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비결의 3요소는 신선한 공기, 맑은 물, 그리고 늘상 먹는 음식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물은 건강의 보약이라는 것이다. 요즘 우리가 마시는 물은 몸에 얼마나 좋을까. 식수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은 수돗물을 믿지 못해서 그냥 마시는 것은 금물이고 끓여 먹거나 정수기를 이용한다. 심지어는 휘발유보다 비싼 물을 돈주고 사먹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은 “비가 갠 뒤 우물물을 쓰지 말라”고 했다. 비가 온 뒤 장을 담거나 음식을 했을 때 객수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다고 했다. 요즘 식으로 말한다면 빗물이 산성화 하고 지표수가 오염됐으니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물과 공기를 찾아 산골이나 무인도를 찾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달이는 물은 더 중요하다. 동의보감에는 물의 품질을 논하면서 `사람의 형체에 살찐 것과 마른 것이 있고 기우화 풍토 그리고 물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있다. 또 물을 마셔 병을 치료할 때는 새로 길러온 맑은 샘물을 쓰는 것이 좋다면서 물의 품질을 분류했다. 한의서에 분류된 물은 종류가 여러가지라 한다. 정화수는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을 말하는데 성질이 평(平)하므로 얼굴색을 좋게 하고 눈을 밝게 해주며 음(陰)을 보하는 약을 달일 때 쓴다. 찬 샘물은 이뇨와 당뇨, 위장병에 좋다. 춘우수는 정월에 처음 온 빗물이다. 봄철의 양기가 상승하는 기운을 받은 물인데 이 물로 약을 달이면 양기를 상승하게 한다. 추로수는 가을 아침이슬을 받은 물이다. 천리수는 멀리서 흘러오는 강물인데 험난한 곳을 많이 거치며 여과가 되어서 막힌 곳을 뚫어주거나 손발 끝의 병을 치료하는 약을 달이는데 쓴다. 우리가 마시는 물 한잔은 빗물이 흘러 개울과 강을 거쳐 바다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물도 알고 마시면 기분도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