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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들의 정치편향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2-07 23:32 게재일 2011-1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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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한미FTA문제가 사법부로까지 비화되면서 법원마저 허물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다. 한마디로 한미FTA를 두고 정치권뿐만 아니고 사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와 집단행동이 터져 나오면서 사법부의 중립위반-권위실추에 대한 시비가 심각한 쟁점이 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그 직후 최판사는 대법원에 의해 윤리위에 회부됐으나 윤리강령에 위반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고 뒤이어 이 사안에 대한 법관들의 지지소신 발언이 이어지면서 최하늘 판사의 한미FTA재협상을 위한 TF구성 제안이 100명이 넘는 동조를 얻어 문제가 확대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미FTA는 주권침해, 국익훼손 등의 우려가 있고 국민의 권익옹호와 민주주의 수호의 관점에서 법관의 중립위반이 아니며 사법부가 미리 이 사안에 대해 연구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법관들에 대해 상당수의 국민들과 전국의 법원장들이 사법부의 신뢰손상을 우려하는 것은 사법적 정의는 법관의 말이 아닌 판결로 한다는 원칙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 일부는 SNS공간에서 발언한 것이고 일부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이지만 몇몇은 대놓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소신을 밝힌 것이다. 그래서 판결로 말하는 원칙과 관련해 이들 중 일부는 분명하게 이를 위반했고, 또 일부는 위반했을 개연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법관에 대한 이같은 원칙의 요구는 일반 국민의 사법부 비판에 신중해야 하는 덕목과 맞물려 있다. 그 이유는 법원의 시비판단은 법률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안이고, 법원은 사회문제 정의에 대한 마지막 판단을 하는 권위를 부여받은 기관이기 때문에 그 권위를 존중하기 위해서이다. 그런 만큼 법관도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사적 발언이나 행동으로 오해를 일으키는 일이 없기를 요구받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 문제는 야당의 물리적 반대와 여당의 표결처리 강행으로 국회가 마비되는 파행을 겪었고, 이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일부는 연일 가두시위를 벌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물론 한미FTA 비준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과반 이상의 다수가 지지했고 국회의원 과반이 동의한 국민 다수의 뜻을 따른 결정이었다. 이같이 찬반이 엇갈리는 국민 의사에도 불구하고 일부 법관이 “나라를 팔아먹은” 이란 표현을 썼는가 하면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견해를 공개한 것은 사법부마저 한미FTA로 파행하는 사태가 올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법관도 법관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적 문제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사적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사법부의 연구 모임에서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표와 토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을 통해 많은 국민들과 찬반 의견이 크게 다를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사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그 법관과 다른 견해를 가진 국민들에게 편견을 가진 법관으로 비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법관의 직분을 벗어나 자신의 견해에 동조하도록 국민을 선동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야당과 반미세력, 종북 좌파들이 정치적 이유로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보는 이들에게는 판사들의 그같은 행위가 정치적 동기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미FTA를 체결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아무런 의사표현이 없었던 판사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반대를 했다면 더욱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한미FTA가 친미 매국행위였다면 그 원조는 노 정권 당시 이를 주도했던 정치인들인데 이들에게는 왜 말이 없을까. 이들 판사들의 중립은 자신들만의 독선적 중립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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