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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울란바토르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2-06 23:22 게재일 2011-1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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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흰눈에 덮인 몽골고원의 드넓은 벌판이 나타난다. 지난 여름 이곳을 찾았을 때는 연두빛의 널따란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흰눈 쌓인 백색의 세계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울란바토르 상공에 다다르자, 짙은 안개, 아니 짙은 스모그가 온 도시를 감싸고 있다. 울란바토르의 도시환경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춥더라도 겨울에 한번 와 봐야 할 것이라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공항을 나서자 매서운 추위가 온몸을 휘감는다. 낮기온이 섭씨 영하 13ppm라고 한다. 단단히 준비를 하고는 왔지만, 얼굴은 추위에 따갑게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곳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매우 큰 편이라서, 지난 밤 최저기온이 영하 29ppm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위는 약과이고 가장 추운 12월말이나 1, 2월에는 기온이 영하 40ppm까지도 내려간다고 한다.

마중 나온 소형버스를 타고 미팅장소로 가다보니 짧은 하루해가 저물고 있다. 주변은 흰눈에 덮여있지만 도로는 아스팔트가 드러나 있어 자동차 운행에 지장은 없다. 길이 눈에 덮이더라도 딱딱하게 굳어 있어 차들이 그 위로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차에서 내리니 매케한 공기에 목이 따갑다. 주변을 5분여 돌아보는데, 너무 매연이 심해 기침이 나고 호흡에 이상이 오는 것 같아 일행 모두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러시아워라서 주변교통량이 많아서 대기오염이 더욱 심했을 것 같기도 한데, 울란바토르의 겨울철 심한 대기오염은 자동차 매연, 수 많은 게르 및 판자촌지역의 갈탄 난방, 도심 지역난방을 위한 시정부가 운영하는 4개 대형 파워플랜트의 갈탄 불완전 연소 때문이다. 이곳 울란바토르는 봄·가을이 매우 짧거나 없다고 할 수 있고 여름 5개월, 겨울 7개월인 연중 기온차가 극과 극인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겨울이 길고 추워 난방이 않되면 사람들이 살 수가 없으므로 가구 차원에서나 정부 차원에서 월동준비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길가에는 수많은 소형트럭들이 갈탄을 원석 그대로 담고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조그만 나무묶음으로 파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데, 전통적인 몽골인 복장부터 현대식 재킷에 이르기 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내복을 여러 개 껴입고 두꺼운 외투를 걸쳐 걸음걸이가 좀 둔해 보이기는 해도 추운 날씨를 견디어 내자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동행했던 중국에서 사업하는 분 이야기로는 중국 도시들의 대기오염은 이보다 더 심하다고 하는데, 이들 도시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대도시의 환경오염은 선진국에서와 같은 강력한 규제정책을 집행할 수 없기에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추위에 살아남아야 하고 또 경제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기에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개발이냐 보전이냐`에 대한 딜레마가 더욱 큰 것이다. 몽골의 여름과 겨울 풍경은 매우 다른데, 어떤 이들은 7~8월의 연두빛 초원을 감미롭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울란바토르는 눈 덮인 겨울도 아름다웠다. 춥기는 하지만 도시의 우중충함과 흩날리는 먼지와 쓰레기들이 흰눈에 감추어져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오염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가 좀 더 압축적으로 개발되고 공공교통이 개발돼 승용차의 사용이 억제돼야 할 것이다. 수없이 펼쳐진 게르지역의 난방을 위해 원석 그대로의 갈탄 보다는 좀 더 대기오염이 적고 값싼 연료가 개발돼야 할 것이다. 물론 게르지역의 재개발과 함께 난방방식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시정부 운영의 도심 지역난방 연료인 갈탄도 좀 더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고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할 것이다.

울란바토르의 현대적인 탈바꿈, 경제산업 개발, 그리고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참여 분야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고 본다. 2000년대 접어들며 광물 값이 크게 올라 몽골정부의 재정능력도 좋아졌기에 SOC 및 경제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도심재개발과 뉴타운개발이 크게 계획되고 있다. 우리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너무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 나라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발되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며, 그런 와중에 이익을 나눠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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