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경산시 기금 무더기 폐지

【경산】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정되는 조례로 설치되는 각종기금이 설치목적에 부합하지 못해 폐지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설치근거(조례)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저소득주민자녀장학기금 등 11개의 기금을 운용했던 경산시는 지난 10월 열린 제144회 경산시의회 임시회에서 장애인복지기금과 노인복지기금, 여성발전기금을, 11월 열린 제145회 임시회에서 경산시환경보전기금을 각각 폐지해 일반회계로 이체했다.폐지된 장애인복지기금은 지난 1995년 장애인복지의 기반조성과 장애인단체의 건전한 육성지원을 위해, 노인복지기금은 노인복지를 위해 설치됐다.이어 2003년 남녀평등 등 여성의 사회참여 등을 위해 여성발전기금이, 2005년 환경보전과 수질 등 환경개선사업을 위해 경산시환경보전기금이 만들어졌다.이를 위해 장애인복지기금 2억 5천여만 원, 노인복지기금 4억 2천여만원, 여성발전기금 5억 7천여만원, 경산시환경보전기금 6억 6천여만원 등이 조성됐지만 조례안 폐지로 일반회계로 넘어갔다.이들 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는 기금의 목적과 대상이 일반회계 사업과 유사·중복되고 적은 기금 규모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다는 사유로 폐지됐다.경산시는 합리적인 기금의 운용을 위해 유사한 성격의 농업인학습단체육성기금과 농업경영인육성기금을 통합해 농업인학습단체·농업경영인단체 육성기금으로, 지난 2009년 조례가 제정된 체육진흥기금 12억여원을 2012년부터 새롭게 운용한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1-12-01

의회 테러는 국민에 대한 테러다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전기톱과 쇠망치로 의회 시설을 부수던 세력들이 마침내 국회내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국회의원들을 향해 최루탄을 던진 사태는 국민들의 할 말을 잊게 한다. 최루탄을 던진 민주노동당 소속 김선동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를 쏜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의 심정으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참을 수 없었다. 폭탄이라도 있다면 한나라당의 일당독재 국회를 폭파해 버리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이들 세력이 방치된다면 국회가 폭력 테러에 마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부 쿠테다 세력에 의한 정부전복 사태가 사라지자 마침내 극렬좌익 세력에 의한 폭력적 정부타도 위협이 몰려오고 있는 느낌이다.이 땅에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60년 2월28일의 대구 고교생 반독재 투쟁이었고, 그것은 자유당 정부의 선거부정을 막기위한 것이었다. 어린 고등학생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명선거를 지켜내려 했던 것은 바로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정부를 세우고 국회를 구성하자는 것이었다. 4·19로 이같은 민주정부가 수립되었고 이후 일어난 두 차례의 군사 쿠테타도 6월 항쟁으로 그 막을 내리면서 국민주권을 대표하는 정부와 의회의 구성을 성취한 것이다. 그렇게 많은 민주투쟁의 희생위에 탄생한 정부와 국회가 이들 소수정파의 폭력으로 위기에 몰리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가 민주주의가 다시 후퇴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민주화의 성공과 함께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 되었고 해방후 신생 독립국가로는 처음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지금 성장의 그늘속에서 취업난, 주택난 등 갖은 생활고를 겪고 있지만 이에 책임이 있는 정치권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보이기보다 당리당략적 정쟁으로 낮밤을 새우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국민 불만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권 대안세력인 민주당과 민노당, 심지어 돌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제3 정치세력의 모습을 가진 안철수 교수 진영조차도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 제시는 못하고 다만 집권세력에 대한 공격만 일삼는 동맹군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가 10년 집권을 했으나 민생안정에 실패하는 바람에 이른바 진보진영은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도 민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책 경쟁, 인물 경쟁, 도덕성 검증 등을 통해 투표로써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화운동으로 성취한 우리의 헌법제도에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와 정치는 최선이 안되면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록 국민의 불만이 팽배해도 현재의 한나라당보다 못한 대안세력이라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이번 FTA비준을 둘러싼 국회 테러 처럼 주장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타협점을 찾다가 안된다고 해서 의회를 점령하다 못해 최루탄까지 투척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화 성과를 정면 부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들은 군부쿠테타 세력과 마찬가지로 국민지지를 통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세력이라 볼 수 없다.의회민주주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면 의회를 물리적으로 점령하고 의회에 대한 테러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그 자체가 국민에 대한 태러다. 한미FTA를 지지하는 국민이 60%를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지세력을 매국으로 모는 것은 중대한 국민 모독인 것이다.의회민주주의 헌법을 채택한 국민적 합의는 의회내에서 국회법이 허용한 방법으로 반대를 하라는 것이지 국회 점령과 국회 테러 등 부당한 방법으로 반대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의 반대는 이같은 의회주의 방식에 합의한 국민에 대한 폭력인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과 맞지 않다고 물리력에 의존하는 의회내의 반대를 정당하다고 주장한다면 군부쿠테타 세력과 당신들은 무엇이 다른지 말해보라. 또한 폭력혁명을 정당화하는 극좌세력과도 무엇이 다른지도 말해보라.

2011-11-30

공부하는 도량 학가산 보문사

권정찬화가·경북도립대학 교수몽중에 “여기가 대 선생이 나온다.” 고 한날 처음 마주친 곳이 지금의 보문사이다. 예천 학가산 절골(수계리)이라는 곳에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고려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중창하고 득도한 보문사라는 사찰이 있다. 전국에 보문사가 5~6곳이 있지만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물론 예천인근에서도 가장 오래되었다. 하지만 임진왜란때의 잦은 화재로 절이 크게 번성하질 못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가산을 중심으로 맥이 내려오다 여기에서 혈이 크게 뭉친 곳이다. 이렇게 기운이 좋은 곳이 있나 하고 스스로 물어 본 곳이다. `보문(普門)`이라는 지명은 여자 자궁을 생각게 한다. 절을 찾기 전 입구의 조각같이 반듯한 삼각형산은 `알봉산`이라고 하는 부봉(노적봉)으로 여자의 음핵 같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산이다. 그 산 우측으로 들어오는 길은 곧 여자의 자궁으로 들어가는 길로 보이고. (좌측으로 들어가면 `방짐이 못`이 나오고 음습한 산길로 들어가면 마을이 나오는 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보문사 쪽으로 오르면 높은 병풍으로 둘러 쳐있는 풍정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금계포란형이다. 그리고 그 속에 나지막하고 평평한 산이 볼록하게 이루어져 기혈을 이루로 있다. 이 낮은 구릉은 보문산에서 내려오는 맥이 보문사 앞을 나지막하게 가로 지르며 알봉산으로 내려가며 좌우로 물줄기를 만들고 있다 알봉산에서 부터 맥 또한 보문사를 등진 상태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보문사 앞 낮은 산은 곧 여자의 태반에 해당하는 곳으로 생각되는 곳이다.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안산이다. 그리고 그 넘어 뚝 떨어져 독산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도 중요하다. 이 두 산이 보문사를 생기게 하고 지눌대사가 득도를 하게한 기운을 가진게 아닐까. 법당인 극락보전은 문화재로 작은 모습이다. 너무 작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눌스님이 득도를 하셨다. 뒷산의 혈이 계속 이어져 법당의 본존불을 지나 중앙계단을 거쳐 길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불타고 현판만 남아있는 반학루를 마주 보고 있다. 여기서 다산 정약용이 1년 정도 머물며 과거 공부를 하고 과거에 급제했다고 한다. 산의 모습을 보면 거의 일자봉이 많다. 그리고 어디 기운이 빠져나갈 곳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생각하면 알봉산은 당당하고 멋진 수구이다. 풍수인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수구는 본적이 없다고 한다. 보문사 안산에서 바라보면 좌청룡은 우백호를 알봉산에서 만나 결국 둘러싸고 계속 이어져 내려간다. 그리고 부족한 것은 물이 적다는 것. 그리고 내가 머무는 곳(모락재)은 한때 큰스님의 토굴이기도 하지만 고시생들이 공부하던 도량이었다고. 지금도 현역에서 판·검사와 관직에 머물고 있는 분들이 있다. 모락재 뒤 밀고 내려오는 한일자 형의 등받이가 좋고 우측으로 작은 편돌이 산위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건너편 안산을 지나는 땅 속의 돌 축이 있는데 이것이 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또한 땅의 흙이나 돌맹이 하나도 기토 기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풍수상의 산세는 물론이고 바닥의 재질도 중요하다. 돌무덤은 보문산에서 보문사 앞을 가로지르며 내려가는 중앙 혈이 끝나는 지점으로 선황당이다. 큰 스님은 지네혈이라 하고. 그곳에 돌을 쌓고 길쭉한 석상을 세우고 매년 기도를 하는 곳이다. 보문사가 하도 전란에 휩싸여 불타고 해서 그 뒤 세운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의 기도처이기도 하다. 종합하자면 보문사는 여인의 자궁터와 같다. 지명 이름도 그렇고.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아들을 점지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었던 장소이다. 지금도 절의 뒤편에 기도처가 있고, 학가산 보문사는 가보기만 해도 하나의 소원을 이룬다고 한다. 나는 이 곳의 기운이 공부하는 사람, 절실한 사람들만 반기는 듯해서 좋다.

2011-11-30

장수의 상징, 국화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는 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엉거시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가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가꾸어 왔으며 원예 품종이 매우 많다. 꽃의 빛깔이나 모양도 여러가지며 꽃의 크기에 따라 대국, 중국, 소국으로 나눈다. 그리고 황색이나 흰색이 국화의 정색(正色)으로 삼고 있으며` 오색 가운데 특별히 귀한 색이며 일 천 꽃 다핀 뒤에 홀로 높다`고 평해 왔다. 이제는 원예기술의 발달로 일년 내내 우리 곁에서 볼 수 있으며 조화(弔化)로도 많이 쓰이는 꽃이다. 중국의 한학자 라은이라는 사람이 쓴 국화의 예찬에 보면 “울타리 밑에서 느즈막하게 몇 포기 국화가 핀다/ 눈 보다도 더 흰 꽃술이 비단 주머니를 찢고 향내를 풍기네/천 년을 지켜온 백의주이며/일생동안 청녀의 서리를 이고 있다/봄철의 꽃은 이 꽃을 쉽게 보지 마라/모두 제 나름대로의 뜻이 있는 것이다”라 찬양했다. 그런데 이렇게 고상하고 품위있는 국화가 사람과의 식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하고 있다. 가을 음식 중에 국화를 소재로 만든 음식이 매우 많다. 국화차나 국화주 모두 가을에 마셔야 제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이제는 일년 내내 곁에 두고 즐긴다. 한 때 궁중에서는 국화전도 만들었다. 국화전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동그랗게 빚은 후 그 위에다 국화 꽃잎을 붙여서 만드는 귀한 손님 접대용으로 쓰였다. 중국 고사에 남양이라는 곳에 감곡수라는 약수가 있었는데 산천에 핀 국화 꽃잎이 물에 떨어져서 물맛에 국화향이 베어 있었다. 꽃물이 너무 감미로워 그곳 사람들은 우물을 파지 않고 감곡수를 그대로 마셨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장수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고령자 가운데 150세 까지 장수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국화는 우리의 생활에 가을 실재료로 만났고 국화는 장수의 상징으로 다정하게 여겨왔다. 국화는 두통을 없애고 귀를 맑게 해주며 부스럼을 치료한다고 했다. 보는 것으로도 건강해진다. /손경호(수필가)

2011-11-30

칠곡군 예산 효율화 평가 `우수`

【칠곡】 지방예산 효율화 분위기 확산을 통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유도로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예산절감 등 각 자치단체의 우수사례를 공유,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1년 예산 효율화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칠곡군이 2011년 예산효율화 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됐다.전국 자치단체에서 무려 207건의 예산절감 사례가 올라와 각축을 벌였다. 이 중 33개 자치단체가 본선에 진출해 대통령상(3개), 국무총리상(5개), 행정안전부장관상(19개), 서울신문사 사장상(6건)을 시상했다. `축제행사분야 절감` 사례를 발표한 칠곡군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우수한 점수를 획득,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부상으로 교부금 1억 원을 행정안전부로부터 받게 된다.전국 자치단체 대부분의 축제행사 경비가 3억 원을 넘지만, 칠곡군은 적은 예산으로 `도농 상생 칠곡농업 팔기`라는 주제로 지난 5월 농축산물 직거래 중심의 `칠곡 팜마켓`축제를 알뜰하게 운영했다.칠곡군에 따르면 “칠곡 팜마켓 축제는 축제 기획 및 운영 등 축제와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기획됐으며, 일례로 농업인 1명, 군의원 1명을 공동대표로 하는 축제준비위원회를 조직해 전 단계에서 민간부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연예인의 축제장 공연을 밸리댄스, 7080 밴드, 색소폰 연주 등 지역동호회가 대신해 예산절감뿐 아니라 지역민의 참여와 화합을 이끌어 냈으며 축제 홍보 역시 산악자전거 동호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민간부문 참여를 주도한 점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김용호기자 kim112@kbmaeil.com

2011-11-30

농어촌과 클래식에 대한 편견

우주호성악가좁은 길 굽이굽이 우리는 평창군 이곡리로 향하고 있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설치된 ㄱ스튜디오라는 곳이다. 그 곳의 대표인 교수님 제자와의 인연으로 클래식 음악회를 농촌 마을 사람들을 위해 현장기획을 했다. 처음에는 농촌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모일지, 또 마을 사람들의 호응이 어떨지 걱정 속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준비했다. 도시에서 하는 음악회는 보통 7시 반에 하지만 농어촌에서 7시라는 시각은 많은 여성들과 할머니들의 발목을 잡게 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4~5시를 선택해야 하는 특수성을 이 음악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는 농어촌의 상황을 생각해 5시 반에 음악회를 열었고, 도시에서 하는 성악 클래식프로그램으로 마을 사람들을 기다렸다. 다행히 80여명의 마을사람들이 음악회에 참석했다. 좀 무거운 프로그램이 아닌가라는 근심을 갖고 음악회를 시작했다. 첫 곡으로 중창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민요풍의 경복궁 타령을 불렀고, 첫 곡을 듣는 할머니의 반응에 우리는 바로 후회했다. 손자 손을 잡으며 흥겨운 민요 가락인 음악선율에 몸을 싣고, 손자와 함께 박수치는 모습에 음악회의 성공을 예견할 수가 있었다. 더욱이 마니아들만 듣는다는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Cortigaino vil razza…`를 필자가 부를 때 할머님들의 눈과 어린아이들의 집중력은 잊을 수가 없었고, 농어촌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아니 놀랄 수가 없었다. 서울의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순간이었다. 농어촌 관객은 클래식에 깊은 갈증을 느껴 우리를 기다린 것이다.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기에 충분했고 하루의 근심을 잊은 채 농어촌마을 주민은 행복한 문화체험을 했다. 또한 다문화 가정을 위하여 두 곡의 팝송도 준비했는데, 결혼이민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해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음악회를 마친 후에 한 할머니께서 필자의 손을 잡으시며 감사하다는 말과 만원을 내 손에 쥐어 주셨다. 본인은 그 자리에서 충격과 감동을 받아 움직일 수가 없었고, 내 생애의 가장 값지고 비싼 티켓 값을 경험했다. 할머니의 감사의 표시에 25년 오페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게 되었다. 또한 손자의 손을 잡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할머님의 아름다움에 큰 희망을 느끼는 기회였다. 마을 사람들이 갈급했던 클래식 문화를 늦게 보급한 것을 후회한 음악회가 되었고, 이번 음악회를 통해 농어촌에 있는 사람들이 클래식 문화를 외면한다는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그 분들도 클래식을 알고 느낄 수 있으며 그에 대한 감사와 그에 대한 가치를 알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성악가를 보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마을사람들과 음악으로 다문화를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이뤄내는 음악회를 통해 이를 후원한 농협문화복지재단의 임원들과 우리는 폐교된 학교의 재문화공간화의 중요성과 전통 클래식공연의 지원이 시급함을 느꼈다. 우리는 서울로 향하면서 농어촌 문화에 대해 많은 토론과 비전을 마음으로 다졌다.예술의 대중화란 목표 아래 우리는 수많은 문화 정책을 펼쳐왔다. 농어촌에 계시는 분들도 대중일진대 왜 그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했을까 생각해 본다. 폐쇄된 문화, 도시로 떠나버린 사람들로 인해 텅 빈 마을, 과연 우리는 농어촌 문화와 도시 문화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우리는 농어촌을 생각한다면서 군단위의 음악회를 대체적으로 7시에 개최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밥을 짓기 위해 집을 지켜야 하는 농어촌가족들이 가끔 군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감상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 된다. 많은 농어촌 문화지원이 있지만 음악회를 위한 음악회가 아니고 농어촌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 때 클래식 선진화임을 밝히고 싶다. 감히 필자는 이종 간의 문화적 결합을 제의한다. 도시민이 막걸리를 찾는 시대에 농어민이 클래식 문화와 결합할 때이며, 와인과 농어민의 결합을 기대할 때이다. 도시와 농어촌 문화의 양극화! 농어촌사람들이 와인과 클래식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부끄럽게 하는 늦은 오후였다.

2011-11-29

두 개의 모습

일본을 갔다온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가 있다. 친절하고 인사 잘하며 정직하고 근면 검소하고 질서 잘 지키는 국민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리적 요건이나 역사적 관계를 비추어 볼 때 정말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의 한국과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필자도 최근에 두 번이나 일본을 다녀왔고 방문 수도 수 십 차례나 된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정말 알기가 어렵다. 일본에서는 윗사람이라도 감사를 표시하거나 사과할 땐 아랫사람 앞에서 깍듯이 무릎을 꿇고 상체를 구부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경어를 쓰고 예의를 갖춘다. 평소에는 말을 놓다가도 부부싸움을 할 때 경어를 쓰는 것을 보면 오히려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야구장에서도 보면 선수들이 운동장에 들어오거나 나갈 때 모자를 벗고 “고맙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텅 빈 운동장을 향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 운동장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에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들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다. 유도나 검도나 스모 선수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일본인들이 공사에는 철두철미하다. 사회 어느 분야든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확실하다. 매사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확실한 신뢰를 심어준다. 인부 2, 3명이 투입되는 도로 공사에 안전요원이 5, 6명이 배치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그러나 일본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에 우왕좌왕하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하철에서도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고 도심지에서는 자동차의 경적소리도 시끄럽다. 식당에서 어린애 바로 옆 테이블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예의 바른 일본인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단면만 보고 일본을 판단하는 것은 옛 일이다. 일방적 판단은 금물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11-29

디지털 노마드 시대의 타향살이

이경우편집국장아침 7시. 바닷바람이 귓전을 때린다. 동쪽 바다가 수평선 끝에서부터 붉게 물들어 오지만 아직 해는 뜨지 않았다. 출렁이는 파도가 모래톱을 간지른다. 발자국을 남기며 겨울 바닷바람을 즐긴다. 해변에는 밤새 휘청거리던 젊음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대구에서 100km 떨어진 포항. 바닷내음이 코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 것이다. 이제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 할 곳을 찾아야 한다. 오늘 아침은 무얼로 먹을까. 사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그만큼 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결정했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이 양념이 다르고 식재료가 달라서인지 뒷맛이 다르다.밤이면 1시간마다 깨어지는 불면이 찾아온다. 집을 떠나서, 잠자리가 바뀌어서일까. 적당한 시간, 대구 집으로 전화를 건다. 밤 새 안녕이라는 보고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맨얼굴을 보고 그냥 눈짓으로 하다가 기계음으로 바꾸고 보니 갑자기 거리감이 생겨난다. 지구 반대쪽서 하는 느낌이 든다.포항에서도 대구에서의 일과와 시간대가 비슷하다. 아니 같다. TV 연속극도 스포츠중계도 화면속은 다를 바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확대 재생산하고 그렇게 소통한다. 대구에서 가족이나 지인들과 나누던 사적인 통화가 포항에 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서울이나 울산에 있는 내 친구들은 내가 대구 아닌 포항으로 옮겼는지도 모른다. 대구에 있는 주변 사람들도 내가 포항으로 옮겼는지도 모르고 알더라도 사실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사실 디지털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을 넘어 다른 세계로 자유롭게 넘나든다. 미래의 어느 별이 되든지 또는 과거 중세시대 지구의 어느 대륙이 되어도 좋다. 그렇게 생각 뿐 아니라 구체적 상황이 편하게 움직여지는 곳이 디지털 노마드다. 실시간 공간을 초월해서 화상 전화 뿐 아니라 다자간 회의를 하고 같은 주제를 놓고 생각을 공유하기도 한다. 빛의 속도로 정보를 획득하고 생각을 교환하고 의사를 결정한다.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인터넷과 모바일, 휴대용 컴퓨터 등 첨단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현대의 유목민은 더 이상 한 곳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21세기 사전에서 이야기했다. 말하자면 하이퍼 신인류다. 더 이상 먹고 살기 위해 어느 곳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다. 즐기면 되는 것이다.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신인류가 된 것이다.기동력을 앞세운 몽골 칭기스칸은 풍족한 남부의 정착민들을 무력으로 정복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당시 유목민들에게는 뿌리내릴 토지나 생활을 뒷받침해 줄 세간살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스피드와 힘만이 종족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밤하늘 별을 보고 천기를 점치며 바람의 세기나 방향으로 계절을 느끼던 유목민에게는 자연에 종족의 운명을 맡겨야 했다. 우리 선조는 북방 기마민족이 남방 농경민족을 정복하고 정착했다는 설도 있다.그러고 보면 내게도 그런 유목민의 DNA가 감춰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날로그식 물리력이 디지털 시대엔 정보로 바뀌었고 그 힘을 디지털 기기가 대신하고 있다. 구태여 수고하지 않아도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는 것이 디지털 노마드의 힘이다. 화상 전화로 해외에 있는 친구와도 넋두리를 주고받는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내 몸은 포항에 와 있다. 아무리 공간을 초월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바닷바람을 재생하고 음식맛까지 재생할 수는 없다. 그 씹는 맛이나 목구멍을 넘어가는 식감까지 만들어 낼 수는 없을 터이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라지만 타향살이는 역시 아날로그 식이다.

2011-11-28

건강한 녹색 숲을 가꾸자

최신규영덕국유림관리소장수 십년 공들여 키운 우리 숲은 이제 막 청년기를 맞이하고, 유래 없는 녹화 성공국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척박했던 우리 산야는 아까시나무가 물러날 수밖에 없는 비옥한 토지로 바뀌었다. 못 살던 시절 흙먼지 나는 비탈밭을 일구던 우리들 아버지가 굵어진 손마디와 펴기 힘든 허리로 자식에게 걸었던 희망처럼 아까시와 리기다는 푸른 숲에 대한 우리의 희망이었다.어느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커가는 푸른빛이, 당연한 듯 자라는 이 행복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중심에서 40년을 함께했던 나 역시 숲이 저절로 생겨나 자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궈 키워놓은 숲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던 듯 싶다.1977년 육림의 날 제정 이후 금회 숲가꾸기 기간 까지 35년간 숲가꾸기 행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숲이란 이미 절대 필요조건이 아닌 선택가능 조건으로 바뀌었다. 울창한 숲이 나의 재산과 농토를 지켜주고 맑은 물과 산소를 만들어 우리의 기본적인 삶의 차원을 월등히 높였다는 것은 그 이하의 삶 속에서 살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안락한 녹색 울타리 안에서 회색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 갈라지고 부서지는 대지를 외면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외침과 신재생 에너지 개발·화석에너지 절약 운동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사상 최대의 수치를 기록했고 그 증가량은 중국과 미국, 인도를 제외한 세계의 모든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합보다 많은 양이다.지구 온난화와 사막화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바다를 넘어 호수를 말리고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땅만 메마르던 시절엔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어서 쫓겨 간 수달과 쉬리, 산양을 불러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우리 곁에서 도망칠 곳이 없다. 물이 깊어야 다양한 물고기가 살듯 숲이 깊어야 그 속이 풍요로워 진다. 지난 날 만든 숲이 이제 초록빛이라면 깊고 짙은 녹색을 만들어야만 그 안에 담기는 것이 많아 질 것이다.그래서 우리는 숲을 가꿔야 한다. 촘촘한 뿌리와 잎으로 땅을 덮어놓은 정원 잔디처럼이 아니라, 성글어진 숲 안에 많은 공간을 가둬야 숲이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큰 줄기와 가지는 기둥과 지붕이 되고 그 아래 더 작은 공간 속에 복잡하고 다양하게 엉킨 작은 나무가 숲의 채움을 완성시킨다. 마치 어설픈 너와지붕이 햇빛을 산란시키고 바람을 통하듯이 겹겹이 조화로운 숲은 우리에게 상쾌함을 줄 뿐 아니라 그 속에 더불어 같이 공존하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지금 우리 숲의 모습은 정원의 빼곡한 잔디처럼 이제 겨우 땅을 덮고 있는 것과 같다. 멀리 산이 푸르고 성공적인 녹화가 달성된 듯 하여도 최소한 지금까지 세월만큼 더 가꾸어 주어야 비로소 숲다운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돌탑의 기초가 완성되어도 그 위에 계획 없이 돌을 올린다면 그저 돌무더기로 남을 뿐이다. 큰 돌을 맞물리고 작은 돌을 사이에 메워 흔들리지 않고 묵직한 한 덩이가 되듯이 이제 우리가 다져놓은 기초 위에 숲을 질서있고 건강하게 쌓아가야 할 때다.

2011-11-28

칠곡군 민원행정제도개선 사례 행안부장관상

【칠곡】 칠곡군이 지난 23일부터 24일 이틀간 충북 청주에서 시행한 전국 `민원공무원의 날` 행사에서 민원행정제도개선 사례를 발표해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이번 행사에서 발표한 과제는 `결혼 이주여성 한국식 이름 찾아주기`로 지난 6월부터 칠곡군, 왜관 라이온스클럽,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 지역 법무사와 협조해 혼인으로 우리나라에 이주한 외국인들이 귀화 후 예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길고 특이한 이름 때문에 자신도 불편하고, 특히, 자녀가 학교에서 부모의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개명 비용이 40만 원에서 60만 원이나 들어 농촌에서는 창성창본 및 개명을 신청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칠곡군과 왜관 라이온스클럽이 비용을 부담하고 법무사에서 실비로 일을 추진해 무료로 한국식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다.백선기 군수는 “다문화 가정도 우리 군의 주민으로 생각하고 그들이 우리나라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생활에 불편함을 적극 해소 시켜 주민으로서 조기정착 할 수 있도록 작지만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싶었다” 며 “이것을 계기로 더 많은 이주 외국인이 창성창본 및 개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 앞으로 민원행정의 특수시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용호기자

2011-11-28

바람이 불면

바람은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이나 기계가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을 가리킨다.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과 바람을 생각한다. 날씨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게 되므로 바람의 종류도 많다. 춘풍·미풍·추풍·설풍이 있는가 하며는 태풍과 역풍도 있다. 그 중에 역사평론가 이덕일의`고금통의(古今通義)`에 보면 가을바람에 대한 얘기가 있다. 옛 선비들은 가을바람이 불면 관직을 내던지고 귀향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바람이란 시어는 귀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해석된다. 목은 이색은 `동강조어`란 시에서 “가을바람 일기를 기다릴 것 없이/장한처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구나”라고 노래했다. 여기에 나오는 장한이 추풍을 귀향바람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장한열전`에 따르면 중국 진나라 장한은 낙양에서 벼슬자리 하던 중 가을바람이 일자 고향 오중(현재 중국 강소성)의 늘 먹던 채소, 순챗국, 농어회가 그리워졌다. 장한은 “인생은 자신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한데 어찌 수 천리 밖에서 좋은 벼슬을 구하며 얽매일 필요가 있겠는가”라면서 벼슬을 버리고 귀향했다고 했다. 그래서 순챗국, 농어회도 낙향을 그리워하는 시귀로 사용된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은 `순채가`란 그의 시에서 “가을바람 불기를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면 좋으리”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호구지책을 그만두고 낙향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가을바람이 불면 정치바람도 분다. 총선이고 대선이고 지나면 정계에도 바람이 불고 줄줄이 떨어져 나간다. 이것을 가리켜 추풍낙엽(秋風葉)이라고 한다. 회사에도, 공장에도, 기업체에도 감원 바람이 불면 모두가 안절부절이다. 순풍을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는 역풍이 불어 생각지도 않는 불상사가 생긴다. 승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는 태풍을 맞는 사람도 있다. 제발 찻잔 속에 바람이길 바라면서 바람타기를 조심한다. 그래서 찬서리가 오는 매서운 바람-겨울을 재촉하는 추풍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11-28

동물 생명과 살처분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지난해 11월23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래 약 250만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 처분`됐다. 조류 독감(AI)으로는 닭 350만 마리 등 600만 마리가 생매장을 당했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나치 독일 시대에 아우슈비츠에 있었던 수용소에서 외국인을 대학살한 것과 비견된다. 가축들은 한국을 그들의 수용소와 같다고 하지는 않을까? 자연 상태에서는 가축들이 구제역에 걸려도 상당히 많은 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데도, 어미부터 새끼까지 죽이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옳은가? 전염성을 걱정했는가? 또는 청정지역이라는 국제적인 문제를 염려했는가?가축들은 평생 동안 쇠창살에 갇혀있다. 그래서 덜 움직이고, 영양분을 모두 살찌거나 우유를 만드는 곳으로 돌리려 한다. 영화 워낭소리에는 농부와 소가 한 식구가 되고, 서로 사랑하며, 죽을 때까지도 동고동락을 한다. 소가 배고플까 걱정이 돼, 할아버지가 소풀을 베고, 겨울에 추위를 걱정해 장석을 소등에 덮어준다. 그야말로 한 가족이다.근래는 서구문화가 우리의 창자 속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료의 시체를 먹이고,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남용한다. 창살 속에 가둬 두고, 계란이나 빼 먹고, 복 전날에는 수많은 멍멍이는 인간의 배를 불리기 위해 도살되는 현실에서 우리의 매정함을 하나님께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인가?인간의 식욕을 위해 평생 동안 햇빛 한번 보지 못하고 죽어가야 하는 돼지들, 출생 3개월이 지나면 뚱뚱하게 살찌우려하는 우리는 과연 어진(仁)가? 사랑이 있는가? 자비로운 행위인가? 이 문제의 답에 자신 있는 종교가 있다면 대답을 해 보라.지금은 선진 세계 문화와 문명을 따라잡기 위해, 또 풍요 속에서 손쉽게 살아가기 위해 인간은 자연을 마구 파헤치고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다. 인류의 기계문명 발전보다는 환경 보호를 주장하면, 극좌의 공산당같이 여기는 것이 오늘이다. 자연에 대한 사명감이나 에덴 동산인 이 지구를 파괴해도 하나님은 왜 침묵만 하실까? 교회 등 종교계는 애써 외면하면서 왜 맘모스 교회 건축과 정치 쪽으로만 기웃거리고 있는가?살아있는 동물을 산 채로 묻어버려서, 땅 속에서 인간을 원망하면서 울부짓는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하나님 귀에는 분명히 크게 들릴 것이다. 그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벨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 않고, “너의 동료 피조물은 어디에 묻었느냐?”고 물을 것이다.하나님은 생물체 중에서 인간을 가장 늦게 이 세상에 보내셨다. 그런 인간이 하나님의 아끼는 작품이자 사랑하는, 또 다른 자녀들(가축)을 함부로 도륙당하는 것 때문에 분명히 슬퍼 울고 계신다고 필자는 믿는다.신자들은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한다. 일용할 양식이란 고기를 남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유지할 정도로 먹으라. 내일 아침밥은 보장한다`는 뜻이다. 60kg인 사람은 단백질이 하루에 60gm으로 충분하다. 그 몸무게에 열심히 일하는 자는 120gm이 필요하다. 체중의 kg을 gm으로 고친 숫자가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의 양이다. 60gm은 달걀 1개에 해당한다. 두부를 먹으면, 그것도 단백질 덩어리이다.지난겨울에 우리나라가 겪은 구제역 파동은 이 시대에 풍미하는 생명경시의 풍조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언론에서도 생명존중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세상 만물을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황금만능의 정신을 유감없이 나타내었다. `죽임의 문명`이 생활 속속들이 녹아 있다. 이제는 사고의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는 사건이었다.도살되기 전에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던 소들에게서 `사랑과 자비, 그리고 어짐(人)`이 없이는, 생명도 없다(無)는 것을 느껴야 한다. 동원돼 `살처분`을 하던 공무원이나 농부들의 눈은 멍한 상태였고, 더러는 울기도 했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치료 받던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 무언가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빨리, 거기서 탈출해야 한다.

2011-11-25

산은 인생의 교과서

그 해의 날씨 변화에 따라 산의 모습도 변한다. 풍족한 수분을 머금고 7,8개월을 버틴 나무와 가뭄에 작열한 태양에 시달렸던 단풍의 모습은 보는 이들이 벌써 판단해 버린다. 평지가 뻗다가 길이 멈추는 곳이 바로 산이 시작된다. 경주 시가지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야트막한 산들이 있어 철따라 변하는 풍광을 즐기면서 산을 오른다. 남쪽에는 울타리 없는 박물관-세계문화유적의 보고 남산이 있다. 천 년을 견디어 온 많은 유물이 아직도 발끝에 채이며 솔송을 머리에 이고 산을 오르면 저절로 기운이 나고 가슴이 상쾌해지고 철따라 부는 바람이 바로 활력소요 비타민이다. 동쪽에는 신라의 내성(內城) 관문산성이 있고 국토의 등줄인 태백산맥의 종점인 소금강산 산끝자락에 신라의 도읍지가 자리하고 있다. 북쪽의 형산강은 120리 달려온 물줄기가 기름진 평야를 이루다 영일만으로 흐르는 형제의 산 형산강이 평야의 젖줄이다. 서쪽에는 선도산성이 시가지를 내려다 보며 천년 사역의 깊은 역사를 가슴에 품고 많은 능선을 거느리고 있다. 메라고 하는 산은 깊은 슬픔이 있을 때에 산책에 나서면 가끔 마음의 위안을 받는 수가 있다. 심산계곡을 소요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산은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주며 솥한 인내심을 배우게 된다. 높은 산을 보라. 그것은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면서 두 세계를 반씩 영위하고 있다. 그 위대한 모습은 사소한 인간의 번민 따위는 한 입김으로 불어내던지는 느낌이 있다. 깊은 산골에는 숭고한 정적이 있다. 갖가지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물결치고 있다. 거기에 사연은 순화되어 어떤 초자연적인 엄숙한 모습에 이르고 있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조용하다. 지자는 즐겁게 살고 인자는 장수한다는 말은 논어에 있다. 산이 커야 그늘이 크다고 한다. /손경호(수필가)

2011-11-25

최고 6천6백배 배당 대박 청도 소싸움 갈수록 인기

화끈한 경기에 이변도 속출시즌 최대 고액배당률 기록 【청도】 청도 소싸움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극적인 반전을 연출하며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장면이 인상적이고 우리 전통 한우의 멋진 한판승부가 놀랍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소싸움 경기에 참여한 싸움소는 평소 갈고닦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날 컨디션과 상대 소의 기술에 따라 예상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 주기도 한다.싸움소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과 주특기가 다르고 보여주는 경기 또한 다양해 관중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지난 주말 열린 12회차 일요일 경기에서 시즌 최대 고액 배당률을 기록하는 등 관심을 끌었다.이날 제7경기인 안창이와 알리B의 맞대결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리B가 1~2라운드에 쉽게 이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다.28분 50초나 접전이 펼쳐졌고 예상과 달리 노련미를 앞세운 안창이가 승리했다. 더욱이 6라운드에서 경기가 끝나 승리한소와 시간을 맞추는 시단승식에서 157.9배, 연속해서 2경기의 승리한 소와 시간을 맞추는 시복승식에서 5천429배의 고액 배당이 나왔다.또 8경기에서는 2010년 완주민속소싸움대회에서 2위를 한 영웅과 8강에 올랐던 장군A가 맞붙었다. 영웅이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추측이 빗나가 3분 56초만에 장군A가 승리했다. 시복승식 배당률이 6천689배로 역대 최고 대박 배당률을 터뜨렸다. 소싸움은 연일 각본없는 드라마가 만들어지며 흥미를 끌고 있다.황송아지 경품추첨도 소싸움의 인기를 더해주는 요소다. 이번주부터는 경기진행의 차질을 우려해 10경기를 모두 마치고 행운권 추첨을 진행할 예정이다./이승택기자 lst59@kbmaeil.com

2011-11-25

고유가 트렌드 지속과 비전통에너지

허재용포스코경영연구소 녹색성장연구실 연구위원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최근 100$선에 근접한 유가는 2035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35년까지 약 12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중동정세 불확실성의 증가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 여부에 따라서는 200$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고유가 트렌드의 지속은 기존 전통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오고 있는데, 셰일가스(Shale gas)와 오일샌드(Oil sand)로 대표되는 비전통에너지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비전통에너지는 크게 비전통가스와 비전통오일로 나눠지는데 대표적인 예로 셰일가스와 오일샌드를 들 수 있다. 셰일가스는 점토가 오랜세월 쌓이면서 단단하게 굳어진 지하암석층인 셰일층에 널리 분포돼 있는 천연가스이며, 오일샌드는 석유성분을 10% 이상 함유한 모래로 뜨거운 물과 혼합해 정제하면 석유를 만들 수 있다. 사실 셰일가스층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오일샌드에서 오일을 추출하는 기술은 1,2차 오일쇼크를 거치며 이미 완성되었던 기술이지만 그동안은 경제성이 문제였다. 하지만 고유가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혁신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부존량 측면에서는 전통에너지의 2배를 넘는 비전통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점점 증대되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까지 비전통오일의 생산비중은 전체생산의 10%에 이르며, 유가상승 폭이 클 경우 30%가량 증산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비전통가스의 경우는 전체 가스생산의 2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고, 주요생산국으로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 등을 꼽았다. 그것은 이들 국가들이 셰일가스 시추를 위한 기술력과 개발가능한 가스전을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셰일가스의 경우 전세계매장량의 1/3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2009년 9.5%의 셰일가스 생산비중을 2035년 24%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오일샌드의 경우 기존 원유 가채량 1조배럴의 2.5배인 약 2.5조 배럴이 오일샌드로 존재하며 그 70%가 캐나타 알버타 주에 존재한다. 때문에 캐나다는 2011년 1월 기준 1천752억 배럴의 원유매장량을 보유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2위 원유매장량 보유국이 됐다. 여러모로 자원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가진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상업화에 성공, 비전통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양국 외에도 중국, 유럽 등이 자국에 위치한 비전통에너지 채취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전세계적인 관심과 함께 몇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유가 트렌드 및 기술혁신에 따라 비전통에너지가 시장에 과잉 공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시장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셰일가스 채취과정에서 발생되는 지하수 오염, 오일샌드 채취를 위한 벌목 및 타르 등 오염물질의 다량 배출 등의 환경문제는 대표적인 리스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분포가 산재된 비전통에너지를 수요처로 이동하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 설치도 경제성 확보에 주요 관건이다. 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전통가스 자원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경제성 이외에도 에너지 자주개발률에 일조하고 기술개발 선점이라는 면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2011-11-24

문학상 시상식 뒤풀이 소감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창작과비평사`에서 주관하는 문학상 시상식 뒤풀이에 다녀왔다. 정작 시상식에는 가지 못해 식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알 수 없다. 만해문학상은 천양희 시인이, 신동엽창작상에는 송경동 시인과 김미월 작가가 공동으로 수상했다고 했다. 송경동 시인은 `희망버스` 등으로 며칠 전에 구속되었기 때문에 아내가 수상 소감을 대신 낭독했다고 한다. 이 시인의 시집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은 아직 통독해 보지 못했다. 1990년 전후에는 박노해 시인의 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는데, 송경동 시인은 그에게 부여된 어떤 아이콘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다만, 박노해 현상 이후 우리가 얻은 교훈 가운데 하나는 투쟁적인 시, 저항적인 시가 곧 오래 가는 시는 아니라는 점이다. 문학과, 정치 또는 운동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 점에 유의하지 않으면 좋은 시를 쓸 수 없다.최근에 몇몇 유수한 시집 시리즈들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을 다투어 내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시집들 상당수가 태작이 많다. 태작이라기보다는 미숙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송경동 시인이 구속된 일은 우리 사회가 지금 얼마나 가파른 삶을 요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문제적 현상이다. 그러나 이 시인의 삶을 문학에 옮겨 문학상을 주고 이슈로 삼는데는 더 엄정해질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아무튼 오랜만의 시상식 뒤풀이 나들이였다. 전화들을 했다. 최영미 시인이 춘천에 사는데, 이번에 한 번 시상식에 가려고 한다면서 식장에서 한 번 만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근에 필자가 최영미 시인을 특강에 초청한 일이 있어 어떤 친분 비슷한 게 생겼던 것이다. 그러자 시상식 시작 한 시간 전쯤 다시 전화가 왔다. 춘천서 와서 갑자기 너무 피곤해졌다, 어머니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고 했다.일산에 사는 정기복 시인도 전화를 했다. 정 시인은 원래 출판사에서 영업 일을 했으나 최근 2년 동안은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친한 이정민 시인과 김별아 작가를 시상식 뒤풀이장에 서 만나 이야기나 나누자고 했다. 필자까지 합쳐서 네 사람이 같이 친분이 두터웠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김별아 씨가 `미실`을 써서 `잘 나가게` 된 이후로는 혼자 떨어져 나갔다. 나머지 세 사람이 가끔 만나 재미 있게 놀았지만 요즘에는 더 뜸하게 된 터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나이 탓이다. 서로 각자 사는 일에 열중하다 보니 자주 만날 수 없다.이럭저럭 약속이 정해져서 청계천 2가 한외빌딩 1층에 있는 `아미고`라는 생맥주집으로 갔다. 텅 빈 시상식 뒤풀이 장소에 김별아 씨와 필자가 일착이었다. 잠깐 기다리니 시상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왔다. `실천문학` 편집위원이었던 최두석 시인과 김태현 교수, 작가 현기영 선생, 비평에 염무웅 선생 등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오셨고, 386세대의 작가나 시인도 꽤 참석했던 것 같다.그런데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대체로 자기 자리에 붙박이 된 채 술을 마시고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먹는 사람이 꽤나 적어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자의 자존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일종의 고립감의 표현이라고 해석되었다. 다른 하나는 젊은 작가들의 비중이 너무 적어 보였다는 것이다. 어제 필자가 만난 젊은 작가라고는 이혜미 시인, 최정진 시인, 김성대 시인 등이 고작이었다. 그 또래 작가들이 적었을 뿐 아니라 그 바로 윗세대에 속하는 30대 중반 전후의 작가들도 몇 사람 보이지 않았다. 또 어느 순간에 보니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 빠르게 빠져나가 몇 사람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몇몇 분파들끼리 2차를 향했거나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이 시상식 뒤풀이의 전체적인 인상은 뭐랄까, 어딘지 힘 빠져 보인다는 것인데, 이것은 과연 시대 탓일까, 문단 탓일까, `창비` 탓일까. 아니 필자의 기분 탓이 가장 클 것이다. 어느 사이에 필자는 `창비`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게 된 것이었다.

2011-11-24