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평상복에 대님만 묶어서 자전거를 탄다. 물론 MTB이지만 말이다. 형산강변로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아주 잘 뚫려있다. 포항시는 2014년까지 자전거도로 180km를 조성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고 2020년까지 1천억원의 예산을 투입 전국최고수준의 자전거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포항의 자전거 도로는 벌써부터 아주 훌륭해지기 시작했다. 7번국도와 기찻길을 따라 양학동에 이르면 뒷골목을 나무 데크까지 놓아가며 멋지게 연결해놓았다. 기찻길과 인가 사이에 울타리를 타고 아직 시들지 않고 남은 나팔꽃이 올라가고 가끔 호박 넌출도 시들어가는 호박꽃을 달고 있다. 누가 심었는지 무나 배추도 굵게 자라고 있고 가끔 국화도 웃고 있다. 좁은 골목길이지만 자전거와 행인이 비켜가기엔 좁지 않고 허름한 지붕과 낡은 담벼락 사이에 정겨움이 묻어난다. 갈라지는 골목 안쪽에는 새벽빛이 안개처럼 끝을 흐리고 있고 출근하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과 스쳐지나간다. 지즐대며 여중생들이 삼삼오오 가다가 찌르릉 소리에 비켜나기도 하고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아줌마가 잠간 멈추어서기도 한다. 포항역 뒤로 이어지는 작은 숲은 싱그럽고 나무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는 자전거가 휙휙 바람소리를 낸다. 이 자전거 도로는 수도산 아래 철도를 걷어내어 조성한 길다란 공원길을 지나 북부해수욕장과 환호해맞이 공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길이다. 도시의 세련됨과 허물어져 낡아져가는 골목길, 그리고 도심의 자연, 그 싱그러움, 기찻길과 바다까지 포항의 자전거 도로는 생명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포항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보관대를 200곳, 자전거 공기주입기를 110곳 설치 구상중이란다. 자전거 대여서비스 시스템 또한 구축하려고 준비중이라는데 기대가 된다. 그렇게 되면 MTB 자출족들만 콧대 높이며 향유하는데서 바뀌어(이건 좀 농담을 섞었다 이해하시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자전거도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쾌적한 녹색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만으로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갖는 그래서 그것이 다시 포항을 다시 찾게 하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는 것은 자동차를 타고 길을 가는 것과 상당한 차이를 가진다. 자동차 타기는 출발점과 도착점 그 두 가지 외에는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경험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자전거 타기는 바퀴와 바큇살을 통해 땅의 울퉁불퉁함이 바로 전해져 올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바람과 마주하게 하며 지나가는 사람과 자연과 그대로 마주하게 한다. 이 두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물론 걷기와의 차이도 있겠지만 자전거 타기는 우리가 자동차 때문에 잃어버렸던 그 수많은 풍경과 경험들을 다시 되돌려준다. 그 모든 것들은 느림으로 다시 찾는 인간성이다. 두발로 패달을 밟으며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현대인의 조급증을 약간은 해소해주는 속도를 경험하는 것이 자전거의 장점이다.
나는 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서 뚱뚱하던 사람이 홀쭉해져 다이어트에 성공한 몇 사람을 안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서 깨끗이 낳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내와 나는 가끔 자전거를 차에다 싣고 경주까지 가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전거, 여가생활 문화생활의 멋지고 훌륭한 도구가 되는 자전거, 이것을 선택한 포항시는 양학동의 낡고 허름한 동네를 가로질러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를 낸 것으로 시작해서 더 많은 아름다운 길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창의적이고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