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수많은 극장이 있다. 도시마다 개성과 전통성을 뽐내면서 문화를 꽃 피우며, 극장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문화를 즐기고, 다른 타 도시와의 문화경쟁을 통해 자부심을 느낀다. 극장 안에서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무대에서, 기획자들은 무대 밖에서 서로의 역할을 소화하며 문화를 창작한다. 또한 극장은 예술의 행위가 표현되는 장소뿐 아니라 그 도시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얼굴로서 자리를 잡아왔다. 문화행사만을 하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유럽 극장의 구조를 살펴보면 정치성과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가진 극장장, 재무와 홍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악과 예술성의 질을 책임지는 예술총감독으로 이뤄져 있다. 그 안의 예술단으로는 오페라단, 합창단, 무용단, 교향악단, 연극단 등 극장의 상황에 맞게 구성해 극장을 꾸미고 있다.
지금부터 극장문화 중에서 작은 부분이지만 예술인들을 극장에 소개하는 극장외부 기획사를 말하고자 한다. 이 기획사는 훌륭한 예술인들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업무다. 최고의 예술인과 신인 예술인들을 발굴해 각 극장마다 소개하고 충족시켜주는 직업이다. 이 역할은 극장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극장 문화에는 아직도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양 음악으로 음악회가 행해지고 있고,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대한민국 문화강국을 꿈꾸고 있지만 아주 작은 부분인 예술인 소개 기획사가 없다는 것은 선진 극장문화를 실현하는데 적신호이다.
독자들은 3테너 음악회를 기억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탈리아에 있는 큰 극장에서 내놓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Mario dradi(마리오 드라이)라는 예술인 개인기획사가 세계적인 성악가 파바로띠와 호세 까레라스, 도밍고를 설득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개인 기획사의 아이디어를 로마극장은 받아들였고, 까라깔라 야외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후에 세계를 강타하는 최고의 문화기획이 된 것이다. 지금 우리도 저작권이 있는 3테너 음악회를 많이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유럽극장 시스템을 많이 도입했지만 지금 필자가 이야기하는 예술인 소개기획사는 아직 정착되지 않아 클래식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극장문화와 예술대학교 교수님들과의 영역이 분리되지 않았고, 40대의 왕성한 연주가들이 대학 강단에 있으므로 예술 활동의 부진함을 보여준다. 많은 교수님들이 이 문제를 제시하고 바꾸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앞당겨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예술인소개 기획사의 발굴이다.
정리하면 우리 한국 클래식 극장의 구조는 극장장과 음악감독 체제는 있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극장구조는 상당히 미비하다. 극장의 조직과 예술인의 중매자인 예술인소개기획사가 빨리 도입되어야만 극장의 활성화가 속히 올 것이다. 연주자의 유명세로 극장에서 초청받는 것이 아니라 극장의 시장성이 이루어져 작품성에 필요한 음악가가 다양하게 소개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유럽의 어느 극장보다도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만, 이런 시스템의 부족으로 인해 예술창작전문성이 부진하다. 지금 기획을 공부하는 한국 인력은 최고 학력을 가진 자로 배출되고 있다. 대학에서 각자의 전공을 하고, 대학원과 박사과정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한 수많은 인력이 있다. 이런 최상의 조건을 가진 이들을 속히 인정해야 할 시기임을 알아야 한다. 예술전문성을 잘 이해하고 극장의 시스템을 잘 아는 최고의 공연 기획가가 있을 때 기초예술과 대중예술을 균형 있게 가져 갈 것이다. 훌륭한 기획자의 발굴만이 예술인과 극장을 지킬 수 있고, 한국 클래식 시장의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