지게 연결해놓았다. 기찻길과 인가 사이에 울타리를 타고 아직 시들지 않고 남은 나팔꽃이 올라가고 가끔 호박 넌출도 시들어가는 호박꽃을 달고 있다. 누가 심었는지 무나 배추도 굵게 자라고 있고 가끔 국화도 웃고 있다. 좁은 골목길이지만 자전거와 행인이 비켜가기엔 좁지 않고 허름한 지붕과 낡은 담벼락 사이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갈라지는 골목 안쪽에는 새벽빛이 안개처럼 끝을 흐리고 있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과 스쳐지나간다. 지즐대며 여중생들이 삼삼오오 가다가 찌르릉 소리에 비켜나기도 하고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아줌마가 잠간 멈추어서기도 한다. 포항역 뒤로 이어지는 작은 숲은 싱그럽고 나무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는 자전거가 휙휙 바람소리를 낸다. 이 자전거 도로는 수도산 아래 철도를 걷어내어 조성한 길다란 공원길을 지나 북부해수욕장과 환호해맞이 공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길이다. 도시의 세련됨과 허물어져 낡아져가는 골목길, 그리고 도심의 자연, 그 싱그러움, 기찻길과 바다까지 포항의 자전거 도로는 생명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포항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보관대를 200곳,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110곳 설치 구상중이란다. 자전거 대여서비스 시스템 또한 구축하려고 준비중이라는데 기대가 된다. 그렇게 되면 MTB 자출족들만 콧대 높이며 향유하는데서 바뀌어(이건 좀 농담을 섞었다 이해하시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전거도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쾌적한 녹색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만으로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갖는 그래서 그것이 다시 포항을 다시 찾게 하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는 것은 자동차를 타고 길을 가는 것과 상당한 차이를 가진다. 자동차 타기는 출발점과 도착점 그 두 가지 외에는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경험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자전거 타기는 바퀴와 바큇살을 통해 땅의 울퉁불퉁함이 바로 전해져 올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바람과 마주하게 하며 지나가는 사람과 자연과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이 두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물론 걷기와의 차이도 있겠지만 자전거 타기는 우리가 자동차 때문에 잃어버렸던 그 수많은 풍경과 경험들을 다시 되돌려준다. 그 모든 것들은 느림으로 다시 찾는 인간성이다. 두발로 패달을 밟으며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현대인의 조급증을 약간은 해소해주는 속도를 경험하는 것이 자전거의 장점이다.나는 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서 뚱뚱하던 사람이 홀쭉해져 다이어트에 성공한 몇 사람을 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서 깨끗이 낳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가끔 자전거를 차에다 싣고 경주까지 가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전거, 여가생활 문화생활의 멋지고 훌륭한 도구가 되는 자전거, 이것을 선택한 포항시는 양학동의 낡고 허름한 동네를 가로질러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를 낸 것으로 시작해서 더 많은 아름다운 길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창의적이고 경이롭다.

2011-12-01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병산서원(屛山書院)

조선시대의 서원 건축은 성리학의 도통(道統)을 이어나간 향촌 사림세력에 의하여 성립됐고, 기본적으로 유생들이 모여 강당에서 학문하는 강학(講學) 기능과 사우(祠宇)에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드리는 제향(祭享) 기능을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의 서원은 대부분 읍락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았고 서원의 중심이 되는 강당의 위치는 멀리 안산(案山)이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여 원생들이 이를 보고 뜻을 크게 함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안동 풍천면에 있는 사적 제260호 병산서원은 서애 유성룡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서원인데, 선조 5년(1572) 서애가 풍산현에 있던 풍악서당을 현 위치로 이건한 것이다. 1607년 서애가 타계하자 후학들이 1614년 사당을 세워 그의 위패를 봉안하고 서원 앞에 흐르는 낙동강 건너편에 절벽으로 이루어진 병산(屛山)의 이름을 따서 병산서원으로 개칭했다고 한다.병산서원의 정문인 복례문을 들어서면 정면 7칸, 측면 2칸 규모의 만대루(晩對樓)가 동서로 길게 서있다. 만대루는 누각(閣)으로 꾸몄고 누각 2층의 누마루는 통칸 마루로 마루 주위에 계자각난간을 돌렸다. 누각 하부를 지나 중정측으로 계단을 오르면 강학공간인 입교당(立敎堂)이 있고 중정 좌우에 동ㆍ서재가 마주보고 서있다. 입교당 동측을 돌아 들어가면 사당인 존덕사(尊德祠)가 있다. 서원 건축은 중심축선상에 외삼문-누각-강당-내삼문-사당 순으로 배치하는 것이 보통인데 병산서원은 사당이 중심축에서 벗어나 있음이 특이하고, 강학공간을 전면에 두고 제향공간을 배면에 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구성을 하고 있다.서원건축의 중심이 되는 강당의 평면구성은 중앙에 대청을 두고 그 양측에 온돌방을 설치하는 형식이 가장 많다. 강당은 일반적으로 당(堂)으로 이름 짓고 서원의 이름을 쓴 편액을 걸어둔다. 한편, 서원에서 신문(神門)은 제향공간의 정문을 뜻한다. 신문은 서원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문이기 때문에 정문인 외문에 대하여 내문이라 하며 3칸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내삼문(內三門)이라 한다. 내삼문의 가운데 문은 신문으로 제향 시 제관(祭官)과 제수(祭需)만이 통과할 수 있고 평상시에는 서쪽 문을 열어놓고 출입을 한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한 번씩 내려와서 쉬었다 가기도 했던 서원 누각에는 당시 베고 누웠을 목침이 있다. 오래전 병산서원 앞 강변 솔밭에서 동료교수 가족들과 1박 2일을 함께 했었는데 장성하여 출가한 자식들이 당시를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조상들의 얼을 보여줄 수 있는 교육장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된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12-01

전어 굽는 냄새

전어란 생선은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고기다. `생물도감`에 보면 전어는 몸길이가 15~30cm, 몸은 측편하고 빛깔은 푸른빛이 짙고 좀 누른빛을 띠고 있으며 등에는 갈색 반점으로 세로줄이 여러 줄 있다. 옆구리에는 큰 흑색 반점이 하나 있다. 배부분은 희고 주둥이는 아래턱의 끝보다 좀 나와 있다. 근해성 물고기로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 먹으며 산란기는 3월 중순에서 6월경이고 여름 동안은 외해에서 지내고 10월경부터 3월까지는 해안 가까이로 몰려와 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식상한 표현이 있을 정도로 전어맛은 기가 찬다고 한다. 구수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하면 관광객들이 모이고 식도락에 젖은 풍류들은 육질 부드러워 씹는 맛이 일품이라 고소한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전어는 고기에 가시가 많지만 냄새와 맛이 감칠맛이나 기름이 많고 맛이 좋다. 막 잡은 것을 회를 쳐서 먹곤고 하지만 전어의 제맛은 역시 구워 먹는 것이다. 일본사람들도 역시 가을 전어를 최고로 치지만 주로 젓갈이나 식초에 절이거나 회로 먹을 뿐 잘 구워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전어 굽는 냄새를 맛있게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속담에도 전어에 며느리가 등장한다. “가을 전어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전어의 잔가시가 며느리 목에 걸릴까 걱정해서라는 풀이지만 실상은 며느리 구박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도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서 서울로 가져와 파는데 신분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모두 좋아하므로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기 때문에 돈벌이가 짭잘해서 전어(錢魚)이다. 공급은 제한돼 있고 수요는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문헌에 보면 가을 전어 한 꾸러미를 명주와 바꾸고 평양 숭어는 정포 한 필로 바꾼다고 했다. 동해안에 전어 미식가들이 그래서 온다. /손경호(수필가)

201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